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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55975 판결

[보험금][공1995.1.1.(983),60]

판시사항

가. 화재보통보험약관에서 ‘지진, 분화, 해일,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 등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취지와 그 면책사유 중 ‘소요'의 의미

나. 원천봉쇄한 소위 범민족대회에 참석하고자 하던 대학생들의 화염병 시위가 ‘가'항의 소요 기타 이에 유사한 사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화재보험보통약관에서 ‘지진, 분화, 해일,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위와 같은 사태하에서는 보험사고 발생의 빈도나 그 손해정도를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타당한 보험료를 산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시에는 사고의 대형화와 손해액의 누적적인 증대로 보험자의 인수능력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는 데에 있는바, 본래 보험제도 자체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장래의 우연적, 돌발적 사고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고발생의 예측 곤난과 피해 극대화를 이유로 한 면책사유의 요건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조항에 열거된 면책사유 중 소요는 폭동에는 이르지 아니하나 한 지방에서의 공공의 평화 내지 평온을 해할 정도로 다수의 군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 등 폭력을 행사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 화재 당시 대학생들이 단순히 범민족대회 참가를 봉쇄하려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하여 화염병을 투척하기에 이르렀고, 그 폭력 행사의 정도도 경찰에 대하여서만 화염병을 투척하였을 뿐이고 인근의 다른 상가나 행인에 대하여는 아무런 폭행이나 협박 또는 손괴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그 시위장소 또한 지하철 역에서 대학교 정문에 이르는 도로에 한정되었고 다른 지역으로는 확산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하다면, ‘가'항의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요건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참작하여 그 대학생들의 폭력사태는 발생경위와 장소 및 당시에 있어서의 폭력행사의 정도 등에 비추어 한 지방의 평화 내지 평온을 해할 정도의 소요 기타 유사한 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영섭

피고, 상고인

대한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7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화재보험보통약관에서‘지진, 분화, 해일,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소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태'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면,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위와 같은 사태하에서는 보험사고 발생의 빈도나 그 손해정도를 통계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타당한 보험료를 산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시에는 사고의 대형화와 손해액의 누적적인 증대로 보험자의 인수능력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는 데에 있는바, 본래 보험제도 자체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장래의 우연적, 돌발적 사고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고발생의 예측곤란과 피해극대화를 이유로 한 면책사유의 요건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조항에 열거된 면책사유 중 소요는 폭동에는 이르지 아니하나 한 지방에서의 공공의 평화 내지 평온을 해할 정도로 다수의 군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 등 폭력을 행사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당원 1991.11.26. 선고 91다18682 판결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결은, 이 사건 화재가 보험약관상의 면책사유 중의 하나인 '소요 기타 이와 유사한 사태'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자인 피고 회사로서는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에 대하여, 거시 증거에 의하여 1991.8.13.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학생들을 비롯한 5,000여명의 대학생들이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개최되는 범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위 대학교 인근에 있는 각 지하철 역에서 위 대학교로 몰려가려다 경찰이 위 대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하여 대학생들의 진입을 저지하자 경찰을 향하여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시작한 사실, 위 시위의 과정에서 대학생들은 경찰 저지선을 뚫으면서 경찰 버스 2대를 불지른 것 외에도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상경 소외 1이 운전하던 지프쪽으로 몰려와서 쇠파이프로 지프차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파손된 유리창 안으로 화염병을 던져 넣자, 위 소외 1은 당황한 나머지 후방의 상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아니한 채 시속 약 30 내지 40km의 속력으로 후진하다가 이 사건 건물 부근에 있던 바리케이드를 위 지프의 오른쪽 뒷바퀴부분으로 충돌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위 지프가 갑자기 회전하면서 후진상태로 인도를 지나 셔터문이 닫혀진 이 사건 건물에 충돌하면서 점포 안쪽으로 돌진한 사실 및 위 지프에서 인화된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의 일부 및 건물내부의 시설 및 물건들이 전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당시 위 대학생들은 단순히 범민족대회 참가를 봉쇄하려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기 위하여 화염병을 투척하기에 이르렀고, 그 폭력행사의 정도도 경찰에 대하여서만 화염병을 투척하였을 뿐이고, 인근의 다른 상가나 행인에 대하여는 아무런 폭행이나 협박 또는 손괴 등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그 시위장소 또한 지하철 역에서 위 대학교 정문에 이르는 도로에 한정되었고, 다른 지역으로는 확산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하고, 보험약관상의 면책사유요건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참작하면 위 대학생들의 폭력사태는 그 폭력사태의 발생경위와 장소 및 당시에 있어서의 폭력행사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건대 한 지방의 평화 내지 평온을 해할 정도의 소요 기타 유사한 상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의 위 보험금지급의무의 면책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앞서 설시한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보험약관상의 보험금지급면책사유인 ‘소요 기타 이에 유사한 사태'에 관한 법률적 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김석수(주심) 정귀호 이임수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3.10.13.선고 92나58610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