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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498 판결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군 복무 도중 발병한 정신분열증이 국가유공자등록 신청인의 내부적인 체질적·유전적 소인으로 발병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군 복무와 관련하여 정신분열증이 발병되었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하기 어려워 군 복무와 정신분열증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청주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는 군 입대 전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별다른 정신질환 증세가 없었는데, 입대 후 1년 5개월 가량 경과한 때에 비로소 정신분열증의 증세를 보인 점, 원고가 맡게 된 분대장으로서의 보직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행하여지는 폐쇄적인 병영생활 자체가 매우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원고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에게 군 복무 중에 받은 스트레스 외에 정신분열증의 발병원인이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가족 중에 원고의 발병 이전에 정신병으로 치료받은 사람이 없는 점, 정신분열증은 유전적 또는 생물학적 취약성을 가진 개인이 환경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병영생활 자체의 스트레스 및 2002년 7월부터 8월까지 사이에 분대장 교육, 보직 수행 등이 집적됨으로 인하여 받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그 정신질환적 소인이 악화되어 발병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군 복무와 원고의 정신분열증 발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고 피고의 이 사건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 (공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라 함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위 규정이 정한 상이가 되기 위하여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직무수행 등과 부상·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9. 23. 선고 2003두56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군 입대 전인 대학 시절 잠을 잘 못잔다는 이유로 신경과적 상담을 받는 등 우울증 증상이 있었던 사실, 원고의 부모도 원고가 이 사건 질병으로 전역한 후 각기 기분부전증 또는 공황장애로 약물치료를 받은 사실, 원고는 2001년 3월경 입대하여 소극적이고 내성적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고 하급 병사로서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긴 하였으나 별다른 문제 없이 교육훈련 및 보직을 수행하여 온 사실, 그런데 2001년 10월경 일병 휴가기간 중 자신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 정신과 병원에 가서 상담한 적이 있는 사실, 원고가 근무하는 부대는 2002년 초경 분대 대항 각종 운동경기를 하였는데, 원고는 그 승부 결과에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았음에도 다른 부대원들에 비해 그 승부의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사실, 이후 원고는 2002년 3월 상병 진급을 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멍청히 딴 생각을 하고 있거나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 동료들에게 자주 목격된 사실, 그 무렵 상관인 소대장에게 여자친구 문제로 상담하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군 복무 중직속상관인 임후암 중사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도 주장하나, 그 주장 내용이 위 중사가 잘못을 저지른 병사에게 기합을 주어 굴욕적인 느낌을 들게 하였다는 것일 뿐이고, 구체적으로 원고가 위 중사로부터 어떠한 경위나 상황에서 어떠한 내용의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그 정도는 어떠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 그 외 원고가 군 생활 도중 구타, 가혹행위 또는 따돌림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또한 원고가 근무하던 부대가 통상적인 부대와 비교하여 병사들이 특별히 정신적·육체적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부대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원고의 부대에서 분대장을 맡는 것이 다른 부대원에 비하여 특별히 그 업무의 강도가 중하거나 스트레스가 과중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 외 분대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외에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원고가 분대장 보직을 맡으면서 나타난 일련의 행동들은 정신분열증의 발병 원인이 아니라 정신분열증이 발병 내지 악화되면서 나타난 증상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원고는 2002년 중반 이후부터 정신분열증의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는데 그 무렵 원고의 나이는 만 21세 중반으로서 이는 남성에게서 정신분열증이 호발하는 평균연령과 일치하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가 군 복무 도중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의 정신분열증은 원고의 내부적인 체질적·유전적 소인으로 인하여 발병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군 복무 중 공무와 관련하여 위 질환이 발병되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그 내세운 사정만으로 원고의 군 복무와 정신분열증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