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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3. 28. 선고 2001헌바37 결정문 [형법 제156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정○균

국선대리인 변호사 임영화

당해사건

광주지방법원 98고단4049 무고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7. 9. 10. 광주고등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아 복역중인 자로서, 검찰에서 위 사기 등 피의사건(광주지방검찰청 96형제53221, 53293, 53339, 53367) 수사 당시 담당 검사 및 검찰주사가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진술내용과 달리 작성하므로 청구인이 날인을 거부하자, 임의로 보관하고 있던 청구인의 도장을 몰래 날인하였다는 취지로 1998. 1. 12.부터 같은 해 3. 3.사이에 법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 등에게 탄원서 또는 고소장을 작성, 제출함으로써 위 검사 등을 무고하였다는 내용으로 1998. 9. 15. 무고죄로 기소되어(광주지방검찰청 98형제29254호) 광주지방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98고단4049).

(2)청구인은 무고죄의 처벌조항인 형법 제156조헌법 제27조 제5항에 보장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2001초53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2001. 5. 24.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기록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은 결국 ‘형법 제156조는, 형사피해자로서의 진술권 행사를 고소인에

게 보장하지 아니하는 한 위헌’이라는 심판을 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바, 이 사건에서는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이전에 우선 이러한 심판청구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판단의 대상이 된다.

한편, 청구인은 광주지방검찰청 검사가 고소인인 자신을 상대로 고소사실의 진위에 대하여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공소제기 행위 자체의 부당성 내지 위헌성을 다투고 있기도 하나, 이러한 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으로는 허용되지 않음이 명백하므로 이를 별도로 심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형법 제156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청구이유, 법원의 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형법 제156조의 규정은 그 법문상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보장하는 형사피해자로서의 진술권 행사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였더라도 곧바로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아울러 법원으로 하여금 그러한 피고인을 상대로 사후신문을 하면서 헌법 제27조 제5항이 규정한 형사피해자로서의 진술권의 사전행사 여부에 관계없이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다 할 것이므로, ‘형사피해자로서 신고내용에 대한 진술의 기회를 고소인에게 보장하지 아니하는 한 위헌’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형법 제156조헌법 제27조 제5항과는 무관한 규정이다.

다. 광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헌법 제27조 제5항의 형사피해자진술권과 형법 제156조간에는 아무런 충돌이 없으며, 현행 형법 제156조의 규정에 의하여도 신고한 사실이 허위인지를 수사하여 허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갖추었을 때 무고로 공소제기하는 것이므로, 형법 제156조헌법 제27조 제5항에 위반된다고 볼 만한 사유가 없다.

3. 판 단

직권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지 본다.

우리 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이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심판의 대상을 ‘법률’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조항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단을 구하는 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상의 청구로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하면서도, 청구인의 주장이 단순히 법률조항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법률조항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등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청구로 이해되는 경우에는 한정위헌의 판단을 구하는 심판청구라 하더라도 이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상의 적법한 청구로 받아들이고 있다(헌재 1995. 7. 21. 92헌바40 , 판례집 7-2, 34, 36-37; 1997. 2. 20. 95헌바27 , 판례집 9-1, 156, 161-162; 1999. 3. 25. 98헌바2 , 판례집 11-1, 200, 208-209; 1999. 11. 25. 98헌바36 , 판례집 11-2, 529, 536; 2001. 8. 30. 2000헌바36 , 공보 60, 852, 853).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심판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지 본다.

법률조항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구하는 청구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청구로 이해되기 위하여는, 법률조항에 대하여 추상적․일반적으로 일정하게 구획할 수 있는 어떤 규율영역 내지 적용범위의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위헌성이 해소될 경우 자신의 사례도 구제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무고죄라는 것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그런데도, 청구인은 무고죄의 이러한 주관적․객관적 구성요건표지에 해당하거나 포함될 수 있는 요소나 사항을 지적하면서 그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범죄사실의 신고가 있은 후 고소인에게 진술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형법 제156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사실의 신고가 있은 후 고소인에게 진술의 기회가 보

장되었는지의 여부는 무고죄의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다. 검사가 고소인에게 진술의 기회조차 보장하지 않은 채 무고죄로 공소제기하였다면 그 고소인은 피고인으로서 우리 헌법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는 여러 가지 권리를 동원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으며, 만약 그러한 방어권의 보장이 불충분하거나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면 관련 법령이나 부당한 공권력을 대상으로 그 위헌 여부를 소정의 절차에 따라 얼마든지 다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형법 제156조의 규율영역 내지 적용범위에 해당하지도, 속할 수도 없는 위와 같은 문제를 다투면서 이를 형법 제156조의 위헌 여부와 결부시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형법 제156조 자체가 지닌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라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한 청구로 볼 만한 사정도 없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상의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