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불허처분 취소
2020구합5625 시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불허처분 취소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원율 담당변호사 박성진
울산광역시장
소송수행자 박재홍
2021. 3. 4.
2021. 3. 25.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20. 1. 20. 원고에게 한 시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불허처분을 취소한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0. 1. 3. 서생포왜성(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8호) 인근의 울산 울주군 B 답 Cm² 및 D 전 Em² 2필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단독주택(지상 1층, 연면적 96.42㎡)을 신축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시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
나. 피고는 2020. 1. 20. 이 사건 토지에 주택을 신축하게 된다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해당 문화재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부결)에 따라 원고의 이 사건 신청은 울산광역시 문화재보호 조례 제12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처분의 이유 제시의무 위반
이 사건 처분의 통지서(갑 제4호증)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에 대한 기재가 없어 구체적으로 해당 문화재의 역사경관의 어떠한 부분에 있어 영향이 있고 어떠한 면에서 영향이 크다는 것인지에 대하여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2) 재량권의 일탈 · 남용
원고가 신축하려는 주택은 울산광역시 문화재보호 조례 제12조 허가기준의 어디에도 위반되지 않는 점, 위 주택은 해당 문화재와 200m 떨어져 있고 이 사건 토지에서는 해당 문화재가 보이지 않는 등 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점, 이 사건 토지 지상 및 해당 문화재 주변에는 이미 주택, 창고 등 건물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울산 울주군 서생면 서생리 711번지 일원에 위치하는 서생포왜성(이하 '이 사건 문화재'라 한다)은 임진왜란 시기인 1593년(선조 26) 가토 기요마사가 지휘하여 쌓은 일본식 성으로 임진왜란 직후부터 1895년까지 약 300년 동안 조선 수군의 동첨절제사영(서생포 수군 진성)으로 사용된 성곽이다. 피고는 1997. 10. 30. 이 사건 문화재를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하였다.
2) 이 사건 토지는 서생포왜성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어 있고, 이 사건 문화재 지정구역에 연접하고 있다.
3)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회는 2020. 1. 17. 이 사건 신청과 관련하여 심의한 결과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경관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4) 원고는 이 사건 신청을 하기 이전인 2019. 11. 13.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단독주택을 신축하기 위한 시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회가 현장조사와 토론을 거쳐 심의한 결과 참석 심의의원 6명 전원이 이 사건 토지가 문화재지정구역에 연접하고 그 위치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 해당하여 문화재의 역사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였고, 피고는 2019. 12. 11. 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부결)에 따라 원고의 위 허가신청에 대한 불허가처분을 한 바 있다.
5) 피고는 2019. 7. 11. 이 사건 문화재 등의 울산광역시 지정문화재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을 고시하였는데(울산광역시 고시 제2019 – 153호), 이 사건 토지 일대는 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시 문화재위원회의 개별심의를 거쳐야 하는 1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처분의 이유 제시의무 위반 주장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가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처분을 하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하였는지를 당사자가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면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2024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처분의 처분서인 갑 제4호증에는 처분의 사유인 문화재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및 그 근거 법령인 울산광역시 문화재보호조례 제27조가 명시되어 있는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을 받은 후 20여 일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소장에 이 사건 토지 및 이 사건 문화재 주변의 제반 현황 등 이 사건 처분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가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주택을 신축하더라도 이 사건 문화재의 경관, 미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에도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재량권의 일탈 · 남용 주장
문화재는 국가적 · 민족적 유산으로서 역사적 · 예술적 · 학술적 · 경관적 가치가 크고, 한번 훼손되면 그 회복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종 개발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문화재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문화재 보호구역의 외곽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개발행위로 인하여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이고, 개발행위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그 개발행위로 인한 문화재의 훼손 가능성, 문화재 보존 및 관리에 미치는 영향 등의 공익적 요소와 그 개발행위의 내용, 개발행위제한으로 인한 국민의 재산권 침해 정도 등의 사익적 요소를 비교 형량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1672 판결,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두10661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을 제9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이 사건 문화재 및 그 주변 경관의 보존 · 유지라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문화재보호법 제3조는 문화재의 보존 · 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고, 문화재 보존의 범주에는 문화재를 둘러싸고 있는 역사 문화환경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문화재 지정구역에 바로 접하고 있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어떠한 건축물을 신축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이 사건 문화재 및 주변의 역사문화환경을 보존하는 보다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②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문화재 지정구역에 바로 연접하고 있어 이 사건
문화재에서 바라볼 때 이 사건 토지에 신축될 주택이 조망될 가능성이 있고, 설령 조망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화재의 경관이라 함은 단순한 '조망'을 넘어서 문화재의 역사적 · 문화적 · 예술적 가치를 그 구성요소로 하는 '전체적인 조화'의 개념이므로, 이 사건 문화재에서 위 주택이 조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문화재의 전체적인 경관 훼손을 부인할 수 없다.
③ 피고는 이 사건 문화재로부터 일정 범위 이내에 위치한 주변 지역을 지형
지세, 조망 및 경관, 기존 시설물 등을 고려하여 5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을 개별심의 절차를 거치는 경우(1구역)부터 울산광역시 도시계획조혜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처리하는 경우(4구역)까지 단계적으로 구분하여 건축행위 등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허용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위 허용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토지는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위해 개별심의를 거쳐야만 현상변경허가를 할 수 있는 1구역에 위치한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이 사건 토지에 건물 신축을 위한 현상변경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이라는 공익을 고려하여 다른 구역보다 더 엄격하고도 신중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
④ 피고가 마련한 위 허용기준은 이 사건 문화재를 적정하게 보존함과 동시에 이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수립목적 및 절차,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회는 울산광역시 문화재보호 조례 및 위 허용기준에 따라 심의를 거친 결과 이 사건 신청 안건을 부결하였고, 피고는 위와 같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존중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처럼 문화재위원회의 전문적 판단 및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⑤ 피고는 이 사건 신청 이전인 2019. 12. 11.경 이 사건 토지에 주택을 신축하기 위하여 원고가 한 현상변경 등 허가신청에 대하여 불허가처분을 한 사실이 있는데, 당시에도 문화재위원회의 현장조사와 토론을 거친 심의결과 참석자 6명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어 원고의 신청이 부결되었다. 그때부터 이 사건 처분시까지 종전과 달리 허가처분을 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⑥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은 이 사건 토지 인근에 이미 건축된 주택, 창고, 비닐하우스 등으로부터 일정한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은 이 사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여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문화공간을 추가로 훼손하는 것을 정당화할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또한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할 경우 향후 형평의 관점에서 이 사건 토지 인근의 다른 토지들에 대한 현상변경허가를 거부하기 어려워져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이 사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문화재의 보존 ·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재우
판사 조현선
판사 황인아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