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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두15412 판결

[직위해제처분취소][공1999.11.1.(93),2221]

판시사항

[1]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의한 직위해제처분의 위법 여부의 판단 기준

[2] 단순히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유만으로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직위해제처분을 한 것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였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국가공무원법(1994. 12. 22. 법률 제48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의한 직위해제 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당연퇴직되기 전단계에서 형사소추를 받은 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위와 같은 직위해제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당사자가 당연퇴직 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사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단순히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유만으로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직위해제처분을 한 것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하였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문재인 외 4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들은 대학교 교수로서 1989년 1학기부터 동료 교수 7명과 함께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교양과목 강좌를 신설하여 강의를 해 오던 중, 1990. 2.경 교수들의 강의안을 취합하여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책자를 만들고, 1994. 2.경 그 개정판을 만들어 이를 전국 서점에서 판매하도록 하는 한편, 1994. 3.경부터 같은 해 7.경까지 이를 교재로 삼아 대학교 학생 950여 명에게 강의를 하였다.

나. 검찰은 1994. 11. 30. 원고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책자를 제작·반포하고, 이를 교재로 삼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함으로써 북한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하였다는 것을 공소사실로 하여 원고들을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하였다.

다. 피고는 1994. 11. 30. 구 국가공무원법(1994. 12. 22. 법률 제48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하여 직위해제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그 내용의 하나로서 대학교수에게는 학생들에게 강의하거나 교수하는 자유가 당연히 보장되지만, 이와 같은 자유에도 한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헌법의 기본질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거나 파괴하는 내용의 교수나 강학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원고들이 단순히 일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위의 책자를 제작·반포함과 아울러 이를 교재로 삼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였다는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었으므로, 피고가 구 국가공무원법의 규정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일단 그 직위를 해제한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은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제4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4호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를 들고 있는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1994. 12. 20. 그 단서 규정에 대하여 원심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여 1995. 8. 1. 원심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였고, 그 이전에 단서 규정은 1994. 12. 22. 법률 제4829호로 개정되어 삭제되었는데, 1998. 5. 28. 헌법재판소는 그 단서 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96헌가12)을 하였는바, 원심은 위와 같이 단서 규정이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같은 조항 본문 및 제4호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런데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의한 직위해제 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당연퇴직되기 전단계에서 형사소추를 받은 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위의 96헌가12 결정 참조),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위와 같은 직위해제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당사자가 당연퇴직 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사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수사단계에서, '한국사회의 이해'는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를 사회과학적으로 해석한 기왕의 연구 성과를 초보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서술한 것에 불과할 뿐 북한공산집단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집필한 것은 아니고, 그 내용도 한국 사회의 제반 모순을 지적하고 그 개혁을 주장하였을 뿐 계급혁명을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변소하였으며, 당시 창원지방법원에서도 원고들의 위와 같은 변소 등을 종합하여 원고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하였고, 더구나 이 사건 처분 이전인 1994. 8. 26. '한국사회의 이해' 강좌는 대학 당국에 의하여 폐강조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 스스로도 개정된 국가공무원법 부칙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처분을 재심사한 결과 원고들에 대한 직위해제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1995. 1. 3. 직위를 다시 부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위와 같은 구체적인 사정에 나아가 살펴본 다음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단순히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 남용 또는 일탈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 제4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지창권 송진훈(주심) 변재승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8.8.14.선고 94구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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