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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3. 6.자 2018마6721 결정

[가처분이의][공2019상,842]

판시사항

[1] 영화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는 상업영화의 경우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판단을 할 때 참작하여야 할 사항

[2]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의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판단 기준

[3]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갑 중위의 아버지 을이 갑 중위 사망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병 주식회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 정을 상대로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갑 중위와 을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영화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영화의 객관적인 내용과 함께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와 화면의 구성방식, 사용된 대사의 통상적인 의미와 그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영화 내용이 보통의 주의로 영화를 접하는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보다 넓은 주제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영리 목적으로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

[2]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그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허위사실 적시가 있었는지는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합리적인 관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갑 중위의 아버지 을이 갑 중위 사망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병 주식회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 정을 상대로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갑 중위와 을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영화에서 갑 중위로 특정되는 인물이 을의 주장과 달리 군 내부 부조리와 연관되어 사망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하여도 이러한 묘사가 상업영화의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등 갑 중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부족한 점, 영화에서 을로 특정되는 인물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부분도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비추어 일부 허구적인 장면만으로 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상업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영화 투자자와 병 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이 해제된 이후 병 회사와 정이 영화 제작을 사실상 포기하여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신청인, 재항고인

재항고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인 담당변호사 임재흥 외 1인)

피신청인, 상대방

주식회사 무비엔진 외 1인

주문

재항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영화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영화의 객관적인 내용과 함께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와 화면의 구성방식, 사용된 대사의 통상적인 의미와 그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영화 내용이 보통의 주의로 영화를 접하는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보다 넓은 주제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영리 목적으로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다3483 판결 등 참조).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그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허위사실 적시가 있었는지는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합리적인 관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341, 8358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청인은 1998. 2. 24.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하 ‘JSA’라 한다)에서 사망한 ○○사령부 △△△△대대 □□중대 소속 신청외인 중위(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아버지이고, 피신청인 주식회사 무비엔진은 망인의 사망 사건을 소재로 일명 ‘아버지의 전쟁’이라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제작사, 피신청인 2는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이다. 신청인은 피신청인들을 상대로 위 영화의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망인과 신청인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면서 그러한 내용을 포함한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나. 제1심은 신청인이 주장하는 영화 내용 중 일부가 망인과 신청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부분을 포함한 영화를 제작·상영하여서는 안 된다면서 신청을 일부 인용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제1심이 망인과 신청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영화에서 망인으로 특정되는 백현이 신청인의 주장과 달리 군 내부 부조리와 연관되어 사망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하여도,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에서 백현은 선과 정의를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고 사망원인과 관련된 묘사가 상업영화의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부족하다.

영화에서 신청인으로 특정되는 백석이 부정한 방법으로 위 사건을 조사하고 위 사건에만 집중하여 다른 유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인물로 오인되게 하는 등 신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부분을 본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백현의 사망에 대한 진실이 적법절차에 따라서는 밝혀지기 어렵고 군 당국에 의하여 자살로 조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백석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아들의 사망원인을 파헤치는 것이고, 아들에 대한 군 당국의 순직처리 제의를 뿌리치면서 군 의문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있다. 일부 허구적인 장면만으로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상업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고 영화의 자막이나 영화 홍보 과정에서 영화 내용이 망인의 사망 사건과 혼동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를 함으로써 망인이나 신청인의 명예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2) 영화의 투자자와 피신청인 주식회사 무비엔진 사이의 투자계약이 해제된 이후 피신청인들이 영화 제작을 사실상 포기하였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신청인의 주장과 같이 명예훼손이나 인격권 침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신청인의 재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