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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5도7342 판결

[강간치상][미간행]

판시사항

[1] 형법 제10조 에 규정된 심신장애를 인정하기 위한 요소 및 정신분열증과 같은 고정적 정신질환을 가진 자가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지만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

[2]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청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은 원심에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과 심신장애만을 주장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았으므로 상고심에서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상고이유를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강간의 고의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게 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심은,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이 사건 범행의 전후 경위, 수단 및 방법,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건물 내 통로로 유인하여 범행을 저지른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형법 제10조 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음은 물론이나, 정신적 장애가 정신분열증과 같은 고정적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의 범인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범행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흔히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행위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어서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425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4년경 교통사고로 뇌좌상을 입어 장기간 치료받은 병력이 있는 사실, 피고인이 1996. 7. 22.경 8세 여아를 추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당시 법원은 피고인이 지능지수가 낮아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교통사고로 뇌좌상을 입어 장기간 치료받은 병력에 비추어 볼 때 판단력이 결핍되거나 매우 미흡하다고 판단하면서 보호관찰을 명하였으며 그 특별준수사항의 하나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것을 정하고 있는 사실, 이후 피고인은 2회에 걸쳐 여자아이들을 추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기도 한 사실, 피고인은 2003. 5.경부터 2003. 9.경까지 춘천국립정신병원에서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2004. 1.까지는 안정제를 복용하였으나 그 이후는 물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안정제를 복용하지 않았던 사실, 피고인은 2004. 12. 15.경 피고인에게 투숙할 방을 안내하던 63세의 여인숙 여주인을 방안으로 밀어 넣은 다음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제1심에서 공소기각판결을 받고 석방된 바 있는데, 석방된 다음날 역시 피고인에게 방을 안내하던 62세의 여인숙 여주인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있는 사실, 피고인은 외동아들로 태어나 친인척 없이 자랐으며 현재 미혼인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로부터 알 수 있는 피고인의 병력, 가족관계, 성장환경, 피고인의 성범죄 횟수 및 그 시간적 간격, 이 사건을 비롯하여 피고인이 저지른 성범죄의 피해자가 아이들이거나 고령자인 점,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제1심 법정에서 이 사건 범행동기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정신분열증의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자로서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범행충동의 억제능력이 저하되어 순간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사정이 이와 같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제1심 법정에서부터 심신장애 주장을 하면서 정신감정을 원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피고인의 범행충동억제능력이 정상인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인지 여부 및 만약 떨어진다면 그것이 단순한 성격적 결함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앓고 있던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어 병적인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등을 좀더 밝혀 본 후에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판단하여 피고인의 심신장애 주장을 배척하고 만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이규홍 박재윤(주심) 김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