과징금부과처분취소청구의소
2017누79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청구의 소
1. 주식회사 엘에스
2. 엘에스전선 주식회사
공정거래위원회
2017. 12. 8.
2018. 1. 1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가 2016. 11, 8. 전원회의 의결 제2016-307호로 원고들에게 한 별지1 제2항 기재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1. 기초사실 및 처분의 경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 등의 지위
원고들은 1969. 10. 25. 금성전선 주식회사(이하 상호 중 '주식회사' 표시는 생략한다)로 설립되어, 2005. 3. 11. 엘에스전선[이하 '(구)엘에스전선'이라 한다]으로 상호를 변경하였다가 2008. 7. 2. 투자사업을 영위하는 존속회사 원고 엘에스와 전선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신설회사 원고 엘에스전선으로 분할되었고, 원고 엘에스는 (구)엘에스전선의 법인격을 승계하였다.
원고 엘에스, 원고 엘에스전선, 가온전선, 극동전선, 대한전선, 티이씨앤코, 동일전선, 코스모링크, 화백전선(이하 이들을 통틀어 '원고 등 사업자들'이라 한다)은 전선의 제조 · 판매업을 영위하는 자들로서 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 정해진 사업자에 해당한다.
나. KT 발주 UTP케이블 구매입찰 개요
1) UTP케이블 시장현황
UTP케이블 시장을 주 수요자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건설사 등이 속하는 '민수부분'과 KT, SKT, LGU+ 등 통신사업자가 속하는 '기간통신사업부분'으로 나뉘고, 대부분의 수요자는 케이블 유통대리점을 통하여 구매하고 있지만 KT는 연간단가계약 입찰을 통해 직접 구매하고 있다. 국내 UTP케이블 주요 제조업자는 원고 엘에스전선, 가온전선, 극동전선, 대한전선, 동일전선 등이다.
2) 입찰의 특징 및 방식
가) 특징
KT는 매년 약 150~200억 원 정도의 UTP케이블을 구매하는데, 이는 전체 UTP 케이블 시장의 약 20%, 기간통신사업분야의 약 60~70%에 해당하여 단일 사업자의 구매액으로는 최대이다. KT는 구매입찰을 통해 UTP케이블의 연간단가계약을 체결하는데, 입찰을 실시하기 전에 BMT(Bench Market Test) 및 자체 적격심사에 통과한 5~7개의 사업자에게 '협력업체'의 지위를 부여하여 이 협력업체들만 구매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경쟁입찰제도를 시행하였다. 한편, 구매입찰을 실시하기 전 전국을 등록된 협력업체의 수와 같게 약 6~7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각 협력업체가 최소한 하나 이상의 구역을 배정받아 공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입찰과 달리 협력업체는 모두 낙찰이 가능한 구조였다. 다만 각 구역에 예정된 공급물량에 차이가 있었으므로 KT는 낮은 가격으로 투찰한 협력업체에게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된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협력업체들의 가격경쟁을 유도하였다.
나) 낙찰자(계약자) 결정 방식
2008년, 2009년, 2011년, 2013년 시행된 최저가 낙찰방식은 낮은 가격으로 투찰한 협력업체부터 우선적으로 더 많은 물량을 계약할 수 있는 제도로, KT는 투찰가격이 낮은 순으로 협력업체에 순위를 부여하여 우선순위 협력업체가 더 많은 물량을 계약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계약 시 모든 협력업체는 낙찰된 최저가격을 수용하여야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협력업체는 각각 다른 가격으로 투찰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모두 동일한 가격을 적용받았다. 이때 협력업체가 낙찰된 최저가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협력업체는 당해 연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고, KT는 차순위 협상 대상자와 협상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 협력업체가 낙찰된 최저가를 수용하지 않아 계약을 포기한 결과 남은 물량에 대해서 KT는 나머지 협력업체 중에서 우수업체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추가로 물량을 배분하였다.
한편, 2010년 시행된 종합평가 낙찰방식은 KT가 운영자만족도, 품질관리능력, 생산품질 등을 평가하여 협력업체의 순위를 정하고 이렇게 정해진 순위대로 KT 목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협상하여 이 가격을 수용하는 경우 계약을 체결하는 제도이다.
3) KT의 UTP케이블 구매 입찰 발주 및 낙찰 현황
2008년부터 2013년까지 KT에서 발주한 UTP케이블 구매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 발주 및 낙찰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2008년~2013년 이 사건 입찰 발주 현황
[단위: 원(부가가치세 별도), %]
다. 원고 등 사업자들의 입찰담합
1) 합의의 배경
KT는 2001년부터 UTP케이블 중 옥내용 소대페어를, 2003년부터 옥외용 소대페어를 입찰을 통해 직접 구매하기 시작하였고, 2003년 입찰에 참여하였던 (구)엘에스전선, 극동전선, 화백전선, 코스모링크, 동일전선이 이 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한 결과 UTP케이블 가격이 2000년 대비 약 60~70%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이에 최초 KT의 UTP케이블 구매입찰에 참여한 (구)엘에스전선, 극동전선, 화백전선, 코스모링크, 동일전선 등 5개 케이블 제조사 사이에서 UTP케이블의 가격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후 2007년부터 KT에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다대페어 UTP케이블도 입찰을 통해 직접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KT의 UTP케이블 입찰 시장의 규모는 확대되었고, 추가로 대기업군에 속하는 대한전선, 가온전선까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면서 다시 한번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러자 기존에 소대페어 UTP케이블 입찰에 참여해왔던 (구)엘에스전선, 극동전선, 화백전선, 코스모링크, 동일전선 등 5개사는 과도한 경쟁을 피하고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자 새로 입찰 참가자격을 획득한 대한전선과 가온전선도 합의에 동참하기를 권유하였다.
2) 합의 내용 및 실행
가) 낙찰순위 합의
KT의 입찰 방침에 따라 협력업체로 등록된 모든 사업자들이 UTP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는 있었지만, 낙찰순위에 따라 공급물량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원고 등 사업자들은 서로 높은 순위로 낙찰을 받기를 희망하여 매년 낙찰순위에 대해 합의할 필요성이 있었다. 낙찰순위에 대해 합의를 할 때에는 통상적으로 대기업과 중 소기업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였고, 전년도에 1위를 한 사업자는 차년도에는 2순위 이하로 하향조정하거나 전년도에 낙찰순위가 높지 않았던 사업자는 그 순위를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이 원칙이 항상 지켜지지는 않았다.
나) 투찰가격 합의
이 사건 입찰에서는 원고 등 사업자들이 각각 다른 가격으로 투찰한다 하여도 계약가격은 낙찰된 최저가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졌고, 투찰가격 수준에 따라 각 사의 낙찰순위가 정해지고 이에 따라 공급 가능한 물량이 정해졌기 때문에 원고 등 사업자들은 최저 투찰가격 및 각 사의 개별적인 투찰가격에 대해 합의할 필요성이 있었다. 다만 최저 투찰가격이 KT에서 정한 목표가보다 낮아야만 해당 입찰이 유찰되지 않고 낙찰될 수 있었기 때문에 KT의 목표가에 대한 추정 작업이 우선되었다.
따라서 원고 등 사업자들은 합의 시 어느 사업자가 당해년도의 KT 목표가 추정 작업을 하여 타사의 투찰가까지 계산한 후 배부할 것인지를 정하였는데, 주로 대한전선과 원고 엘에스전선이 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에 따라 대한전선과 원고 엘에스전선은 제조원가 및 시장현황, KT 예산수준 등을 분석하여 KT의 목표가를 추정한 후 이목표가를 기준으로 각 참여 사업자의 투찰가격을 계산하여 개별적으로 제공하였다. 그 결과 공동행위 지속 기간 동안의 최저 투찰률은 99.6% 이상이었다.
다) 물량배분 합의
원고 등 사업자들은 합의 결과 낮은 낙찰순위를 배정받음에 따라 물량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들에게는 많은 물량을 낙찰받기로 합의된 사업자가 OEM 발주를 하여 적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보전해 주는 내용에 대해 합의하였다. 물량배분의 기본 원칙은 전체 100%의 물량을 전체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의 수인 6 또는 7로 나눈 수치인 약 14~16%를 기준으로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사업자가 이보다적은 물량을 배정받은 사업자에게 OEM 발주를 통하여 일정 수준의 물량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었다. 다만 원고 등 사업자들은 물량배분의 기본원칙에 대해서만 합의하였을 뿐 구체적인 수량, 방법, 시기 등에 대해서는 해당되는 참여자들이 개별적으로 논의하도록 하였다.
라) 연도별 KT 발주 UTP케이블 구매입찰 관련 구체적 행위사실
원고 등 사업자들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 사건 입찰에서 투찰 전 상호 의 사교환을 통해 낙찰자, 낙찰순위, 투찰가격, 물량배분 등에 대해 합의한 후 합의 내용대로 실행하였고, 이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이 사건 입찰의 합의 실행 결과
라.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원고 등 사업자들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자신들이 참여하는 각 입찰별로 사전에 낙찰자, 낙찰순위, 투찰가격, 물량배분 등을 공동으로 결정한 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 및 3호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6. 11. 8. 원고들에 대하여 전원회의 의결 제2016-307호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위 과징금납부명령을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 및 제55조의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7. 21. 대통령령 제2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 및 제61조, 구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5. 10. 7. 피고 고시 제2015-14호로 개정·시행된 것, 이하 '과징금고시'라 한다)의 규정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 산정 기준
(1) 관련매출액
㈎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우 합의일과 실행 개시일을 모두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2008년 1차 입찰일인 2008. 5. 22.을 원고 엘에스, 가온전선, 극동전선, 대한전선, 동일 전선, 코스모링크, 화백전선의 공동행위의 시기로 본다. 원고 엘에스의 이 사건 입찰 및 계약과 관련된 모든 권리와 의무는 분할등기일을 기준으로 신설 법인인 원고 엘에스전선이 승계하였으므로 원고, 엘에스의 공동행위 종기는 분할등기일 전일인 2008. 7. 1.이고, 원고 엘에스전선의 공동행위 시기는 분할등기일인 2008. 7. 2.이다. 원고 엘에스전선, 가온전선, 극동전선, 동일전선, 티이씨앤코, 2011년도 입찰 이후의 코스모링크의 공동행위는 2013년 입찰을 통한 계약이 종료된 2014. 4. 30.을 그 종기로 본다.
㈏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은 ① 이 사건 입찰계약은 연간단가계약으로서 계약 체결 시의 물량은 예정 물량이었기 때문에 실제 발주된 물량과 차이가 있었던 점, ② UTP케이블의 가격은 주재료인 구리의 가격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음에 따라 계약 체결 이후라도 구리 가격에 변화가 있을 경우 KT에서 이를 반영하였기 때문에 유동적이었던 점, ③ 원고 등 사업자들 사이에 물량배분(OEM) 관련 합의 실행에 관한 확인이 누락되었으며 합의대로 물량배분(OEM)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와 반드시 균등하게(즉, 1/N) 배분되지 않은 정황도 존재하는 점, ④ 실제 물량배분 합의에 의한 물량배분(OEM)임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관련매출액에 포함시킨 피고의 유사 심결례 등을 고려하여 KT가 원고 등 사업자들로부터 구매한 UTP케이블 매입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에 따른 원고들의 관련매출액은 다음 표의 기재와 같다.
관련매출액
(단위: 원, 부가가치세 제외)
(2) 부과기준율
이 사건 공동행위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중대한 위 반행위'에 해당하나,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한 원고 등 사업자들은 최소한 1개의 지역을 낙찰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당사자들 간 합의가 없었더라도 모두가 낙찰이 가능한 시장이었던 점, 동일한 행위에 대해 사업자별로 달리 부과기준율을 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의 유사 심결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3) 산정기준
원고들에 대한 위 관련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아래와 같이 원고들의 산정기준을 정한다.
산정기준
(단위: 원, 부가가치세 제외)
나) 행위 요소에 의한 1차 조정
원고들에게 1차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은 없다.
다) 행위자 요소 등에 의한 2차 조정
원고 엘에스전선은 공정거래법위반으로 조치를 받은 후 3년 이내에 그 위반행위와 동일한 유형의 위반행위로 조치받은 경우1)에 해당하므로 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가중한다. 한편 원고 등 사업자들이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위원회 심의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협력한 점과 그 정도를 감안하여 1차 조정 산정기준의 10%를 감경한다. 이에 따른 원고들의 2차 조정 산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의 2차 조정 산정기준
(단위: 원, 부가가치세 제외)
라) 부과과징금의 결정
원고 엘에스전선에 대하여 재무제표상 심의일 기준 직전 사업연도, 전전 사업연도 및 전전전 사업연도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3:2:1로 가중평균한 금액(이하 '3개년 당기순이익 가중평균'이라 한다)이 적자이므로 2차 조정 산정기준의 50%를 감경한다. 원고 엘에스에 대한 이 부분 조정사유는 없다.
따라서 백만 원 미만을 절사하여 원고 엘에스에 대한 최종 부과과징금은 22,000,000원, 원고 엘에스전선에 대한 최종 부과과징금은 771,000,000원이다(1,543,158,089원 × 50%).
마. 원고들의 이의신청과 피고의 기각재결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위 과징금납부금액의 변경을 구하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7. 1. 26. 재결 제2017-006호로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2. 관계 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적법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입찰은 KT의 자체 적격심사를 통과한 5~7개의 협력업체들만 참여하고 업체들이 제출한 최저 입찰가로 공급이 가능한 협력업체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한경쟁입찰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바, 모든 입찰참가자가 낙찰을 받되 단지 낙찰받는 물량에만 차이가 있는 구조였으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해 가격결정이 왜곡되고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담합의 이행에 관하여는 감시나 그 위반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협력업체들은 결국 동일한 가격을 적용받아 원고들이 이 사건 공동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KT가 입은 손해가 경미하였으며, 이 사건 공동행위로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바도 없었다. 이와 같은 점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7.0%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은 피고가 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피고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조사에 적극 협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들의 조사협력에 따른 감경률을 10%로 정한 것은 지나치게 과소하여 위법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공동행위에 7.0%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부분의 위법 여부
가) 관련법리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 및 그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는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의 행사와 관련하여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두4226 판결 참조).
한편,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위반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는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그 파급효과, 관련 소비자 및 사업자의 피해 정도, 부당이득의 취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두2324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을2, 3, 5, 8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대성 정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아 그 범위 내에서 7%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법령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입찰은 KT가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하여 KT의 목표가보다 낮은 최저가격입찰자의 투찰가격을 낙찰가로 하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계약가격이 일률적이고 입찰 참여업체 모두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구조이기는 하였으나, 그 계약가격 자체를 최저로 정하기 위하여 원고 등 사업자들은 KT의 목표가를 추정하여 각 업체의 투찰가를 사전에 합의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공동행위 당시 최저 투찰률은 평균 99.37%에 달하였다. 이때 원고 엘에스전선과 대한전선이 여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2) 이 사건 입찰에서 최저 입찰가로 계약가격이 정해진 이후 각 업체의 투찰가격 순위에 따라 KT와 업체들 간에 공급 가능한 물량의 협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협력업체들로서는 공급물량 확보 경쟁을 회피하고 매년 일정 물량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낙찰순위에 대한 합의의 필요성이 있었다.
(3) KT는 협력업체들에게 배정될 각 구역의 예정 공급물량이 차등적임에 따라 더 낮은 가격으로 투찰한 협력업체에게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된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격경쟁을 유도하였는데, 이 사건 공동행위로 가격경쟁은 사실상 완전히 제한되었고실질적으로는 1개의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KT의 피해와 원고 등 사업자들의 부당이득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이 사건 공동행위는 입찰에 참여할 경쟁사업자들이 최저가 낙찰방식에서 낙찰자, 낙찰순위, 투찰가격 및 물량배분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이른바 경성 공동행위에 해당하고, 경쟁제한효과 이외에 다른 효율성 증대효과를 찾아볼 수 없다.
(5) 피고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유들을 모두 참작하고 이에 이 사건 공동행위가 없었더라도 원고 등 사업자들이 최소한 1개의 지역을 낙찰받을 수 있었던 점을 더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 후, 그에 해당하는 부과기준율 (7~10%) 중 가장 낮은 부과기준율인 7%를 적용하였다.
(6) UTP케이블 시장의 폐쇄성 및 이 사건 공동행위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에 걸쳐 지속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등 사업자들이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 이행을 위한 감시나 제재의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 대성에 어떠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7)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의 부과 과징금은 원고들이 각각 취득한 관련매출액의 약 3% 내지 6%에 불과하다.
2) 조사협력 감경비율 적용의 위법 여부
가) 과징금고시 Ⅳ. 3. 다. (3)은 피고의 조사에 적극 협력한 경우 100분의 30 이내에서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감경비율은 조사협력에 의한 감경비율의 최대한도를 의미하는 것이고, 위 한도에서 얼마의 비율을 적용할 것인지는 피고의 재량에 따른 것이다.
나) 앞서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 엘에스전선이 2009년~2011년의 공동행위 참가를 부인하다가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사실관계를 대부분 파악한 이후인 2015. 12. 7.에 이르러 진술을 번복하여 위 공동행위 참가 사실을 인정한 점, 이 사건 공동행위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에 걸쳐 이루어졌고 (구)엘에스전선이 2008. 7. 2. 원고 엘에스와 원고 엘에스전선으로 분할되면서 그 공동행위 참가 여부에 있어 진술이 불분명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에게 적정한 수준인 10%의 조사협력 감경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조사협력 감경비율의 결정은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용석
판사 서승렬
판사 성충용
1)원고 엘에스전선의 과거 3년간 제19조 제1항 1호 및 3호 위반 내역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