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제27호)]
세관장의 관세 부과처분을 거치지 아니하고 관세율표만으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가 가능한지 여부(소극)
직접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면 먼저 청구인 스스로가 당해법률에 의하여 별도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의 매개없이 직접·현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 당하고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과세율표는 관세의 부과대상이 되는 비료의 종류 및 세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집행행위인 세관장의 관세부과처분을 거치지 아니하고 곧바로 청구인에 대한 의무의 부과나 권리침해 등의 법률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직접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관세법 제7조 제1항에 의한 별표(관세율표)
헌재 1989. 3. 17. 88헌마1 , 판례집 1, 9
헌재 1989. 7. 21. 89헌마12 , 판례집 1, 128
헌재 1991. 5. 13. 89헌마267 , 판례집 3, 227
헌재 1994. 4. 28. 92헌마280 , 판례집 6-1, 443
헌재 1995. 1. 20. 94헌마99 , 공보 8, 42
청 구 인 ○○화학공업주식회사
대리인 변호사 이 석 연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6. 3. 26. ○○도지사로부터 제2종 복합비료 생산업허가를 받아 제2종 복합비료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회사이며, 현행 관세법 제7조 제1항에 의한 [별표] 관세율표는 암모니아(제28류 2814호) 및 인광석(제25류 2510호)은 관세율 1% 및 2%의 저관세율
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질소비료(제31류 3102호)에 해당하는 요소 및 유안과 제1종 복합비료의 일종(제31류 3105호)인 이인안은 8%의 고관세율로 규정하고 있다.
(2) 청구인은 이와같은 차등관세로 인하여 시설과 자본이 우세한 대기업은 관세율 1-2%인 암모니아, 인광석 등 기초원료를 수입하여 요소, 유안, 이인안 등 중간재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하여 복합비료를 저비용으로 생산, 판매할 수 있는 반면, 시설과 자본이 열악한 청구인을 비롯한 중소기업은 관세율 8%인 요소, 유안, 이인안 등을 직접 수입하여 이를 원료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복합비료를 고비용으로 생산, 판매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현행 관세법 [별표] 관세율표 제31류 소정의 위 비료관세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세부담을 차별화함으로써 청구인의 헌법상 평등권, 재산권, 직업선택의 자유 및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의무에 상응한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1996. 5.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관세법 제7조 제1항에 의한 [별표] 관세율표 제31류 비료 중 세율을 8%로 규정하고 있는 ‘3102호 질소비료(광물성 또는 화학비료에 한한다)’ 및 ‘3105호 광물성 또는 화학비료(비료의 필수요소인 질소·인 및 칼륨중 2종 또는 3종을 함유하는 것), 기타비료 및 이 류에 게기한 물품을 정상 또는 이와 유사한 형상으로 한 것이거나 용기를 포함한 1개의 총중량이 10킬로그램 이하로 포장한 것’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라 한다)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가 질소비료(요소, 유안)와 복합비료(이인안)의 관세율을 8%로 높게 규정함에 따라, 대기업에 비하여 시설과 자본의 열세로 관세율 1-2%인 암모니아, 인광석 등 기초원료를 직접 수입, 가공할 수 없고, 관세율 8%의 요소, 유안, 이인안 등 중간재를 수입, 가공할 수밖에 없는 청구인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성장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청구인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조세평등주의에도 위배된다.
(2)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는 위와 같이 요소, 유안, 이인안 등 중간재에 대하여 높은 관세율을 규정함으로써 청구인과 같은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현저히 높은 관세를 부담하고 중간재를 수입하여 복합비료를 생산, 판매토록 함으로써 재산권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1항에도 위배된다.
(3)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는 청구인을 비롯한 중소
기업이 대기업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은 관세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동일한 복합비료를 생산하는 대기업과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재벌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여 중소기업의 존립기반을 잃게 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고, 헌법 제119조의 기업활동의 자유 및 제123조 제3항의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의무에도 위배된다.
나. 재정경제원장관의 의견
(1) 청구인은 관세법이 최종 공포된 1995. 12. 6. 이후인 1996. 3. 26. 비료사업법상 소정의 비료생산업 허가증을 교부받고 복합비료 원료를 수입하게 되었으므로 그때 비로소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는 1990. 12. 31. 개정되고 1991. 1. 1. 시행되어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가 개정, 시행됨과 동시에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 침해를 받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청구인이 최초로 복합비료 생산허가를 받은 것은 1991. 1. 10.이고 그때부터는 기본권침해의 사실관계를 알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을 도과하였음이 명백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2) 또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되어야 한다.
(가) 청구인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분류에 의하면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없고, 특히 제2종 복합비료를 생산하는 국내회사중 가장 큰 기업이다. 또한 청구인보다 작은 회사인 진해화학, 풍농 등도 관세율 1-2%인 인광석 등을 수입하고 있고, 비료회사 중 제일 큰 남해화학, 동부화학 등도 관세율 8%인 요소를 주로 수입하고 있으므로, 중소기업은 중간재를 수입하고, 대기업은 기초원료를 수입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물품세인 관세에 있어 조세평등주의는 수입자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물품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과세하고, 유사한 성격의 물품은 유사한 성격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동일물품에 대하여는 수입자에 따라 차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기초원료의 관세율은 낮게, 제품의 관세율은 8%로 유지하고 있는 현행 관세제도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관세정책으로서,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는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청구인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
는 것도 아니다. 만일,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물품에 관계없이 기업간 관세부담 균등을 기하여야 한다면 모든 부문의 관세율이 같아야 되고 이는 결국 모든 물품에 대한 관세가 무세(無稅)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이 경우 관세를 통한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없게 되고 국민경제의 적절한 발전을 위하여 관세정책을 시행할 수 없는 결과가 되므로 부당하다.
(나) 관세부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청구인의부담은 국가에 대한 청구인의 일반채무로서의 성격을 가지는바, 헌법상 재산권보장은 구체적인 재산권에 대한 박탈과 침해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관세부담과 같이 일반적인 금전급부의무의 발생여부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는 헌법상의 재산권 침해를 원용할 수 없다. 설사 재산권을 침해한다 하더라도 관세는 동일물품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부과되고 있으므로 특정기업 또는 특정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청구인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중소기업이 아니므로 청구인이 생산하는 제2종 복합비료업계에서 대기업과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주장은 부당하며, 청구인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국내 조달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유리하여 수입에 따른 관세를 부담한다고 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관세는 물품세로서 반드시 대기업 위주로 되어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가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 육성의무에 상응하는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라) 관세는 헌법 제38조의 납세의 의무에 따른 부담으로서 이를 통하여 국가 재정수입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목적의 정당성), 국내생산이 없거나 부족하여 수입이 불가피한 기초원료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여 필요한 물품의 국내생산을 유지하며(방법의 적절성), 동일물품을 수입할 때에는 세율을 차등없이 규정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세부담의 균형을 꾀하고 있으므로(피해의 최소성) 기업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일탈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직권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규정
에 의한 공권력에는 입법권도 포함되므로 원칙적으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직접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면 먼저 청구인 스스로가 당해 법률에 의하여 별도의 구체적인 집행행위의 매개없이 직접·현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1989. 7. 21. 89헌마12 ;1991. 5. 13. 89헌마267 등 참조).
나. 그런데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는 관세의 부과대상이 되는 비료의 종류 및 세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집행행위인 세관장의 관세부과처분을 거치지 아니하고 위 관세율표에 의하여 곧바로 청구인에 대한 의무의 부과나 권리침해 등의 법률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은 위 관세율표 자체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헌재 1994. 4. 28. 92헌마280 ;1995. 1. 20. 94헌마99 등 참조).
그러므로 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에 의하여 관세부과처분이 행하여진 경우 그 부과처분에 의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 관세율표 자체로 인하여 바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직접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주 심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