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2017상,610]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전자문서로 작성한 다음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공소제기의 효력 범위(=서면에 기재된 부분) / 검사가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하여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에 관하여 엄격한 방식에 의한 서면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그 밖에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여야 하며( 제254조 제1항 , 제3항 ),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제266조 ). 또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여야 하므로( 제57조 제1항 ),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형사소송에서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식에 따르지 않은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공소기각을 선고하여야 한다( 제327조 제2호 ).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문자 등의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 제314조 ), 그에 관한 증거조사방법이나 강제처분절차도 규정하는 등(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 , 제106조 등)으로 전자정보의 활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제기에 관하여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입법적 조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열어보거나 출력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이하 ‘전자문서’라 한다)로 작성한 다음 종이문서로 출력하지 않은 채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법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저장매체나 전자문서를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소사실에 포함시켜야 할 범행 내용이나 피해 목록이 방대하여 전자문서나 CD 등 저장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또한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가 허용된다고 보는 것은 형사소송법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가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하여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문서 부분을 제외하고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만으로 공소사실을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그 기재 내용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런데도 검사가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공2017상, 191)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도11138 판결 (공2017상, 300)
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김무겸 외 1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직권으로 판단한다.
1.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에 관하여 엄격한 방식에 의한 서면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공소를 제기하려면 공소장을 관할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그 밖에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죄명, 공소사실, 적용법조를 기재하여야 하며( 제254조 제1항 , 제3항 ), 공소가 제기된 때에는 지체 없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제266조 ). 또한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하여야 하므로( 제57조 제1항 ), 공소장에는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형사소송에서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방식에 따르지 않은 공소제기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공소기각을 선고하여야 한다( 제327조 제2호 ).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여, 형사소송절차에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문자 등의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 제314조 ), 그에 관한 증거조사방법이나 강제처분절차도 규정하는 등( 형사소송법 제292조의3 , 제106조 등)으로 전자정보의 활용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제기에 관하여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입법적 조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검사가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열어보거나 출력할 수 있는 전자적 형태의 문서(이하 ‘전자문서’라 한다)로 작성한 다음 종이문서로 출력하지 않은 채 저장매체 자체를 서면인 공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서면에 기재된 부분에 한하여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를 허용하는 법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저장매체나 전자문서를 형사소송법상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공소사실에 포함시켜야 할 범행 내용이나 피해 목록이 방대하여 전자문서나 CD 등 저장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거나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변론에 응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또한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전자문서나 전자매체를 이용한 공소제기가 허용된다고 보는 것은 형사소송법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가 전자문서나 저장매체를 이용하여 공소를 제기한 경우, 법원은 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문서 부분을 제외하고 서면인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만으로 공소사실을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그 기재 내용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검사에게 특정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런데도 검사가 특정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도3682 판결 참조).
2. 공소장에 기재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공소외 2 주식회사의 회장이자 실제 운영자이고, 피고인 2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피고인들은 위 각 법인을 운영한 수익으로 회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신규 회원의 가입비로 종전 회원에게 수당을 지급해 줄 의사만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법인을 운영한 수익으로 수당을 보장해 줄 것처럼 피해자 공소외 4를 기망하여 2015. 7. 8.부터 2015. 8. 29.까지 9차례에 걸쳐 합계 889만 원을 회원가입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2015. 3. 27.경부터 2015. 9. 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77,915회에 걸쳐 합계 71,497,860,000원을 지급받았다.
위 공소장의 본문에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공소외 4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은 내역만이 기재되어 있다. 공소장에 별지로 첨부된 범죄일람표는 총 2장인데, 순번 1번부터 43번까지, 77,924번부터 77,933번까지의 공소사실이 날짜 순서에 따라 장소, 피해자, 구좌수, 피해금액, 기망방법 등의 항목에 맞추어 기재되어 있다. 이는 피고인들이 2015. 3. 27.부터 2015. 3. 30.까지 그리고 2015. 9. 30.에 지급받은 금전의 내역에 해당한다.
그 밖에 범죄일람표의 순번 44번부터 77,923번에 해당하는 중간 기간의 지급내역은 공소장에 서면으로 첨부되어 있지 않고, 다만 검사가 공소장에 첨부한 CD에 이를 포함하여 순번 1번부터 77,933번까지 금전지급 내역 전체를 별지 범죄일람표와 동일한 방식으로 정리한 엑셀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장에 첨부된 CD나 그것에 저장된 엑셀파일은 공소장의 일부인 ‘서면’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엑셀파일에 기재된 부분까지 적법하게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사기죄에서 여러 피해자에 대한 금전 편취행위는 원칙적으로 각각 별개의 죄를 구성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 범죄일람표의 순번 1번부터 43번까지, 77,924번부터 77,933번까지에 해당하는 부분은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만, 나머지 순번 44번부터 77,923번에 해당하는 부분은 전체 횟수, 기간과 피해액의 합계만을 알 수 있을 뿐 피해자가 누구인지, 피해자별 피해금액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부분을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만일 검사가 이를 특정하지 않으면 이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실체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소제기 방식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위와 같이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그 부분과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공소외 5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들이 이른바 ‘이벤트 구좌’, 즉 실제로 가입비를 납부하지 않고 직급보너스 등의 명목으로 추가로 인정받은 구좌가 존재한다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그 진술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구좌에 해당하는 가입비에 대하여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함과 아울러 특정된 공소사실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이벤트 구좌가 포함되어 있는지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여 재산적 처분행위가 존재하는 범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