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해설 (결정해설집9집)]
-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효력을 적극적으로 제거할 작위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
(헌재 2010. 11. 25. 2009헌라12, 판례집 22-2하, 320)
박 진 영*1)
1. 권한쟁의심판절차 계속 중 청구인이 사망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된 사례
2. 피청구인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임을 확인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이 구체적인 특정한 조치를 취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권한침해확인결정 이후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재차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제기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기각한 사례
1.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헌법재판소가 2009. 10. 29. 2009헌라8 등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이 사건 각 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을 선고한 이후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게 침해된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청구사유) ①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
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당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
제66조(결정의 내용) ①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
② 제1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
제67조(결정의 효력) ①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②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은 그 처분의 상대방에 대하여 이미 생긴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국회법 제81조(상임위원회 회부) ① 의장은 의안이 발의 또는 제출된 때에는 이를 인쇄하여 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하며, 소관상임위원회에 회부하여 그 심사가 끝난 후 본회의에 부의한다. 다만, 폐회 또는 휴회 등으로 본회의에 보고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생략하고 회부할 수 있다.
제85조(심사기간) ① 의장은 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 또는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한 때에는 의장은 중간보고를 들은 후 다른 위원회에 회부하거나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제93조(안건심의)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함에 있어서 그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ㆍ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다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하여야 하고, 위
원회의 심사를 거친 안건에 대하여는 의결로 질의와 토론 또는 그중의 하나를 생략할 수 있다.
가. 청구인들은 민주당, 창조한국당 또는 민주노동당 소속의 제18대 국회의원들로서 2009. 7. 23. 헌법재판소에 국회의장을 피청구인으로 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였던바{2009헌라8ㆍ9ㆍ10(병합)사건, 이하 ‘2009헌라8 등 사건’이라 한다}, 위 청구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09. 7. 22. 15:35경 개의된 제2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신문법안’이라 한다),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방송법안’이라 한다),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각 가결을 선포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위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및 위 각 법률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가 무효인지 여부였다.
나. 헌법재판소는 2009. 10. 29. 위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2009. 7. 22. 15:35경 개의된 제2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위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임을 확인하고(주문 제2항), 위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하는(주문 제4항) 결정을 선고하였다.
다. 헌법재판소가 2009. 10. 29. 2009헌라8 등 사건에 대한 결정을 선고한 이후, 위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이하 ‘방송법’이라 한다)은 2009. 11. 1.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이라 한다)은 2010. 2. 1. 각 시행되었고, 위 각 법률의 시행을 위한 시행령은 2010. 1. 26. 대통령령 제22002호 및 2010. 1. 27. 대통령령 제22003호로 각 개정되어, 2010. 2. 1. 각 시행되었다.
라. 청구인들 중 박○선 외 11인은 헌법재판소의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이 있은 후인 2009. 11. 6. 신문법 폐지법률안(의안번호 1806485호)과 신문 등의 자유와 독립성 보장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806486호) 및 방송법 폐
지법률안(의안번호 1806483호)과 방송매체의 자유와 독립성 보장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806484호)을 각 발의하였다.
위 4개의 법률안은 2009. 11. 9. 제284회 국회 제9차 본회의에 보고되었고, 같은 날 소속 상임위원회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라 한다)에 회부되었으나, 의안상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현재 문방위에 계류되어 있다.
마.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가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주문 제2항에서 피청구인의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이하 ‘이 사건 각 법률안’이라 한다)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인정한 이상, 위 주문의 기속력에 따라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부작위는 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2009. 12. 18.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1)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기속력을 부여하는바, 기속력이라 함은 처분이 위법하다는 결정의 내용을 존중하여 그 사건에 대하여 결정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우는 효력으로서 이는 결정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법률이 부여한 특별한 효력이다.
(2) 권한쟁의심판은 관련 국가기관의 주관적 권한의 보호 및 객관적 헌법과 법률질서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여 주관적 쟁송과 객관적 쟁송의 양면적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대립당사자간의 주관적 쟁송으로서의 성격이 보다 강화되어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결정은 헌법의 해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분쟁을 해결하는 것인 만큼 피청구인이 직접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
하며, 국회를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3)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한 확인결정이든, 동조 제2항에 의한 취소결정이든 피청구인은 자신의 행위의 합헌ㆍ합법성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고, 위헌ㆍ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안 되며, 그 결정의 내용에 따라 위헌ㆍ위법을 제거하고 합헌ㆍ합법상태를 회복할 의무 및 청구인의 침해된 권한을 회복시킬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피청구인의 행위가 처분이라면 처분이 없었던 것과 같은 규범적 상태로 회복하여야 하고 부작위라면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
(4) 피청구인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진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자로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라고 결정한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하는 선언을 하고, 회의체인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가결 선포된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에 내재된 위헌ㆍ위법을 제거하고 재입법 절차를 취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하지만 피청구인은 가결선포된 신문법안, 방송법안에 내재된 위헌ㆍ위법을 제거하고 재입법 절차를 취할 의무 자체를 부인하면서 그에 필요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청구인들은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의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바, 이러한 부작위는 결국 청구인들의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5) 피청구인은 2009헌라8 등 결정 주문 제2항의 기속력에 따라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하여 이를 바로잡도록 시정할 의무가 있는바, 피청구인은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의 침해상태를 제거할 수 있다. 피청구인이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하면 이 사건 각 법률안은 부결되었거나 그 국회회기에 처리되지 못한 경우에 비추어 국회법대로 처리될 것이고, 위 각 법안을 재입법하는 절차를 밟을지 여부는 그 법안을 제안한 당사자들이 알아서 처리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가결선포행위를 직접 무효로 하는 것은 적정하지 아니하니 국회의장이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하라는 취지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지 아니한 것일 뿐 가결선포행위가 유효하다고 한 것이 아니다.
(1) 적법요건에 관한 주장
(가) 상임위원회가 법률안 심사를 이유 없이 기간 내에 마치지 아니하여 본회의에 부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 및 법률상 국회의장이 직접 법률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어, 이미 표결절차가 마쳐져 법률로서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을 다시 본회의에 상정하여 심의ㆍ표결 절차를 진행할 권한이 피청구인에게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피청구인 적격이 없는 자를 상대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나) 헌법재판소가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 주문 제4항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를 모두 기각한 이상, 위 결정으로부터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재심의 및 재표결 권한이 도출된다거나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하여 다시 심의ㆍ표결절차를 진행할 의무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 위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기각결정은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유효함을 확인한 것으로서, 피청구인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하여 다시 심의ㆍ표결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위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기각결정의 기속력에 반한다. 또한 국회법상 이미 가결선포된 의안에 대하여 국회의장의 판단으로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선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
(다) 이 사건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부작위로 청구인들의 권한이 침해되었다는 것인데, 피청구인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작위의무가 있는데 부작위한 것인지가 특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라) 이 사건 심판청구는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고, 이는 동일한 사안에 대
하여 다시 심판을 구하는 것이므로, 일사부재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39조에 반하여 부적법하다.
(2) 본안에 대한 주장
헌법재판소는 2009헌라8 등 사건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한바 있는데,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다수 의견의 결정이유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들이 소속한 국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여러 가지 정치적 형성권을 가지는 것이어서 청구인들은 국회 내에서 타협과 해결의 방안을 모색함이 타당하므로, 피청구인이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취소할 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권한쟁의심판으로 피청구인의 부작위를 다투는 것은 부당하다.
1.청구인이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의 주체인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자격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가 심판절차 계속 중 사망한 경우,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없어 그에 관련된 권한쟁의심판절차 또한 수계될 수 없으므로,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청구인의 사망과 동시에 당연히 그 심판절차가 종료된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바, 권한침해의 확인결정에도 기속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장래에 어떤 처분을 행할 때 그 결정의 내용을 존중하고 동일한 사정 하에서 동일한 내용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그치고, 적극적인 재처분의무나 결과제거의무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재처분의무나 결과제거의무는 처분 자체가 위헌ㆍ위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을 전제하는데, 이는 처분의 취소결정이나 무효확인결정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이나 제3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의무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고,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 피청구인에게 결정의 취지에 따른 처분의무가 있음을 규정할 뿐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판단을 하면서 피청구인이나 제3자인 국회에게 직접 어떠한 작위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고,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판단 자체의 효력으로 권한침해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상태를 적극적으로 제거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2009헌라8 등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아니한 이상,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종전 권한침해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에 관한 결정에 기속되는바,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관장하는 점, 권한쟁의심판의 제도적 취지, 국가작용의 합헌적 행사를 통제하는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종합하면,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을 직접 받는 피청구인은 그 결정을 존중하고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에서 명시한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헌법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권한쟁의심판은 본래 청구인의「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이므로, 입법절차상의 하자에 대한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이 갖는 기속력의 본래적 효력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위헌ㆍ위법하게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 그 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국회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의 확인을 넘어 그 구체적 실현방법까지 임의로 선택하여 가결선포행위의 효력을 무효확인
또는 취소하거나 부작위의 위법을 확인하는 등 기속력의 구체적 실현을 직접 도모할 수는 없다.
일반적인 권한쟁의심판과는 달리, 국회나 국회의장을 상대로 국회의 입법과정에서의 의사절차의 하자를 다투는 이 사건과 같은 특수한 유형의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처분」이 본래 행정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으로 입법행위를 포함하지 아니하는 점,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구체적 실현방법에 관하여 국회법이나 국회규칙에 국회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무효확인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해당 법률 전체를 무효화하여 헌법 제113조 제1항의 취지에도 반하는 점 때문에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 이러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의 한계로 인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를 기각함이 상당하다.
2009헌라8 등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국회는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 중 위법한 사항을 시정하여 청구인들의 침해된 심의ㆍ표결권한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국회는 이 사건 각 법률안을 다시 적법하게 심의ㆍ표결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종전 가결선포행위를 스스로 취소하거나 무효확인할 수도 있고, 신문법과 방송법의 폐지법률안이나 개정법률안을 상정하여 적법하게 심의할 수도 있고, 적법한 재심의ㆍ표결의 결과에 따라 종전의 심의ㆍ표결절차나 가결선포행위를 추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9헌라8 등 결정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하였지만, 그것이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을 실효시키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위법한 심의ㆍ표결절차를 시정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일 뿐이다.
결국 2009헌라8 등 권한침해확인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을 바로잡고 침해된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종전 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하고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 침해상태를 계속 존속시
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은 모든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저촉되는 다른 판단이나 행위를 할 수 없게 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자신의 판단 및 조치의 기초로 삼도록 하는 것이며, 특히 피청구인에게는 위헌ㆍ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취소 또는 무효확인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법적ㆍ사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신이 야기한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여 합헌ㆍ합법 상태를 회복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회의 헌법적 위상과 지위, 자율권을 고려하여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성원 간의 권한침해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피청구인의 처분이나 부작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을 밝혀서 그 결정의 기속력 자체에 의하여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합헌적인 상태를 구현하도록 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상의 권한질서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에 그쳐야 하고, 이를 넘어 법 제66조 제2항 전문에 의한 취소나 무효확인의 방법으로 처분의 효력에 관한 형성적 결정을 함으로써 국가의 정치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09헌라8 등 사건의 주문 제2항에서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위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음이 확인된 이상, 주문 제4항에서 위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가 기각되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은 위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권한침해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할 법적 작위의무를 부담하고, 그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는 구체적 방법은 국회나 국회를 대표하는 피청구인의 자율적 처리에 맡겨져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위 주문 제2항의 기속력에 따른 법적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위 주문 제4항에서 무효확인청구가 기각되었음을 이유로 법적 작위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청구인들 중 이○삼이 권한쟁의심판절차가 계속 중이던 2010. 1. 20. 사망한 사실을 직권으로 확정한 다음, 위 청구인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하여 심판절차종료를 선언하였다.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이유는 2009헌라8 등 사건의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는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관하여 침해된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그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구인 이○삼은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의 주체인 국가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자격으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인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은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에 관련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 또한 수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 청구인의 사망과 동시에 당연히 그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고 보았다(헌재 1992. 11. 12. 90헌마33, 판례집 4, 782, 783; 헌재 1994. 12. 29. 90헌바13, 판례집 6-2, 351, 352 각 취지 참조).
권한쟁의심판에서 당사자의 사망을 이유로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한 최초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헌법재판소가 2009. 10. 29. 2009헌라8 등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이 사건 각 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임을 확인한 이후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이 사건 각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
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 권한침해확인결정에 의하여 피청구인에게 처분의 위헌ㆍ위법상태를 시정할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부과되는지, 부과된다면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부작위를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작위의무의 존부는 적법요건인지 본안요건인지 등이 문제된다.
피청구인의 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피청구인의 작위의무가 적법요건인지 본안판단 사항인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1) 적법요건 사항이라는 견해
부작위를 심판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심판대상의 특성상 피청구인에게 헌법 또는 법률상 의무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야 적법한 심판청구로 볼 수 있는 것이므로, 피청구인이 헌법 또는 법률상 일정한 작위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판단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적법요건의 단계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2) 본안판단 사항이라는 견해
입법부작위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의 경우는 국가에 대하여 입법 또는 행정작용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할 필요가 있어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청구를 부적법하다고 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권한쟁의심판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심판으로서 권한의 귀속에 관한 유권적 판단을 통하여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을 본질로 하고, 부작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의 경우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부작위로 인한 권한침해를, 피청구인은 작위의무 없음을 각 다투게 될 것이므로, 결국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구체적 작위의무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판단이 심판의 본령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이 부분 판단은 본안사항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3) 추상적 작위의무와 구체적 작위의무 구분설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관계 법규의 해석에 의하여 피청구인에게 일반적인(추상적인) 작위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적법 여부를 결정하고, 본안심판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해당 사안에서 피청구인에게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1)
(4) 선례의 입장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의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에게 헌법상 또는 법률상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 허용된다』(헌재 1998. 7.14. 98헌라3, 판례집 10-2, 74, 80-81; 헌재 2006. 8. 31. 2004헌라2, 판례집 18-2, 356, 364 각 참조)라고 판시하여 ‘피청구인의 작위의무의 존재’를 적법요건으로 보고 있다.2)
(5) 소결
논리적으로 구별이 가능하다면 제3설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3)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추상적 작위의무와 구체적 작위의무의 구별이 불가능하거나 용이하지 않을 수 있어 어떠한 작위의무에 해당하는지 구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할애되어야 하는 반면에, 그것이 추상적 작위의무이건 구체적 작위의무이건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의 실체적 내용에는 차이가 없으므로, 실무상 작위의무를 추상적 작위의무와 구체적 작위의무로 나누어 보아야 할 특별한 실익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 선례의 입장을 수긍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9헌라8 등 결정의 주문 제2항에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확인한바,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권한침해확인결정이 피청구인의 작위의무발생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즉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으로부터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작위의무가 발생하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적 쟁점이다.
(1) 긍정설
(가)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국가기관 상호간 등의 권한쟁의심판을 관장하게 하고 있고, 권한쟁의심판의 제도적 취지가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 등을 통한 헌법의 규범적 효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재판소는 헌법문제를 유권적으로 해결4)함으로써 국가작용의 합헌적 행사를 통제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권한쟁의심판사건의 당사자인 국가기관 등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사건에 대한 결정을 존중하
고 이에 따라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여5), 헌법 이론적으로나 헌법 정책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여기서의 ‘기속’이 피청구인의 작위의무를 발생시킨다고 보는 여러 견해가 존재하며, 이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권한쟁의심판의 본안결정이 내려지면 그것이 인용결정이든 기각결정이든,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한 확인결정이든, 다른 국가기관은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저촉되는 다른 판단이나 행위를 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내용을 자신의 판단 및 조치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피청구인은 위헌ㆍ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이 야기한 기존의 위헌ㆍ위법상태를 제거하여 합헌ㆍ합법 상태를 회복할 ‘의무’를 부담한다.6)
2) 여기에서의 ‘기속’이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모순되는 행위를 금지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적극적으로 위헌 또는 위법인 상태를 제거해야 하는 실체법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효력으로서, 과거의 행위를 놓고 전소(前訴)와의 관계에서 후소(後訴)에 대하여 효력을 미치는 기판력과는 다른 개념이다.7)
3) 피청구인은 그의 행위가 단지 법률위반인가 아니면 또한 헌법위반인가에 관계없이, 그의 행위로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되었다는 확인만으로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여 법질서와 합치되는 상태를 스스로 회복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8)
4) 모든 국가기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기속되는 법치국가에서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처분이 위헌임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면 해당 국가기관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9)
기속력을 정의하고 있는 위와 같은 견해들을 종합하면, 기속력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은 각기 다양하나, 적어도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면, 피청구인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가지는 기속력에 의하여 피청구인이 야기한 ‘위헌ㆍ위법상태를 제거할 의무’를 가진다고 한다.
(다) 독일 다수설의 입장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문에 따르면 연방헌법재판소는 기관쟁의절차에서 재판대상이 된 처분이 기본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므로, 연방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에게 적극적으로 특정 작위의무나 부작위의무를 부과하는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독일의 다수설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문이 재판의 대상이 된 조치의 위헌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들이 연방헌법재판소의 확인에 부합하는 반응을 보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즉 권한쟁의심판에서 위헌결정은 재판의 대상이 된 조치의 존속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인용결정이 피청구인에게 그 조치의 위헌성을 제거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고 한다. 권한침해확인결정의 의무부과 효과를 긍정하는 다수견해는 해당 처분의 위헌을 확인하는 결정에는 피청구인에게 합헌상태를 회복할 의무를 부과하는 효력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원상회복의 유형과 방식만이 피청구인의 자율에 맡겨지며 그러한 범위 내에서 피청구인은 보호되는 것이라고 한다.10)
(2) 부정설
(가) 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관련된 헌법 또는 법률을 해석하여 관련기관에 권한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권한의 범위를 확정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헌법 제66조 제1항에 따른 결정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확인판결의 성격을 지닌다.
2009헌라8 등 사건은 청구인들 또는 피청구인이 가지는 권한 그 자체에 관하여는 다툼이 없고 단지 피청구인의 권한행사가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기 때문에 청구인들이 가지는 권한이 침해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경우이다. 이는 피청구인의 권한의 행사가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로 권한의 행사에 관련된 문제이나, 권한의 행사가 권한의 남용이나 일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국 권한의 범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따른 주문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대한 확인적 기능을, 그 결과 피청구인의 권한행사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에 따른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결정은 권한질서를 회복하고 청구인의 권한을 회복시켜주는 형성적 기능을 갖는다 할 것이다.
권한침해확인의 본질은 처분의 위헌ㆍ위법에 대한 확인에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따른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다른 국가기관이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저촉되는 다른 판단이나 행위를 할 수 없고, 피청구인은 위헌ㆍ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아니 되는 반복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넘어 권한침해행위의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법적인 작위 의무까지 부담한다고는 볼 수 없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가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는 피청구인은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입법자는 권한침
해의 원인이 작위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함으로써, 권한침해의 원인이 부작위인 때에는 피청구인에게 결정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도록 작위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권한질서를 회복하도록 의도하고 있다. 즉, 입법자는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의 주문에 의하여 권한질서의 확인을,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의 주문에 의하여 권한질서의 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은 위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부작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함을 확인하는 경우 판결의 취지에 따른 작위의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하여 규정을 두고 있음에 반하여, 피청구인의 작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함을 확인하는 경우 작위의 위헌ㆍ위법성을 시정할 의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11)
(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헌법재판소의 재량사항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비록 법조문의 규정형식은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권한쟁의심판이 객관적 권한쟁송이면서 동시에 주관적 권한구제수단으로서의 성격도 가진 점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처분이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로서는 처분의 성질에 따라 원칙적으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비록 “……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취소의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다는 의미이지 그 권한의 행사를 재판소의 임의에 맡긴다는 의미라고는 볼 수 없다.12)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도 “……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공권력 행사의 취소와 위헌확인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 제2항과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사유에 관한 같은 법 제61조 제1항, 제2항의 구조를 대비ㆍ종합하여 보면,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는 같은 법 제66조 제1항에 따라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판단에 그치나, 이미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된 때에는 이에 더하여 같은 법 제66조 제2항에 따라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함으로써 헌법재판소 스스로 침해의 원인을 제거함을 원칙으로 예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13), 이는 독일의 권한쟁의제도와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다.
따라서 권한쟁의심판절차에서 처분이 기본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인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의 내용으로 위헌ㆍ위법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14)
(라) 물론 권한침해확인결정만이 있고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피청구인이 권한침해확인결정의 취지를 십분 존중하여 기존의 유효한 처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한다면 그것이 헌법의 규범력을 제고하고 헌법재판기관의 결정취지를 최대한 존중하는 행위로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서 피청구인에게 부과되고 청구인이 소구할 수 있는 법적 의무라고 볼 수는 없다.
(마) 독일의 소수설의 입장이다. 권한쟁의심판의 위헌확인결정의 효력이
해당 조치의 존속에 개입한다면 이는 정치적 활동영역에 대한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권한쟁의심판에서 위헌확인결정의 의미란 장래의 행위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따름이라고 한다.15)
(3) 소결
권한침해확인결정과 같은 형태의 결정은 헌법소송에만 있는 특유한 것이고16)그 기속력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 사안과 관련하여 논의된 바가 없으며, 이 사건이 이러한 쟁점과 관련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내 학계에는 권한침해확인결정 자체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행위의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법적인 의무가 부과된다고 보는 견해만이 존재하여 온바, 이 사건에서 재판관들의 견해가 4인의 각하의견, 1인의 기각의견, 4인의 인용의견으로 나뉜 것은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이 작위의무를 부담하게 되는지 여부에 대한 위와 같은 견해 대립과, 앞서 살핀 부작위를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에서 작위의무의 체계적 지위에 관한 입장 차이가 더해져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4인의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작위의무의 존부를 적법요건으로 보는 선례의 입장에 서서,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은 기본적으로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확인결정의 성질을 지니므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 구체적인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부작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적법요건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의하여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은 피청구인에게 헌법상 또는 법률상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에 허용된다.
(2) 권한쟁의심판의 이원적 구조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 헌법재판소는 관련된 헌법 또는 법률을 해석하여 관련 국가기관에 권한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권한의 범위를 확정하는바,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따른 결정은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확인적 성격을 지닌다.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이 권한침해확인결정을 하는 경우에 나아가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는바(같은 조 제2항), 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결정은 권한질서를 회복하고 청구인의 권한을 회복시켜주는 형성적 기능을 갖는다.
전자의 결정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사이의 헌법적ㆍ법적 지위와 권한을 확정짓는 것이고, 후자의 결정은 청구인의 권한에 영향을 미친 피청구인의 행위를 헌법재판소가 직접 소멸시키거나 효력이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청구인의 권한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전자의 결정은 후자의 결정을 위한 필요적 전제이지만 그 자체로 취소나 무효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건은 아니므로, 헌법재판소는 권한침해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확인하지 아니할 수 있고,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취소나 무효확인을 청구한 때에는 이를 기각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서 청구인의 권한이 피청구인에 의하여 침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피청구인의 행위를 취소하거나 무효임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 이는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를 확인할 뿐이므로 피청구인의 행위는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
(3) 심의ㆍ표결권 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하는바, 이러한 기속력은 피청구인의 처분의 취소결정이나 무효확인결정 뿐만 아니라 권한침해의 확인결정에도 인정된다.
그러나 그 내용은 장래에 어떤 처분을 행할 때 그 결정의 내용을 존중하고 동일한 사정 하에서 동일한 내용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그치고, 적극적인 재처분의무나 결과제거의무를 포함하는 것이라 해석할 것은 아니다. 재처분의무나 처분으로 인한 위헌ㆍ위법한 결과의 제거의무는 처분 자체가 위헌ㆍ위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을 전제하는데, 이는 처분의 취소결정이나 무효확인결정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처분으로 인한 결과가 아닌 권한침해 자체로부터 발생한 결과가 있고, 이를 제거할 법률상ㆍ사실상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제거할 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있으나, 입법절차에서 심의ㆍ표결권의 침해는 입법절차와 함께 종료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고 문제가 된 당해 법률안도 법률로 성립되면 그에 흡수되어 입법절차상 존재하는 하자를 따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원상회복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이나 제3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으며, 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을 한 때에 피청구인에게 결정의 취지에 따른 처분의무가 있음을 규정(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후단)할 뿐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처분을 직접 취소하거나 무효확인함으로써 그 기속력의 내용으로서 피청구인에게 원상회복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헌법재판소가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판단을 하면서 피청구인이나 제3자인 국회에게 직접 어떠한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결정을 할 수는 없으며,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판단 자체의 효력으로 권한
침해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상태를 적극적으로 제거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소결
따라서 위 2009헌라8 등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아니한 이상,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종전 권한침해행위에 내재하는 위 헌·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위 재판관은 권한침해확인결정으로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입법관련행위의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추상적 작위의무는 부과되나, 입법관련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의 특수성에 비추어 헌법재판소로서는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입법관련행위를 무효확인 또는 취소할 수 없고, 그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어 그 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구체적으로 특정한 조치를 취할 작위의무가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이 견해는 작위의무의 체계적 지위에 관하여 추상적 작위의무와 구체적 작위의무를 구분하는 견해를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구체적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관장하게 한 점, 권한쟁의심판의 제도적 취지가 헌법의 규범적 효력을 보호하는 데 있는 점, 헌법재판소는 헌법문제를 유권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국가작용의 합헌적 행사를 통제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을 직접 받는 피청구인은 그 결정을 존중하고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확인결정에서 명시한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헌법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2) 기속력의 구체적 실현 및 그 한계
(가) 권한쟁의심판은 본래 청구인의「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는 것이므로, 입법절차상의 하자에 대한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이 갖는 기속력의 본래적 효력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각 법률안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위헌ㆍ위법하게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 그 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국회의 자율에 맡겨져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의 확인을 넘어 그 구체적 실현방법까지 임의로 선택하여 가결선포행위의 효력을 무효확인 또는 취소하거나 부작위의 위법을 확인하는 등 기속력의 구체적 실현을 직접적으로 도모할 수는 없다.
(나) 국회 입법과정에서의 의사절차의 하자를 다투는 이 사건과 같은 특수한 유형의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을 적용하여 그 무효확인이나 취소 또는 부작위위법확인을 할 수 있다고 하여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ⅰ)「처분」은 본래 행정행위의 범주에 속하는 개념일 뿐 입법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므로,「입법관련 행위」를 위 법 제66조 제2항 소정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대상인 「처분」으로 보는 것은 문리상 무리가 있다. ⅱ) 국회의 헌법상의 지위에 비추어,「입법관련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확인결정이 있다 하여도 국회의 의사절차상 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회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자율성이 요청되는 문제이다. 국회법이나 국회규칙 어디에도 이에 관하여 국회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현행법상 국회나 그 기관의 「입법관련 행위」에 대해서는 그 절차상의 위법성을 제거할 구체적 실현방법에 대한 타율적 이행을 요구하는 어떠한 청구도 용인될 수 없다. ⅲ)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무효확인하거나 취소할 경우 그것은 실질적으로 해당 법률 전체를 무효화하게 되므로 그 인용결정도 법률의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인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권한쟁의심판의 절차를 이용할 경우 재판관 5인의 찬성(7인이 평결할 경우에는 재판관 4인의 찬성)만으로도 인용결정이 가능하여 법률의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규정한 헌법
제113조 제1항의 취지에도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다) 그러므로, 법률의 효력을 둘러싸고 국회나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되는 「입법관련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확인결정을 하는 외에 나아가 그 인용결정의 구체적 실행방법으로서 처분의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작위의 위법확인도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3)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당부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의 한계를 벗어난 부당한 것이거나,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에 따라 이미 발생한 기속력의 재확인을 구하는 불필요한 것이어서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위 3인의 재판관은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위헌·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국회의 다수당이 위법한 심의ㆍ표결절차를 시정하여 청구인들의 침해된 심의ㆍ표결권한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이익도 있으므로 심판청구가 인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피청구인에게 발생하는 작위의무의 내용에 관하여는 국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을 다시 적법하게 심의ㆍ표결하여야 하는 것으로, 종전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스스로 취소 또는 무효확인하거나, 이미 가결선포된 신문법과 방송법의 폐지법률안이나 개정법률안을 상정하여 적법하게 심의하거나, 적법한 재심의ㆍ표결의 결과에 따라 종전의 심의ㆍ표결절차나 가결선포행위를 추인하는 등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지는 아니하였다.
그 구체적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 의
하여 국회의 입법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되어 일부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확인하면, 그 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위법하게 진행된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을 제거하고 침해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이 확인결정이어서 국회의 심의ㆍ표결행위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를 직접 소멸시키는 형성적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과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침해된 사실을 확인한 이상 그 한도에서는 기속력을 가지는 것이고, 그 기속력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침해확인결정에 의하여 확인된 위헌ㆍ위법성을 시정하여 침해된 권한을 회복시키라는 것이다.
(2)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ㆍ표결절차가 위법하게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확인한 이상, 그 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국회는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 중 위법한 사항을 시정하여 청구인들의 침해된 심의ㆍ표결권한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부담한다.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을 시정하고 국회의원들의 침해된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키려면 국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을 다시 적법하게 심의ㆍ표결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종전의 가결선포행위를 스스로 취소하거나 무효확인할 수도 있고, 이미 가결선포된 신문법과 방송법의 폐지법률안이나 개정법률안을 상정하여 적법하게 심의할 수도 있고, 적법한 재심의ㆍ표결의 결과에 따라 종전의 심의ㆍ표결절차나 가결선포행위를 추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 것은 위법한 심의ㆍ표결절차를 시정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은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아 국회의 가결선포행위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실효시키지 아니한다는 것일 뿐, 국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을 시정하지 않거나 국회의원들의 침해된 심의ㆍ표결권한을 회복시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취지가 아니다. 따라서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에 의하여 이 사건 각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가 기각되었더라도, 국회가 2009헌라8 등 사건의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 따라 이 사건 각 법률안의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을 시정하고 침해된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없어지지 아니한다.
그런데 국회의 다수당이 2009헌라8 등 사건에서 이 사건 각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가 기각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위법한 심의ㆍ표결절차를 시정하여 청구인들의 침해된 심의ㆍ표결권한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소수 야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이익이 있고, 이를 인용하면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후문에 의하여 시정의무가 명시되므로 심판의 필요도 인정된다.
(4) 결국 2009헌라8 등 사건의 결정이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되어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었음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이 사건 각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절차의 위법성을 바로잡고 침해된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종전 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하고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 침해상태를 계속 존속시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인용하여야 한다.
위 인용의견은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만으로도 피청구인에게는 스스로 합헌적인 상태를 구현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상의 권한질서를 다시 회복할 의무가 부여되고, 피청구인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치적 형성에 의하여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함으로써 권한질서를 회복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그러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작위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적극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인용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 구체적 논지는 다음과 같다.
(1) 권한쟁의심판 결정의 기속력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1항에 의한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은 모든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저촉되는 다른 판단이나 행위를 할
수 없게 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자신의 판단 및 조치의 기초로 삼도록 하는 것이며, 특히 피청구인에게는 위헌ㆍ위법성이 확인된 행위를 반복하여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취소 또는 무효확인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법적ㆍ사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신이 야기한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여 합헌ㆍ합법 상태를 회복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 전문에 의한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재량으로, 권한침해확인의 주문에 부가하여 선고할 수 있는 형성적 결정이다. 그러나 국회의 특별한 헌법적 지위와 권한, 그리고 광범위한 정치적 형성권까지 고려한다면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성원 간의 권한침해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피청구인의 처분이나 부작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만을 밝혀서 그 결정의 기속력 자체에 의하여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스스로 합헌적인 상태를 구현하도록 함으로써 손상된 헌법상의 권한질서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에 그쳐야 할 뿐, 이를 넘어 법 제66조 제2항 전문에 의한 취소나 무효확인의 방법으로 나아가 처분의 효력에 관한 형성적 결정을 함으로써 국가의 정치적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피청구인을 포함하여 국회 역시 ‘국가기관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자제를 존중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치적 형성에 의하여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는 노력을 하여야 마땅하다.
(2)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2009헌라8등 사건의 주문 제2항에서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위 법률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음이 확인된 이상, 주문 제4항에서 위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가 기각되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은 위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 의하여 위 권한침해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여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고, 그 권한침해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국회나 국회를 대표하는 피청구인의 자율적 처리에 맡겨져야 한다.
피청구인은 위 주문 제2항의 기속력에 의하여 권한침해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여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침해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주문 제4항에서 무효확인청구가 기각되었음을 이유로 법적 작위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위 주문 제2항의 기속력에 의하여 권한침해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에 대한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본문).
청구인 이○삼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는, 각하의견이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4인, 기각의견이 재판관 김종대의 1인, 인용의견이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4인으로 어느 의견도 독자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이 정한 권한쟁의심판의 심판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각하의견은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이 구체적으로 특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는 볼 수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각의견의 결론 부분에 한하여는 기각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을 들어, 각하의견 4인과 기각의견 1인을 합하면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정족수를 충족한다고 보아, 이 부분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 사건 결정은 국회에서의 입법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권한침해확인결정을 한 경우, 그 결정의 기속력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결정의 기속력으로 인하여 피청구인에게 작위의무가 발생하는지 및 발생한다면 그 내용은 어떠한 것인지의 쟁점에 관하여 이루어진 최초의 결정이다.
종전 권한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위헌ㆍ위법 상태를 적극적으로 시정할 법률상의 작위의무가 부과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그러한 작위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각하의견, 추상적 작위의무는 발생하나 구체적으로 특정된 작위의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에 선 기각의견, 작위의무가 부과된다는 인용의견으로 재판관들의 견해가 나뉘었다.
어느 의견도 독자적으로 권한쟁의심판의 심판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나, 심판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부분에 있어 견해가 일치하는 각하의견과 기각의견을 합하면 권한쟁의심판의 심판정족수를 충족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