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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21상,6]

판시사항

[1]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한 요건 및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판단하는 방법

[2]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판단하는 기준

[3] 갑 주식회사의 하도급업자로서 미지급 공사대금 채권에 기해 갑 회사의 채권을 가압류한 을 주식회사가 갑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본안소송 계속 중 제3채무자의 공탁으로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자신 앞으로 배당금이 공탁되자, 신속하게 집행권원을 얻어 이를 수령하기 위하여 갑 회사와 ‘위 공사대금을 일부 감액하여 정산합의금으로 하고, 갑 회사는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을 회사의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것에 이의하지 않고 을 회사는 위 공사대금 소송이 확정되어 배당금을 회수하는 즉시 갑 회사에 그 일부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정산합의를 하면서, 특약사항으로 갑 회사나 을 회사가 자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갑 회사는 을 회사에 정산합의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을 회사는 갑 회사로부터 지급받을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위 특약은 위약금 약정에 해당하는데, 이는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것이고, 을 회사가 위약 시 공사대금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정한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그런데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민법 제398조 제4항 ), 위약금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약벌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위약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할 때에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 이때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의무의 강제를 통해 얻는 채권자의 이익,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위약금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3] 주식회사 갑의 하도급업자로서 갑 회사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대해 가압류결정을 받은 주식회사 을이 갑 회사를 상대로 한 본안소송 계속 중 제3채무자의 공탁으로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가압류권자로서 배당금을 공탁받자 신속하게 집행권원을 얻어 이를 수령하기 위하여 갑 회사와 ‘위 공사대금을 일부 감액하여 정산합의금으로 하고, 갑 회사는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을 회사의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것에 이의하지 않고 위 공사대금 소송이 확정되어 배당금을 회수하는 즉시 갑 회사에 그 일부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정산합의를 하면서, 특약사항으로 갑 회사나 을 회사가 자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갑 회사는 을 회사에 정산합의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을 회사는 갑 회사로부터 지급받을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갑 회사와 을 회사의 위 특약은 위약금 약정에 해당하는데, 을 회사가 지급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갑 회사가 을 회사의 채권 포기를 주장하는 외에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위 위약금 약정은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약정한 돈을 실제로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그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고, 을 회사가 위약 시 공사대금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정한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아토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원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공사를 시행하는 ○○동 제1차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하 ‘○○동 조합’이라 한다)은 프라임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프라임종합건설’이라 한다)에 이 사건 아파트의 건축공사를 도급하였다. 프라임종합건설은 2011. 9. 26. 위 공사 중 가구설치공사를 주식회사 휴먼스토리디자인아트(이하 ‘휴먼스토리’라 한다)에 하도급하였다. 휴먼스토리는 2013. 1. 23. 위 가구설치공사를 공사대금 10억 원에 원고에게 다시 하도급하였고, 원고는 위 공사를 완성하였다.

나. 프라임종합건설과 휴먼스토리는 2014. 5. 21. 공사대금 잔액을 857,555,939원으로 정산하고 그 일부는 프라임종합건설이 ○○동 조합으로부터 대물변제로 받을 이 사건 아파트 중 6세대를 휴먼스토리에 대물변제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하였다.

다. 원고는 휴먼스토리로부터 공사대금 중 704,60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공사대금 채권 일부를 청구채권으로 하여 휴먼스토리의 수원시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에 대해 채권가압류결정(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카단50228 )을 받았다. 수원시의 공탁으로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2014. 9. 25. 원고가 가압류권자로서 93,462,500원을 배당받는 배당표가 작성되었고, 이후 그 배당금은 공탁되었다.

라. 원고는 휴먼스토리를 상대로 미지급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본안소송(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가합52377 )을 하였다. 원고는 신속하게 집행권원을 얻어 위와 같이 공탁된 배당금을 수령하기 위하여 위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4. 10. 20. 휴먼스토리와 합의하였는데, 공사대금을 일부 감액하여 601,127,970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하고 그 지급 방법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정산합의’라 한다).

(1) 원고와 휴먼스토리는 정산합의의 조건으로 다음 사항을 이행한다.

휴먼스토리는, ① 위 공사대금 소송의 다음 기일에 원고의 채권 전체를 인정하고 더 이상 다투지 않는다. ② 공사대금 채권 93,000,000원에 대한 원고의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것에 이의하지 않는다. ③ 공사대금 533,127,970원에 대해 2일 이내에 ○○동 조합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한다.

원고는, ① 위 공사대금 소송이 확정되어 93,000,000원을 회수하는 즉시 휴먼스토리에 25,000,000원을 지급한다. ② 원고는 법정 지연이자를 청구하지 않고, 더 이상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는다.

(2) 특약사항: 원고와 휴먼스토리는 상호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 정산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 있는 자 중 휴먼스토리는 원고에게 정산합의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원고는 휴먼스토리로부터 지급받을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한다.

마. 이 사건 정산합의에 따라 휴먼스토리는 2014. 10. 21. 공사대금 533,127,970원을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동 조합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하였다. 또한 위 공사대금 소송 중 2014. 10. 24. 열린 조정기일에서 휴먼스토리가 원고의 청구금액 전액(704,600,000원과 이에 대한 2013. 3. 28.부터 2014. 6. 11.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정(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 한다)이 성립되어 조정조서가 작성되었다. 원고는 위 조정조서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공탁된 배당금 93,462,500원을 수령하였는데, 약정과 달리 휴먼스토리에 25,000,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바. 휴먼스토리와 ○○동 조합은 2014. 12. 8. 휴먼스토리의 원고에 대한 채권양도를 취소하고, ○○동 조합이 휴먼스토리에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되 그 지급을 갈음하여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다. 위 합의에 따라 ○○동 조합은 2014. 12. 30. 위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부동산을 피고 1(휴먼스토리의 대표자 소외인의 며느리) 앞으로, 2014. 12. 24. 같은 목록 제2항 기재 부동산을 피고 2(소외인의 배우자) 앞으로, 같은 목록 제3항 기재 부동산을 피고 3(소외인의 아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사. 이 사건 아파트는 ○○동 조합으로부터 코리아신탁 주식회사 앞으로 신탁되어 있었다. 프라임종합건설의 하도급업자들이 코리아신탁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유치권확인청구 소송(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4가합55338 )에서 원고와 ○○동 조합이 조정에 참가하였고, 원고와 다른 하도급업자들이 이 사건 아파트 일부 세대를 대물변제로 받고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승소하여 ○○동 조합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회복하면 이를 원고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5. 9. 17. 이 사건 아파트 중 (호수 1 생략), 2015. 12. 16. (호수 2 생략)을 각각 대물변제로 받았다.

2. 원심 판단

원고는 휴먼스토리가 원고에 대해 공사대금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고들에게 양도하여 피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도록 한 것은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위 각 부동산에 대한 사해행위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조정에 따라 휴먼스토리에 704,600,000원과 지연손해금 채권이 있었지만, 이 사건 정산합의 당시 원고가 채권가압류로 인한 배당금을 지급받는 즉시 그중 25,000,000원을 휴먼스토리에 지급하기로 하였고 이를 어길 경우 휴먼스토리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전부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가 위 배당금을 지급받고도 휴먼스토리에 25,000,000원을 지급하지 않아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이 모두 소멸하였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원고와 휴먼스토리의 이 사건 정산합의가 조정조서의 기판력에 반하거나 실효되었는지 여부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조정은 원고와 휴먼스토리 사이의 소송에서 이루어졌고 피고들은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피고들에게 그 조정조서의 기판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정조서가 있으므로 채권자취소소송의 상대방인 수익자가 그와 같이 확정된 피보전채권의 존부나 범위에 관해 다툴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정산합의는 며칠 뒤에 있을 조정기일에서 휴먼스토리가 원고의 청구금액 전액(704,60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조정에 응하되 원고가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채권액을 601,127,970원으로 정하면서 그 변제 방법과 부제소특약, 위약 시 권리 포기 등을 약정한 것이다. 이러한 정산합의 약정은 모두 이 사건 조정이 성립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러한 정산합의의 내용이 조정조서와 모순되거나 이 사건 조정이 성립됨으로써 정산합의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전제에서 판단한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정조서의 기판력이나 정산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위약금 감액 여부

(1)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그런데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민법 제398조 제4항 ), 위약금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약벌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위약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할 때에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등 참조).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따라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6다257978 판결 참조). 이때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의무의 강제를 통해 얻는 채권자의 이익,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위약금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54536 판결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등 참조).

(2)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정산합의는 휴먼스토리가 이 사건 조정에 응하고 채권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데 이의하지 않음으로써 원고가 채권가압류로 인한 배당금을 조속히 수령하는 데 협조하는 대신, 원고가 수령한 배당금 중 25,000,000원을 원고의 채권 변제에 충당하지 않고 휴먼스토리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특약사항으로 원고나 휴먼스토리가 자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휴먼스토리는 원고에게 정산합의금 601,127,970원의 배액을 배상하고 원고는 휴먼스토리로부터 지급받을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정하고 있다[위 1. 라. (2) 참조]. 이와 같이 원고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공사대금 채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실질적으로 그 금액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같으므로 위 특약은 위약금 약정에 해당한다.

(나) 원고와 휴먼스토리 사이의 위와 같은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고가 25,000,000원 지급 의무를 위반할 경우 휴먼스토리가 원고의 채권 포기를 주장하는 외에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위 위약금 약정은 원고가 휴먼스토리에 약정한 돈을 실제로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그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정산합의의 내용과 목적, 체결 경위, 원고의 의무 위반 경위, 그로 인해 휴먼스토리가 입었을 손해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위약 시 601,127,970원의 공사대금 채권 전액을 포기하기로 정한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위약금으로 정한 601,127,970원이 원래 채무액 25,000,000원의 20배를 초과하는데, 이는 위약금 약정의 경위나 휴먼스토리가 25,000,000원을 실제 지급받음으로써 얻었을 이익이나 이를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입었을 손해를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너무 많은 액수이다. 원고는 휴먼스토리의 하도급업자로서 공사 완료 후 오랜 기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에서 의무 위반에 이르렀다. 원고는 이 사건 정산합의 당시 공사대금 채권을 1억 원 이상 감액해 주었고, 남은 채권액 533,127,970원에 관해서는 휴먼스토리로부터 관산동 조합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양도받았지만 그 변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정산합의에서 정한 위약금 약정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지는 않은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은 채, 원고가 25,000,000원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 전액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위약금의 성격과 민법 제398조 제2항 , 제4항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