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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8.23. 선고 2019고단1354 판결

가.증거인멸교사나.증거은닉교사다.증거인멸라.증거은닉

사건

2019고단1354 가. 증거인멸 교사

나. 증거은닉교사

다. 증거인멸

라. 증거은닉

피고인

1.가.나. A

2.다.라. B

3.다.라. C.

검사

권순정(기소), 배상윤, 강진욱, 김방글(공판)

변호인

변호사 서중석, 김병구, 고유정(피고인 A, 피고인 C을 위하여)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피고인 B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한경우, 김종복, 서형석

판결선고

2019. 8. 23.

주문

『피고인 A

피고인 A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피고인 Bu

피고인 B을 징역 1년에 처한다.

『피고인 C

피고인 C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피고인 C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C에게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1. 'D', 'E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경과

1994년경 F은 가습기 물통에 투입하여 물 안에 들어있는 세균 등을 제거하는 액상 형태의 가습기살균제(제품명은 'G', 주원료는 공업용 항균제로 사용되는 독성물질인 'CMIT/MIT')를 개발하였다.

H 주식회사(이하 'H'이라 한다)는 2000년 6월경 ㈜I로부터 'G' 사업 부문을 인수하였고, 이후 'G'를 제조·판매하였다.

H과 J 주식회사(이하 'J'이라 한다)는 2001년 5월경 H의 위 'G'를 'D'라는 제품명으로 제휴하여 제조·판매하기로 하는 '물품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여, H은 원료와 성분비(Formula)를 제공하고, J은 디자인 · 규격·부자재를 관리하며, J이 선정한 외주 업체인 K 주식회사가 H과의 OEM계약에 따라 위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여 J에 납품하기로 약정하였고, J은 위와 같이 제조되어 납품받은 'D'를 2002년 9월경부터 2011년 8월경까지 전국 판매점에서 판매하였다.

한편, J은 2006년 11월경 주식회사 L와 'D' 자기상표부착상품(PL) 거래계약을 체결하여 위 'D'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된 'M 가습기살균제'를 L에 납품하였고, L는 제조원을 J으로 표시한 'M 가습기살균제'(2007년경부터는 'E 가습기살균제'로 상품명 변경, 이하 'E 가습기살균제'로 통칭함)를 그 무렵부터 2011년경까지 N 등지에서 판매하였다.

2. 피고인들의 지위 및 교사, 공모관계,

가. 피고인들의 지위

피고인 A은 2010년 1월경부터 2017년 11월경까지 J의 경영 전반을 총괄 지휘·감독하는 대표이사, 피고인 B은 2016년 1월경부터 2017년 11월경까지 위 J의 홍보 ·총무(법무 업무를 포함함) 업무를 총괄하는 홍보·총무 부문 전무, 피고인 C은 2011년 1월경부터 2017년 11월경까지 위 J 홍보 · 총무 부문 내 총무 업무를 전담하는 총무채권팀장, O은 2007년경부터 2018년 11월경까지 위 J 총무채권팀 내 법무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 P는 2015년 3월경부터 2018년 4월경까지 위 J 총무 채권팀 내 법무 업무담당 대리로 각 근무한 사람이다.

나. 피고인 A의 교사 및 피고인 B, 피고인 C의 공모관계

피고인 A은 2016년 1월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같은 해 2월 초순경부터 Q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피고인 B에게 향후 J에 대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에 대비한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피고인 B, 피고인 C은 O, P와 J 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 중 J에 불리한 자료를 인멸·은닉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피고인 A은 2016. 2. 11.경 피고인 B으로부터 위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J 내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일제히 점검하고 J에 불리한 자료들은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 은닉할 것을 지시하였다.

위 지시에 따라 피고인 B, 피고인 C, O, P는 구체적인 증거인멸·은닉을 실행하기로 공모하였다.

3. 구체적 증거인멸 · 은닉 행위

가. 2016년 초 검찰 수사 개시 직후 1차 증거인멸

1) 업무용 PC·노트북 파일 삭제 및 하드디스크 · 노트북 교체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B, 피고인 C, O, P는 J 및 산하 연구소인 R연구소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노트북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검색하여 개별 파일을 삭제한 다음, 가습기살균제와 무관한 파일들만 별도 외부저장장치로 복제(백업)한 후 하드디스크 · 노트북을 교체하고, 위 백업 자료를 다시 새로 교체한 하드디스크 · 노트북에 저장함으로써 각 업무용 PC·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완전 삭제하는 한편, 교체한 구 하드디스크는 구멍을 뚫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하기로 하드디스크 · 노트북 교체 계획을 수립하였다.

가) 대전 R연구소

위와 같은 하드디스크 · 노트북 교체 계획에 따라, O, P는 2016. 2. 12.경 대전 유성구 소재 R연구소에서 소속 연구원들로 하여금 그곳에 설치된 각 업무용 PC·노트북에서 '가습기살균제', 'D', 'CMIT/MIT', 'MSDS', 'S' 등의 검색어로 이메일, 그룹웨어 쪽지, 기안문, 보고자료, 연구자료, 논문 등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검색하도록 하여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대상자들을 확인하고, 피고인 B은 2016. 2. 15.경 및 같은 달 16일경 피고인 C, O, P에게 즉각적으로 PC를 교체하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C은 이에 따라 P에게 하드교체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게 하고, 총무채권팀 T 대리로 하여금 2016. 2. 29.경 하드디스크를 구입하게 한 후, O, P, T으로 하여금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이 검색된 업무용 PC·노트북에 대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가습기살균제 관련

개별 파일을 삭제한 다음 하드디스크 · 노트북을 교체하도록 지시하고, O, P, T은 2016년 2월말경 R연구소 소장인 부사장 U 등 33명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의 하드디스크 ·노트북을 교체하였다.

나) J 관련부서

계속하여 위와 같은 하드디스크 · 노트북 교체 계획에 따라, O, P는 2016

년 2월 중순경 J 마케팅부서, 영업 부서, V의 각 부서장에게 연락하여 장기 근무한 직원들의 업무용 PC 및 노트북에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이 저장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이 검색 · 발견된 PC 및 노트북에 대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가습기살균제 관련 개별 파일을 삭제한 다음, 하드디스크 및 노트북 본체를 교체하도록 지시하고, 2016. 2. 16.경 각 부서장으로부터 교체 대상 명단을 통보받아 그 무렵부터 2016년 5월경까지 JW 소속 X 등 16명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의 하드디스크 · 노트북을 교체하였다.

다) J CRM 부서

계속하여 위와 같은 하드디스크 · 노트북 교체 계획에 따라, 피고인 B은

2016년 5월 초순경 J CRM팀 팀장 Y에게 연락하여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고객 상담 및 클레임 자료일체를 삭제하기 위하여 CRM팀원들의 업무용 PC에 저장되어 있던 가습기살균제 관련 개별 파일을 삭제한 다음, 하드디스크 및 노트북 본체를 교체하도록 지시하고, Y은 2016. 5. 3.경부터 같은 달 4일경까지 CRM팀 직원 6명이 사용한 업무용 PC 8대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였다.

2) 이메일 삭제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O, P는 2016. 2. 12.경 R연구소 직원들로 하여금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여 '가습기살균제', 'D', 'CMIT/MIT', 'MSDS', 'S' 등 검색어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를 검색한 후 해당 이메일들을 영구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피고인 C은 J 각 부문 팀장들에게 가습기살균제 관련 이메일을 영구 삭제하라는 내용으로 이메일을 전송하여, R연구소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사내 이메일 계정에 접속하여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하여 수발신한 이메일들에 대하여 '완전 삭제' 처리를 하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6년 6월경까지 가습기살균제 관련 연구부서에 근무하였던 Z, AA, AB, 가습기살균제 관련 클레임을 처리하였던 Y 등 CRM팀 직원들로 하여금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하여 수발신한 이메일들을 완전삭제 처리하도록 하였다.

나. 2016년 10월 국회 국정조사 종료 후 2차 증거인멸∙은닉

2016. 5. 31.경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대표이사 등을 구속 기소하는 등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환경부에서 진행 중인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 제의 위해성 검사결과에 따라 J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검찰 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에 대비하기 위하여 피고인 A은 (주) 국정조사TFT(일명 'AC TFT')를 조직할 것을 지시하였다.

위와 같은 지시에 따라 피고인 B을 팀장, 피고인 C을 부팀장, O, P, Y, Z, AD, AE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AC TFT'가 구성되었고, 위 'AC TFT'는 AW 빌딩 인근에 별도의 비밀 사무실을 마련하여 활동하였다.

위 'AC TFT'는 2016년 6월경부터 같은 해 10월경까지 O, P가 J 직원들로부터 취합하여 비밀리에 관리해 오던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 J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파일 일체, 법률사무소에 의뢰하여 분석한 J 서버 포렌식 결과 등을 총 점검하는 한편, 그 점검 결과에 따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자료제출요구에 따라 제출할 자료의 범위를 결정하고, 2016. 7. 27.경 J에서 개최된 현장조사에서 대응할 임직원들의 질의답변 방향 및 내용, 2016. 8. 29.경 및 같은 달 30일경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피고인 A의 질의답변 방향 및 내용을 결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O, P는 ① 가습기살균제 사건 History, ② S, ③ D(제품 변천사, 출시 경위, 거래 구조, 매출 자료, 제품 기능성 및 안전성 관련 보유 자료 내역, 제품의 표시 · 광고, 자발적 리콜 관련), ④M 가습기살균제, ⑤ 클레임, ⑥ 피해자 현황 파악

⑦ 소송 현황, ⑧ H, N와의 발·수신 문서, ⑨ 기타 쟁점(J의 가습기살균제 제조 관여

수준) 등을 총 망라하는 내용의 문건인 J 가습기살균제 사건 백서』를 작성하여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C 등 극소수의 임직원들에게만 위 백서를 보고하였는데, 위 백서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주요 증거자료 및 이에 대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었다.

2016년 10월경 국정조사가 종료된 후 피고인 A은 피고인 B 등 위 'AC TFT 구

성원들에게 각자 소지하고 있던 하드카피 자료들은 수거하여 폐기하고, 전자정보는 삭제하도록 하는 한편, 비밀리에 계속 보관할 필요가 있는 나머지 핵심 자료들을 회사 외부의 별도 장소에 은밀히 보관할 것을 지시하였다.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 A의 지시 및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별도 지시에 따라 이은 'AC TFT 구성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하드카피 자료들을 수거하여 파쇄하는 방법으로 폐기하고, 피고인 C은 'AC TFT 사무실 내에서 사용한 컴퓨터들을 리스업체인 AG 주식회사에 반납하여 컴퓨터 내에 저장된 정보들과 함께 폐기 처리케 하였으며, O은 G의 흡입독성에 대한 시험보고서인 '마우스를 이용한 ㈜F G의 6개월 흡입 노출 시험 최종보고서' 자료, R연구소 기반기술팀 혁신파트에서 위 시험보고서 자료를 요약 정리한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자료, 'AC TFT 사무실에 남아있던 'S' 관련 자료, 'AC TFT 활동을 하면서 취합한 정보들을 정리한 'D 출시경위' 등 최종 정리 파일철 4개 등의 핵심자료들을 부천시 AH빌딩 4층에 있는 O의 처갓집 다락 창고에 몰래 숨겨 은닉하였다.

4. 결론

이와 같이 피고인 A은 피고인 B, 피고인 C, O, P 등 J 직원들로 하여금 타인 또는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할 것을 교사하고, 피고인 B, 피고인 C, O, P 등 J 직원들은 피고인 A의 교사에 따라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B의 법정진술

1. 피고인 C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B, P, O, AI, Z, Y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 B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7917, 8783, 9320, 9716면)

1. 피고인 A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8010, 8972, 9039, 9303, 9694면) 중 일부 진술기재

1. 피고인 C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8106, 9589, 9667면) 중 일부 진술기재

1. P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5966, 6073면)

1. O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5821, 5930, 6004, 8579, 9449, 9561면)

1. AE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6361면)

1. AJ, AK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6390면)

1. Y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6417면, 8741면)

1. Z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6447면)

1. AB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6477면)

1. AI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증거기록 9509면)

1. T의 진술서(증거기록 6293)

1. 수사보고[(주)J 증거인멸 정황 확인], 하드교체 명단(증거기록 1649, 1652면)

1. 수사보고[J의 검찰수사 대비 증거인멸 정황], 일일업무일지 11건(증거기록 2453, 2462면), 이 업무일지 사본 (증거기록 2483면)

1. 수사보고[O 압수물: 업무일지 사본 첨부], 업무일지 메모 내용 사본 일체(증거기록 2918면 이하)

1. 수사보고[J 커뮤니케이션 팀장 O 노트북 디지털 포렌직 추출자료 중 'P(16~18)' 폴더 자료 정리](증거기록 4447면 이하)

1. 수사보고 [O 업무수첩 분석 - 증거인멸, 은닉 정황] (증거기록 4835면 이하)

1. 수사보고[J 법무팀의 임원회의 보고서 등 분석(증거기록 4926면 이하)

1. 수사보고 [J법무팀의 임원회의 보고서 등 분석](증거기록 4926면 이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대응방안 등(증거기록 4948면)

1. 수사보고[J(주)에서 2016. 2.경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사실 확인](증거기록 6302면), 2016. 1. 1.~ 12. 31. 전산 관련 소모품 구매 회계처리 내역 출력물(증거기록 6304면)

1. 수사보고[O(J 총무채권팀 법무담당 부장) 일일업무일지 첨부(증거기록 7076면), 일일업무일지(O 기안)(증거기록 7077면 이하)

1. 수사보고[P(J 총무채권팀 법무담당 대리) 일일업무일지 첨부](증거기록 7494면), 일 일업무일지(P 기안) (증거기록 7495면 이하)

1. 수사보고[C(J 총무채권팀장) 일일업무일지 첨부](증거기록 7718면), 일일업무일지(C기안)(증거기록 7719면 이하)

1. 수사보고[J 가습기살균제 대비 "AC TFT" 운영 확인](증거기록 1637면)

1. 수사보고[참고인 O 조사중 제시 자료 첨부](증거기록 6045면), 법무월례보고(10월 31일자 월요일) 1부(증거기록 6055면), 가습기 살균제 대응 1부(증거기록 6068면)

1. 수사보고[증거인멸을 시도한 AC TFT 사무실을 J(주) 사옥이 아닌 별도의 건물에 임차한 사실(증거기록 8406면), 기안문 사본(증거기록 8408면), 사무실 임차료 지급 관련 전표, 사본(증거기록 8409면), 출금내역 및 거래내역 확인증 사본(증거기록 8410면)

1. 임시전표(증거기록 6295면), 전자세금 계산서(증거기록 6296면)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A

가. 1차 증거인멸(범죄사실 3. 가.)을 교사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

1) 주장

피고인 A은 2016. 2. 11.자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방안" 자료(이하 '2016.

2. 11.자 대응방안'이라고 한다. 증거기록 4936면)를 보고 받은 적이 없고, 피고인 B 등에게 증거인멸· 은닉을 교사한 사실도 없다. 오히려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피고인 B의 주재 하에 피고인 C, O, P 4명이 함께 논의하여 작성하였고, 그 후 피고인 A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O, P가 2016. 2. 12. 대전연구소에서 PC 하드교체작업을 시작하면서 일련의 증거인멸 행위가 진행된 것이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A이 2016. 2. 11. 피고인 B으로부터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증거인 멸·은닉을 교사하였다는 것이나 그러한 사실이 없으므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2016. 2. 11.자 대응방안의 주요 내용 및 쟁점

2016. 2. 11.자 대응방안의 제4면에는 검찰수사대상 확대를 대비하여 연구

소, 공장 등에서 관련 제품 및 물질, 서류 일체를 점검하는 방법으로 CMIT 원료 사용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위해 2016. 2. 12. 대전연구소를 방문할 예정이며, 그 후 당사에 불리한 내부정보를 검열하여 별도보관 및 삭제를 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바(이하 '증거인멸·은닉 기재부분'이라고 한다), 위와 같이 기재되어 있는 사항이 2016. 2. 11,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고, 피고인 A이 이를 승인하는 방법으로 그 후 진행된 증거인멸·은닉을 교사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는지 여부 및 그 시기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혹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 A은 2016. 2. 11. 피고인 B으로부터 2016. 2. 11.자 대응방안 제4면의 증거인 멸·은닉 기재부분을 보고받고 이를 실행하도록 교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피고인 A의 지시에 의하여 작성되었다.

우선 피고인 B과 O은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작성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피고인 A

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하였고, 이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으로서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녹취서 12면), 또한, O 역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 B이 피고인 A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많이 불안해하고 궁금해하니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보고하여야 한다고 하여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작성하게 되었고, 피고인 B이 당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581면).

또한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1년 8월경 보건복지

부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의 원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피고인 A의 지휘하에 법무팀을 중심으로 가습기살균제 대응팀이 만들어져서 2016년 1월 당시까지도 간헐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대응활동을 계속하여 오다가 2016년 2월경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응팀의 활동도 강화되었으며, 당시 피고인 A이 'J에 불리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없앨 것은 없애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J에 큰 사건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말하여 이런 취지에 따라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피고인 A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787 내지 8792면).

이러한 진술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은 2011년 8월 보건복지부 역학조

사 발표 이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처를 하여 오던 중 2016년 2월경 검찰조사가 본격화 되자 이에 대응하여 불리한 증거를 검색하여 인멸하는 등의 대응방안의 수립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2011. 2. 11.자 대응방안이 작성되면서 제4면에 증거인 멸·은닉 기재부분이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피고인 A은 2016. 2. 2. O이 회사 내에 있는 자료를 점검하여 모으겠다고 보고하였을 때 이는 증거인멸 · 은닉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사

실을 알고 있었다.

한편 피고인 A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은 2016. 2. 2. O이 연구소

등 회사 내에 있는 자료를 점검하여 모아보겠다고 하여 사실확인을 위하여 이를 승인하였다고 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사실 혹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 A은 당시 자료의 점검 및 수집의 목적이 증거은닉·인멸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승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피고인 A의 진술을 살펴보면, 피고인 A은 검찰에

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은 2016년 이전부터도 회사 내에 남아 있는 자료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하여왔고, 특히 2016. 2. 2. O이 연구소, 공장, 본사 등 회사 전 사내에 있는 자료들을 점검하고 모아보겠다고 보고하여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으며, O은 당시 이렇게 모은 자료를 검토하여 회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해 보겠다는 취지였지 무엇을 없애거나 삭제하겠다는 보고를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975, 8976면).

그러나 AI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1. 8. 31.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가 발표되자 피고인 A의 지휘 하에 정기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대응 TF 회의를 하였고, 자신은 관련 부서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회의자료를 정리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2달 정도 후 법무팀으로 업무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O이 피고인 A의 지시라고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모두 O에게 넘기고 V에 있는 회의록, 회의 자료, 가습기 살균제 매입 및 매출자료, 가습기 살균제리콜자료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 일체를 폐기하라고 하였으며, 그 후 시사프로그램 방영, 피해자 집회, 공정위 조사 등 각종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9514면), 이에 의하면 J은 2011년경부터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인멸 · 은닉하여 왔다.

또한 피고인 C은 총무팀 명의로 2011년경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조사와

관련하여 '불필요 문서(공정거래 조사시 문제 발생될 수 있는 문서)의 폐기(반드시 분쇄할 것), 개인 PC에 보관하고 있는 파일 중 위와 같은 우려가 있는 사항은 삭제, 문제 소지가 있는 내용이나 수시로 활용하는 내용은 개인 USB에 저장후 관리(PC 저장금지) 하라는 이메일을 '본 메일은 확인하신 후 반드시 삭제 부탁드립니다'는 당부와 함께 관련 부서 팀장급을 대상으로 발송하였는데(증거기록 9516, 9521, 9591면), 이에 대하여 피고인 C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6년 이전부터 J에서 이 사건과 동일한 방법으로 문서 폐기, 삭제 및 별도 보관이 있어왔다고 진술하였고(증기기록 9607면), AI 역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후에도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위와 같은 메일이 회람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9515), 이 역시 J은 2011년경부터 회사 차원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 인멸 · 은닉하는 작업을 하여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나아가 2016년 이전부터 이러한 증거인멸·은닉이 이루어진 것에 대

하여 피고인 A이 인식을 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C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담당 임원이었던 AF 상무의 제안으로 위와 같은 메일을 작성하였고, AF 상무는 피고인 A에게 보고를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거나(증거기록 9594면),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피고인 A에 대한 보고나 피고인 A의 지시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669면). 또한 O은 2016. 2. 12. 대전연구소를 방문하고 삭제할 이메일의 범위 및 교체대상 하드디스크를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한 내용의 일일 업무일지를 결재상신하였고, 피고인 B은 2016. 2. 15. 이를 결재하면서 '연구소 조사결과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조치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는 의견을 기재하였는데(증거기록 7093, 7094면), 피고인 B은 위와 같은 지시를 한 이유에 대하여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피고인 A이 수시로 이러한 조치를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빠르게 대처하도록 요구하였고, 이를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었기 때 문이라고 진술하였다(녹취서 33면). 이러한 진술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은 2016년 이전부터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J 전체에서 자료 및 이메일 삭제 등의 증거인멸·은닉 작업이 이루어진 것을 알고 있었고 나아가 이를 종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 A이 2016년 이전부터 회사 내에 남아 있는 가습기 살균

제 관련 자료를 찾아보라는 지시를 하여 왔던 것은 이를 삭제 내지 은닉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고, 특히 2016. 2. 2. O이 연구소, 공장, 본사 등 회사 전 사내에 있는 자료들을 점검하고 모아보겠다고 보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승인할 때도 발견되는 자료를 삭제 내지 은닉할 것을 전제로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P의 증언 및 진술에 의하면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

인 A에게 보고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는지 여부 및 그 시

기에 대하여 P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자신이 만들어서 피고인 A이 주재하는 임원회의에서 피고인 B이 보고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5972, 5973면),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도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고 그 자리에 자신과 O, 피고인 C, 피고인 B 등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4면).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P가 작성을 하였고,1) P는 그 다음날인

2016. 2. 12. 대전연구소에 출장을 가 제4면의 증거인멸·은닉 기재부분을 실행하기 시작하였으므로,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는 P의 기억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P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B이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2)

한편 이에 대하여 P와 함께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작성하고, 2016.

2. 12. 대전연구소에 출장을 간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2016. 2. 12. 대전연구소로 출장을 가기 전에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피고인 B에게 보고한 것은 기억이 나나 피고인 A에게 보고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여(2019. 5. 22.자 녹취서 33면), O도 보고자리에 있었다는 P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하였다. 그러나 O은 위와 같은 진술을 하면서 피고인 B이 2016. 2. 11.에 윗선 즉 피고인 A에게 보고를 한다고 날짜를 특정하였던 것이 생각이 나고(2019. 5. 22.자 녹취서 33면), 보통 피고인 B에게만 보고를 하는 경우에는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 형태로 워딩 중심으로 보고를 하나 2016. 2. 11.자 대응방안처럼 예쁘게 모양을 내서 만든 것은 피고인 B의 위 즉 피고인 A에게 보고할 자료이기 때문이며(2019. 5. 22.자 녹취서 31면), 최종결재권자에게 보고를 할 때는 보고일자에 맞추어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그 기재된 날짜에 피고인 A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2019. 5. 22.자 녹취서 7, 9면)하였다. 결국 O의 이러한 진술은 피고인 B이 피고인 A에게 대응방안을 보고하는 날짜를 2016. 2. 11.로 지정을 하여 같은 일자로 기재된 대응방안을 작성하여 피고인 B에게 보고를 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 A에게 보고되는 자리에 자신이 참석하였는지에 대한 부분이 P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 O의 위와 같은 진술 역시 피고인 B이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한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6. 2. 11. 회의를 했는지 명

확하지는 않으나 O, P가 대전연구소에 가기 전에 회의를 한 것은 맞는 것 같고, 자신이 단독 보고를 했을 리는 없으며, 피고인 A 및 법무담당자들과 함께 회의를 한 것 같고, 그 회의에서 2016. 2. 11.자 대응방안 제4면의 증거인멸·은닉 기재부분의 '당사에 불리한 내부 정보 검열 후 별도 보관 및 삭제조치'를 진행하는 것으로 피고인 A이 지시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944면). 그러나 이에 대하여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는 3년 이상 지난 일이므로 회의일자나 회의에서 피고인 A이 지시한 내용을 특정하라고 하면 명확하게 진술할 수는 없고 단지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존재하고, 그 내용 중 당사에 불리한 내부정보를 검열하여 별도보관 및 삭제를 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같은 날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2016. 2. 11.자 대응방안과 같은 내용이 결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녹취서 21면 내지 23면). 결국 피고인 B의 증언은 2016. 2. 11.자 대응방안의 존재 및 그 기재내용에 의존한 진술이기는 하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P, O의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 B이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이상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증언 역시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4) 다음과 같은 사정들도 피고인 A의 지시 · 승인에 의하여 증거인멸·은

닉작업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가) O은 2016. 2. 16. 피고인 A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피고인 A에게

증거인멸· 은닉작업 상황을 보고하였다.

O의 2016. 2. 16.자 업무일지(증거기록 7097면)에는 O은 당일

08:10부터 마케팅, 영업, V에 대하여 관련부서 관련 이메일 삭제작업을 시작하고 하드 교체 대상자를 총 49개로 파악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해당 항목의 제목으로 "가습기 살균제 대응안 실행"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2016. 2. 11.자 대응 방안을 실행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같은 업무일지에는 "사장님 소환 전화받고 사장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진행 사항 전반 및 마케팅 유사품 단속 관련 보고"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에 대하여 O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 A이 2016. 2. 16. 자신을 불러 가습기 살균제 대응 진행상황에 대하여 물어보아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불리한 증거들을 찾아서 정리하는 일 등을 보고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증거기록 6007면),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은 2016. 2. 16. 이미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증거인멸·은닉이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반면 피고인 A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증거기록 8037면), 평

소 O을 사무실로 불러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회사 외부의 상황을 물어본 적이 있지만 증거자료의 폐기 상황을 확인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사정 즉, J은 이미 2011년경부터 회사 차원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 인멸· 은닉하는 작업을 하여왔던 점, O이 2016. 2. 2. 피고인 A에게 연구소, 공장, 본사 등 회사 전 사내에 있는 자료들을 점검하고 모아보겠다고 보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승인할 때도 발견되는 자료를 삭제 내지 은닉할 것을 전제로 이를 승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 A이 2016. 2. 16. 가습기 살균제 진행 사항 전반에 대하여 보고 받기 위하여 이을 자신의 사무실로 호출하였을 때에는 당연히 그 때까지 진행 중이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 은닉상황을 보고 받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나 피고인 A은 증거인멸· 은닉작업의 중단을 지시하거나 이를 질책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A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A은 일정 시점에서 하드

디스크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증거기록 8035면). 그러나 피고인 A은 P와 O에게 증거인멸·은닉작업에 대하여 질책을 하거나 그 중단을 지시한 사실은 없는바(P 녹취서 60면, O 2019. 6. 14.자 녹취서 92면), 이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은 피고인 A의 지시·승인에 의하여 진행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 증거인멸·은닉작업은 J 회사 전체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O, P가 대전연구소 연구원들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당시 대전연

구소 기반기술팀 신사업 파트 신사업파트 파트장으로 근무하던 AE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개시된 때이고, O은 법무담당 직원으로서 가습기살균제 대응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구소에 있는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컴퓨터 하드를 교체한다고 하길래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하드를 교체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J이 전체적으로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지시이지 O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369면).

AI 역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O이 J 전체적으로 관련 부

서에서 하드교체를 한다고 하여 당연히 피고인 A의 지시라고 생각을 했고, 피고인 A의 지시 없이는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517면),

이러한 진술 역시 피고인 A의 지시, 승인에 의하여 증거인

멸·은닉작업이 진행되었음을 뒷받침한다.

래 J은 회사에 남아 있는 불리한 자료를 검토하고 그 삭제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포렌식 작업을 시행하였는데, 피고인 A도 이를

알고 포렌식 작업을 승인하였다.

우선 포렌식을 실시한 목적에 대하여 살펴보면, O은 2016. 6. 22.

업무수첩에 AL 법률사무소의 AM, AN 변호사와의 전화회의(conference call) 내용을 메모하면서 "① forensic 받아야 한다 - MSDS 잔존여부, 완전삭제가능여부. ② MSDS上 조성물표시 有 - 위험"이라고 기재하였는데(증거기록 3010면), 이에 대하여 O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AL 법률사무소의 변호사가 포렌식을 받아서 서버 상 MSDS의 잔존 여부를 확인하고, 잔존해 있는 경우 자료의 완전삭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증거기록 5835, 5836면)하였고, 또한 포렌식을 한 목적 중의 하나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서버에서 삭제할 수 있는지, 삭제한 경우 수사기관 등에서 복원을 해서 찾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6009면). 또한 O은, 검찰조사시 디지털 포렌식은 2016. 2. 11.자 대응방안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포렌식을 통하여 회사 서버에 남아있는 불리한 증거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자료의 영구삭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고, 포렌식 과정에서 자신이나 P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자료는 서버에서 삭제가 되는가? 삭제된 자료는 복구가 되지는 않는가?'였으며, 이를 위하여 포렌식 과정에서 자료의 삭제 가능성 및 복구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체크하였다고 진술한 사실도 있고(증거기록 8583면), O의 업무수첩 중 2016. 7. 12. 작성부분에서는 AL 법률사무소의 직원들과 포렌식 작업 결과를 놓고 자료의 삭제 및 그 범위에 대하여 논의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바(증거기록 2,483면), 이는 위와 같은 진술에 부합한다. 이러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포렌식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후 복구될 수 있는 내부 자료를 확인한 후 이를 삭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포렌식을 실시하는 목적에 대하여 피고인 A이 인식하고 있

었는지를 살펴보면,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피고인 A이 2016. 7. 5. 포렌식을 최종 승인)하기 이전에 이미 불리한 자료를 정리할 목적으로 포렌식을 시행한다는 것을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2019. 6. 14.자 녹취서 65면), 수사기관에서도 회사에 남아 있는 불리한 자료의 삭제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포렌식을 시행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인 A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583면), 이러한 피고인 이의 진술에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 A이 2016년 이전부터 J 전체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A도 위와 같은 포렌식의 목적을 알고 이를 승인하였다고 할 것이다.

(5) 2016. 2. 17.자 기안문과 2016. 2. 15.자 대응방안의 존재 및 O, P의

일일업무일지의 기재 내용이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

고인 A에게 보고된 사실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맨 2016. 2. 17.자 기안문의 작성 및 결재

피고인 A이 제출한 전자결재문서(증 제1호 이하 '2016. 2. 17.자

기안문'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O은 2016. 2. 17. 전자결재문서를 기안하면서 2016. 2. 15.자 "D 대응방안"이라고 기재된 보고문서(이하 '2016. 2. 15.자 대응방안'이라고 한다)를 첨부하여 피고인 C, 피고인 B 및 피고인 A에게 전자결재를 상신 하였고, 위 기안문은 피고인 C이 2016. 2. 18., 피고인 B이 2016. 2. 22. 각 결재한 후 피고인 A이 2016. 2. 23. 결재를 하였다.

나 피고인 A의 주장

O은 2016. 2. 17. 2016. 2. 15.자 대응방안을 완성하여, 이를 전자

결재로 기안하였고, 피고인 A은 2016. 2. 23. 이를 결재하였으므로 피고인 A은 그 무렵에야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대응방안 보고서를 알게 되었다. 또한 P와 O의 일일업 무일지에 2016. 2. 11. 피고인 A에게 대응방안을 보고하였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 A은 2016. 2. 11. 대응방안을 보고받았다거나 그 보고자리에서 피고인 B에게 증거인멸·은닉을 교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O과 P의 업무일지 정리

O과 P가 2016. 2. 2.부터 2016. 3. 10. 이전까지 작성한 일일업무일

지(증거기록 7085 내지 7129면, 7501 내지 7538면) 중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은닉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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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일일업무일지에 나타나는 O과 P의 업무내용 요약

O과 P가 2016. 2. 3.부터 2016. 3. 10. 이전까지 가습기 살균제 관

련 증거인멸· 은닉과 관련하여 처리한 업무를 일일업무일지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2016. 2. 3.

P는 2016. 2. 2. O과 함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방문하고 그 다음

날인 2016. 2, 3.부터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하여 "대응매뉴얼을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해당 문서에는 형사사건의 단계별 대응전략이 포함되어 있었다.

② 2016. 2. 4.

O은 2016. 2. 4.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 법률검토를 진행하였

고,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모니터링을 하다가 검찰 조사 실시 혹은 기소시 AL 법률사무소에 대응을 의뢰하는 것으로 "대응매뉴얼"의 방향을 설정하였으며, 앞으로 가습기살균제 "민·형사대응방안" 실행을 품의할 예정이었다.4) 한편 P는 같은 날 형사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매뉴얼"을 작성하였고, 다음날 이를 완성할 계획이었다.

③ 2016. 2. 5.

P는 2016. 2. 5.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검찰의 J에 대한 수사개시

전/후의 대응방안을 포함한 "사건대응매뉴얼을 작성하였고, 이에 대한 내부검토가 진행되었다. 이은 같은 날 가습기살균제 "민·형사 대응방안" 법률 검토 및 보고서 작성 작업을 하였고,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방안" 보고 및 실행을 품의하고, 대전연구소 CMIT 관련 실사를 할 것으로 계획하였다.

④ 2016. 2. 6.부터 2016. 2. 10.까지: 설연휴

⑤ 2016. 2. 11.

O은 2016. 2. 11. 가습기살균제 '민·형사대응방안"을 수립하는 작

업을 하였고, 앞으로 대전연구소 CMIT 관련실사 및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방안"을 보고하고 그 실행을 품의 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⑥ 2016. 2. 12.

P와 O은 2016. 2. 12. 대전연구소로 출장을 가서 CMIT 관련 실사

작업을 진행하여 검찰조사에 대비하여 교체할 하드디스크를 파악하는 작업을 하였고, O이 이를 일일업무일지에 기재하여 보고하자 피고인 B은 이를 결재하면서 대전연구소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에 조치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O의 일일업무일지에 남겼다. 한편 O은 같은 날 업무일지에 앞으로 진행할 업무로 가습기살균제 민·형사 대응 변호사를 선임하고, "민·형사 대응방안"의 보고 및 실행품의를 계획하였다.

⑦ 2016. 2. 15.

P는 2016. 2. 15. O과 주간 및 월간 업무계획을 협의하면서 가습기

사건 "대응매뉴얼을 완성하고 그 진행을 품의 하는 것을 논의하였고, 가습기 검찰수사에 대응하는 "대응매뉴얼'을 수정하고 최종검토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은 같은 날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방안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하였고, 앞으로 이를 실행하고, 변호사 선임을 품의할 것을 계획하였다.

⑧ 2016. 2. 16.

O과 P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사내 사전조치로 본사 CMIT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마케팅, 영업부서, V(2007년경 일본 회사인 AP과 합작하여 설립한 회사로 J 가정용품팀 중 일부 사업을 이전받았음)에 대하여 관련 이메일을 삭제하고 하드디스크 교체 명단을 취합하는 작업을 실행하였다. 또한 이은 피고인 A의 소환 전화를 받아 피고인 A의 사무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관련 진행 사항 전반을 보고하였고,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안 작성 및 변호사 선임 품의서를 작성하였으며, AL 법률사무소의 변호사와의 미팅을 대비하여 "형사 대응매뉴얼" 자문내용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은 앞으로 진행할 작업으로 피고인 B에게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안" 실행 및 변호사 선임을 보고할 것을 계획하였고, P는 가습기 사건 대응 관련 형사자문질의서를 작성할 것을 계획하였다.

⑨ 2016. 2. 17.

O은 피고인 B에게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안" 및 변호사 선

임을 보고하였고(이날 2016. 2. 17.자 기안문이 결제상신되었다), D 형사건에 대하여 AL 법률사무소에 질문할 내용을 검토 · 정리하였고, P는 가습기살균제 형사사건 대응과 관련하여 J 내부 자료를 재검토하고, "형사대응매뉴얼" 작성을 AL 법률사무소에 의뢰하는 것과 관련한 질의사항을 작성하였다.

⑩ 2016. 2. 18.

O과 P는 AL 법률사무소를 방문하여 형사사건에 관한 "대응매뉴얼"

작성방향을 논의하였고, "매뉴얼" 작성의뢰 및 압수수색관련 사전 모니터링 협조를 요청하였다. 한편 P는 "매뉴얼" 작성을 위한 자료준비 및 제공 작업을 하였고, 다음날에도 가습기 "형사대응매뉴얼 작성 자료를 준비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⑪ 2016. 2. 19.

O과 P는 CRM팀(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들의 전

화, 인터넷, 이메일 등을 통한 불만사항을 접수·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부서)과 미팅을 하고 관련 자료를 요청하였고, 이 이를 일일업무일지에 기재하여 보고하자 피고인 B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조사만 하지 말고 실행도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는 요청을 일일업무일지에 남겼다.

⑫ 2016. 2. 22.

O은 CRM팀의 가습기 살균제 클레임 1000건 및 전화상담 2000건

에 대한 문건이 확보된 사실을 일일업무일지에 기재하였고, 가습기 살균제 형사대응

관련 자료 수집 및 AL 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의 협의를 진행하였다.

⑬ 2016. 2. 23.

O은 가습기 살균제 형사대응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AL에 송부하고

이를 협의하였으며, P는 가습기 사건 관련 AL "형사대응매뉴얼을 작성하는 작업을 하였다.

⑭ 2016. 2. 29.

O은 피고인 A에게 D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하였는데, 2016. 2. 26.

자의 명일 주요업무의 기재된 내용과 종합하면 형사사건과 관련한 보고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P는 O과 주간 및 월간 업무계획을 논의하면서 가습기 형사건 AL "대응 매뉴얼"을 협의하였다.

(마) O, P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 보고서 작업 및 피고인

A에 대한 전자결재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P의 일일업무일지에 2016. 2. 3.부터

2016. 2. 5.까지 가습기살균제 관련 "대응매뉴얼" 혹은 "사건대응매뉴얼'에 대하여 작업을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2016. 2. 5. 일일업무일지에 "내부검토 중"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2016. 2. 11.부터는 이러한 작업에 대한 기재가 없는 것으로 보아, P는 2016. 2. 5. 문서작업을 마친 다음 이를 O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O은 2016. 2. 4.부터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 법률검토 및 "대응

매뉴얼" 작성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하여, 대전연구소를 방문한 2016. 2. 12.을 제외하고는 2016. 2. 16.까지 가습기살균제 민·형사 대응안" 혹은 "민·형사 대응방안을 작성하는 작업을 한 다음(2016. 2. 15.에는 P가 가습기 검찰수사에 대응하는 "대응매뉴얼"을 수정 및 최종 검토하는 작업을 하였는바, 이는 O이 "민·형사 대응안" 혹은 "민형사 대응방안"으로 기재한 문서와 같은 문서로 보인다), 2016. 2. 17. 피고인 B에게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안" 및 변호사 선임에 대한 보고를 하였다.

한편 2016. 2. 17.자 기안문에 의하면, O은 2016. 2. 17. 전자결재를

기안하면서 2016. 2. 15.자 대응방안과 함께 변호인 선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피고인 C, 피고인 B 및 피고인 A에게 결재를 요청하였는바, O은 2016. 2. 4.부터 2016. 2. 16.까지 앞으로 할 업무로 가습기 살균제 민·형사 대응방안의 보고 및 실행을 품의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가 2016. 2. 17. 이후에는 "명일주요업무"에 그 내용이 더 이상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O의 일일업무일지에 "민·형사 대응안" 혹은 "민·형사 대응방안"으로 기재한 문서는 결국 2016. 2. 17.자 전자결재 기안문에 첨부된 2016. 2. 15.자 대응방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주장과 같이 O은 2016. 2. 17.에 이르러서야

2016. 2. 15.자 대응방안을 완성하여 2016. 2. 17.자 기안문에 첨부하여 전자결재를 상신하였다.

또한 위에서 살펴본 O, P의 일일업무일지의 기재에 의하면, P와 O의

일일업무일지에는 2016. 2. 11. 피고인 A에게 대응방안을 보고하였다는 내용의 기재가 없다.

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 혹은 사정을 고려하면 2016. 2. 17.자 기

안문과 2016. 2. 15.자 대응방안의 존재 및 위와 같은 O, P의 일일업무일지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된 것으로 인정된다..

① 2016. 2. 17.자 기안문은 변호사 선임비용지출에 대한 승인을

위한 것이지 2016. 2. 15.자 대응방안을 보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 A의 변호인으로부터 위와 같

이 2016. 2. 15.자 대응방안이 작성된 과정에 대한 O, P의 일일업무일지의 기재 및 2016. 2. 17.자 기안문을 제시받으면서, 2016. 2. 11.에는 대응방안이 피고인 A에게 보고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이에 대하여 당사에 불리한 내부정보 검열 후 별도 보관 및 삭제 조치를 하는 것은 보고서를 가지고 회의에서 구두로 보고할 사안이지 전자결재를 상신할 사안은 아니고, 결재는 비용이 들어갈 때 하는 것이므로, 2016. 2. 17.자 기안문은 변호사 선임비용과 관련해서 비용 기안을 한 것이고, 2016. 2. 15.자 대응방안은 이를 보충하는 자료로 첨부된 것이지 2016. 2. 15.자 대응방안을 보고하기 위하여 2016. 2. 17.자 기안문이 결재상신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녹취서 24면), 또한 피고인 B은 2016. 2. 17.자 기안문에는 AQ이 2016. 2. 18. "합의"대상자로서 승인결재를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이유에 대하여도 AQ은 각 팀별 예산배정이 이 주업무로서 AQ 부장이 합의했다고 결재한 것은 예산과 관계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다(녹취서 56면).

또한 O 역시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그때의 상황에 맞게

긴급하게 보고가 된 것이고, 2016. 2. 15.자 대응방안은 변호사 선임을 하기 위한 별첨 문서이며, 보고서 양식이 두 번으로 바뀐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였고(2019. 5. 22.자 녹취서 45, 47, 48면), P 역시 2016. 2. 17.자 기안문은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품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증언하였다(녹취서 68면).

이러한 진술에 2016. 2. 17.자 기안문에 J이 선임할 AL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의 이름과 시간당 비용이 기재되어 있고, 그 아래 '선임변호사 비용은 향후 지급 수수료 변호사비(AR) 계정 예산증액하여 처리하겠습니다'라고 기재한 다음, 첨부문서로 변호사들의 각 프로필이 첨부되어 있는 점 및 팀별 예산배분을 담당하는 직원이 "합의"서명을 한 점을 더하여 보면,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작성·보고된 다음 이와 별도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추가로 지출하는 데 대하여 대표이사의 결재를 얻기 위한 보충자료로 2016. 2. 15.자 대응방안이 작성되어 2016. 2. 17.자 기안문에 첨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2016. 2. 12. 이후 진행된 대전연구소에 대한 하드디스크 교체

작업은 피고인 A의 지시와 승인 없이는 할 수 없었다.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대전연구소의 소장인 U은 부사장

으로서 직급이 피고인 B보다 높았기 떄문에 2016. 2. 12. 이후 진행된 대전연구소 소속 직원들에 대한 하드디스크 교체작업은 피고인 A의 지시가 없었으면 불가능하다고 진술하였고(2019. 6. 14.자 녹취서 89, 90면), P 역시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2016. 2. 12. 대전연구소에 갔을 때 서울 본사에서 법무담당 직원들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서 불리한 자료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온다는 것을 사전에 그곳 직원들이 알고 회의 시간을 미리 잡아두었고, 각 연구부장들이나 부분장들이 모두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였는 바(녹취서 9, 10면) 이러한 진술은 모두 피고인 A이 2016. 2. 12. 이전부터 증거인멸·은닉작업에 관여하였음을 뒷받침한다.

③ 피고인 B은 2016년 2월 당시 피고인 A에게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보고를 하였다.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 2016년 2월 당시 피고

인 A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사실을 많이 궁금해 하였고,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여 자신이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단 한 개도 빼놓지 않고 '이런 것 해요.', '이런 것 하려고 해요.', '하고 있어요.', '했어요.' 이런 식으로 수시로 대화형식의 보고도 많이 하였다고 진술하였고(녹취서 15면), 또한 피고인 A은 가습기와 관련해서는 워낙 보고를 많이 받고 궁금해 하시는 사항이 너무 많아서 수시로 가습기와 관련하여 피고인 A과 대화를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A은 자신에게 궁금한 것은 다 물어 봤을 것이고, 자신도 그에 대한 답변을 다 했으며, 직원들의 가습기와 관련한 현재의 동향이나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 등을 모두 보고하였고, 이는 피고인 A이 하나부터 열까지 아주 작은 것까지 일일이 디테일하게 보고를 받기 원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는바(녹취서 57, 58면), 피고인 B의 이러한 진술은 그 내용이나 경위에 비추어 신빙성이 높고, 이러한 진술 역시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음을 뒷받침한다.

④ O과 P의 일일업무일지에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2016. 2. 11.

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된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피고인 A은 O, P가 일일업무일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6. 2. 11.자 일일업무일지에 피고인 A에게 대응방안을 보고하였다는 기재가 없으므로,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O의 경우 업무수첩에는 2016. 5. 16.(증거기록 2957면), 2016. 5. 17. (증거기록 2959면), 2016. 6. 1.(증거기록 2979면), 피고인 A에게 보고를 하거나 피고인 A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해당 일자의 일일업무일지(2016. 5. 16.: 증거기록 7210면, 2016. 5. 17: 증거기록 7208면, 2016. 6. 1.: 증거기록 7231면)에는 이러한 기재가 없는 점, O과 P 모두 2016. 2. 3.부터 2016. 2. 10. 사이(설연휴기간을 제외하면 2016. 2. 3.부터 2016. 2. 5.사이), 피고인 B, C과 함께 2016. 2. 11.자 대응방안의 작성과 관련한 회의를 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일일업무일지에 기록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O과 P가 일일업무일지에 일부 사항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따라서 일일업무일지에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2016. 2. 11.자 대응방안이 같은 날 피고인 A에게 보고된 사실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6) 피고인 A이 증거인멸이 범죄가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원론적인

내용을 이야기한 것일 뿐 증거인멸·은닉에 대한 중단을 지시한 것으

로 해석할 수는 없다.

O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 A이 자신과 피고인 B, 피고인

C이 참석한 회의에서 '증거인멸은 범죄가 된다고 하니 염려가 된다', '증거 삭제한다는 건 언급도 하지 말자'는 말을 했던 적이 있고, 자신의 업무수첩 중 2016. 6. 1.자의 "증거 인멸 염려"(증거기록 2979면), 2016. 6. 3.자의 "증거삭제 언급도 NO"(증거기록 2985면)라고 기재된 것이 그러한 취지라고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8584), 이 법원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증언하였다(2019. 6. 14.자 녹취서 42면).

피고인 A은 이를 근거로 자신은 오히려 증거를 인멸·은닉하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에 따라 책임을 져야할 부분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은 위와 같은 발언을 한 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2017. 6. 9. J이 전산자료에 대하여 AL 법률사무소로부터 포렌식을 받는 것을 구두로 승인한 점(증거기록 2997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 A은 포렌식의 목적은 압수수색으로 복구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하여 이를 삭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2017. 7. 5. 이를 최종 승인한 점 및 2016. 6. 1.과 같은 달 3일 위와 같은 발언을 하기 전이나 그 후로도 하드디스크 교체 등 진행되던 증거인멸· 은닉 작업의 중단을 지시하거나 이를 문책한 사실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 A의 진술은 증거인멸·은닉을 저지하려는 목적보다는 진행되는 작업들이 증거인 멸·은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판단된다.

나. AC TFT 종료과정에서의 자료의 폐기(범죄사실 3. 나.)는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A이 이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는 주장

1) 주장

AC TFT는 국정감사에 대비하여 한시적으로 가동하였던 기구로서 사무실도

회사 외부에 단기 임차하여 마련하였고, 컴퓨터 등 집기들도 리스회사에서 단기 리스형식으로 조달하는 등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임무 종료 후에는 사무실 비품도 반환하고 사무실 내의 자료들도 모두 정리하기로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임시기구가 그 임무를 마치고 해산되는 과정에서 사무실을 철수하면서 필요 없게 된 기존의 하드카피 자료는 모두 파쇄하고 컴퓨터 등 비품을 모두 반환한 것을 두고 증거인멸·은닉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AC TFT 해산 과정에서 파쇄하였던 하드카피 자료나 컴퓨터 파일들은 모두 회사에 보관되어 있던 기존자료들이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자료들을 복사한 2차적인 자료들이고 원본 자료들은 회사 내의 사무실이나 컴퓨터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증거인멸 · 은닉죄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피고인 A이 이를 지시한 적도 없다.

2) 판단

그러나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혹은 사정에 의하면, AC TFT 종료 당시 시행된 자료 폐기 및 별도보관은 증거인멸·은닉에 해당하고, 피고인 A이 이를 교사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AC TFT의 명칭이나 사무실의 위치는 모두 압수수색을 염두에 두고 결정

되었다.

P는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대응팀의 명칭을

"AC" TFT로 결정한 이유에 대하여 압수수색 등으로 가습기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을 때 TFT 관련 문건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AC"라는 명칭을 사용하였고, ACTFT 사무실을 회사 외부에 별도로 마련한 것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하였다(녹취서 11, 12면). 또한 AC TFT 사무실 임대료에 대한 회계처리 서류에 AC TFT 운영이 아닌 IPO를 위해 사무실을 임차했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 C은 이에 대하여 피고인 B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서 TFT를 운영했다는 근거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여 위와 같이 기재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611면), 이러한 증거들에 의하면 AC TFT의 명칭 내지 사무실의 위치를 결정하는 단계에 서부터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고려되었다.

② AC TFT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모아오면서 원래 이를 보관하고

있던 부서에는 이를 남겨두지 않았다.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AC TFT에서 자료를 수집할 때 원래의 부서

들에 있던 자료들은 파기한 다음 가지고 왔고, 이는 보안유지, 대외보관이라는 명목 하에 전 부서에 흩어져 있는 것을 다 수합을 하고, 원래 자료가 있던 곳에는 디스크를 바꿔서 검찰이 조사를 하여도 복원되지 않게 만들어서 AC TFT가 종료할 시점인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AC TFT 사무실과 법무팀 캐비넷에 있는 자료를 제외하고는 회사 내에 D 개발,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한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진술하였고(2019. 6. 14.자 녹취서 104면), P 역시 AC TFT에서 D 출시 또는 E 가습기 살균제 출시, 제조, 판매와 관련한 자료를 취합, 수거하고 정리하는 업무도 담당하였는데, 자료를 수집할 때 원래 이를 보관하던 부서에서는 삭제를 하고, AC TFT로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13면).

또한 Z는 AC TFT 운영 당시 P에게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R연구소, V의

현직 및 퇴직 직원들로부터 전달받거나 입수하게 된 자료들이 담긴 외장하드를 전달하였으나 그 후 이를 돌려받았을 때에는 "가습기", "S", "I" 등의 검색어로 검색되는 자료들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녹취서 9면).

이에 비추어 보면, 원본 자료들은 회사 내의 사무실이나 컴퓨터에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AC TFT에 모인 자료들을 폐기 은닉하는 것이 증거인멸·은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③ AC TFT 활동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폐기하거나 은닉

할 계획이었다.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AC TFT는 한시적인 조직이었고,

예민한 자료들이 많아 외부로 유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그 활동이 만료되면 개인들은 꼭 필요한 자료만 백업하고 나머지는 삭제하며, 수집된 오프라인 자료들은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폐기할 예정이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952면).

또한 피고인 C 역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AC TFT 운영 당시 수집

된 자료는 모두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폐기할 예정으로 자료 수집이 진행되었고, 피고인 B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중요한 자료는 외부에 보관하라고 지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O이 외부 장소에 가습기 살균제 관련 핵심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었던 것을 짐작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151, 8152면).

이에 비추어 보면, AC TFT는 그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폐기

하거나 은닉할 계획 하에 활동하였고, AC TFT 종료 당시의 폐기 내지 은닉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것이다.

④ AC TFT를 종료하면서 이루어진 자료 폐기 및 은닉작업은 검찰의 압수수

색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 하에 진행되었다.

AC TFT가 종료될 당시인 2016. 10. 31.자 법무 월례보고에는 검찰 압수

수색을 대비하여 모든 오프라인 하드카피본의 폐기를 완료하고, 국정조사 관련 기록은 전자문서 형태로 보관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4947면).

이에 대하여 P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국정조사가 끝날 무렵 모든

오프라인 자료를 파기하였고 국정조사에 제출한 자료만 전자문서 형태로 보관하였다는 취지였고, 피고인 B이 국정조사때 제출한 자료는 전산자료로 남겨두고 나머지 자료들은 보안상 파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5982면), 피고인 B 역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AC TFT 활동을 정리하면서 수집된 자료 중 개인에게 꼭 필요한 자료를 제외하고는 삭제하고, AC TFT 과정에서 취합하거나 생성한 문서들의 하드카피는 모두 파기하라고 했으며, 위 법무 월례보고의 기재 내용은 같은 맥락이라고 진술하였고, 또한 자료를 다 파쇄하면 나중에 국정조사, 검찰조사, 공정위 조사 등 이슈가 발생할 때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정말 중요한 자료는 개인적으로 보관하되 사내에 보관하지 말고 각자 안전하고 보안이 유지되는 장소에 보관하라고 하였고, 회사에서 보관하면 나중에 압수될 수 있으므로, 절대로 회사에 놓아두면 안된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955 내지 7957면).

또한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2016년 10월경 AC TFT를 종료할 당시

AC TFT에 수집된 자료에 대한 회사의 방침은 불필요한 하드카피는 폐기하고, 필요한 핵심자료는 CMIT/MIT의 유해성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있을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것에 대비하여 회사 밖에 숨겨두는 것이었다고 진술하였다(2019. 6. 14.자 녹취서 104면),

이와 같은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AC TFT 종료시 진행된 자료의 폐기 및

은닉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하여 J 및 관련자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⑤ 2016년 10월 AC TFT 종료 이후에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회사 외

부에 은닉한 자료들의 보관상태를 계속 점검하였다.

J은 2017년 2월경 환경부가 CMIT/MIT의 폐손상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실험결과를 발표할 경우에 대비하여 AC TFT를 다시 구성하였는데, 이 AC TFT의 2017. 3. 2.자 회의에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핵심자료의 보관상태를 상시점검하는 것이 논의되었다(증거기록 4628면 혹은 6071면).5)

이에 대하여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핵심자료"는 AC

TFT(진술의 취지상 2016. 10.경 해산한 AC TFT도 포함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를 하면서 취합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 중 수사나 소송에 관련되는 자료들, 민감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자료들을 각 직원이 회사 외부로 가지고 나가서 각자 보안을 유지하라는 취지라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7957면), 이에 비추어 보면 2016년 10월경 AC TFT가 해산되면서 회사 외부에 자료를 보관하도록 한 것은 중요한 증거가 수사기관에 압수되지 않도록 은닉할 목적에서 이루어 진 것이고, 그 후에도 회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보관상태를 점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피고인 A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7년 3월경 임원회의에서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핵심자료의 보관상태를 상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던 것 같고,6) 이에 대하여 AC TFT를 하면서 정리된 최종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왔을 때 자발적으로 이를 제공하면서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술하였으나(증기기록 8042면), 자발적인 자료의 제공은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에도 가능하므로, 자발적인 자료제공을 굳이 압수수색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위 임원회의 자료의 내용은 결국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중요한 증거를 은닉,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⑥ AC TFT의 구성원들도 AC TFT 종료 당시 법무팀을 중심으로 증거의 인

멸 · 은닉작업이 이루어진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CRM 팀장으로서 AC TFT에 참여하였던 Y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2016년 10월경 AC TFT를 종료하면서 당시 가지고 있던 자료 일체를 P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각자 가지고 있던 자료는 일체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는 각자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6427면), V 담당자로서 AC TFT에 참여한 2 역시 검찰조사시 AC TFT 종료시 당시 자료들은 모두 법무팀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검찰 압수수색 등에 안전하지 않으니 회사가 아닌 외부 장소에 안전하게 보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6465면), 이러한 진술에 의하면 AC TFT의 팀원들도 AC TFT 당시의 자료 정리 및 보관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증거인멸·은닉이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⑦ 피고인 A은 AC TFT에서 수집한 자료들의 폐기 및 은닉을 지시하였다.

피고인 B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피고인 A이 AC TFT에서 만들어진

모든 페이퍼는 다 폐기하고 그 페이퍼를 만들기 위하여 가지고 있던 데이터나 자료들은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보관하라고 지시하였다고 진술하였고(녹취서 6면), P 역시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국정조사에 제출된 자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하라는 지시를 피고인 A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49면).

또한 O은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 2016년 9월경 국회 청문회가 종료한

후 앞으로 처리할 업무 중에는 문서의 보관 및 폐기와 관련하여 하드카피는 거의 다폐기하고 남은 것들은 전산화하여 별도보관하고, 내부자료 중 핵심자료는 법무팀에서 단일화하여 외부에 보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피고인 B이 이를 피고인 A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재촉을 하여 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피고인 A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바(2019. 6. 14.자 녹취서 54 내지 56면), 이는 증거인멸·은닉에 대한 피고인 A의 지시 혹은 승인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 B, P의 진술과도 부합한다.

결국 위와 같은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A이 AC TFT 구성원들에게 증거인

멸·은닉을 교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라. 1, 2차 증거인멸·은닉에 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증거를 인멸· 은닉한 행위였으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

1) 자기 증거인멸· 은닉의 정범이라는 주장

가) 주장

가사 피고인 A이 증거인멸·은닉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전

체적인 진행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B, 피고인 C, O, P가 증거인멸 · 은닉의 범의가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A이 이를 결의하게 한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 A이 공동정범에 해당될 수는 있어도 교사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자기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 은닉한 경우에는 증거인멸·은닉죄가 성립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 A의 행위는 죄가 되지 아니한다.

나) 판단

(1) 이 사건 증거인멸· 은닉의 대상에 피고인 A에 대한 자신의 증거도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피고인 A은 2010년 1월경부터 J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는데, "D",

"M 가습기 살균제'는 모두 2011년경까지 판매되었으므로, 피고인 A의 재직기간 중에도 위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증거들은 피고인 A에 대하여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이 사건 공소사실 역시 피고인 A이 타인 또는 "자기"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닉을 교사하였다는 것이다)

(2) 교사범의 성립 여부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의하면 피고인 A은 2016년 2월 초순

경 피고인 B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피고인 B, 피고인 C, O 및 P는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마련하였으며, 피고인 B이 2016. 2. 11. 회의에서 이를 피고인 A에게 보고하여, 피고인 A은 그 자리에서 제4면의 증거인멸· 은닉 기재부분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하는 방법으로 증거인멸·은닉을 지시하였는바, 단순히 피고인 A이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증거인멸·은닉의 방법이나 대상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피고인 A의 지시에 피고인 B 등이 증거인멸· 은닉을 내용으로 하는 대응방안을 마련하였고, 피고인 A은 이를 보고받은 다음 실행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증거인멸·은닉을 승인하였으므로, 피고인 A은 이로써 피고인 B 등이 범행을 결의하고 실행하도록 교사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주장은 피고인 B 등이 피고인 A의 지시 혹

은 승인 없이도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을 할 범의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 A의 승인하에 2016년 이전부터 J 직원들이 회사 내에 남아 있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찾아 삭제하여 오던 상황에서 피고인 B, 피고인 C, O 및 P가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작성하면서 피고인 A의 이러한 방침에 맞추어 제4면에 증거인멸·은닉 기재부분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이들이 피고인 A의 지시 혹은 승인 없이도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을 할 범의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만약 피고인 A이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보고받으면

서 제4면의 증거인멸·은닉 기재부분을 문제 삼거나 가습시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실행하면서 증거를 인멸· 은닉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면 피고인 B 등이 이에 반하여 하드디스크 교체, 이메일 삭제 등의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피고인 A은 피고인 B 등에게 증거인멸· 은닉의 실행을 결의하게 하여 이를 교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A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방어권을 남용하지 않았으므로, 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

가) 주장

피고인 A이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에 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방어권의 남용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 판단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

립하고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하여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역시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아니하나,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방어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증기를 은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목된 행위의 태양과 내용, 범인과 행위자의 관계,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형사사법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도1207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피고인 A의 승인하에

2016년 이전부터 J 직원들이 회사 내에 남아 있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찾아 삭제하여 오던 상황에서 피고인 A이 이 사건 교사행위를 한 점, 증거인멸 • 은닉행위가 J 전체의 각 부서를 상대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점, 지시방법 역시 단순한 부탁이나 도움의 요청이 아니라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한 다음 마련된 대응방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증거인멸·은닉을 교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점, 인멸·은닉의 방법 또한 하드디스크 혹은 노트북을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완전삭제하는 등으로 그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진행된 점, 삭제된 자료들의 복구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포렌식 작업까지 진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의 행위는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C.

가. 주장

피고인 C이 AC TFT 활동을 하면서 수행한 업무는 총무채권팀 팀장으로서 ACTFT가 임시로 사용할 사무실 및 PC를 임차한 뒤 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한 것일 뿐 AC TFT의 해산과정에서 피고인 A이나 피고인 B 등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파기 · 은닉한 사실은 없다.

나. 판단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AC TFT의 팀장인 피고인 B이 없는 경우 그 다음 상급자인 피고인 C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 하였고 AC TFT 자료의 보존이나 파기 여부에 관한 사항도 피고인 B과 피고인 C의 지시를 받아서 처리를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2019. 6. 14.자 녹취서 54면), AC TFT 종료 당시 피고인 C과 함께 폐기할 자료와 보관할 자료를 분류하였고, 피고인 B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C, 자신 및 P가 함께 회의를 할 때 자신이 자료를 회사 외부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진술하였는바(2019. 6. 14.자 녹취서 126면), 이에 의하면 피고인 C 역시 AC TFT의 일원으로서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AC TFT의 사무실 정리과정에서 있었던 증거인멸·은닉을 함께 결정 · 실행하였다고 할 것이다.

또한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자료의 폐기에 대하여는 AC TFT 팀원들 모두다 같이 고민을 하였고(2019. 6. 14.자 녹취서 57면), 피고인 B이 피고인 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하달을 하면 피고인 C, 자신, Y 등이 현장의 정리작업을 하였다고 진술(2019. 6. 14.자 녹취서 58면)하였으며, Y 역시 AC TFT 종료 당시 회의를 통하여 남은 자료는 모두 P에게 전달하고 가지고 있는 자료들은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바(녹취서 26면), 이에 비추어 보면 AC TFT 종료 당시의 AC TFT 구성원 모두 함께 결정하여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증거인멸 · 은닉행위를 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C은 AC TFT의 팀장인 피고이 B에 이어 차상위 상급자로서 이에 가담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Y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 C이 2016년 10월경 AC TFT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그 동안 CRM팀에서 취합하여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일제히 삭제하라는 지시를 하여 그에 따라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던 자료들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기억하고 다만 피고인 C이 피고인 B을 대신하여 AC TFT 회의를 주최한 일이 많아 피고인 C의 지시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이는 정확하지는 않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8747면), Z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AC TFT가 시작될 때 법무팀 혹은 피고인 C으로부터 업무용 PC에 저장된 자료를 반출하지 말고 그대로 놓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6461, 6462면)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는 피고인 C이나 피고인 B으로부터 들은 것 같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녹취서 24면), 그러나 앞서 살펴본 O의 증언에 비추어 볼 때 Y이나 Z가 AC TFT의 자료 삭제를 피고인 B으로부터 들었는지 피고인 C으로부터 들었는지 명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AC TFT 내에서 피고인 B의 역할과 피고인 C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별된다기 보다는 피고인 B이 AS의 임원을 겸직하는 관계로 일주일에 2~3일만 J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피고인 B이 없는 경우 피고인 C이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므로,7) 이러한 측면에서도 피고인 C은 피고인 B 등과 함께 AC TFT의 증거인멸·은닉행위를 실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C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8)

○ 피고인 A: 각 형법 제155조 제1항, 제31조 제1항(제1, 2차 증거인멸교사의 점 및 제1, 2차 증거은닉교사의 점)

○ 피고인 B, 피고인 C: 각 형법 제155조 제1항, 형법 제30조(각 제1, 2차 증거인멸의 점 및 제1, 2차 증거은닉의 점. 각 포괄하여)9)

1. 상상적 경합 10)

○ 피고인 A: 각 형법 제40조, 제50조(제1차 증거인멸교사죄와 제1차 증거은닉교사죄 상호간에 대하여는 죄질이 더 무거운 제1차 증거인멸교사죄에 정한 형으로, 제2차 증거인멸교사죄와 제2차 증거은닉교사죄 상호간에 대하여도 죄질이 더 무거운 제2차 증거인멸교사죄에 정한 형으로 각 처벌)

1. 형의 선택

○ 피고인들: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 피고인들: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피고인 A의 제1, 2차 증거인멸교사죄 상호간에 대하여는 범정이 더 무거운 제1차 증거인멸교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하고, 피고인 B, 피고인 C의 각 제1, 2차 증거인멸죄, 제1, 2차 증거은닉죄 상호간에 대하여는 각 죄질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제1차 증거인멸죄에 정한 형에 각 경합범 가중)

1. 집행유예

○ 피고인 C: 형법 제62조 제1항

1.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이 피고인 C: 형법 제62조의2

양형의 이유

『피고인 A 11)

J은 피고인 A의 승인 하에 2016년 이전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하여 회사에 불리하게 쓰일 수 있는 자료, 이메일 등을 삭제하여 왔고, 2016. 2. 11.자 대응방안의 보고 및 승인과 그 후에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는 바 피고인 A은 이를 구실로 자신이 피고인 B 등에게 범행을 결의하게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은 그 이전부터 증거인멸·은닉의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이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함에 따라, 피고인 A의 승인 하에 허용된 전사적인 조치들의 연장선상에서, 피고인 B 등이 2016. 2. 11.자 대응방안을 작성하면서 제4면에 증거인멸· 은닉 기재부분을 작성한 것을 두고 피고인 B 등이 자발적으로 증거인멸 ·은닉을 계획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조성된 전사적인 추세에 따라 피고인 A 등은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행위인지에 대한 인식이나 죄책감 없이 다른 일상적인 회사업무와 마찬가지로 사무적으로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죄 및 그 교사죄를 범하였다. 만약 자신들의 행위가 추후 구속수사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각오하고 이 사건 범행을 결의·실행하였다면 구체적인 사안까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나 당시에는 특별한 거부감이나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인식 없이 회사에 불리한 자료를 그때그때 폐기하는 전사적인 분위기에 따라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으로 당사자들은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나 그 교사행위가 이루어졌던 당시의 상황이나 관여자들의 구체적인 말과 행동 등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이를 구실로 삼아 자신에게 보고한 사실 혹은 자신이 지시한 내용을 명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니, 자신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상식에 반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증거인멸 • 은닉 당시 피고인 A의 증거인멸 · 은닉교사를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함께 사라진 것을 기화로(O의 2019. 6. 14.자 녹취서 70면) 오히려 자신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책임을 피고인 B 등 하급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AL 법률사무소는 J의 요청에 따라 형사사건에 대한 대응매뉴얼(피고인 제출 증 제2호)을 작성하였고, 피고인 C은 2016. 3. 22. 피고인 A에게 이를 보고하였는데(증거기록 7752면), 위 매뉴얼에는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대응방안으로 '증거인 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단계이므로, 서류 기타 자료의 무단파기, 삭제를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이라는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어서 피고인 A은 그 시점에서 진행 중인 증거인멸·은닉행위의 위법성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중단하거나 저지하지 아니하고 계속 진행시켰다.

이에 더하여 피고인 A의 지시로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유통에 있어서 J 및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의 성부 및 그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들이 인멸·은닉되어 실체 진실의 발견에 지장이 초래되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범행에 있어서의 피고인의 역할, 이 사건 범행의 진행 경과 및 범행과정과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A이 취하고 있는 태도 및 이 사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A이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하여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에 처하여 한다.

이와 함께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위와 같이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 B 12)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월 ~ 7년 6월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제1차 증거인멸)

[유형의 결정]

위증·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0월 ~ 3년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 가중요소: 다수의 증거나 장기간에 걸쳐 증거를 인멸한 경우

나. 제2범죄(제1차 증거은닉)

[유형의 결정]

위증∙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0월 ~ 3년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다. 제3범죄(제2차 증거인멸)

[유형의 결정]

위증·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0월 ~ 3년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 가중요소: 다수의 증거나 장기간에 걸쳐 증거를 인멸한 경우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월 ~ 5년6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 제3범죄 상한의 1/3)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1년

피고인 B은 J의 홍보 · 총무부분 전무로서 피고인 A으로부터 증거인멸 및 은닉을 포괄적으로 지시받고, 총무채권팀장인 피고인 C, 법무를 담당하는 O 부장 및 P 대리와 함께 이를 실행하고, 이들로부터 증거인멸 및 은닉 상황에 대하여 전달을 받아 이를 피고인 A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하였다. 결국 피고인 B은 담당 임원으로서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의 실제 실행행위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였으므로 그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유통에 있어서 J 및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의 성부 및 그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들이 피고인 B에 의하여 인멸· 은닉되어 실체 진실의 발견에 지장이 초래되었으므로, 그 죄질 역시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피고인 B이 약 30년 전 업무방해죄로 벌금 20만 원의 처벌을 받은 것 이외에 다른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형으로서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고인 B에게는 다음과 같은 유리한 정상들도 존재한다. 우선 피고인 B은 수사기관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1999년 11월경 J의 홍보실 과장으로 입사하여 2014년까지 홍보 관련 업무만을 담당하다가 직제개편으로 2015년 홍보팀과 함께 총무채권팀도 관장하게 되어 총무채권팀의 역할 중 하나인 법무업무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2006년 12월경부터 AS의 홍보 업무도 함께 겸직을 하여 급여를 AS에서 60%, J에서 40%를 수령하였고, 일주일에 2~3일은 AS으로 출근하는 등 J의 업무에만 매진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반면 증거인멸· 은닉행위의 실무를 담당한 O은 2007년 2월경 J에 입사한 이래 2015년 P가 법무 담당 대리로 채용되기 전까지 사실상 혼자 J의 법무 담당 직원으로 근무해 왔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법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이에 피고인 A이 피고인 B이나 피고인 C을 통하지 않고, O을 직접 불러 이 사건 범죄와 관련하여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기도 하는 등 O은 법무 영역의 업무에서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도 인정되었다.

이러한 정상들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위와 같이 형을 정하였다.

『피고인 C.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월 ~ 7년 6월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제1차 증거인멸)

[유형의 결정]

위증·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0월 ~ 3년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

- 가중요소: 다수의 증거나 장기간에 걸쳐 증거를 인멸한 경우

나. 제2범죄(제1차 증거은닉)

[유형의 결정]

위증·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0월 ~ 3년

[일반양형인자]

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

다. 제3범죄(제2차 증거인멸)

[유형의 결정]

위증·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0월 ~ 3년

[일반양형인자]

- 감경요소: 형사처벌 전력 없음

- 가중요소: 다수의 증거나 장기간에 걸쳐 증거를 인멸한 경우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월 ~ 5년 6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 제3범죄 상한의 1/3)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00시간

피고인 C은 법무 업무를 관장하는 총무 채권팀장으로서 피고인 B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증거인멸· 은닉작업을 함께 실행하였고 이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에 지장을 초래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죄질은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은 J의 법무 업무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받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증거인멸·은닉행위의 실무를 진행하였던 점, 피고인 C은 임원인 피고인 B과 실제 업무를 실행한 이 팀장의 사이에서 직책에 따른 사무를 처리하였으므로 증거인멸· 은닉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대한 가담 정도가 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정상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위와 같이 형을 정하였다.

무죄 부분('S' 관련 하드카피 자료 인멸)

1. 공소사실의 요지

범죄사실 제2의 나.항 기재와 같은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O은 2016년 2월경 R연구소 신사업파트장인 AE에게 R연구소 내 보관 중인 자료 중 J이 1997년경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하였던 가습기살균제인 'S' 제품 관련 자료를 찾아 R연구소 외부에 별도로 은닉할 것을 요청한 후, 2016. 2. 12. 대전 동구 AT 구내 매점에서 AE으로부터 위와 같은 요청에 따라 대전 서구 AU아파트 AV호에 있는 주거지에 보관 중이던 'S' 가습기 살균제 출시 경위, 성분 내역 및 안전성 검토결과 등이 수록된 파일철 1개(이하 '이 사건 파일철'이라고 한다)를 건네받았다.

O은 2016. 2. 13.경 서울 구로구 AW빌딩 6층 J 사장실에서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파일철을 제시하면서 발견 사실을 보고하였고, 피고인 A은 O에게 이 사건 파일철을 폐기하도록 지시하였고, O은 다시 P에게 이 사건 파일철을 폐기하도록 지시하여, P는 2016년 2월 일자불상경 서울 구로구 AW J 사옥 2층 총무채권팀 사무실에서 이 사건 파일철에 편철된 문서들을 문서파쇄기를 이용하여 파쇄하는 방법으로 폐기하여 인멸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 B, 피고인 C에 대하여

O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이 사건 파일철은 어떠한 경위인지는 모르겠으나 파기되지 않았고 자신이 처갓집에 보관하다가 검찰의 압수수색과정에서 압수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2019. 6. 14.자 녹취서 22면), 이에 의하면 이 사건 파일철은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까지 폐기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이 사건 파일철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폐기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이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이 사건 파일철에는 다른 부수적인 서류들도 있었고, 그 중 일부가 AC TFT 사무실 정리과정에서 폐기되었을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2019. 6. 14.자 녹취록), O의 증언 내용만으로는 폐기된 서류가 어떠한 서류들이었는지, 그 서류들이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증언만으로는 이 사건 파일철 중 일부에 대하여라도 증거인멸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증거인멸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 A에 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혹은 사정에 의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이 이 사건 파일철의 인멸을 교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제1차 증거인멸교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가) 피고인 A이 O에게 이 사건 파일철의 파기를 지시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O의 진술이 유일하므로 그 신빙성 판단이 중요하다.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피고인 A이 "S" 관련 파일의 폐기를 지

시하였는지에 대하여는 그냥 찾아오라는 것이었고, 폐기까지 지시하였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7936면), 피고인 C 역시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파일철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를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피고인 A이 파일철의 폐기를 지시하였는지에 대하여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여 (증거기록 8126면, 8148면), 피고인 B, 피고인 C 모두 피고인 A이 이 사건 파일철의 폐기를 지시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 C은 이 법정의 피고인신문과정에서도 피고인 A에게 보

고한 후 O이 이를 총무채권팀 캐비넷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피고인 A이 "S"에 대한 사항을 정리해서 임원회의 때 논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였을 때 O에게 위 파일철을 달라고 하자 O이 "없다", "버렸다"고 말했다고 진술하였는바(녹취서 9, 10면), 이는 피고인 C이 이 사건 파일철이 폐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그 폐기를 지시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는 진술과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O 진술이 피고인 A이 이 사건 파일의 폐기를 지시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이므로, 그 신빙성의 판단이 중요하다.

나) O은 피고인 A이 비밀리에 "S" 관련 자료를 찾아달라고 요청하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이 단독으로 피고인 A에게 이를 보고하였다고 진술하지만,

이는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 배치되어 믿을 수 없다.

O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2016. 2. 12. 대전연구소로 출장을 갔을 대 AE 부장으로부터 이 사건 파일을 받아 다음날 쯤 '부장, 전무(피고인 C과 피고인 B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에게 보고하지 않고 바로 피고인 A에게 보고를 하였더니, 피고인 A이 이를 찬찬히 읽어보고 돌려주면서 파기하라고 지시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5942, 5943면), 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서도 피고인 A이 보안을 유지한 채 "S" 관련 자료를 찾으라고 지시하여 비밀리에 대전연구소의 팀장에게 이를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파일철을 받아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피고인 B, 피고인 C에게 보고하지 않고 혼자 피고인 A에게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2019. 5. 22.자 녹취서 13, 14, 55면. 2019. 6. 14.자 녹취서 9 내지 13면).

그러나 피고인 B, 피고인 C 및 P의 증언·진술은 위와 같은 O의 증언과 배

치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O이 대전연구소에

서 "S" 관련 자료를 찾아와서 자신에게 보여주고 피고인 A에게 직접 보고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기기록 7948면), P도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O이 당시 총무채권팀 사무실에서 파일철을 피고인 B, 피고인 C에게 보여주었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40면), 그리고 피고인 C 역시 검찰조사시 O, P가 "S" 관련 파일철을 가지고 왔었고, 자신과 O, B 전무가 함께 피고인 A에게 보고를 하였으며, 피고인 A은 당시 몇 장 넘겨보다가 의미가 없는 자료같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면서 해당 파일은 파란색 파일철 2~3권 정도였고, 두께가 약 10cm 정도였다고 진술하여, 파일철의 모양이나 크기에 대하여도 비교적 상세히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8125면), 이 법정의 피고인신문 과정에서도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으나 O이 "S" 파일을 피고인 A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하여 피고인 B과 함께 피고인 A의 사무실 테이블에서 보고를 하였고, 두께는 20cm 정도에 여러 파일이 있었으며, 제일 위에 하나 있었던 것이 청색으로 된 파일칠이었는데, 피고인 A이 몇 장을 넘겨보다가 의미가 있는 자료는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8, 9면), 특히 O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증거기록 9456면) 해당 파일철은 녹색 계열이라고 진술하였는바, 그 색깔에 대한 진술이 피고인 C의 진술과 일치하므로 피고인 C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

결국 O은 피고인 A이 자신에게만 "S" 관련 자료를 찾아볼 것을 지시하여 자신도 이 사건 파일철을 받은 뒤 피고인 A에게만 은밀하게 그 발견사실을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증언·진술하고 있으나, 이는 다른 피고인들 및 증인의 진술 · 증언과 배치되므로 믿을 수 없다.

다) 피고인 A은 자신이 O에게 이 사건 파일철의 폐기를 지시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행동하였다.

피고인 B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S" 관련 자료에 대하여 피고인 A이 O

에게 왜 파기했냐고 물어서 O이 피고인 A의 지시로 파기했다는 식으로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고(증거기록 7948면), Y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O이 2016년 7월경 AC TFT 사무실에서 "S" 파일철을 피고인 A의 지시로 폐기하였다고 이야기 하자 피고인 B이 '피고인 A이 지시한 게 맞느냐'고 했는데 확인을 해보니 아니어서 화를 내었고, 자신이 그 후 피고인 A에게 O의 위와 같은 말에 대하여 묻자 아니라고 하여 O에게 다시 피고인 A의 말을 전하자 O이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얼버무렸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27, 32면).

이러한 진술 ·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 A은 이 사건 파일철의 폐기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행동하고 있었다.

또한 O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증거기록 6008면), 피고인 C이 자신에게

피고인 A이 O 부장에게 S 파일 자료가 있으니 그거 달라고 해라'라고 말을 하였다고 하면서 그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일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O의 진술에 의하여도 피고인 A은 이 사건 파일철을 자신이 폐기지시한 적이 없다는 전제에서 행동하였다.

라) 이 사건 파일철이 실제 파기되지 않은 정황도 피고인 A이 그 파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음을 뒷받침한다.

P는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O으로부터 "S" 파일을 피고인 A이 파기하라고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녹취서 41면).

그러나 P는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평소에도 O이 자신에게 여러 가지 문서

의 파쇄를 지시하였고, 자신은 O의 부하직원으로서 지시에 따라 이를 파쇄하곤 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아(녹취서 41면) 만약 P가 O으로부터 이 사건 파일철을 파기할 것을 지시받으면서, 그것이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평소대로 이를 파기하였을 것이나, 이 사건 파일철이 실제로는 파기되지는 않았다는 정황 역시 피고인 A이 이를 지시한 적이 없음을 뒷받침한다.

마) 범죄사실 제2의 나,항에 기재된 피고인 A의 지시에 이 사건 파일철의 파기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사 포함되며, O이 승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조 제2항에 의하여 처벌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파일철의 경우 피고인 A은 직접 이 사건 파일철의 존재를 보고받았

고, 그 내용까지 검토한 이후에도 그 폐기를 지시한 정황은 보이지 아니한 점, 피고인 A은 이후에도 이 사건 파일철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행동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이 범죄사실 제2의 나,항에 기재된 바와 같이 교사한 증거인멸의 대상에 이 사건 파일철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가사 피고인 A이 이 사건 파일철까지 포함하여 2016. 2. 11. 포괄적으로 증거인멸을 지시하였고, O이 이를 승낙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 그 실행의 착수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형법 제31조 제2항에 따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할 수 있을 뿐인데, 증거인멸죄 혹은 증거은닉죄는 그 예비 혹은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홍준서

주석

1) P는 2018년 4월경 J을 퇴사하면서 보관하고 있던 자료를 0에게 전달하였고, 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되었는데, 2016. 2. 11.자 대응방안도 그 중에 있었다(증거기록 4926면 이하). 또한 P는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2016. 2. 11.자 대응방안과 2016. 2. 15.자 대응방안 [아래 (4)항에서 상세하게 언급함] 중 전자는 자신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나 후자는 자신이 작성한 것 같지 않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녹취서 66면), 피고인 이 역시 이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증언을 하였으므로(2019. 5. 22.자 녹취서 53면),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P가 작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2) 피고인 A의 변호인은 P가 이 법정에서 "수정 후 완성본이 회의에서 보고된 것으로 기억한다. 관련 보고는 한 번 있었다."고 증언하였으므로, 2016. 2. 11.자 대응방안은 당일 피고인 A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이를 수정한 2016. 2. 15.자 대응방안 아래 (4)항에서 상세하게 언급함]이 비로소 피고인 A에게 보고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P의 이 법정에서의 증언은 자신이 대전연구소를 가기 전 즉 2016. 2. 12. 이전에 피고인 A에게 대응방안을 가지고 보고를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피고인 A의 변호인들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한 자신의 일일업무일지와 자신의 기억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일 뿐(녹취서 67면) 변호인의 주장과 같은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3) 0의 2016. 7. 5.자 업무수첩(증거기록 3030면)에는 피고인 A이 포렌식 실시를 최종 승인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같은 일자의 일일업무일지(증거기록 7276면)에도 피고인 A과 논의한 내용 중 "AL 과학수사 진행 요청”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피고인 A은 2016. 7. 5. 포렌식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4) 이은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명일주요업무"에 기재한 내용은 다음날 진행할 업무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할 업무까지 포함하여 기재하였다고 진술하였고(2019. 5. 22.자 녹취서 43면), 이러한 진술은 0의 일일업무일지에 기록된 전체적인 내용에도 부합한다.

5) P가 작성한 임원회의 자료 초안에 기재되어 있다.

6) 피고인 A의 변호인은 P의 임원회의 자료 초안(증거기록 4628면 혹은 6071면)에는 2017. 3. 2.자 AC TFT 회의에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여 핵심자료의 보관상태를 상시 점검하는 것을 논의하였다는 기재가 있으나 C이 보관하고 있는 2017. 3. 6.자 임원회의 자료(증거기록 10076면)에는 위 기재가 빠져있으므로, 피고인 B이 고의로 피고인 A에게 증거인멸·은닉의 정황을 숨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인 A은 오히려 검찰조사에서 이를 보고받은 사실이 있음을 전제로 진술하였다.

7) Y은 검찰조사 당시 피고인 B은 AC TFT 팀장이기는 하나 AC TFT에 늘 참석한 것은 아니고 바빠서 그 역할을 피고인 C이 대신 수행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8747면), 이러한 진술도 같은 취지로 해석된다.

8) 피고인 A에 대한 범죄사실 중 2016. 2. 11.자 증거인멸 · 은닉교사행위를 "제1차"로 2016년 10월경의 증거인멸· 은닉교사행위를 "제2차"로 표시하고, 피고인 B, 피고인 C에 대한 범죄사실 중 3.가. 항에 기재된 증거인멸 · 은닉행위를 "제1차"로, 3.나. 항에 기재된 증거인멸·은닉행위를 "제2차"로 표시한다.

9) 피고인 B, 피고인 C에 대한 범죄사실 중 제1, 2차 증거은닉행위와 제1, 2차 증거인멸행위는 각각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하다고 할 것이므로, 제1차 증거인멸행위, 제1차 증거은닉행위, 제2차 증거인멸 행위, 제2차 증거은닉행위를 각각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

10) 피고인 A의 제1차 증거인멸교사죄와 제1차 증거은닉교사죄는 하나의 행위가 수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이고, 제2차 증거인멸교사죄와 제2차 증거은닉교사죄 역시 이와 동일하므로, 각 상상적 경합으로 본다.

11) 피고인 A의 각 범죄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12) 피고인 B의 변호인은 피고인 B이 범행을 단순 공모하였을 뿐 범행을 주도하지 아니하고,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도 않았으므로 '범행가담 또는 범행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요소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B은 실행행위를 직접 실행한 0, P 등의 상급자인 임원으로서 증거인멸 · 은닉행위를 지시하였으므로, 피고인 B의 역할이 단순 공모에 그쳤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피고인 B의 변호인은 인멸된 증거가 복원되었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감경요소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인멸된 증거가 일부 복원된 정황은 보이나, 복원되지 않은 증거들도 있고, 양형기준상 이 부분은 피고인이 인멸한 증거가 쉽게 복원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경우 등을 의미하나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마지막으로 피고인 B의 변호인은 양형기준 상 집행유예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나 경합범이므로, 집행유예에 대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