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5.4.23.선고 2012다11584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2다115847 손해배상(기)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평택당진항만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11. 8. 선고 2012나21722 판결

판결선고

2015. 4.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에이스스틸 주식회사(이하 '에이스스틸'이라 한다)는 에프제이엘스너 트레이딩 게엠베하(F. J. Elsner Trading GMBH, 이하 '에프제이엘 스너'라 한다)와 사이에 철강코일(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수입하는 수출입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에이스스틸에게 수익자를 에프제이엘스너로 한 신용장을 개설해 준 사실, 에프제이엘스너는 그 무렵 벵시 아이언 앤드 스틸 인터내셔날 이코노믹 앤드 트레이딩 컴퍼니 리미티드(Benxi Iron and Steel International Economic and Trading Co, Ltd., 이하 '벵시'라 한다)를 통하여 다련 트라윈드 마린 컴퍼니(Dalian Trawind Marine Co., 이하 '다련'이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다련은 송하인을 벵시, 수하인을 원고, 통지처를 에이스스틸로 하는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이를 원고가 소지하고 있는 사실, 중국 다련항에서 선적된 이 사건 화물이 평택항에 도착하자, 피고는 에이스스틸의 의뢰를 받아 양하작업을 한 후 평택항서부두에 있는 피고의 영업용 보세창고에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한 사실, 그 후 피고는 에이스스틸로부터 출하요청서, 수입신고필증만을 교부받고 이 사건 화물을 에이스 스틸에 인도해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운송계약은 양하비용을 화주가 부담하기로 하는 이른바 'FO(Free Out) 조건'으로 체결되었다고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평택항에서는 사료, 철제코일, 원목 등 살화물(Bulk Cargo)에 대하여 FO 조건으로 운송되면 화주의 의뢰 및 비용 부담으로 피고가 하역작업을 한 사실, 평택항에서 피고는 1개월에 약 20여 건의 선박에 달하는 대량으로 운송된 FO 조건의 살화물을 하역하여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하였다가 대부분 분할 출고하였는데 그 물량이 1개월에 약 1,000회 이상에 달하여 이를 출고함에 있어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 없이 실화주의 출고지시서만을 징구하였고, 에이스스 틸이 수입한 철강코일도 이 사건 화물을 포함하여 전체 물량이 FO 조건으로 운송되어 같은 방법으로 분할 출고되었으며, 이에 대하여 선하증권상의 수하인이나 운송인 및 그 선박대리점 등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 그런데 2011. 3.경 원고의 배상청구가 있은 후 피고는 FO 조건으로 운송되는 살화물에 대하여도 화물인도지시서가 징구되지 않으면 화물을 출고하지 않겠다고 운송인 및 선박대리점 등에게 통지하기 시작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물이 비록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되었다고 하더라도 운송계약의 FO 조건은 선상도 약정에 해당하고, 평택항에서는 선상도 약정으로 운송된 살화물의 경우에는 비록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되더라도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아야만 화물이 출고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수하인의 선하증권이나 운송인 및 그 선박대리점의 화물인도 지시서 없이 화주의 출고지시서만으로 출고되는 관행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운송인 다련이 에이스스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때에 그 인도의무를 다하였고, 그 이후 피고가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화물을 출고한 것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해상운송화물의 하역작업이 반드시 선하증권 소지인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하거나 선하증권의 제시가 있어야만 양하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송인은 화물을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선하증권과 상환하여 인도함으로써 그 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므로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선하증권상의 통지처의 의뢰를 받은 하역회사가 양하작업을 완료하고 화물을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시킨 사실만으로는 화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 화물의 인도시점은 운송인 등의 화물인도지시서에 의하여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서 출고된 때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1. 14. 선고 2000다30950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23320 판결 등 참조).

한편 해상운송화물은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그 소지인에게 인도되어야 하고 선하증권 없이 화물이 적법하게 반출될 수는 없으므로,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못하여 운송인으로부터 화물인도지시서를 발급받지 못한 통지처에게 화물을 인도하면 그 화물이 무단 반출되어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화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인도지시서나 운송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화물을 인도하였다면 그로 말미암아 선하증권 소지인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대법원 2000. 11. 14. 선고 2000다3095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2011. 3.경 원고의 배상청구가 있은 후 선하증권이나 화물인 도지시서 없이 화물을 출고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은 피고가 아니라 선박대리점들로서 입항 예정인 화물에 대해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 수령 후 반출할 것을 요구하거나, 보세구역에서 수입화물을 반출할 경우에는 반드시 화물인도지시서가 제출되어야 함을 이유로 피고에게 각서 작성을 요구하는 내용을 통보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여기에 관세청에서 1970.경부터 보세장치장의 설치 및 운영허가를 받은 사람들에 대하여 화물의 타소장치, 보세운송 및 반출시 화물인도지시서나 선주의 동의를 받도록 행정지도를 하여 왔으며 이에 따라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을 반출할 때에는 운송인의 화물인도지시서를 제출받는 관행이 형성되었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는 평택항에서 FO 조건으로 운송되어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된 화물에 대하여 선하증권이나 화물인도지시서 없이 실수입업자의 출고지시서만으로 출고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세창고업자인 피고가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아닌 통지처의 의뢰를 받아 이 사건 화물을 양하하여 자신의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한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운송계약이 FO 조건으로 체결되어 에이스스틸의 의뢰와 비용 부담으로 양하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이 사건 화물이 양하되는 즉시 운송인의 지배를 떠났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이 운송계약의 FO 조건이 곧 선상도 약정에 해당하고, 이 사건 화물이 영업용 보세창고에 보관되었다고 하더라도 평택항에서는 화물인도지시서 등을 받아야 화물이 출고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운송인 다련이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때에 그 인도의무를 다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FO 조건의 해상운송화물의 인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137 판결은 화물이 실수입업자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에 의하여 양하 및 보세운송되어 자가보세장치장에 입고된 사안에서 FO 조건에 따라 선상도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