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7789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등·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금융기관의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제3자가 금융기관과 사이에 자신을 주채무자로 하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법률행위인지 여부(=원칙적 유효) 및 이러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을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로 보기 위한 요건

참조조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정규)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상호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일 담당변호사 김옥섭)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반소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인바 (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5329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차주와 명의대여자의 이해관계의 일치 여부, 대출금의 실제 지급 여부 및 직접 수령자, 대출서류 작성과정에 있어서 명의대여자의 관여 정도, 대출의 실행이 명의대여자의 신용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실제 차주의 담보제공이 있었는지 여부, 명의대여자에 대한 신용조사의 실시 여부 및 조사의 정도, 대출원리금의 연체에 따라 명의대여자에게 채무이행의 독촉이 있었는지 여부 및 그 독촉 시점 기타 명의대여의 경위와 명의대여자의 직업, 신분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2004. 7. 2.자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와 소외 1 주식회사 상호저축은행 사이에 체결된 여신과목 일반자금대출, 대출기한 2005. 1. 2., 이율 연 15%, 연체이율 연 24%, 대출액 3억 원의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의 실질적인 채무자는 당시 위 은행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2인데, 위 은행 임직원에 대한 대출제한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원고를 형식상의 채무자로 내세우고, 위 은행 역시 이를 양해하여 원고에게는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하에 위 소비대차계약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통정허위표시 등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라고 하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들, 즉 2004. 7. 2.자로 소외 2가 원고에게 위 3억 원의 대출 원리금은 기간 내에 상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 취지의 확약서를 작성해 준 점, 위 대출의 실행에 앞서 요구되는 위 은행 내부의 대출신청 품의 및 여신심사위원회의 대출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대표이사이던 소외 2의 지시만으로 대출이 이루어진 점, 위 소비대차계약에 관한 대출신청서와 여신거래약정서도 대출 실행 이후 위 은행의 직원이 원고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아 작성한 것인 점, 원고에 대한 신용조사 또한 위 대출의 실행에 앞서 이루어진 바가 없고, 원고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재직증명서도 소외 2가 팩스로 위 은행에 보낸 점, 위 대출금의 이자는 소외 2가 납부하여 왔고, 위 은행에서는 위 대출을 전후하여 같은 방법으로 대출규정을 위반한 수십 건의 대출이 실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은행을 대표한 소외 2와 원고 모두 위 은행이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있어서 명목상의 대출명의자에 불과한 원고에게는 그 대출채무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아니할 의도하에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와 달리 본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부분 원고의 본소청구를 받아들임과 아울러 위 은행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반소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먼저, 원심이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로 든 사정들 중 이 사건 대출이 위 은행 내부의 대출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부실하게 이루어졌고, 같은 수법의 부실 내지 부정 대출이 같은 시기에 다수 이루어졌다고 하는 점들은, 위 각 대출에 관여한 소외 2의 행위가 위 은행에 대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은 될지 몰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함으로써 그 채무자 지위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원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 적절하지 아니하고, 위 대출금의 이자를 실제 차주인 소외 2가 납부하여 왔다고 하는 점 또한 명의대여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한 이상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원고와 소외 2 사이의 위 확약서는, 기록에 의하면 그 내용이 “본인 소외 2는 2004. 7. 2. 원고가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3억 원에 대해 약정 기간 내에 원리금이 상환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확약합니다. 확인자 소외 2”라고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갑 제2호증의 13), 그 기재 내용 자체로도 원고 명의의 이 사건 대출의 성립 및 그에 따른 원고의 계약상 채무부담을 전제로 소외 2가 그 대위변제를 책임지겠다는 취지인데다가 그 확약서의 작성 주체도 위 은행 혹은 그 대표이사로서의 소외 2가 아닌 소외 2 개인 명의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 이를 들어 원고가 위 은행에 대하여 그 채무부존재 내지 면제를 내세우기 위한 적절한 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 명의의 대출신청서와 여신거래약정서 및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재직증명서도, 원심이 그 진정성립을 배척하지 아니한 제1심의 채용증거인 2004. 6. 23.자 원고의 재직증명서, 같은 해 7. 1.자 원고의 인감증명서 및 주민등록표, 같은 해 7. 2.자 대출자본인 신분증 확인서, 원고의 신용통합정보조회표 및 신용조사서와 그 전제가 되는 원고의 개인신용정보 제공활용동의서 등의 기재 내용 및 작성시점과 같은 해 7. 2. 16:44경 이루어진 원고 명의의 시티은행 통장에 입금된 이 사건 대출실행의 내역, 그리고 원고가 소외 2를 상대로 고소한 고소장(갑 제5호증의 1)의 기재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적어도 위 7. 2.자 대출금 지급 이전에 원고가 자신 명의의 이 사건 대출의 신청 및 실행에 동의한 사실은 분명하다 할 것이므로, 설령 원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기초한 원심의 판단처럼 위 대출신청서 등 일부 대출관련서류를 대출실행 이후에 징수한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기한 원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고, 또한 위 각 서류의 작성 내용 및 시점에 비추어 원고에 대한 신용조사가 이 사건 대출실행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정들에다 원심도 인정하고 있거나 위 각 증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원고는 소외 4 주식회사 및 소외 5 주식회사의 각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거나 재직하고 있던 자로서, 이 사건 대출에 대한 명의대여는 위 인터링크시스템의 최대주주인 (상호 일부 생략)파트너스의 실질 주인인 소외 2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점, 이 사건 대출금이 입금된 원고의 시티은행 통장은 신규로 개설된 것이 아니라 종전부터 사용되어 오고 있던 것인 점, 이 사건 대출은 별도의 담보 제공 없이 원고의 직위 등을 고려한 신용대출의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그와 관련하여 원고에 대한 기초적인 신용조사도 이루어졌으며, 이 사건 대출신청서 등 대출관련서류에도 원고가 직접 서명·날인한 점, 이 사건 대출금의 약정 변제기일에 이르러 위 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독촉하자 원고가 그 중 6,000만 원을 변제하면서 잔여금에 대해서는 대출연기신청의 약정까지 체결한 점 등의 사정 및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위 일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해서는 몰라도,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원고가 아닌 소외 2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위 은행의 약정 내지 양해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관련서류의 해석을 그르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통정허위표시의 입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주장하는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