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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7. 7. 16. 선고 95헌바2 97헌바27 결정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1. 민 ○ 식(95헌바2 사건)

대리인 변호사 변 화 석

2. 이 ○ 국( 97헌바27 사건)

대리인 변호사 김 종 철

당해사건

1. 광주고등법원 94노84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95헌바2)

2. 대법원 97도32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97헌바27 )

【심판대상조문】

特定犯罪加重處罰등에관한法律 제5조의3(逃走車輛運轉者의 加重處罰)① 道路交通法 제2조에 규정된 自動車·原動機의 裝置自轉車 또는 軌道車의 交通으로 인하여 刑法 제268조의 罪를 犯한 당해 車輛의 運轉者(이하 “事故運轉者”라 한다)가 被害者를 救護하는 등 道路交通法 제50조 제1항의 規定에 의한 措置를 取하지 아니하고 逃走한 때에는 다음의 區分에 따라 加重處罰한다.

1. 생략

2. 피해자를 치상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생략

【참조조문】

憲法 제10조, 제11조, 제12조 제2항, 제37조 제2항

【참조판례】

1990. 8. 27. 선고, 89헌가118 결정

1992. 4. 28. 선고, 90헌바24 결정

주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1984. 8. 4. 법률 제3744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5헌바2 사건

청구인은 1994. 4. 30.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요치 1일간의 상해를 입힌 후 도주하였다는 범죄사실로 9. 29.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광주고등법원(94노841)에 재판계속중, 그 재판의 전제가 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94초37)을 하였다가 1995. 1. 11. 기각되자, 1.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97헌바27 사건

청구인은 1995. 10. 8.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요치 약 8주간의 상해를 입힌 후 도주하였다는 범죄사실로 1996. 1. 23.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1997. 1. 10. 청주지방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

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고 상고하여 대법원(97도323)에 재판계속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97초54)을 하였다가 1997. 4. 11. 상고와 함께 기각되자, 4.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이 법”이라 한다)제5조의3 제1항 제2호(1984. 8. 4. 법률 제374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하고, 동 조항 위반죄를 “이 사건 범죄”라 한다)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운전자의 가중처벌)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ㆍ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궤도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당해 차량의 운전자(이하 “사고운전자”라 한다)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치상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고 있다(95헌바2 사건).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

사책임에 관하여 자기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고문 등 폭행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로서도 진술을 강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도주하는 범인을 가중처벌하므로 결국 도주하지 말고 자수할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형사상 자기부죄거절의 헌법상 기본권을 부정하고 자기부죄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헌법 제10조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95헌바2 및 97헌바27 사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당해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 ……” 라고 규정하여, 과실범에 대하여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도주한 때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과실범을 고의범에 비하여 가볍게 처벌하고 있으며 그것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형법 제14조)이는 세계적 현상이며, 헌법에 특별한 규정은 없으나 과실범이 고의범보다 가볍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도 헌법이 보장해야할 기본권에 포함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히려 과실범을 가중처벌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그리고 구호조치는 사고운전자에게 도덕적으로 요구할 사항이지

형사상 강요할 사항은 아니며, 살인ㆍ상해죄 등 교통사고사범보다 더 중한 고의범에서도 구호조치의무를 과하지 아니하고 있고, 도주의 점에 있어서도 교통사고의 경우에만 가중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자가 구호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상해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고의로 사람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에 대한 형법상의 상해죄, 중상해죄 및 상해죄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법정형보다 더 무거워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헌법 제10조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등에 반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95헌바2 사건

(가)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이 법 제5조의3 제1항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경우 제1호·제2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그 밖의 승무원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다한 이상 따로 교통사고 현장의 경찰공무원이나 가까운 경찰관서에 신속히 신고하거나 자수하지 않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0. 8. 27. 선고, 89헌가118 결정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고운전자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법 제5조의3 제1항은 아직까지 교통문화가 정착되지 아니하고 건전한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하여 세계적으로 교통사고율이 높은 우리의 현실에 있어서, 사고운전자에게 구호조치를 의무화하여 교통질서의 안전과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고 나아가 피해자의 구호와 사태수습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하여 입법정책적인 고려에서 제정된 것이고, 교통사고의 과실범에 대하여 이러한 구호의무를 과할 것인가의 여부는 일반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 형벌개별화의 원칙 등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는 한 입법자의 결단에 속하는 문제이며, 이를 특별히 살인죄, 상해죄 등의 고의범과 비교하여 사고운전자에 대한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2) 97헌바27 사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범이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함으로써 상해를 입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라는 비난가능성과 도주차량에 대한 일반예방적 효과를 달성하려는 형사정책적 고려에서 위와 같이 법정형의 하한을 높인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 헌법 제10조나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 제11조 및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을 보장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본질적으로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 및 광주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요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같다(95헌바2 사건).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과 보호법익

근래 우리사회가 고도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에 따라 교통사고 또한 격증하게 되어 교통질서가 사회질서의 기본적인 문제의 하나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바람직한 교통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건전한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교통사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사고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 사범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교통환경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현실속에서 자동차운전자가 교통사고 후 도주하는 행위는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엄히 가중처벌하겠다는 국가형벌권의 의지를 표명하여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일반예방적효과를 기대하고 아울러 피해자 구호의무를 확보하여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보호법익의 복합성을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하여 제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은 자동차와 교통사고의 격증에 상응한 건전하고 합리적인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도주차량운전자를 엄하게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질서의 안전과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피해자의 구호를 통한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려는 복합적인 것이다(헌법재판소 1992. 4. 28. 선고, 90헌바24 결정 및 1990. 8. 27. 선고, 89헌가118 결정 등 참조).

한편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 각국에서도 이와같은 도주차량운전

자에 대하여는 상당히 무거운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나. 진술거부권의 침해 여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차의 교통으로 사람을 사상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그 밖의 승무원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 그 차의 운전자 등은 경찰공무원 등에게 지체없이 사고가 일어난 곳, 사상자수 및 부상정도, 손괴한 물건 및 손괴정도 그 밖의 조치상황 등을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범죄는 사고피해자에 대한 구호의무위반을 그 필수적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또 그 의무위반만으로써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로교통법 제50조 제2항의 경찰관에 대한 사고신고의무위반은 이 사건 범죄의 요건이 아니며, 구호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사고신고를 하지 않아도 이 사건 범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구호의무위반을 그 요건으로 하고 있고, 사고운전자에게 사고신고나 불리한 진술 등을 강요하는 규정이 아니므로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평등의 원칙 등의 위배 여부

이 사건 범죄는 업무상과실치상이라는 과실범과 도주라는 고의범의 두가지 성질의 구성요건이 결합된 형태의 범죄유형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범죄의 죄질을 보면 상해의 결과발생은 비록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나 상해를 입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고의로 방치한 채 도주한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고, 사고 즉시 구호조치를 취하였으면 구할 수 있었을 생명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사건 범죄중에는 상해죄는 물론 중상해죄 보다 죄질이 더 중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는 살인죄의 죄질에 비견될 수 있는 사례도 없지않다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범죄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의 성격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및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부가 결정하는 사항으로서 기본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그 내용이 형벌의 목적과 기능에 본질적으로 배치된다든가 또는 평등의 기본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쉽사리 헌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위 90헌바24 결정 참조).

그러므로 입법자가 위에서 본 우리의 교통현실과 이 사건 법률규정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범죄의 복합적 보호법익과 중한 죄질 등을 감안하여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이 사건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고의범인 상해죄나 중상해죄 등의 경우보다 더 무겁게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가지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이나 균형 등을 상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법률규정이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거나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4와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1997. 7. 16.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황 도 연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주 심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