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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4. 3. 24. 선고 2004고합155 판결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항소[각공2004.5.10.(9),708]

판시사항

[1] 정치자금을 자신이 취득하지 않았거나 혹은 수수한 정치자금을 그 취지에 따라 제3자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경우, 그 수수한 정치자금 상당액을 추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으면서 법인의 임직원 개인이 기부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개인 명의를 차용한 허위 내용의 정치자금영수증을 발급한 경우,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범인이 취득한 당해 재산을 범인으로부터 박탈하여 범인으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정치자금을 자신이 취득하지 않았거나 혹은 수수한 정치자금을 그 취지에 따라 제3자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그 부분의 이익은 실질적으로 범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어서 이를 추징할 수 없다.

[2]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으면서 처벌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인의 임직원 개인이 기부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개인 명의를 차용한 허위 내용의 정치자금영수증을 발급한 경우, 이는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한 네 가지 방법의 정치자금 조달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정치자금의 실질적인 교부자인 당해 법인에 대하여 정치자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아니한 채 정치자금을 교부받은 행위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어서, 같은 법 제 제30조 제1항 에 의하여 처벌하여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

이상수

검사

박찬호

변호인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종걸 외 48인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56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제13, 15, 16대 3선 국회의원이며,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 선거사무장 겸 회계책임자로서 후원금 등 선거비용의 수입 및 지출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회계보고 업무 등을 총괄 담당하던 자인바,

1. 누구든지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여서는 아니되고, 후원회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할 때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정한 기부한도의 금액범위 내에서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정치자금영수증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후원회에 기부하는 후원인의 이름 및 기부금의 금액 등이 사실대로 기재된 영수증을 주고받아야 함에도,

가. 금호그룹이 2002년도에 이미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정한 기부한도를 다 채워 정치자금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1) 2002. 11. 초순경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장인 공소외 1에게 대통령선거에 필요한 정치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여, 같은 달 15. 내지 20.경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 1층 커피숍에서 공소외 1로부터 액면 금 100만 원짜리 헌 수표 300장, 합계 3억 원을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지 않은 채 건네받고,

(2) 같은 해 12. 초순경 다시 공소외 1에게 대통령선거에 필요한 정치자금을 추가로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여, 같은 달 5. 내지 6.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새천년민주당 당사 내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공소외 1로부터 액면 금 1,000만 원짜리 제1종 국민주택채권 30장, 합계 3억 원 상당을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지 않은 채 건네받고,

나.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 업무조정국장이자 피고인의 보좌관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02. 11. 28.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 사무실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관계 법인이 2002년도에 이미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정한 기부한도를 다 채워 정치자금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법인 명의로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도 위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추가로 정치자금을 제공받기 위해, 공소외 2를 통하여 마치 현대자동차의 부사장인 공소외 3 등 현대자동차그룹 관계 법인의 임직원 21명이 각 개인 소유의 자금으로 정치자금 6억 6,000만 원을 기부한 것처럼 정치자금영수증의 기부자란에 실제 기부자의 이름을 기재하지 아니하고 차명인 제3자의 이름을 기재한 허위 내용의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도록 하면서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본부 경영기획팀장인 공소외 4로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관계 법인의 2002년도 정치자금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현대자동차그룹 관계 법인의 자금 6억 6,00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건네받고,

다. 2002. 12. 초순경 에스케이(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인 공소외 5에게 대통령선거 후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같은 달 5.경 공소외 5으로부터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 15억 원을 제공받았음에도, 같은 달 중순경 다시 공소외 5에게 후원금 추가지원을 요구하였고, 이에 공소외 5으로부터 이미 15억 원을 기부하는 등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이 2002년도에 이미 정치자금에관한법률에 규정된 한도를 다 채워 정치자금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법인 명의로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는 상태라는 답변을 듣자, 공소외 5에게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한도가 다 되었다면 임직원 명의로 마치 개인이 기부하는 것처럼 처리하면 된다며 거듭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여, 같은 달 17.경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 사무실에서 공소외 2를 통하여 마치 에스케이그룹 구조조정본부 직원인 공소외 6 등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의 임직원 33명이 각 개인 소유의 자금으로 정치자금 10억 원을 기부한 것처럼 정치자금의 영수증의 기부자란에 실제 기부자의 이름을 기재하지 아니하고 차명인 제3자의 이름을 기재한 허위 내용의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도록 하면서 공소외 5의 지시를 받은 에스케이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직원으로부터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의 2002년도 정치자금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의 자금 10억 원을 정치자금으로 건네받고,

라.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연수본부장인 공소외 이재정과 공모하여,

2002. 12. 17. 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 사무실에서 이재정이 한화그룹 산하 한화건설 대표이사인 공소외 7으로부터 대통령선거 후원금으로 받은 제1종 국민주택채권 10억 원 상당(1,000만 원권 80장, 500만 원권 40장)을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지 않은 채 이재정의 지시를 받은 공소외 8으로부터 건네받음으로써

정치자금 합계 32억 6,000만 원을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수수하고,

2. 대통령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중앙당 회계책임자는 선거기간 중의 정치자금의 수입금액과 정치자금의 지출에 관한 내역 및 결산 내역을 당해 선거일 후 4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사실대로 보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3. 1. 28. 및 같은 해 2. 14.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16대 대통령선거 관련 새천년민주당 선거비용 수입과 지출 내역을 보고함에 있어, 수입금액 중 위 1의 가항 및 라항과 같이 금호그룹, 한화그룹으로부터 대통령선거 후원금 조로 받은 16억 원을 포함하여 기업으로부터 받은 대통령선거 후원금 28억 원 등 합계 44억 원을 누락시키고, 지출금액 중 각 지구당 등에 선거비용으로 지원한 금액의 일부인 35억 2,000만 원을 누락시킴으로써, 허위의 회계보고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1. 피고인, 손길승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이재정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등본의 각 진술기재

1. 피고인, 공소외 1, 2, 5, 손길승, 안일원, 김홍섭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공소외 8, 2, 최도술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등본 및 공소외 4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사본의 각 진술기재

1. 김봉관, 최병도 작성의 각 진술서의 각 기재

1. 개인명의 정치자금 기부자 명단(수사기록 제1권 44면 이하), 1998년 내지 2002년 에스케이그룹의 정치후원금 지급내역(수사기록 제1권 52면 이하), 정치자금영수증사본(수사기록 제1권 제311면 이하), 제16대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 선거비용 수입과 지출보고서(최초보고분) 사본(수사기록 제1권 478면 이하), 제16대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 선거비용 수입과 지출보고서(회계보고마감후 지출분) 사본(수사기록 제1권 515면 이하), 이호웅 명의의 농협중앙회 국회지점 계좌의 거래내역사본(수사기록 제2권 1122면), 문승옥 명의의 신한은행 충무로지점 계좌의 거래내역사본(수사기록 제2권 1123면 이하)의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형의 선택

각 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각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제1의 라항의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미결구금일수 산입

1. 추징에 관한 판단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범인이 취득한 당해 재산을 범인으로부터 박탈하여 범인으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정치자금을 자신이 취득하지 않았거나 혹은 수수한 정치자금을 그 취지에 따라 제3자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그 부분의 이익은 실질적으로 범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어서 이를 추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① 판시 제1의 가(1)항 기재와 같이 금호그룹으로부터 받은 헌 수표 3억 원 중 1억 원은 선거자금관리를 위하여 사용한 공소외 문승옥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여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헌 수표 2억 원은 피고인의 자금으로 현금으로 교환한 후 비공식적인 여론조사비 등 선거자금으로 사용하였으며, 판시 제1의 가(2)항 기재와 같이 금호그룹으로부터 받은 3억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은 현금으로 교환한 다음 새천년민주당의 각 지구당에 비공식지원금으로 교부하고, ② 판시 제1의 나항 기재와 같이 현대자동차로부터 받은 6억 6,000만 원은 인천시지부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다음 중앙당 계좌로 이체하였다가 다시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에서 받아서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고, ③ 판시 제1의 다항 기재와 같이 에스케이그룹으로부터 받은 10억 원은 2,000만 원과 9억 8,000만 원으로 분할하여 문승옥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에 입금처리하고, ④ 판시 제1의 라항 기재와 같이 한화그룹으로부터 받은 10억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 중 5억 원 상당은 현금으로 할인한 다음 새천년민주당의 각 지구당에 비공식 지원금으로 교부하고, 나머지 5억 원 상당은 현금으로 할인한 다음 선거운동원들에 대한 위로금 또는 선거대책위원회 직원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피고인이 위 각 정치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횡령하는 등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귀속시켰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피고인이 위와 같이 수수한 각 정치자금을 각 기부자의 취지에 따라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선거비용 지출을 위하여 사용하던 비공식 계좌에 입금하거나 지구당에 대한 비공식 지원금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새천년민주당에게 그 정치자금을 제공한 이상, 위 각 정치자금은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으로부터 위 각 정치자금 상당액을 추징할 수는 없다.

피고인의 주장(변호인의 주장을 포함한다)에 대한 판단

1. 판시 제1의 나, 다항에 대하여

가.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현대자동차그룹 및 에스케이그룹으로부터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와 같이 각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당시 위 각 그룹 관계 법인이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이 정한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기부하였다는 사정을 알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각 정치자금에 관하여 위 각 그룹 관계 법인의 임직원 개인 명의의 영수증이 각 발급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 단

(가) 판시 제1의 나항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각 증거들, 특히 공소외 2에 대한 제2, 6회 각 검찰 진술조서 및 공소외 4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사본의 각 진술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2. 11. 28. 공소외 4로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이 제공하는 정치자금 10억 원을 전달받자 공소외 2에게 후원금 처리를 지시하였고, 이에 공소외 2는 공소외 4로부터 영수증을 발급할 명의자에 해당하는 각 법인 및 개인 명단을 제공받아, 현대자동차그룹 관계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한도 내 금액인 3억 4,000만 원에 대하여는 법인 명의의 영수증을 발급하고, 나머지 6억 6,000만 원에 대하여는 임직원 개인 명의의 영수증을 발급해준 사실, 한편, 공소외 2는 수수한 정치자금의 처리내역에 관하여 그때마다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는데,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수수한 위 정치자금에 대하여도 그 후원금 처리를 한 직후 피고인에게 임직원 개인 명의로 영수증 처리를 하였다고 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위 정치자금에 대한 기부한도 초과 및 법인 명의가 아닌 임직원 개인 명의의 허위의 영수증 발급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부분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판시 제1의 다항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각 증거들, 특히 공소외 5, 손길승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2. 12. 초순경 공소외 5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여, 같은 달 5.경 공소외 5로부터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이 제공하는 정치자금 15억 원을 수수하여 후원금으로 영수증처리한 사실, 그 후 피고인은 같은 달 중순경 다시 공소외 5에게 선거자금의 추가지원을 요청하였고, 공소외 5가 에스케이그룹으로서는 2002년도 정치자금법상의 기부한도를 이미 다 채웠으므로 더 이상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하자, 논의 끝에 정치자금을 수수한 다음 임직원 개인 명의로 후원금 처리를 하기로 한 사실, 이에 공소외 5는 그 직원으로 하여금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공소외 2에게 10억 원을 전달하면서 에스케이그룹 관계 법인 소속 임직원 33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기재된 명단을 제출하게 하였고, 공소외 2는 위 10억 원을 수수하면서 위 임직원 명단에 기초하여 개인 명의의 영수증을 발급처리하고, 그 직후에 위와 같은 사실을 피고인에게 보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에스케이그룹의 위 정치자금에 대한 기부한도 초과 및 법인 명의가 아닌 임직원 개인 명의의 허위의 영수증 발급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 부분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으로 의율할 수 없다는 주장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현대자동차그룹 및 에스케이그룹으로부터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와 같이 각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당시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법이 정한 정치자금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하면서 법인 임직원 개인 명의로 차명영수증을 발급하는 행위는 탈법행위이기는 하지만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을 위 행위에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되므로, 결국 피고인의 위 각 행위는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으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 단

헌법 제12조 제13조 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 2000. 6. 29. 선고 98헌가1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한편, 정치자금법은 원래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상황을 공개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 제1조 )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종래 정치자금의 수수가 부정과 부패에 연결되고 경제인에 대한 정치인의 보복사례가 없지 아니하였던 우리 나라의 정치자금 실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치자금법제2조 제1항 에서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정치자금 조달에 있어서 법이 정하는 엄격한 절차와 방법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제4조 등에서는 당비를, 제5조 , 제6조 등에서는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의 조달방법을, 제11조 등에서는 정당에 대한 기탁금제도를, 제17조 등에서는 정당에 대한 국가보조금제도를 각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7. 5. 29. 선고 96헌마8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그렇다면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이 구성요건을 정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유형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라는 소극적 표현을 사용하여 구성요건을 정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치자금법이 당비, 후원회제도, 정당기탁금제도, 국고보조금제도를 정치자금 조달방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이상, 누구나 위 법률조항이 위 법 소정의 위 네 가지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위 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 위 법률 제2조 제1항 , 제4조 내지 6조 , 제11조 , 제17조 등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률조항이 위 법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는 것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정치자금 조달을 법이 정하는 엄격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게 하고 그 이외의 방법에 의한 정치자금 수수를 처벌함으로써,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부정과 부패를 막는다는 위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으로서 헌법상 허용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제한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인으로부터 정치자금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정치자금을 기부받으면서 위 처벌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인의 임직원 개인이 기부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개인 명의를 차용한 허위 내용의 정치자금영수증을 발급한 경우, 이는 정치자금법이 정한 네 가지 방법의 정치자금 조달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정치자금의 실질적인 교부자인 당해 법인에 대하여 정치자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아니한 채 정치자금을 교부받은 행위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어서,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에 의하여 처벌하여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

피고인은 현대자동차그룹, 에스케이그룹 및 한화그룹으로부터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와 같이 정치자금을 교부받을 당시, 법인으로부터 후원금을 기부받으면서 정치자금법상 정하여진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한도가 초과되었거나 법인의 대표가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함으로 인하여 예상되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개인 명의의 영수증을 발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여 오는 경우 개인 명의의 차명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은 정당들의 후원금 수수관행이었으므로, 피고인의 판시 제1의 나, 다, 라항의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후원금 수수관행이 당시에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치자금법에 어긋나는 관행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위법한 관행에 따라 판시 제1의 나, 다항 기재와 같이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그 범법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판시 제1의 라항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재정과 공모한 바 없이 이재정이 한화그룹으로부터 수수한 10억 원을 전달받았을 뿐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1도60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각 증거들, 특히 피고인에 대한 제2, 3, 7, 9회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이재정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등본, 공소외 2에 대한 제3, 4회 각 검찰 진술조서 및 공소외 8, 2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등본의 각 진술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재정이 한화그룹으로부터 수수한 10억 원이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재정의 보좌관인 공소외 8로부터 위 10억 원을 전달받았고, 그 후 한화그룹에게 위 정치자금에 대하여 영수증을 교부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은 위와 같은 이재정과의 순차공모에 의하여 한화그룹이 제공하는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에 가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판시 제2항에 관하여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이 파악하고 있는 선거자금의 수입 및 지출 총액 규모와 회계보고 서류상에 기재된 내역이 대략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결재하였을 뿐이고 구체적인 신고누락을 인식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허위 회계보고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증거들, 특히 피고인에 대한 제4, 6회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에 대한 제3회 검찰 진술조서 및 안일원, 김홍섭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회계책임자로서 선거비용의 수입, 지출 및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회계보고 업무 등을 총괄 담당하였으며, 선거비용의 수입, 지출 및 회계보고는 모두 피고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진 사실, 또한, 피고인은 판시 제1의 가, 라항 기재와 같이 금호그룹 및 한화그룹으로부터 영수증을 발급하지 아니하고 정치자금 합계 16억 원을 수수하였고, 수도권에 있는 각 지구당에 대하여는 지구당 사무국장을 직접 불러서 지급하는 방법으로, 나머지 지역에 있는 각 지구당에 대하여는 선거대책본부 지도부에게 전달하여 방문시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각 지구당에 선거비용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새천년민주당의 선거자금 중 실제 수입금에 포함되는 영수증 미발행의 정치자금과 실제 지출금에 포함되는 지구당에 대한 비공식지원금은 그 자금의 성격상 회계보고시 그 수입 및 지출 내역에 누락시킬 수밖에 없는 자금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 회계책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회계보고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허위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형이유

피고인은 위와 같이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총무본부장 및 회계책임자로서 선거자금의 모금뿐만 아니라 지출까지 도맡아 처리하면서, 최소한의 비용 지출로 선거를 치르려고 노력하였던 점, 피고인은 과거 민주화운동에 진력한 공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3선 국회의원으로서 약 16년간 정치활동을 하여 오면서 아무런 범죄전력도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점, 피고인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는 공정한 선거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대하여 막중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결국 그 손실을 고스란히 국민경제의 피해로 귀착시키는 점, 피고인도 청산하여야 할 구시대의 악습인 불법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적지 아니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 결과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공판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제반 양형의 요소를 참작하여 피고인을 징역 1년의 실형에 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찬현(재판장) 조용기 성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