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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9.8.30. 선고 2019노1051 판결

준강간

사건

2019노1051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황정임(기소), 이주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이헌

담당변호사 황희, 김호인

판결선고

2019. 8. 30.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설령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인식할 수 없었으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 6월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준강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사건 당일 밤 피해자는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점, 피해자가 지인의 집을 나왔을 때 스스로 대리기사를 부르지 못해 지인의 남편이 대리기사인 피고인을 부른 점, 피해자는 차가 I역 부근에 도착했을 때 피고인으로부터 대리비를 요구받았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은 점,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차에 타 있을 때 잠을 자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취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C에서 피고인이 차를 운전한 때부터 피해자의 집으로 귀가할 때까지 기억나는 부분은 '잠에서 깨보니 차 뒷좌석에서 피고인이 입을 맞추면서 몸을 더듬고 있었고, 이에 얼굴을 피하니 피고인으로부터 무언가 위협적인 말을 듣고 큰 공포심을 느꼈지만 밀폐된 차에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만취로 몸이 처져 저항할 수 없었던 부분' 및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피고인이 계속해서 뒤를 쫓아왔던 부분'이라고 진술하였다.

다) 2018. 3. 13. 00:53경 피해자의 차가 I역 방면에서 E교회가 있는 골목길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의 차 앞 유리 블랙박스 자리에 파란 불빛이 깜빡거리는 것이 확인된다. 그러나 피해자가 2018. 3. 13. 오후 E교회 앞에서 차를 찾았을 때에는 블랙박스의 전원이 꺼져 있었고, 메모리카드가 없어졌다(차키는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건네받아 이를 가지고 있었는바, 제3자에 의해 메모리카드가 도난당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라) 피고인의 교통카드 이용내역과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처음 만난 피해자의 나이, 출신대학과 전공, 직업 등 피해자의 신상에 대해 알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I역 부근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린 후 다시 E교회 앞으로 이동할 때까지 약 40분 내지 50분간(그 사이 00:38경 피해자가 남자친구에게 '살려달라'는 F 메시지를 보냄) 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피해자는 ① 2018. 3. 13. 13:00경 평소 주차하는 곳에 차가 없자 대리기사를 불러준 지인과 남자친구를 통해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비로소 차가 위치한 곳을 알게 된 사실, ② 남자친구와 함께 조수석 의자가 앞으로 바짝 당겨져 있고 블랙박스도 메모리카드가 없어진 채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남자친구도 차 상태가 이상해서 뒷좌석에서 냄새를 맡기도 한 사실, ③ 남자친구에게 같은 날 17:00경 먼저 '피고인이 차에서 강제로 입을 맞췄던 것 같다. 너무 무서워서 너의 집에 가는 것처럼 보이려고 전화하면서 집에 들어갔던 것 같다'라는 F 메시지를 보낸 뒤 남자친구의 권유로 다음날 새벽 해바라기센터로 가 증거 채취를 하고 고소장을 작성한 사실, ④ 피고인을 고소한 이후 남자친구에게 '혹시나 내가 기억하는 장면 외에 더한 추행이 있었을까 그게 너무 무섭다. 해바라기센터에서는 입맞춤에 잠이 깼다면 거기(성관계)까진 아니였을 거라고 한다'라는 F 메시지를 보낸 사실, ⑤ 검찰 조사시 수사관으로부터 피해자의 팬티와 음부 등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피고인과 성관계가 있었음을 알게 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이후 남자친구와 사이에 생긴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피고인을 고소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바) 피해자가 2018. 3. 13, 00:38경 남자친구에게 '살려달라'는 F 메시지를 보내고, 01:16경 남자친구에게 '지금 너희 집 앞이니 내려와라'는 전화를 걸었던 점,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무언가 위협적인 말을 하였고 피해자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있었던 시간 동안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었고 무섭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당시 '블랙아웃' 상태였기 때문에 피고인의 간음행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하여 잠이 들어 심신상실 상태에 있어서 기억이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원심이 적법하게 체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가 만취하여 자신의 성적인 행위에 대하여 정상적인 대응·조절능력과 판단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도 그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C에서 출발한 뒤 5분 정도 지나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I역에 도착할 때쯤 잠이 든 피해자를 깨웠다", "I역 근처 길가에 차를 세우고 대리비를 달라고 했으나, 피해자는 대리비를 주지 않고 걸어갔다", "피해자가 좀 휘청거려서 부축해주었다", "피해자와 같이 집을 찾는데 집을 찾지 못하고 10여분 정도 헤매었다", "피해자가 화장실을 갔다온 후 업어달라고 말해서 업어주었고, 그 후 처음 차를 주차한 곳으로 가던 중 피해자가 넘어질 뻔해서 피해자를 업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들로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피해자는 C에서 I역으로 오는 동안 대부분 잠을 잤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대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고,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휘청거리거나 집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점,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그날 대리운전 기사로 처음 만난 피고인에게 업어달라고 하거나 피고인의 업히라는 요구에 쉽게 응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당일 만취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과 자신의 직업과 전공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차를 E교회 주차장에 주차하였을 당시 피해자는 머리를 조수석 쪽으로 향해 웅크려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눈을 감고 있었지만 피고인과 대화를 하였으므로 잠들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만취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웅크리고 누워 "춥다"라고 혼잣말을 하였을 뿐 피고인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전후에 말과 행동 자체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건 당일 처음 만난 대리기사와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여 차량 안에서 성관계를 맺을 정도로 친밀감을 느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 피해자는 범행을 전후하여 남자친구에게 '살여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추가 연락을 하지 않았다가 그로부터 40분 정도 지나 전화를 걸어 집 앞이라고 하거나 말없이 전화를 끊었는데 이를 기억하지도 못하였고,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차 안에서 몸을 더듬는 것을 느꼈으나 몸 상태가 너무 처져 있는 상태라 가누기가 어려워서 저항을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범행 당일 오후 피해자의 남자친구로부터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없어졌고 왜 못 받은 대리비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어제 제가 그냥 가기에는 여자친구분이 너무 취하셔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거든요. 여러 번 넘어지실 뻔 하구요. 다치기도 하셔서 제가 오지랖을…"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 내지 구조요청을 위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었거나 성적인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이러한 상태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간음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다.

라)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이 처음에 주차한 장소와 다른 곳이어서 피해자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간 후 다시 피해자의 차를 운전하여 E교회 주차장에 주차하였고, 피해자가 추워해서 코트를 벗어서 입혀주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주차한 장소는 피해자가 모르는 곳으로 피해자의 집에서도 도보로 10분 내지 15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또한 E교회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E교회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조수석 뒷좌석 쪽으로 돌아가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간 다음 문을 닫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단지 피해자를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다면 운전석 뒷좌석 쪽 문을 열고 피해자를 내리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에도(조수석 쪽은 벽에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술에 취한 피해자가 내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석 뒷좌석으로 돌아가 문을 열고 피해자가 누워 있는 뒷좌석 옆에 탄 후 피해자에게 코트를 벗어서 입혀줄 이유를 찾기 어렵다.

마) E교회 주변에 설치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운전석 뒷좌석 문을 열어주자 피해자가 차에서 내렸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만지기도 하였으며, 피해자가 피고인과 나란히 골목 끝까지 걸어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영상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이 머리에 손을 대거나 걸어가면서 말을 건네는 것에 대하여 정면을 주시하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골목 끝에서 헤어질 때 피고 인만이 피해자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였을 뿐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피해자가 차를 타고 E교회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보인 모습들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차에서 내려 피고인과 나란히 걸어갔고 그 걸음걸이가 정상적인 것처럼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음주운전)죄로 1회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은 것 외에는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다소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만하다.

반면, 이 사건 범행은 대리기사인 피고인이 승객인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술에 취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능력 및 방어능력을 상실하였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한 것으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나쁘고 비난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면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아울러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 밖에 원심 및 당심의 변론 과정에 나타난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성행, 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거나 또는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취업제한명령에 관한 직권 판단

2018. 12. 11. 법률 제15904호로 개정되기 전의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 ·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아동 · 청소년대상 성범죄(이하 모두 가리켜 '성범죄'라 한다)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일률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운영,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는 기간(이하 '취업제한기 간'이라 한다)을 획일적으로 10년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위 법률 제15904호로 개정되어 2019. 6. 12. 시행된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3은, 제1항에서 법원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로 취업제한기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이하 '취업제한명령'이라 한다)을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되,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취업제한기간은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복지법 부칙(2018. 12. 11.) 제2조는 "제59조의3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성범죄를 범하고 확정판결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성범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준강간죄로 형을 선고하는 경우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에 따라 취업제한기간을 정하여 취업제한명령을 판결과 동시에 선고할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 심판할 필요가 생겼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에 대한 실형의 선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신상정보 등록만으로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의 연령, 직업, 사회적 유대관계, 이 사건 범행 내용 및 경위, 범행의 방법과 결과, 죄의 경중, 그 밖에 취업제한명령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이익 및 범죄 예방 효과와 그로 인한 불이익 및 예상되는 부작용 등 여러 사정을 비교형량하면, 피고인에게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위 법 제59조의3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성지용

판사 조진구

판사 이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