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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7. 24. 선고 2002헌마508 판례집 [증명서발급요청거부처분 등 위헌확인]

[판례집15권 2집 158~16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어 발급할 수 없다고 알려준 행정청의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선거인의 신분확인을 위해 사진이 첩부된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 발행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7조 제1항 및 신분증명서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공직선거관리규칙 제8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각 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화양동장이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를 발급해달라는 청구인의 요청에 대하여 그러한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으므로 발급해줄 수 없다고 답변한 것은 관련 법령을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청구인의 요청에 따른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다는, 현재의 법적 상황에 대한 행정청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청구인이 요청하는 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음을 단순히 알려주는 정도의 내용에 불과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법률관계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 바 없으므로 이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

2.투표과정에 있어서 선거인 본인 확인은 위장투표, 대리투표 등의 투표부정행위를 방지하여 정확한 민의의 반영과 선거의 공정한 집행을 위한 필수적 절차라 할 것이고, 다만 그 신분확인을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 즉 그 방법을 다양하게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방법으로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그 나라의 역사, 전통과 문화, 국민의 의식수준, 정치적 사회적 영향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결정하는 것이어서 이에 의한 제한은 선거권 자체의 제한이 아니고 선거권 행사에 있어 필수적인 절차인 신분확인의 제

도상 요구되는 내재적 제한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제한의 폭을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주민등록증은 만 17세에 달한 국민은 신청만 하면 발급받을 수 있고, 주민등록증 외에도 여권, 운전면허증, 자격증, 학생증 등 신분증명서로 인정될 수 있는 것들이 다수 있어 선거인으로서는 그 중 어느 하나의 신분증명서라도 제시하면 투표를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조항이 정하는 신분증명방법이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선거권자라고 인정되어 선거인명부에 등재가 된 선거인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인 신분확인방법으로 한정된 종류의 신분증명서만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신분증명서가 없을 경우 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단지 절차적인 이유로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주권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 각 조항이 인정하는 신분증명방법은 그 인정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여 청구인과 같이 신분증명서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자의적인 입법이라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된 것) 제157조(투표용지수영 및 기표절차) ① 선거인은 자신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참관인의 참관하에 주민등록증(주민등록증이 없는 경우에는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증명서로서 사진이 첩부되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여권·운전면허증·공무원증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말한다. 이하 “신분증명서”라 한다)을 제시하고 본인임을 확인받은 후 투표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 앞에서 선거인명부에 서명 또는 무인하고, 투표용지 1매를 받아야 한다.

②~⑧ 생략

② 법 제15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는 위 법조항에 규정된 것 외에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경로우대증·장애인수첩·자격증·기

타 사진이 첩부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말한다.

③ 생략

③투표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은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지 아니한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교부하여서는 아니된다.

④~⑧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1994. 8. 31. 92헌마174 , 판례집 6-2, 249

2. 헌재 1997. 6. 26. 96헌마89 , 판례집 9-1, 674

당사자

청 구 인 윤○식

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이은우 외 1인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화양동장의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 발급거부통보에 대한 부분을 각하하고, 나머지 부분을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구 주민등록증은 발급받아 이를 소지하고 있었으나, 주민등록법이 1999. 5. 24. 개정되어 주민등록증을 일제경신하여 발급하도록 한 이후에는 지문날인을 거부하여 (신)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다.

(2)청구인은 2002. 6. 13.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들도 투표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7조 제1항공직선거관리규칙 제82조 제2항에 대한 해석

을 요청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하여 2002. 4. 25. ‘투표소 본인여부 확인을 위한 신분증명서에 관한 질의회답’이라는 제목 하에 “동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는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회답을 하였다.

(3)그러자 청구인은 2002. 6. 10. 서울 광진구 화양동사무소에 6. 13. 지방선거에서 선거인 본인확인을 위한 증명서로 사용할 목적임을 밝히고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의 발급’을 요청하였으나 화양동장이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는 법률상 발급근거가 없어 발급할 수 없다고 회시하였다. 청구인은 6. 13. 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못하였다.

(4)이에 청구인은 화양동장이 위 증명서를 발급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발급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청구인의 선거권을 박탈하였고, 공공기관 또는 관공서에서 발행하는 사진이 첩부된 증명서가 있어야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57조 제1항공직선거관리규칙 제82조 제2항은 청구인의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2. 8.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화양동장이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어 발급할 수 없다고 알려준 행위(이하 “발급거부 통보”라 한다)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는지의 여부와 ②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8. 4. 30. 법률 제5537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157조 제1항공직선거관리규칙(1998. 4. 30.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제154호로 개정된 것, 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82조 제2항(이들을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이 사건 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선법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①선거인은 자신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참관인의 참관하에 주민등록증(주민등록증이 없는 경우에는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증명서로서 사진이 첩부되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여권·운전면허증·공무원증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신분증명서를 말한다. 이하 “신분증명서”라 한다)을 제시하고 본인임을 확인받은 후 투표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 앞에서 선거인명부에 서명 또는 무인하고, 투표용지 1매를 받아야 한다.

③투표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은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지 아니한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교부하여서는 아니된다.

규칙 제82조(투표의 계속진행)②법 제15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는 위 법조항에 규정된 것 외에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경로우대증·장애인수첩·자격증·기타 사진이 첩부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말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발급거부 통보에 대하여

동사무소에서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표 등본이나 초본에 사진을 첩부하여 본인임을 확인하는 증명서를 발급해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양동장이 단순히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증명서의 발급을 거절한 것은 청구인과 같이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급한 주민등록증, 여권 등의 증명서가 없는 사람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다.

(2) 이 사건 조항에 대하여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본인 확인방법은 다양하게 인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항은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사진이 첩부된 증명서만을 본인확인의 방법으로 인정함으로써 합리적 이유 없이 청구인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 화양동장의 의견

주민등록법에 의하면 신분의 확인은 주민등록증에 의하여 확인하도록 되어 있으며(주민등록법 제17조의9) 주민등록표 등·초본은 신분을 증명하는 증명서로 교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주민등록표의 내용을 규정된 서식에 의거하여 교부할 수 있는 것으로(주민등록법 제18조, 동법시행규칙 제13조)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표 등본 또는 초본에 임의로 사진을 첩부하여 그것을 증명서로 발급하는 것은 현행 주민등록법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민등록표 등본 또는 초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를 발급하여 달라는 것은 주민등록법상 그 근거가 없어 신청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 발급을 안해주었다고 하여 청구인의 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발급거부 통보의 위헌확인청구부분

화양동장의 증명서 발급거부 통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

사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다.

(1)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 지위를 그에게 불리하게 변화시키기에 적합해야 한다(헌재 1994. 8. 31. 92헌마174 , 판례집 6-2, 249, 264 참조).

(2)청구인은 화양동장이 청구인에 대하여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의 발급을 거부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음을 전제로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다투고 있으나, 화양동장이 주민등록표 등본에 사진을 첩부한 증명서를 발급해달라는 청구인의 요청에 대하여 그러한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으므로 발급해줄 수 없다고 답변한 것은 관련 법령을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청구인의 요청에 따른 증명서는 발급근거가 없다는, 현재의 법적 상황에 대한 행정청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청구인이 요청하는 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음을 단순히 알려주는 정도의 내용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화양동장의 발급거부 통보는 청구인의 법률관계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 바 없으므로 이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을 그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위헌확인청구부분

청구인이 선거권을 행사하고자 했던 2002. 6. 13. 지방선거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주관적인 기본권의 침해상태는 종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선거인 본인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신분증명서의 제시를 요구하는 것이 신분증명서가 없는 국민들에 대한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헌법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성질이 있는 것이므로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함이 상당하다(헌재 1997. 6. 26. 96헌마89 , 판례집 9-1, 674, 678 참조).

4. 이 사건 조항의 본안에 대한 판단

가.선거인 본인 확인방법에 관한 입법연혁 및 입법례

주민등록증 제도가 실시되기 전 국회의원선거법대통령선거법은 투표통지표를 제시하고 선거인 본인임을 확인받도록 하고, 선거인 본인 여부가 의심

스러울 때에는 선거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동·리·반장이나 인근거주인 등의 증언을 들어 그 본인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였으나, 1968. 5. 29. 주민등록법 개정으로 주민등록증 발급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이후에는 주민등록증과 투표통지표를 제시하고 본인임을 확인받되 투표통지표를 지참하지 아니한 선거인이라도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선거인임이 확인된 때에는 투표용지를 교부하도록 하였다. 1994. 3. 16. 공선법 제정시 투표통지표 제도가 없어졌는바 그 대신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중 하나를 제시하고 본인임을 확인받도록 하였으며, 1998. 4. 30. 개정된 공선법은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외에 규칙이 정하는 신분증명서, 즉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경로우대증, 장애인수첩, 자격증, 기타 사진이 첩부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로까지 신분증명서의 범위를 확대하였고 그 규정이 현재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신분증명서 외에 자신이 선거인명부에 기재된 선거인임을 선서하거나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서면에 서명하는 방법을 허용하고 있고, 같은 선거구 거주자의 증언으로 신분증명서를 대체하는 주도 있다. 일본도 선거인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 때 본인이라는 뜻을 선언하고 그 내용이 기재된 서면에 서명함으로써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기표를 마친 선거인이 투표관리위원회위원에게 투표통지표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신분증명서 또는 여권에 의한 신분증명은 요구가 있거나 투표통지표를 제시하지 아니한 때 하도록 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지 않은 선거인에 대하여 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즉, 20세 이상의 국민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고(공선법 제15조 제1항, 제18조), 공선법 제3조가 선거권이 있는 자로서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는 자를 선거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과 같이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신분증명서가 없는 자라도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 선거인명부에 등재되기 때문에 선거권 결격사유가 없는 한 선거권이 인정된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하면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여야 투표용지를 수령할 수 있으므로 신분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선거인은 투표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 투표용지 수령을 위해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조항이

청구인과 같이 신분증명서가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2) 선거권의 침해 여부

(가) 이 사건 조항의 성격

투표과정에 있어서 선거인 본인 확인은 위장투표, 대리투표 등의 투표부정행위를 방지하여 정확한 민의의 반영과 선거의 공정한 집행을 위한 필수적 절차라 할 것이고, 다만 그 신분확인을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지, 즉 그 방법을 다양하게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방법으로 한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그 나라의 역사, 전통과 문화, 국민의 의식수준, 정치적 사회적 영향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결정하는 것이어서 이에 의한 제한은 선거권 자체의 제한이 아니고 선거권 행사에 있어 필수적인 절차인 신분확인의 제도상 요구되는 내재적 제한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제한의 폭을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는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이다.

(나) 입법자의 재량범위 일탈여부

이 사건 조항은 선거인의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 즉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경로우대증·장애인수첩·자격증·기타 사진이 첩부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등록증은 만 17세에 달한 국민은 신청만 하면 발급받을 수 있고, 주민등록증 외에도 여권, 운전면허증, 자격증, 학생증 등 신분증명서로 인정될 수 있는 것들이 다수 있으므로 선거인의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거인으로서는 그 중 어느 하나의 신분증명서라도 제시하면 투표를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신분증명방법이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선거인 본인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는 방법 외에 일부 외국의 입법례와 같이 선서와 서명에 의하여, 또는 투표통지표에 의하여 선거인 본인임을 확인하거나 주민등록증제도가 생기기 전 우리 선거법이 채택한 바 있는 선거인거주 동·리·반장 등의 증언에 의하여 본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선거인의 신분을 어떠한 방법으로 확인할 것인가는 각 나라가 처한 정치, 사회, 경제적 사정과 국민의식구조의 특성에 따

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서명문화가 일반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현단계에서 서명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을 채택하지 않았다하여 이를 두고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근거주민의 증언으로 신분확인을 하는 방법도 허위증언에 대한 형사처벌을 아주 무겁게 하는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그 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분을 확인해줄 증인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실효성에 있어서도 의문이 생긴다.

신분증명서가 없을 경우 투표통지표만으로 본인확인을 하는 방법 역시 투표통지표의 부정교부라는 또 하나의 선거부정행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주민등록증을 투표일에 임박하여 분실하고 주민등록증발급신청확인서(주민등록법시행령 제37조의2 참조)마저도 발급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다른 신분증명서도 일체 없는 경우와 같이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일에 신분증명서가 없는 경우가 문제될 수 있으나, 보통은 주민등록증을 분실하여도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학생증 등의 다른 신분증명서를 가지고 있어 신분증명서로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분실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특수한 경우라 할 것인바, 입법자에게 그러한 예외적이고 특수한 경우까지 고려하지 않았다하여 위헌적인 입법의 불비라고 탓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선거인의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의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3) 평등권의 침해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이 신분증명서를 제시한 선거인에게만 투표용지를 교부하도록 함으로써 신분증명서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선거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조항이 신분증명서로 선거인의 신분확인을 하도록 한 것은 사진이 첩부된 관공서·공공기관 발행의 증명서에 의해 신분을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하고 부정개입의 가능성이 적은 방법은 없다는 입법자의 판단이 내재된 것으로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거권 행사에 있어 신분확인은 선거제도의 본질상 요구되는 것인데 선거인으로서는 이 사건 조항이 정하는 신분증명서 중 어느 하나라도 발급받으면 투표를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이 신분증명서 없는 선거인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5.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화양동장의 증명서 발급거부 통보부분에 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이 사건 조항에 대한 부분은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조항이 합헌이라고 하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위장투표, 대리투표 등의 선거부정행위를 방지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이 사진이 첩부된 신분증명서만으로 신분확인을 하도록 함으로써 그러한 신분증명서가 없는 선거인들은 전혀 투표를 할 수 없고, 선거권을 행사하고자 해도 이를 행사할 길이 없게 된다. 선거권자라고 인정되어 선거인명부에 등재가 된 선거인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인 신분확인방법으로 한정된 종류의 신분증명서만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신분증명서가 없을 경우 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단지 절차적인 이유로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이는 국민주권의 상징적 표현으로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과거 우리가 매표에 의한 대리투표 등으로 인하여 선거부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경험이 있으나, 이제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공정선거에 대한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위장투표, 대리투표와 같은 유형의 투표부정행위는 과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게다가 우리 공선법은 선거를 실시하는 때마다 선거부정을 감시하기 위하여 선거기간개시일 전 10일부터 선거일까지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부정감시단을 두도록 하고 있고(제10조의2), 매수 및 이해유도죄(제230조), 재산상의 이익목적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제231조), 선거의 자유방해죄(제237조), 사위투표죄(제248조), 선거범죄로 인한 공무담임등의 제한(제266조) 등의 규정을 둠으로써 대리투표, 위장투표 등 투표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오늘날 많은 나라가 선서나 서명, 같은 선거구 거주자의 증언 등 다양한 신분증명방법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선거문화가 많이 발전하였다는 점, 공선법에 투표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선거인의 신분증명방법으로 신분증명서만을 고집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신분증명서에 첩부된 사진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 증명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사진이 첩부된 신분증명서로 선거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만이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선거인 자신이 선거인명부에 기재된 선거인과 동일인임을 선서하고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서면에 서명을 하거나, 또는 주민등록증제도가 생기기 전 우리의 선거법이 채택한 바 있는 선거인거주 동·리·반장 등의 증언에 의하여 본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여도 허위진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그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면 선거인의 신분을 속이고 투표를 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그밖에 신분증명서가 없는 경우에는 투표통지표로 선거인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투표통지표의 유효성 또는 소지의 적법성에 대하여 의혹이 있을 때에는 선거인의 선서나 같은 선거구민의 증언을 요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투표통지표를 이미 작성된 선거인명부에 기초하여 발부케하면 선거인명부의 일련번호와 투표통지표의 일련번호의 불일치로 인한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고, 아울러 교부예정인 투표통지표를 각당의 참관인들로 하여금 최종적으로 확인하도록 한다면 투표통지표의 부정교부로 인한 시비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선거인의 신분확인방법을 사진이 첩부된 관공서·공공기관 발행의 증명서를 제시하는 것으로 한정한 것은 그 인정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여 청구인과 같이 신분증명서 없는 선거인의 선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자의적인 입법이라 할 것이다.

나는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