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존재확인등·대여금][미간행]
금융기관의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제3자가 금융기관과 사이에 자신을 주채무자로 하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법률행위인지 여부(=원칙적 유효) 및 이러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을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로 보기 위한 요건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공1998하, 2394)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53290 판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정규)
피고 주식회사 상호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일 담당변호사 김옥섭)
원심판결 중 피고(반소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인바 (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5329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차주와 명의대여자의 이해관계의 일치 여부, 대출금의 실제 지급 여부 및 직접 수령자, 대출서류 작성과정에 있어서 명의대여자의 관여 정도, 대출의 실행이 명의대여자의 신용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실제 차주의 담보제공이 있었는지 여부,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의 실시 여부 및 조사의 정도, 대출원리금의 연체에 따라 명의대여자에게 채무이행의 독촉이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독촉 시점 기타 명의대여의 경위와 명의대여자의 직업, 신분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2004. 7. 2.자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와 소외 1 주식회사 상호저축은행 사이에 체결된 여신과목 일반자금대출, 대출기한 2005. 1. 2., 이율 연 15%, 연체이율 연 24%, 대출액 3억 원의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의 실질적인 채무자는 당시 위 은행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2인데, 위 은행 임직원에 대한 대출제한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원고를 형식상의 채무자로 내세우고, 위 은행 역시 이를 양해하여 원고에게는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하에 위 소비대차계약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통정허위표시 등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라고 하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들, 즉 2004. 7. 2.자로 소외 2가 원고에게 위 3억 원의 대출 원리금은 기간 내에 상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해 준 점, 위 대출의 실행에 앞서 요구되는 위 은행 내부의 대출신청 품의 및 여신심사위원회의 대출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대표이사이던 소외 2의 지시만으로 대출이 이루어진 점, 위 소비대차계약에 관한 대출신청서와 여신거래약정서도 대출 실행 이후 위 은행의 직원이 원고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아 작성한 것인 점, 원고에 대한 신용조사 또한 위 대출의 실행에 앞서 이루어진 바가 없고, 원고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재직증명서도 소외 2가 팩스로 위 은행에 보낸 점, 위 대출금의 이자는 소외 2가 납부하여 왔고, 위 은행에서는 위 대출을 전후하여 같은 방법으로 대출규정을 위반한 수십 건의 대출이 실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은행을 대표한 소외 2와 원고 모두 위 은행이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있어서 명목상의 대출명의자에 불과한 원고에게는 그 대출채무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아니할 의도하에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와 달리 본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부분 원고의 본소청구를 받아들임과 아울러 위 은행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반소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먼저, 원심이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로 든 사정들 중 이 사건 대출이 위 은행 내부의 대출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부실하게 이루어졌고, 같은 수법의 부실 내지 부정 대출이 같은 시기에 다수 이루어졌다고 하는 점들은, 위 각 대출에 관여한 소외 2의 행위가 위 은행에 대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은 될지 몰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함으로써 그 채무자 지위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원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 적절하지 아니하고, 위 대출금의 이자를 실제 차주인 소외 2가 납부하여 왔다고 하는 점 또한 명의대여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한 이상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원고와 소외 2 사이의 위 확약서는, 기록에 의하면 그 내용이 “본인 소외 2는 2004. 7. 2. 원고가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3억 원에 대해 약정 기간 내에 원리금이 상환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확약합니다. 확인자 소외 2”라고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갑 제2호증의 13), 그 기재 내용 자체로도 원고 명의의 이 사건 대출의 성립 및 그에 따른 원고의 계약상 채무부담을 전제로 소외 2가 그 대위변제를 책임지겠다는 취지인데다가 그 확약서의 작성 주체도 위 은행 혹은 그 대표이사로서의 소외 2가 아닌 소외 2 개인 명의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 이를 들어 원고가 위 은행에 대하여 그 채무부존재 내지 면제를 내세우기 위한 적절한 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 명의의 대출신청서와 여신거래약정서 및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재직증명서도, 원심이 그 진정성립을 배척하지 아니한 제1심의 채용증거인 2004. 6. 23.자 원고의 재직증명서, 같은 해 7. 1.자 원고의 인감증명서 및 주민등록표, 같은 해 7. 2.자 대출자본인 신분증 확인서, 원고의 신용통합정보조회표 및 신용조사서와 그 전제가 되는 원고의 개인신용정보 제공활용동의서 등의 기재 내용 및 작성시점과 같은 해 7. 2. 16:44경 이루어진 원고 명의의 시티은행 통장에 입금된 이 사건 대출실행의 내역, 그리고 원고가 소외 2를 상대로 고소한 고소장(갑 제5호증의 1)의 기재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적어도 위 7. 2.자 대출금 지급 이전에 원고가 자신 명의의 이 사건 대출의 신청 및 실행에 동의한 사실은 분명하다 할 것이므로, 설령 원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기초한 원심의 판단처럼 위 대출신청서 등 일부 대출관련서류를 대출실행 이후에 징수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원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고, 또한 위 각 서류의 작성 내용 및 시점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신용조사가 이 사건 대출실행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정들에다 원심도 인정하고 있거나 위 각 증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원고는 소외 4 주식회사 및 소외 5 주식회사의 각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거나 재직하고 있던 자로서, 이 사건 대출에 대한 명의대여는 위 인터링크시스템의 최대주주인 (상호 일부 생략)파트너스의 실질 주인인 소외 2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점, 이 사건 대출금이 입금된 원고의 시티은행 통장은 신규로 개설된 것이 아니라 종전부터 사용되어 오고 있던 것인 점, 이 사건 대출은 별도의 담보 제공 없이 원고의 직위 등을 고려한 신용대출의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에 대한 기초적인 신용조사도 이루어졌으며, 이 사건 대출신청서 등 대출관련서류에도 원고가 직접 서명·날인한 점, 이 사건 대출금의 약정 변제기일에 이르러 위 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독촉하자 원고가 그 중 6,000만 원을 변제하면서 잔여금에 대해서는 대출연기신청의 약정까지 체결한 점 등의 사정 및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위 일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해서는 몰라도,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원고가 아닌 소외 2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위 은행의 약정 내지 양해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관련서류의 해석을 그르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통정허위표시의 입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주장하는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