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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6659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 범의’의 판단 기준

[2]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범의) 인정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3. 11.경부터 2005. 8.경까지 피해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물품대금 중 3,870만 원가량을 받지 못하였고, 2006. 3.경 피해자로부터 그의 거래업체인 ○○유통이 △△씨푸드로부터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승낙하여 △△씨푸드로 하여금 피고인과 피해자를 순차 거쳐 ○○유통에 식품을 공급하게 해 주었으나 다시 그 대금도 미납되어 피고인이 ○○유통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의 독촉을 해서야 피해자로부터 일부 대금을 수금하는 상황이 되자, 2006. 6. 초순경 사실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종전 자신과 피해자 사이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3,870만 원의 미수금채권에 충당할 의사임에도 마치 그 돈을 ○○유통이 △△씨푸드에 지급할 물품대금으로서 대신 전달해 줄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에게 ‘ ○○유통에 대한 물품대금 수금 여부에 대해 못 믿겠으니 믿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함으로써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피해자로부터 ○○유통이 신용카드를 통하여 결제한 물품대금을 수령하는 은행 예금통장과 인출용 현금카드 1장을 교부받은 후, 위 통장에서 2006. 6. 8.에 2,432,500원, 2006. 6. 12.에 5,838,000원, 2006. 7. 19.에 4,865,000원, 2006. 8. 24.에 8,757,000원, 2006. 9. 19.에 486,500원, 2006. 9. 20.에 2,237,900원을 각 인출하여 합계 24,616,900원을 편취하였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 제1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인용하면서, 그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2006. 6. 8.부터 같은 해 9. 20.까지 피해자로부터 합계 24,616,900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 등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 등 참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 예금통장 등을 받아 합계 24,616,900원을 인출한 사실 및 이를 피해자에 대한 기존 3,870만 원의 미수금채권에 충당한 사실은 다투지 않은 채, 단지 위 예금통장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종전 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교부하겠다고 하여 이를 수령한 후 그 취지에 따라 그 인출금을 자신의 채권 회수에 충당한 것일 뿐, 위 인출금을 반드시 ○○유통의 물품대금에 충당한다는 등의 제한이나 이에 관한 약속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피해자가 위 예금통장 등을 교부할 당시 피고인에게 그 통장에 입금된 돈을 ○○유통의 물품대금 한도 내에서는 그대로 △△씨푸드에 전달하도록 제한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피고인이 그러한 제한을 인식하면서 이를 약속하거나 요구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통장 사용의 제한이나 이에 관한 피고인의 약속 또는 요구의 점에 관하여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제1심 공판과정에서의 진술 외에 다른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이 부분 피해자의 진술도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

먼저 피해자의 주장은 위 예금통장이 오로지 △△씨푸드와 ○○유통 사이의 물품거래를 위하여 ○○유통의 카드결제 대금을 수령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을 전제로 하나, 기록에 의하면 위 예금통장에는 ○○유통과 무관하거나 △△씨푸드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에 관한 것이 아닌 대금의 입금이나 카드결제도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씨푸드와 ○○유통 사이의 거래가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돈이 입금되고 피고인이 이를 인출하여 사용하였음에도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 위 예금통장에 입금된 돈이 ○○유통의 △△씨푸드에 대한 물품대금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제1심 증인으로서 ○○유통의 운영자인 공소외인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예금통장 등을 교부하기 전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카드결제 또는 현금지급 등으로 물품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유통의 △△씨푸드에 대한 미수금이 계속 발생하였다는 것은 피해자가 ○○유통으로부터 수금한 돈을 ○○유통의 △△씨푸드에 대한 물품대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다른 용도로 전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고인에 대한 위 예금통장 등의 교부도 이러한 용도 외 사용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위 예금통장을 교부할 당시 피해자로서는 △△씨푸드가 ○○유통에 계속하여 물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이었고 그 때문에 위 예금통장 입금액 중 일부가 피고인에 대한 채무변제에 충당되는 것도 양해했다는 것이므로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에 대한 채무변제가 그의 협력을 얻어 △△씨푸드와 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겼다면 피고인에 대한 채무변제에 반대하거나 이를 거절할 처지에 있지 않았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유통의 물품대금 채무가 일시적으로 미수금으로 남더라도 △△씨푸드의 물품공급만 계속되면 나중에 피해자가 적절히 자금을 융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을 수 있다. 더군다나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 위와 같다면 비록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에게 위 예금통장 등을 교부하면서 그 통장에 입금된 돈에서 ○○유통의 △△씨푸드에 대한 물품대금을 우선적으로 결제해 줄 것을 내심 기대하였을지는 모르나 이를 피고인에게 명시적으로 요구하거나 그에 관한 약속을 받아냈을 것이라고까지는 보기 어렵고, 결국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채무변제를 통하여 △△씨푸드와의 계속 거래를 희망하는 것으로만 인식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의 진술이나 주장에 일부 불분명하거나 그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가 없지 않더라도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기망행위나 그 편취 범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원심은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위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유죄의 형사판결에서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나 사기죄에서 편취 범의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김능환 이인복(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