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취소][미간행]
해군에 입대한 갑이 군복무 중 국군수도병원에서 ‘다발성 근염, 양측 하지’의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하다가 만기 전역한 후, 지방보훈청장에게 위 상병이 공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지방보훈청장이 공무상 질병 여부의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사안에서, 갑의 상이는 이상 증상이 발병된 후에도 계속된 군복무 중의 교육훈련과 직무수행으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상병의 악화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길상 담당변호사 박형섭)
서울지방보훈청장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6호 (공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라 함은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위 규정이 정한 상이가 되기 위하여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직무수행 등과 부상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훈련 또는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부상·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군인 등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두677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1986. 8. 21. 해군에 입대하여 해병대 ◇ 여단 공병대 소속으로 복무하던 중 1988년 7월경 국군수도병원에서 ‘다발성 근염, 양측 하지’(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다가 1988. 12. 14. 만기 전역한 사실, 원고는 신병훈련을 마친 후 해병대 ◇ 여단 공병대에 배치되어 해병부대의 건축물 신축·유지·보수와 비포장도로의 시멘트 포장 등 군용 및 민간 도로의 신설·유지·관리, 소방서의 운영 등 기본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야간작업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고, 공병으로서 지뢰의 매설·제거나 폭약을 다루는 등의 전투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 사실, 원고는 1987년 11월경 부대 내에서 운동을 한 후 좌측 슬와부에 통증이 시작된 이래 다리 및 보행에 불편을 느껴 진통제를 투여 받고 압박붕대를 사용하였으나 증상이 일시 호전되었다가 계속 악화되자 1988. 5. 19. 휴가기간 중에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스스로 찾아가 진찰을 받은 사실, 원고는 위 병원에서 근전도검사를 받아 근병(의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이상 소견에 따른 정밀검사를 권유받은 사실, 그 후 원고는 부대에 복귀하여 근무하다가 1988년 7월경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되어 ‘척추근무력증’ 진단을 받은 후 근전도검사, 조직검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고, 그 무렵부터 전역할 때까지 위 병원에 입원하여 약물치료 등을 받은 사실, 이 사건 상병은 골격근의 비화농성 만성 염증을 특징으로 하여 근육의 약화, 파괴, 재생 등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근육통, 근육의 압통, 근력의 약화와 함께 발열, 쇠약감, 관절통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사실,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적 감수성이 있는 환자에게 바이러스, 약물, 독성 물질 등 다양한 종류의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실, 스트레스가 염증, 통증에 관여하는 것을 제외하고 그 자체가 다발성 근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발병 준비가 다 된 환자나 이미 근육염이 있는 환자이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사실, 다발성 근염을 비롯한 근병증은 질병 초기에 치료가 시작될수록 치료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좋으며 조기 진단과 치료로 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① 원고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1987년 11월경 최초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건강상 아무런 문제 없이 군 복무를 하였던 점, ② 원고는 이상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통제를 투여 받고 압박붕대를 사용하는 등의 대증요법에 의존하여 종전과 같이 복무를 계속하였으나 휴가기간 중에 스스로 병원을 찾아가 검진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검사 결과 이상소견에 따른 정밀검진을 권유받고서도 부대에 복귀하여 계속 복무를 하다가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되어 이 사건 상병을 최종 진단받아 그 무렵부터 전역할 때까지 입원치료를 받는 등 더 이상 종전과 같은 군 복무가 어려운 상태에 있었던 점, ④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은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트레스가 염증이나 통증의 발생이나 악화에 관여하고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준비가 다 된 환자나 이미 근육염이 있는 환자이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점, ⑤ 다발성 근염을 비롯한 근병증은 질병 초기에 치료가 시작될수록 치료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좋으며 조기 진단과 치료로 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등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상이는 이와 관련된 이상 증상이 발병된 후에도 계속된 군복무 중의 교육훈련과 직무수행으로 그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라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의 악화와 군인으로서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상이가 군인으로서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으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원고의 질병과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