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청 구 인 차○호
대리인 변호사 심규철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2. 12. 24. ○○은행 수유동지점 대부담당 주임인 청구외 전○범에게 적금부대출을 위하여 금 1,350,000원이 입금된 예금통장 및 인장을 맡겼는데, 동인이 이를 기화로 동 지점의 청원경찰인 청구외 최○하와 공모하여 1993. 2. 1. 청구인의 예금계좌에서 임의로 금 25만원을 인출하였으니 그 진상을 조사하여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로 1993. 7. 3. 서울지방검찰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2) 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이송받아 조사한 후 1994. 1. 6. 혐의없음으로 내사종결하였고, 청구인이 그해 4. 27. 위 진정사건 기록 일체의 등사를 신청하자, 피청구인은 같은 날 청구인이 제출하지 아니한 서류 및 청구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한 등사를 거부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은 위 청구외인들에 대한 범죄혐의가 인정됨에도 내사종결처분을 한 것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고, 위와 같은 진정사건기록등사신청거부처분(이하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이라 한다)이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알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1994. 4.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피청구인이 행한 이 사건 내사종결처분 및 ②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피청구인이 범죄사실이 명확함에도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처분한 것은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청구인을 차별대우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고, 위 진정사건기록에 대한 등사를 거부함으로써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죄)에 의하면 검찰 등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자 등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전에 공표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47조에 의하면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하므로, 위 법률 등에 근거한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0조와 제21조가 진정·내사사건기록인 경우에 기록의 열람·등사 범위를 청구인이 제출한 증거서류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 청구인이 제출하지 않은 서류와 청구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진술조서 등의 등사를 불허하게 된 것일 뿐 이유없이 청구인의 헌법상 알 권리 등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다. 법무부 장관의 의견
(1) 적법요건에 대한 의견
(가) 행정심판법 제2조 제1항 제1호 및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행정심판·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을 행정청이 행한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행위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
부와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바, 이 사건 등사신청거부행위는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나) 그런데 청구인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쟁송을 제기함이 없이 바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에 반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
(2) 본안에 대한 의견
(가)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의 근거
검찰보존사무규칙 제20조 제2항은 “제1항의 사건관계인 및 참고인은 별지 제5호 서식에 의한 사건기록 열람·등사청구서에 의하여 불기소사건기록, 진정·내사사건기록 등 검사의 처분으로 완결된 사건기록 중 본인이 제출한 증거서류의 전부나 일부에 대하여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 규칙 제21조 제1항은 “검사는 제20조의 규정에 의한 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신속하게 허가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22조는 검사가 기록의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들을 열거하면서 제4호에서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8호에서 “기타 기록을 공개함이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은 위와 같은 규정들에 근거한 것이다.
(나) 알 권리의 침해 여부
① 알 권리 또는 정보의 자유는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모든 정보원을 차단하고 봉쇄함으로써 보도기관은 물론 일반국민에게도 정보를 주지 아니하는 조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 권리를 근거로 하여 국가기관의 정보를 모두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정보의 공개를 불가능하게 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공공이익도 충분히 존중하여야 하므로 알 권리와 정보의 부분적인 봉쇄를 불가피하게 하는 공공이익 사이에 규범조화적인 해석을 모색하여야 한다.
② 진정사건을 포함한 형사사건 관련기록은 기록상에 현출된 여러 진술인의 기본권과도 깊은 연관이 있으므로 그 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관련 진술인들의 기본권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형사사건 관련기록은 피진정인 등 여러 사람의 인권이나 이해관계가 밀접불가결하게 혼재되어 있는 공문서임이 명백한바, 타인의 사건에 증언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면 이웃간의 정의가 단절되고 상호 원수지간이 되거나 때로 인명침해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의 손실까지 초래하게 되는 우리의 특수한 사회환경과 법률문화를 감안할 때 그 기록을 취급함에 있어서는 피진정인 및 관련자들의 인권과 인격의 보호는 물론 사생활과 사회적 권익이 침해되지 않고 존중되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③ 헌법재판소도 1991. 5. 13. 선고한 90헌마133 호 사건에서 “형사사건이 가지는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모든 사건에 대하여 누구
나 항상 형사확정소송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의 보호이익과 충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사건에 직접·간접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피의자·피고인·고소인이나 참고인, 증인·감정인 등의 명예나 인격, 사생활의 비밀, 생명, 신체의 안전과 평온 등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기본권이 다 같이 존중될 수 있도록 상호 조화점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검찰보존사무규칙의 각 규정들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알 권리와 관련자들의 기본권 사이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규정들로서, 동 규정들에 의해 내려진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이 청구인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3. 판 단
먼저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이 사건 내사종결처분에 대하여
진정은 그것이 비록 내사의 대상으로 되는 진정이라 하더라도 진정 그 자체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법률상의 권리행사로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진정을 기초로 하여 수사소추기관의 적의 처리를 요망하는 의사표시에 지나지 아니한 것인 만큼 진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내사사건의 종결처리라는 것은 구속력이 없는 진정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내부적 사건처리방식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처리결과에 대하여 불만이 있으면 진정인은 따로 고소나 고발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진정인의 권리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0. 12. 26. 89헌마277 참조).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에 대하여
(1) 쟁점의 정리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에 관하여 아무런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직접 헌법재판소에 피청구인의 진정기록등사신청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동 단서에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함에 있어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충성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여부에 관하여는 우선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볼 수 있는 행정처분인지, 다음으로, 행정처분일 경우 다른 법률상의 사전 구제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차례로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2)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의 행정처분성
(가) 우선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형사소송법상의 준항고절차(형사소송법 제417조)나 행정심판법 및 행정소송법에 의한 행정쟁송 절차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나, 준항고 절차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417조가 준항고의 대상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 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진정기록의 등사신청거부처분에 대한
구제절차로 볼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에 대하여는 준항고절차의 적용이 배제됨이 명백하고(헌재 1991. 5. 13. 90헌마133 ; 1997. 11. 27. 94헌마60 등 참조), 따라서 여기에서는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가 문제이다.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는 신청인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근거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에 의하지 아니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 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그 거부행위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1991. 5. 13. 90헌마133 참조).
(나) 그런데, 우리재판소는 형사확정소송기록등사신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형사확정소송기록은 열람·복사 신청이 거부된 경우 행정소송이 가능한 정부공문서규정과는 별도로 제정된 검찰보존사무규칙이라는 특별법령에 의하여 보존·관리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정부공문서규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형사확정소송기록에 대한 국민의 열람·복사신청이 있는 경우, 기록보관 검찰청이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실정법상의 규정은 현재로서는 찾아 볼 수 없어 행정쟁송으로 다툴 수 있는 성질의 처분행위라고 할 수 있는지 단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판례나 학설상의 논의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면서 확정된 형사소송기록의 복사신청
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는 예외적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전심절차이전요건은 배제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1. 5. 13. 90헌마133 참조).
(다) 그러나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은 다음의 두가지 점에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첫째, 우리재판소의 위 결정 이후 검찰보존사무규칙에 기록의 열람. 등사청구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1994. 1. 1.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검찰보존사무규칙(1993. 12. 10. 개정, 법무 제378호)에서 사건관계인 등이 재판확정기록, 불기소사건기록 및 진정·내사사건기록 등에 대하여 일정 범위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검찰보존사무규칙 제20조), 위와 같은 청구가 있는 경우 검사는 그 허가여부를 결정하여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를 지도록 규정함으로써(동 규칙 제21조), 국민의 열람·등사청구가 있는 경우, 기록보관 검찰청이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실정법상의 근거가 명백히 마련되어 굳이 정부공문서규정에 의하지 않더라도 그 처분성이 분명하게 되었고 국민에게 진정사건기록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권리 내지 법에 정하여진 절차에 따라 그 허부의 처분을 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의 지위가 부여되었다.
둘째, 법원에서도 열람·등사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인정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즉 서울고등법원은 1998. 1. 14. 선고, 97구19986호 판결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은 자기에게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정부보유 정보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알 권리에 포함된다고 하면서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
저한 지장 등 공개를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청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무혐의처분된 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거부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재판을 함으로써 열람·등사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임을 명백히 하였다.
(3)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한 보충성의 예외 인정 여부
(가) 우리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있어서 청구인이 그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착오로 전심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또는 전심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여 전심절차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을 때에는 보충성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청구인에게 시간과 노력과 비용의 부담을 지우지 않고 헌법소원심판제도의 창설취지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89. 9. 4. 88헌마22 ; 1991. 5. 13. 90헌마133 등 참조).
(나)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일건기록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자신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이유있는 착오로 전심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볼 사유도 없고, 이 사건 등사거부처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행정처분성이 명백히 인정되므로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여 전심절차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도 아니며, 열람·등사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쟁송을 통하여 전심절차로 권리가 구제될 수 있는 길도 열려있기 때문에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특단의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될 뿐 아니라, 이 사건은 이미 내사종결되어 보존중인 진정사건의 등사신청에 관한 것이므로 공소제기되어 공판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과 달리 행정쟁송이 실익이 없
어 각하되는 사례가 발생할 염려도 없어 행정쟁송절차에 의해 불복하게 하는 것이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음에도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