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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0.3.31. 선고 2019구단57469 판결

장해급여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9구단57469 장해급여부지급처분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파로스

담당변호사 석재호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0. 2. 25.

판결선고

2020. 3. 31.

주문

1. 피고가 2018. 3. 1. 원고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는 2016. 3. 18. 강원도 강릉시 소재 C병원에서 '감각신경성 난청, 양측' 진단을 받고, 2016. 7. 1. 피고에게 '1974년경부터 1992년경까지 광업소에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장해급여청구를 하였다.

나. 피고는 2018. 3. 1. "난청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미흡함"이라는 서울지역본부 통합심사회의의 심의결과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8. 7. 24. "원고는 소음작업장을 떠난 지 20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서 진단받은 것으로, 근무 당시나 퇴사 직후의 청력저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청력검사 결과 자료는 없으며, 특별진찰 소견에 의하면 순음청력검사 결과 소음성 난청의 패턴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의 과거 소음작업장 근무이력과 현재의 청력 상태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라. 원고는 2018. 10. 16.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19. 1. 15. "원고는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었고 특별진찰 순음청력검사 결과 우측 47dB, 좌측 47dB로 양측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으로 확인되나, 2016년 난청 진단 당시 소음작업장을 떠난지 약 24년이 경과한 때이며, 이 건 사업장 근무 당시나 퇴사 직후의 청력저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므로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특별진찰 결과 순음청력도 패턴이 소음성 난청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현재 청력상태를 업무로 인한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법리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질병, 부상 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누2565 판결 등 참조).

(2)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2018. 12. 11. 대통령령 제293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제7호 (차)목(이하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이라 한다)은 소음성 난청에 대하여 '감각신경성 난청'으로서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었을 것'과 '한 귀의 청력 손실이 40dB 이상이고,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으며,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고,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을 요하면서 난청의 구체적인 측정방법을 규정하고 있고,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두부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이를 제외하고 있다.

나. 판단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5 내지 7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난청은 광업소에서 근무하면서 노출된 소음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으로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의 난청이 감각신경성 난청인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2017. 5. 18.부터 2017. 6. 8.까지 사이에 E병원에서 실시한 특별진찰 결과 원고의 기도 최소가청역치는 우측 47dB, 좌측 47dB로 측정되었으며,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청력장해의 정도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원고의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두부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난청 발생 원인이 드러나 있지 않다. 이는 이 사건 시행령 규정에서 정하는 소음성 난청의 임상적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는 것이다{다만 노인성 난청과 관련하여서는 아래 (3)항에서 별도로 본다}.

(2) 피고는 내부 노동보험시스템 전산정보에서 확인되는 바에 따라 원고가 1985. 10. 25.부터 1992. 2. 27.까지 6년 4개월 동안 ㈜F에서 선산부로 근무하였고, 위 작업 과정에서 85dB 이상의 소음에 연속하여 노출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가 1983년경 G(주)에 근무한 사실 역시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고 있다. 비록 그 밖에 1974년경부터 1976년경까지 강원도 정선군 H에 있는 I광업소 및 J광업소에서 굴진 및 채탄작업을, 1976년경부터 1978년경까지 정선군 K에 있는 L광업소에서 착암 및 발파작업을, 1978년경부터 1982년경까지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M광업소에서, 1983년경부터 1985년경까지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N광업소 및 O광업소에서 각 굴진 작업을 하였다는 원고 주장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하더라도, 피고가 인정하는 광업소 근무기간과 소음노출 정도만으로도 이 사건 시행령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소음노출 요건을 넉넉히 충족하고 있다.

(3) 피고는 특별진찰에서의 순음청력검사 결과 원고의 경우 소음성 난청의 패턴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소음성 난청의 경우 순음청력 검사상 0.5 내지 2kHz 영역보다 3 내지 6kHz 영역에서 난청의 정도가 심해지다가 8kHz 영역에서 청력이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노인성 난청의 경우 8kHz 영역에서 청력이 회복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근거하여, 원고의 경우 후자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는 사실에 착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진찰 담당의가 원고의 경우 노인성 난청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제시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음에 의한 청력손실에 노화에 의한 청력손실이 더해지게 되면 앞서 본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 양상을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여기에 원고가 난청 진단을 받을 당시의 연령을 고려하면, 원고의 경우 소음에 의한 청력손실에 노화에 의한 청력손실이 복합되어 위와 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설령 원고가 소음노출이 중단될 무렵 청력역치가 40dB 이상인 소음성 난청기준에 미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소음에 의한 청력손실이 노화에 의한 청력손실을 더 빨리 더 중하게 진행시킴으로써 현재의 난청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그러한 가능성을 이유로 광업소에서의 소음 노출이 원고의 현재 난청 발생에 주요한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4) 피고는 또한 원고가 소음 작업장을 떠난 지 20년 이상 지나서 난청 진단을 받았고 그 사이 청력저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고, 피고 서울지역본부 통합심사회의 자문의 다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난청과 업무와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가 소음노출이 중단된 때로부터 약 24년 1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진단받기는 하였으나, 그 사이에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내역을 찾아볼 수 없고(원고는 2006. 10.부터 2007. 2.경까지, 그리고 2013. 1.경 이명으로 진료받은 내역이 있으나 그것이 난청과 관련된 것임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 그 밖에 내이염 등 난청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외상의 흔적 역시 드러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원고가 소음노출이 중단된 후 난청 진단을 받을 때까지 다른 난청유발 원인이 뚜렷이 드러나거나 적어도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사이 장기간이 경과하였다거나 추상적으로 다른 원인이 개재되었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난청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원고로 하여금 소음노출 중단 이후 난청 진단을 받을 때까지 다른 난청유발 요인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는 소극적 사실의 증명을 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부당하다. 소음성 난청의 경우 소음노출이 중단되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소음성 난청의 초기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지 않는 고음역대에서 청력저하가 이루어져 이를 자각할 수 없는 특성에 비추어 보아도 역시 그러하다.

(5) 피고 서울지역본부 통합심사회의 자문의 일부도 '과거 6년 4개월간 소음작업장에서 근무한 이력을 감안할 때 이로 인한 발병 및 악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거나 '소음 환경에 노출된 기간 및 환경, 난청의 정도와 나이 등을 고려해 보면 소음환경의 업무가 현재의 양측 난청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고 하여, 원고의 난청과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거나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 역시 C병원의 검사결과 및 E병원 특별진찰결과를 토대로 '원고는 직업력상 명백하게 긴 시간 동안 소음에 노출되었고 퇴사 후 난청으로 첫 진료시 순음청력검사에서 소음성 난청 양상을 보였다. 소음부서 근무 중, 퇴사 직후 및 퇴사 이후 24년 동안 청력 검사 결과가 없어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소음 부서에서의 근무로 인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고 이후 노인성 난청이 혼재되면서 현재 난청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판사 남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