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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2946 판결

[자살방조]〈유서대필 재심 사건〉[공2015하,917]

판시사항

[1] 재심개시결정 확정 사건에 대하여 법원이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 에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의 의미 및 재심대상판결이 상소심을 거쳐 확정된 재심사건에서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이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피고인이 갑 명의의 유서(유서)를 대필하여 주는 방법으로 갑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후 재심이 개시된 사안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 을이 작성한 감정서 중 유서와 피고인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 은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제436조 의 경우 외에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이 상소심을 거쳐 확정되었더라도 재심사건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이에 근거한 사실인정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2] 피고인이 갑 명의의 유서(유서)를 대필하여 주는 방법으로 갑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는데, 그 후 재심이 개시된 사안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 을이 유서와 피고인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특징들 중 일부는 항상성 있는 특징으로 볼 수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을이 작성한 감정서 중 유서와 피고인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수 외 4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 은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제436조 의 경우 외에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이 상소심을 거쳐 확정되었더라도 재심사건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2154 판결 ,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0도1428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이에 근거한 사실인정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도960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 공소외 1이 이 사건 유서와 피고인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특징들 중 일부는 항상성 있는 특징으로 볼 수 없는 점, ② 공소외 1은 이 사건 유서에 나타난 ‘ㅎ’ 필법의 특징, 즉 제1획 기재 방향이 우하방인 ‘ㅎ’과 좌하방인 ‘ㅎ’이 모두 혼재하여 나타나고 있는 특징은 최근 변형된 것으로 판단하여 이를 제외한 다른 희소성 있는 특징을 가지고 이 사건 유서와 피고인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필적감정 시 대조자료로 제출된 피고인의 수첩(일터에서 90, 검사 제출의 증 제9-23호)은 이 사건 유서가 작성되기 직전인 1990년에 작성된 것으로 그 수첩에는 ‘ㅎ’의 제1획 기재 방향이 모두 우하방인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유서상의 ‘ㅎ’의 필법이 최근에 변형된 것으로 단정하고 희소성 있는 필적 특징에서 제외하였다는 공소외 1의 진술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유서에는 ‘겠’, ‘있’, ‘했’자의 종성인 ‘ㅆ’의 제2획을 생략하는 특징이 나타나지만( , , , 부분 참조), 피고인의 진술서 등에는 ‘ㅆ’의 제2획 부분이 생략된 글자가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④ 공소외 1은 1991. 5. 29.자 및 1991. 7. 4.자 감정서에서 피고인의 화학노트 필적도 이 사건 유서의 필적과 동일하다고 감정하였으나, 2007. 8. 8.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피고인의 화학노트의 경우 유서와 동일 필적의 특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웠고 유서와 단순하게 비교하면 상이한 점이 많았다’고 진술한 점, 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던 다른 문서감정인들이 필적감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음에도 공소외 1은 제1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재직 중이던 감정인 4명 모두 직접 감정에 참여하여 공동심의를 한 것처럼 허위의 증언을 한 점 등을 비롯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외 1이 작성한 감정서 중 이 사건 유서와 피고인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유서를 대필하여 주어 공소외 2의 자살을 방조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자살방조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이상훈(주심)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