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무죄
대구고등법원 2011. 11. 3. 선고 2011노204 판결

[강제추행치상·공갈·상해·감금][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승영

변 호 인

공익법무관 권영필(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1)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협박하여 추행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폭행·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나머지 각 죄와 관련하여서도, 피고인이 원심 판시 각 범행을 저지른 바가 없음에도 신빙성이 없는 피해자 등의 진술만을 믿고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증거판단을 잘못하거나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기초되는 사실관계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이 인정된다.

(1)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0. 1.경 알게 된 이래, 같은 해 2-3월경 처음으로 정식 만남을 가졌는데, 그 처음 만난 날 성관계를 가졌고, 그 이후부터 내연관계로 지냈으며, 위 관계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고소한 무렵인 2010. 11. 1.경까지 계속되었다.

(2) 내연관계로 지내는 동안 피고인과 피해자는 1주일에 1회 내지 많게는 2-3회까지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거의 성관계를 가졌다.

(3)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는 만나는 동안 별지 ‘문자메시지 내역’을 비롯하여 아래에서 일부 발췌하여 언급하는 것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았고[문자메시지 내용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거나 삭제된 것을 복원한 것으로서 증거로 제출된 범위 내에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문자메시지 내용이나 두 사람 사이의 관계 및 통화내역 조회(증거기록 350쪽 이하) 등에 비추어 두 사람은 증거로 제출되어 확인할 수 있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나 그 내용을 전부 확인할 수는 없다], 많은 전화 통화를 하였는데, 그 문자메시지의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매우 다정하고 애틋한 연인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4) 피해자는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는 피고인이 보낸 문자에 답장 형식으로 보낸 것인데, 짧게 문자를 보내면 성의 없이 문자를 보낸다고 피고인이 화를 내거나 욕을 하고 폭행을 했기 때문에 성의 있게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욕을 하거나 폭행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의 내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위 주장은 선뜻 믿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빨리 떠나길 바란다면 나한테 잘해줘, 관심 가지고 문자도 하기 싫은데 마지 못해 하려니 ’몇 자‘ 적어 보내지“라는 내용이 포함된 편지를 교부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증거기록 80쪽 이하), 위 편지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그 관계를 정리하던 무렵인(이 사건 감금 범행 이후의 일이기도 하다) 2010. 10. 30.에 교부한 것이고, 그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헤어지는 연인관계에서 통상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는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위 편지만으로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나. 공갈의 점에 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2010. 4. 16. 01:30경 안동시 서후면 명리 (지번 생략)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와 함께 있던 중, 남편의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자 피해자를 침대에 넘어뜨린 후 일어나지 못하게 잡고 “이 씨발년아 못보내 준다. 사단을 한 번 내 볼까. 너는 지금 내가 보내주면 분명히 연락하지 않을거다. 너를 못 믿으니까 가지고 있는 패물을 모두 빼놓고 가라.”라고 말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그 자리에서 착용하고 있던 시가 200만 원 상당의 목걸이, 반지, 팔찌 등의 패물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0. 5. 23. 저녁 무렵 위 피고인의 집에서“다니는 대리운전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차를 구입해 대리운전을 해야겠다. 100만 원만 주면 사단도 내지 않고 조용히 헤어져 주겠다.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려 사단을 내겠다.”라고 말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2010. 5. 24. 08:00경 피고인의 집에서 현금 1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0. 8. 16. 아침 무렵 위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대리운전 사무실 계약을 해야 하는데 300만 원이 필요하니 보증을 서 달라.”라고 이야기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니가 움켜쥐고 있는 니 가정, 니가 누리고 있는 것이 내한테 비하면 새발의 피다. 내가 사단을 내지 않아서 니가 누리고 있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한테 고마워 해야 된다. 내가 사단을 내지 않으면 장래가 편할 것이고 사단을 내면 너는 영원히 불행할 것이다. 이번에 300만 원만 해 주면 사단을 내지 않고 끝을 내 주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에게 겁을 주었다.

그리고 피고인은 2010. 8. 17. 08:30경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를 하여 돈을 준비하였는지 물었으나 피해자가 돈을 구하지 못하였다고 하자 “이 씨발년이 왜 거짓말을 해. 야 이년아, 니한테 그 정도 능력은 있잖아. 내한테 돈 주는게 아깝냐.”라고 욕설을 하고, 다시 피해자가 앞으로는 연락도 하지 않고 남편에게 알리지도 않겠다는 각서를 써 주면 송금을 해 주겠다고 하자 “이년아, 나는 갑이고 너는 을이기 때문에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떠들 자격도 없어.”라고 말하며 겁을 주어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자신 명의의 우체국 계좌로 3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갈취하였다.

(2) 2010. 4. 16.자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이 없고, 패물을 교부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우선 이 부분과 관련한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 있을 뿐인데(피해자의 언니 공소외 1의 진술은 나중에 피해자로부터 패물을 빼앗긴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피해자는,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고인에게 “나는 가정을 지켜야 하니까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헤어지자고 하였더니 피고인이 “그건 니 생각이고 나는 못헤어진다, 니를 보내줄 수도 없다. 니 가정 깨지게 사단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를 보내주지 않았고, 그러던 중 피해자의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였더니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말하면서 협박하는 바람에 패물을 교부하였다는 것이다(증거기록 223쪽 이하).

살피건대,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위 범행일로부터 4일 뒤인 2010. 4. 20. 이후 피고인에게 아래 표와 같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이후에도 매우 애틋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서로 주고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증거기록 68쪽 이하 참조).

본문내 포함된 표
발송일시 내용
2010. 4. 20. 20:12 그래 당신에 뜻 다 알겠는데- 힘들어 내 맘 속에 당신을 지우기가 힘들어- 나 야망 없어
2010. 4. 21. 08:45 전화기 일부러 꺼 논 건 아니길 바래-- 당신 좋은 사람 같은데-- 왜 나 그립게 만들어
2010. 4. 21. 10:18 나 그런 이용 존재 몰라 그냥 자기가 그립고 편안하고 좋아 당신이 나 싫지 않다면 밀어내지 마
2010. 4. 21. 11:43 그냥 당신이 독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애 그냥 선한 사람 -- 이렇게 할 거면 왜 시작했어 시작하지 말든지-
2010. 4. 21. 16:12 당신 출근 몇 시에 할 건데-- 나 퇴근길에 커피 한 잔만 같이 마시고 출근함 안될까??
2010. 4. 21. 16:53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어-- 당신이 그냥 보고 싶을 뿐-- 당신이 아니람 잊어야겠지만-
2010. 4. 21. 16:54 자고 있을 것 같네-- 난 출근 준비하고 나가기 5분 전- 푹 자고 문자해- 어쨌든 뒷일은 몰라 지금은 보고 풀 뿐이야
2010. 4. 22. 10:39 나 당신이 원하는 거 다 채워줄 수 없는 여자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당신을 잊기가 힘들어-
2010. 4. 22. 12:14 난 당신 옆에 있음 안돼-- 당신이 그리던 사랑 나타나거든 떠날게-- 그것도 안될까 --
2010. 4. 22. 12:22 당신 곁에 착한 여자 있을 때 그때 내가 당신 보내줄게 짐은 아닌 것 같아 난 아직 시작도 못했어
2010. 4. 24. 02:02 자기야 내말 빈정대지 말고 자기 나 사랑해줘-- 나 자기 상황 다 알아- 그래도 자기가 좋아-
2010. 4. 24. 02:05 난두 넘 힘들었고 짐두 힘들어-- 당신 잊는다는거 맘대로 안돼- 왜 답이 없노-- 슬프게-- 내 생각하면서 잘 자--

위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기를 간절히 원하였음에도 피고인의 협박 등에 의하여 헤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기보다는, 헤어지자고 하는 피고인을 오히려 피해자가 붙잡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불과 4일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소사실과 같이 협박하여 패물을 교부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하였음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패물’과 관련하여 보건대, 패물 자체가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 패물을 소지하고 있다거나 이를 처분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피해자는 위 패물을 약 200만 원 정도에 구입하였는데(증거기록 168쪽), 피해자가 산 것도 있고, 남편이 선물로 사 준 것도 있으나, 그 구입과 관련한 영수증, 제품보증서 등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진술하였다(증인 공소외 2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증거기록 228쪽 등 참조). 금붙이인 패물의 경우 제품보증서나 영수증을 함께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것인데, 피해자가 그 자료조차 전혀 보관하고 있지 않은 사정까지 아울러 고려하면, 결국 위 패물은 그 존재 여부 자체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공소사실과 같은 경위로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하였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3) 2010. 5. 24.자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협박한 적이 없고, 피해자로부터 100만 원을 교부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공소사실 기재 갈취 범행 당일인 2010. 5. 24. 19:45에 ‘짐 목욕탕 드간다 이따 봐’, 같은 날 21:10에 ‘어디야 9시 30분에 나갈 수 있는데’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피고인에게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증거기록 68쪽 참조). 위 문자메시지의 발송일시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그 전날 저녁에 피고인으로부터 ‘100만 원만 주면 사단도 내지 않고 조용히 헤어져 주겠다.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려 사단을 내겠다’는 협박을 당하였다고 선뜻 인정하기 어려우며, 그렇다면 피해자가 위 돈을 교부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협박당하였기 때문에 위 돈을 교부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피해자가 위 돈을 피고인에게 실제로 교부하였는가’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해자는 위 돈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 때문인지 하여튼 돈이 필요해서 미리 돈을 찾아놓은 것이 있어서 그 돈을 가지고 있었다거나(증거기록 231쪽), 작은 아이가 수시로 돈을 달라고 하였기 때문에 100만 원은 집에 거의 두었는데(증인 공소외 2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위 돈은 국민은행이나 농협에서 찾은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공판기록 83쪽). 우선 피해자가 위 돈을 보관한 경위와 관련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일 서울에 있는 딸에게 돈을 줄 생각이었다면, 은행계좌를 통하여 바로 송금하면 될 것을 굳이 은행에서 돈을 찾아 집에 보관할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학생인 자녀에게 용돈을 주기 위하여 1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집에 항상 보관하였다는 진술도 선뜻 믿기 어려운바, 피해자가 위 돈을 보관하게 된 경위에 관한 진술이 석연치 않고,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 피해자가 위 돈을 실제 보관하고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위 돈을 피고인에게 교부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현금 100만 원을 보관하고 있었던 점 및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점 또한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2010. 8. 17.자 범행에 관하여

피고인은 300만 원을 피해자로부터 차용하였을 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갈취한 바는 없고, 당시 한문으로 된 차용증을 피해자에게 작성하여 주었음에도, 피해자가 한글로 다시 차용증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여 며칠 후 한글로 차용증을 작성하였지만 이를 피해자에게 건네주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새로 작성한 한글 차용증이 바로 증거기록 59쪽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300만 원을 송금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해자는 위 범행 전후에도 피고인에게 연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특히 2010. 8. 14.에는 ‘나 자기 많이 사랑해’, ‘왜 당신은 사랑한단 말 안해주는데-’, ‘여기 들렸다 갈래 커피 줄게’, ‘당신 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맞지’, ‘나 집에 잘 들어왔고 짐 화장실이야- 운전 조심하고 사랑해’, ‘오늘 조용해- 난 빨래 널어- 당신 생각하면서’, ‘신랑 자는데- 답 좀 해줘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2010. 8. 15.에는 ‘그랬구나- 알서 수고하고 사랑해’, ‘저두 당신 사랑합니다- 영원히 사랑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순차적으로 보냈고(증거기록 62쪽 이하), 위 범행 이후인 2010. 8. 19.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뭘 확인해달라는 건지’, ‘연락바랍니다’, 2010. 8. 23.에는 ‘몰라’, ‘연락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2010. 9. 16.에는 ‘배고프지 마트에서 간단한 거 뭐 사갈까 문자해 줘 옷만 입음 나갈게’, ‘당신 먹고 싶은거’, ‘다른 소리는 난두 짐 나가’, ‘많이 힘들어하지 말고 조심운전해요’, ‘뭐가 무슨 말이야 당신 걱정되’(증거기록 316쪽 이하)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차용증’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으로부터 한문으로 작성된 차용증을 받은 사실도 없고, 나중에 한글로 차용증을 작성해 달라고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였다(증거기록 235쪽, 공판기록 117쪽 등 참조). 그러나 피해자는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피고인에게 돈을 주었을 때 증인이 ‘차용증 같은 것을 써 줘야 되지 않느냐’고 하자, 피고인이 한자로 작성된 차용증을 주기에 증인이 한글로 작성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한글로 된 차용증은 작성해 주지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하여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고,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는바,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증거기록 59쪽의 차용증에 작성일시가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이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 하여 내치고, 선뜻 믿기 어려운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하여 위 300만 원의 성격을 차용금이 아니라 갈취금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위 문자메시지의 내용, 차용증 작성 등 돈을 송금받은 전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협박당하였다거나, 위 협박에 겁을 먹어 300만 원을 갈취당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상해의 점에 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2010. 10. 21. 08:00경 안동시 정하동에 있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이 원할 경우 하루 외박을 해 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였다는 이유로 “너 뒤지고 싶나. 사단 내 볼래.”라고 욕설을 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면서 밀어 소파에 넘어뜨려, 피해자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경부 찰과상 등을 가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0. 10. 31. 20:50경 안동시 정하동에 있는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가 휴대전화기의 전원을 끄고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이 씨발년이 죽여버린다. 손님들 있는데 사단내면 즉방이겠네. 시댁에 알려야겠다.”라는 등으로 욕설을 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에게 약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목의 다발성 얕은 손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2) 법리

상해죄에 있어서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고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상해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673 판결 , 2003. 7. 11. 선고 2003도2313 판결 등 참조).

(3)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가) 2010. 10. 21.자 범행에 관련된 사정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①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범행일의 다음날인 2010. 10. 22. 07:23에 ‘신랑 출근했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증거기록 63쪽, 340쪽), ②2010. 10. 21.자 범행으로 인한 상처의 증거라고 제출된 휴대전화기로 촬영한 사진(증거기록 102쪽)에 의하면, 목 부위가 약간 긁힌 정도로서 그 상처의 정도가 매우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피해자는 위 상처와 관련하여 병원에 간 적이 없고, 특별히 치료를 한 사실도 없는 점(증인 공소외 2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등이 인정된다.

(나) 2010. 10. 31.자 범행에 관련된 사정

위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이 인정된다.

①피해자는 위 범행일시 전후에 별지 ‘문자메시지 내역’과 같은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피고인에게 보낸 사실이 인정되고(증거기록 62쪽 이하 및 309쪽 이하 참조), 특히 위 범행시각은 20:50경인데 그 직전인 19:14에 ‘어쩌나- 미안해서 애들 자고 간대’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범행 직후인 21:08에 ‘그래’, 21:42에 ‘짐 술상 차려 30분 정도 후에’, 21:45에 ‘그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②피해자는 2010. 11. 1.에 전화로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다음날인 11. 2.에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그 당시 ‘(피고인이) 2주 전에는 울 집에 와서 죽인다고 목을 조르고 때리고 해서 목에 상처도 났고, 이후에도 걸핏하면 죽인다고 목 조르고 때리고 함’이라고 기재하여 2주 전 상해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이틀 전인 2010. 10. 31.자 상해 범행에 관하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162쪽).

③피해자는 위 상처와 관련하여서도 집에 있는 연고 정도는 발랐지만 그 이상의 치료를 하거나 병원에 간 사실은 없는데, (2010. 11. 2.에)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였더니 경찰관이 “법원에서는 증거가 없으면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진단서를 하나 떼 오는 것이 좋겠다“라고 조언을 하여 비로소 2010. 11. 3.에 병원에 가게 되었다.

④위와 같은 경위로 진단서를 발급받게 되었는데, 당시 병원에 가서도 진단서만 발급받았을 뿐, 달리 주사를 맞거나 약을 처방받는 등 치료를 받은 사실은 없다.

⑤진단서상 병명도 ‘목의 다발성 얕은 손상’으로서 그 상처의 정도가 중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상해 부위와 관련한 사진이 촬영되어 제출된 바도 없다.

⑥위와 같이 피해자는 2010. 11. 2.에 고소한 후, 다음날인 11. 3.에 진단서를 발급받았고, 그 다음날인 11. 4.에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비로소 위 상해사실을 언급하였는데, 그 범행일을 2010. 10. 24.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74쪽 참조, 다음날인 2010. 11. 5.에 제2회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위 범행일을 10. 31.로 정정하였다(증거기록 191쪽 참조)].

(다) 판단

위 인정사실 등을 토대로 살피건대, ①위 각 상해일에 인접한 일시에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앞에서 본 바와 같은 매우 친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됨에 반하여, 공소사실 기재 각 일시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다른 객관적인 자료는 없고, ②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발송일시 및 내용 등에 비추어 선뜻 믿기 어려운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는 피해자가 위 각 일시에 ‘피고인으로부터 폭행당하여’ 공소사실과 같은 상처를 입었음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도 없으며[특히 2010. 10. 31.자 범행시각인 20:50경 전후로(19:14과 21:08)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나)의 ①항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되는데, 위 범행시각에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욕설하면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상해를 가하였다고는 선뜻 믿기 어렵다], ③2010. 10. 31.자 상해의 경우에는 고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던 상해사실이 위와 같이 고소 이후에 발급된 진단서를 토대로 구체화되기도 한 점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실제 폭행을 당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다른 경위로 위와 같은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위 각 상해를 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처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상처는 피해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고 나아가 그 회복을 위하여 치료행위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정도로서 상해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도 없다.

라. 감금의 점에 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10. 26. 07:30경 안동시 정하동에 있는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차에 피해자를 태운 다음 안동시 서후면 명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왔다. 그런 다음 피고인은 “지금부터 너는 인간 취급을 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곧바로 피해자의 겉옷과 속옷을 모두 벗긴 다음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한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버렸다. 그 후 피고인은 그 때부터 2010. 10. 28. 20:00경까지 사이에 피해자의 거듭되는 귀가 요구를 묵살한 채 피해자를 자신의 집에서 내보내지 아니하는 등으로 그녀를 감금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합의 하에 피해자가 외박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이 인정된다.

①우선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가게 된 경위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는 조건으로 1박을 해 달라고 해서 가게 되었는데, (남편에게는) 언니가 아파서 병간호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갔고, 다음날에는 언니가 더 심하게 아파서 (집에) 못 간다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공판기록 77쪽 이하), 피고인이 2011. 10. 21.에 피해자에게 ‘오해할까봐 내 의사를 명백히 밝혀- 외박하고 난 뒤 난 떠나- 나도 당신과의 더 이상의 관계 연결되는 거 바라지도 원치 않고 끝났음 해- 이게 내 마음이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증거기록 294쪽 참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외박 후 헤어지기로 하는 잠정적인 합의가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가서 자게 된 것 또한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②피해자는 위 당시 외박 등에 응하지 아니하면 피고인이 ‘바로 남편에게 알린다’는 등 무섭게 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와 같은 외박에 응하였다고 주장한다. 남편 및 가정이 있는 피해자로서는 남편 몰래 피고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과의 관계 유지 여부에 관하여 크게 고민하고 있었던 흔적이 엿보이고, 피고인 역시 피해자와의 관계 유지 여부를 갈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남편을 속이면서까지 외박을 결정한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 이외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외박에 응하지 아니하면 남편에게 알린다’는 등의 협박성 말을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감금에서 2010. 10. 28. 20:00경에 해방되었다는 피해자가 다음날인 2010. 10. 29. 10:18부터 피고인에게 ‘가기 전에 잠깐 커피 마시고 갈 수 있음 들려’, ‘몇 시쯤 올거야-’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비롯하여 별지 ‘문자메시지 내역’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피해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에게 감금당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다른 증거는 없다.

③피고인이 감금 기간 동안에 특별히 피해자를 폭행한 적은 없고(증거기록 180쪽), 피해자는 감금 기간 동안 피고인이 집을 비워 피해자 혼자 한 시간 정도 있은 적도 있어서 집에 돌아갈 수도 있었으나, 피해자로서는 그냥 가버리면 피고인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그냥 편안히 보내주기를 기다리는 등(공판기록 78쪽), 감금 기간 동안 피고인이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지배한 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

④피해자는 “감금에서 해방되는 날 영천암이라는 암자에 점을 보러 갔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점을 보았는데 너무너무 좋은 사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피해자가 둘이 같이 가서 정확히 들어보자고 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절대 인상을 쓰지 말고 웃으면서 결혼할 사이니까 날을 잡는 내용으로 가보자고 하여서 가게 되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는바(공판기록 85쪽), 이 또한 감금에서 해방된 피해자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헤어져야만 하는 연인이 이별을 갈등하는 상황에서 서로 합의 하에 공소사실 기재 감금기간 동안 함께 지낸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감금하였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강제추행치상의 점에 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10. 27. 00:00경 안동시 서후면 명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위 라.의 (1)항과 같이 피해자를 감금하고 있던 중 피해자에게 “앞(음부)에는 남편이 첫 남자지만 뒤(항문)에는 내가 첫 남자가 되어야 하겠다. 사단을 낼 것이다. 죽어도 해야 한다.”라는 등으로 피해자를 협박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자신의 성기를 꺼내어 피해자의 항문에 삽입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2010. 10. 27. 23:30경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가 “너무 아파서 죽어도 못하겠다.”라고 거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개같은 년이 어제보다 더 못 참는다. 충분히 참을 수 있는데 하기 싫으니까 아픈 척을 한다. 나는 오늘 정복을 하기 전에는 못 보내준다.”라고 피해자를 협박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자신의 성기를 꺼내어 피해자의 항문에 삽입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약 5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회음부 미란 및 외음부 염증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위와 같은 항문성교는 피해자와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폭행·협박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앞에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항문성교행위를 한 사실,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해를 입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우선 위 ‘감금의 점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피해자가 외박을 하게 된 경위, 감금 기간 전후의 사정, 별지 ‘문자메시지 내역’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②피고인이 항문성교 당시에 피해자를 폭행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협박하였다는 것인데, 위 ‘감금의 점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살펴본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만을 믿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와 같이 협박하였음을 섣불리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③피해자가 혼자 성인용품점에 들어가서 항문성교용 젤을 구입한 점(공판기록 80쪽, 증거기록 195쪽, 248쪽 등 참조), ④항문성교로 인하여 피해자가 항문 부위에 상처를 입게 되자 피고인이 피해자를 차에 태워 함께 산부인과에 가기도 한 점(증거기록 246쪽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상호 합의 하에 항문성교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소사실과 같이 협박하여 강제추행하였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바. 소결론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나. 다. 라. 마.항 중 각 (1)항 기재와 같은 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진만(재판장) 이영철 이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