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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0다65757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게 한 경우,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원고, 피상고인

군인공제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조우성 외 1인)

피고, 상고인

금산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정인진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2다32301 판결 등 참조).

환송 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에스엔피(S&P)라는 독일 업체가 보유한 특허공법을 이용하여 분뇨 및 축산폐수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2002. 4. 3. 위 공법의 국내 독점사용권을 가진 원고와 사이에 기술공동개발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협약에는 ‘관계 법령에 의한 설계작업이 완료된 후 피고와 원고는 위 공법을 이용한 시설공사계약을 체결하되, 공사기간 단축을 위하여 원고가 미리 기계장비를 주문·제작하고, 만일 피고 측의 사정으로 시설공사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가 미리 발주한 기계장비의 대금 등 원고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 ② 원고는 2002. 5. 2. 신용장을 개설하는 등 이 사건 기계장비의 주문·제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여 2002. 11. 11. 이 사건 기계장비의 수입절차를 마친 사실, ③ 한편 피고는 2002. 5. 28. 관련 업체에 이 사건 사업의 타당성 조사 및 설계용역을 발주한 다음 2003. 12. 12. 설계용역 등의 결과를 제출받아 충청남도와의 설계승인협의를 거쳐 2004. 7. 6.부터 2005. 1. 7.까지 3회에 걸쳐 충청남도에 시설의 설치승인을 신청하였으나 모두 반려되거나 보완요구 지시를 받은 사실, ④ 피고는 그 과정에서 원고로부터 시설공사계약의 체결을 독촉받자 피고 측의 사정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으나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통보하는 등 원고와의 시설공사계약 체결에 관한 일관된 태도를 보이다가 2005. 1.경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특혜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계약교섭을 중단하고 원고와의 계약체결을 거부하는 한편 한국환경공단에 이 사건 사업을 위탁한 사실, 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독일 업체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공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으나 원고가 그러한 범행이나 비리 행위에 개입한 정황은 밝혀지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협약의 체결을 포함한 일련의 행태를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시설공사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였고, 원고가 그러한 기대 내지 신뢰를 바탕으로 피고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기계장비를 수입하는 등으로 본계약인 시설공사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를 하였음에도, 시설공사계약 자체에 내재한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고 원고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사유를 들어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일방적으로 중단함으로써 원고에게 기계장비 수입 등으로 인한 손해를 입혔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은 이 사건 협약에 포함된 손해배상 약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협약이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무효라는 사정은 위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환송 후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없다.

2. 환송 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환송 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들어 피고의 책임 비율을 50%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신영철 김용덕 김소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