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자)][공1998.7.15.(62),1886]
신호등에 따라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 운전자에게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새로 진입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녹색등화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족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나, 다만 녹색등화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다른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그러한 차량이 있는 경우 그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있다 할 것이나, 그와 같은 주의의무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바뀌기 전에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새로 진입하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를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찬)
피고(반소원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가 그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다고 본 것은 적법하고, 거기에 추완항소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조부래는 1996. 4. 22. 19:30경 그 소유의 대구 2마3428호 승용차를 운전하여 대구 중구 동인동 소재 동인네거리를 태평1가 쪽에서 칠성시장 쪽으로 좌회전하던 중 때마침 피고가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위 교차로를 제2신천교 쪽에서 태평1가 쪽으로 직진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위 승용차로 위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피고로 하여금 좌경골 골절, 좌비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 피고는 혈중알콜농도 0.15%의 주취 상태에서 위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가던 중 위 교차로에 이르러 당시 직진신호가 방금 종료하고 이미 정지신호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선행차량인 번호불상 봉고차량의 뒤를 좇아 위 교차로에 진입한 사실, 위 조부래는 위 교차로 정지선의 선두에서 좌회전신호를 기다리다가 그 신호가 들어오자 곧바로 위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하던 중 당시 차량정체로 미처 위 교차로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 차량들 중 위 봉고차량의 바로 뒤에서 위 오토바이가 직진하여 오고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사실, 번화가에 위치하여 평소 차량통행이 매우 많은 위 교차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퇴근시간대이어서 차량이 폭주한 탓으로 신호가 바뀌어도 차량들이 위 교차로를 완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조부래는 위와 같은 상황의 교차로에서 좌회전함에 있어 직진하던 다른 차량들이 차량정체로 위 교차로에 아직 남아 있어 신호만을 믿고서 그대로 진입하다가는 자칫하면 이 사건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으므로 교차로에 남아 있는 다른 차량들의 동태를 잘 살피면서 안전하게 통과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호가 들어왔다고 하여 위와 같은 주의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통과하려 한 과실이 있고, 이 과실이 이 사건 사고발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로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고, 다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에게도 차량통행이 폭주하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이 사건 사고발생의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는바, 피고의 위 과실은 위 조부래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책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뒤에 위 조부래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 감액하기로 하되, 그 감액비율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비추어 8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녹색등화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족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물론 녹색등화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다른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그러한 차량이 있는 경우 그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은 원심이 판시하는 바와 같다고 할 것이지만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8693 판결, 1995. 10. 13. 선고 95다29369 판결 참조), 그와 같은 주의의무는 어디까지나 신호가 바뀌기 전에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호가 바뀐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새로 진입하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를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위 조부래는 위 교차로 정지선의 선두에서 좌회전신호를 기다리다가 그 신호가 들어오자 위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하였다는 것이고, 피고는 위 교차로에 이르러 이미 직진신호가 종료하고 정지신호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선행차량인 번호불상 봉고차량의 뒤를 좇아 위 교차로에 진입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위 조부래로서는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여 진행하고 있던 차량들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추고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봉고차량의 뒤에서 피고가 신호를 위반하여 직진하여 오리라는 것까지 예상하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사고장소는 편도 3차로의 도로가 교차하는 십자형 교차로로서 위 봉고차량과 피고의 오토바이는 제1차로 상으로 진행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조부래로서는 당시 피고가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위 봉고차량의 뒤에서 제1차로 상으로 진행하여 오리라고 예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인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에 대하여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 조부래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하여 운전상의 과실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신호등 있는 교차로에서의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