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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도7363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등)][미간행]

판시사항

[1]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 정도 및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적 요건

[2]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제시한 5명의 사진 중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과정 등에 비추어 피해자들의 범인식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황철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절차에서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범인식별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을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하게 기록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비교대상자 및 목격자들이 사전에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4946 판결 , 2004. 2. 27. 선고 2003도7033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경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이 있고 나서 약 8개월이 지난 후인 2004. 2. 8.경 피해자들이 불상의 남자 3명에게 납치되어 강간을 당한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여 피해자들을 조사하였는바,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범인 3명 중 1명의 이름이 ' (생략)'이고 나이가 '25세 내지 28세 정도'라는 진술을 듣고, 그 진술에 터잡아 포천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로서 ' (생략)'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3명(그 중 1명이 피고인이다)과 이름이 ' (생략)'이 아닌 2명 등 총 5명의 사진을 구한 다음 이름과 생년월일이 사진 하단에 기재된 채로 이를 피해자들에게 보여주었는데, 피해자들은 그 중 피고인이 강간범인 ' (생략)'이 맞다고 진술하였고 이후 피고인과 대질하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이 강간범이 틀림없다고 진술한 사실,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생략)이라는 범인의 신장과 나이, 입고 있던 옷, 쓰고 있던 모자 등에 관하여 주로 진술하여 범인의 얼굴을 묘사한 자료가 없고, 피해자 1은 (생략)이라는 범인의 머리가 짧고 단정한 스타일이라고 진술하였는데, 경찰이 피해자들에게 제시한 5명의 사진 중 머리가 짧은 사람은 피고인 혼자뿐이었으므로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놓고 범인을 지목케 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던 사실, 피해자들이 사진을 보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할 당시 피해자들은 한자리에 함께 있으면서 피해자 1이 먼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고 이어 피해자 2도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다는 것이어서 먼저 행한 지목에 따른 암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는 사실,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들이 범인과 함께 있었던 시간은 대략 2003. 6. 7. 23:00경부터 그 다음날 03:00까지 사이인데, 그 시간 동안 (생략)이라는 범인은 계속하여 챙이 달린 모자(일명 캡)를 쓰고 있었고, 위 범인이 어둠 속에서 피해자 1을 강간할 때 잠시 모자를 벗었을 뿐인 사실, 피해자들이 사진을 보고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후, 경찰이 편면경을 사이에 둔 채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피고인을 피해자들에게 보여주고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게 할 당시 피고인 혼자만을 세워둔 채로 피해자들에게 그가 범인인지 여부를 다시 확인하도록 하였고, 그 전에 모자를 벗은 상태에서 피고인을 피해자들에게 이미 보여주었던 사실, 이 사건 범인 3명 중 1명은 공범들로부터 '도끼'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강간범인이 범행 직전에 자신의 본명을 그대로 밝힌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점에 비추어, 강간범인이 피해자 1에게 이야기한 ' (생략)'이라는 이름이 본명이 아니라 허위로 둘러댄 이름이거나 가명일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을 (생략)이라 불리는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들의 진술은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범인 중 한 명이라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믿지 아니하고 나머지 증거들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이규홍 박재윤(주심) 양승태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10.19.선고 2004노1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