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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2. 23. 선고 99다61316 판결

[손해배상(기)][공2001.4.15.(128),727]

판시사항

[1]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수 없는 경우

[2] 임도 개설공사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말미암아 발생한 손해의 배상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아니한 사례

판결요지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행위가 경합되어 발생된 경우 가해자의 배상 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 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함이 상당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통상의 손해와는 달리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 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

[2] 임도 개설공사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말미암아 발생한 손해의 배상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아니한 사례.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형일 외 1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산림조합중앙회 외 1인 (변경 전 : 임업협동조합중앙회)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들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의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임도 개설공사는 수해,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막아주던 자연림을 벌목하고 임야의 비탈면을 깎아서(절토) 그 흙으로 아랫쪽 비탈면에 밀어내고 이를 다져(성토) 인위적으로 총길이 9.81km, 노폭 4.9m의 도로를 만드는 공사로서 위 임도 공사 이후 자연재해 발생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되므로, 피고 조합으로서는 위 임도 공사를 함에 있어서 지형과 지질에 맞게 설계된 설계도에 따라 토사의 유실과 호우 등 기상상태의 악화시 임도의 유실을 막고 성토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비탈면에 목책, 옹벽 등의 안전시설을 설치하여야 하고, 베어낸 나무뿌리 등이 임도의 성토면에 묻히게 되면 부식하여 성토면의 지반이 연약하게 될 염려가 있으므로 이를 완전히 제거하고 성토한 후 성토면 다지기 작업을 철저히 하는 한편, 잔디를 파종하는 등의 방법으로 토사의 유실로 인한 산사태 등 재해의 방지조치를 위한 만반의 조치를 취하면서 그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따라 공사를 시공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이 지장목 등을 베어낸 나무뿌리와 나무가지 등을 철저히 제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성토를 하고 설계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위 유실된 임도의 성토면 보호를 위한 목책시설 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피고 대한민국은 피고 조합이 위 임도 개설공사를 함에 있어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따라 성토면의 비탈에 목책, 옹벽 등의 유실을 막기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성토면 다지기 작업을 철저히 하며 벌목한 지장목을 제대로 반출하였는지 등을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현장감독관인 소외 1이 일주일에 2-3일 정도 현장에 들러 형식적인 감독을 하였으며 소외 1과 준공검사관인 소외 2는 사실과 다른 준공감독조서와 준공검사조서를 작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임도의 준공 후에도 재해발생에 대비한 임도의 사전점검과 보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어 이러한 잘못들 또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조합은 위 임도 공사의 시공자이자 현장대리인인 위 소외 3의 사용자로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영조물인 위 임도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원고 및 위 망인들이 입은 손해를 각자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피고 조합의 하자보수 보증기간 내에 발생하였고 위 임도 공사의 조사, 시공, 준공, 사후관리책임은 전적으로 피고 조합에 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에게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들 사이에 위 임도 공사에 관하여 그와 같은 약정이 있다 하여도 피고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나 약정에 의하여 피고 대한민국의 원고 및 망인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각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피고들이 내세우는 대법원 판결들은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피고들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85년부터 1994년까지 10년 동안 강원 인제군 지역의 7월과 8월 강우량 합계는 평균 470.1㎜인데 1995년 7월과 8월의 강우량은 합계 1,111.5㎜이고, 7월의 위 10년간 월평균 강우량은 251.1㎜인데 1995년 7월의 월 강우량은 330.5㎜이며, 8월의 위 10년간 월평균 강우량은 219㎜인데 1995. 8.의 월 강우량은 781㎜이며, 특히 사고 전날인 1995. 8. 23.에는 84㎜의 비가 내렸고 사고 직전인 1995. 8. 24. 03:00-04:00에 10㎜의, 04:00-05:00에는 7㎜의, 05:00-06:00에 18㎜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하여 사고 당일 00:00부터 06:00경까지 약 44㎜의 많은 비가 내렸으며, 그 비로 인하여 위 임도상에 유실되거나 유실 직전에 있는 부분은 16군데나 되는 사실, 사고일 무렵인 1995. 8. 8. 19:50경 강원 (주소 1 생략) 야산이 무너져 약 50t 가량의 낙석이 인제가스충전소 앞 31번 국도를 덮치는 산사태가 발생하였고, 사고 무렵 집중호우로 (주소 2, 3 생략)의 가아천 부근 전 3.5㏊, 답 27.7㏊의 농경지가 침수, 유실 또는 매몰되었고, 같은 달 24일 08:20경 같은 리 광치령에서 인제 방면으로 약 60m 지점 31번 국도상에 약 20t 가량의 토사가 도로로 무너져 내리고, 같은 달 25일 20:00경 강원 인제군 (주소 4 생략) 부근 44번 국도가 약 200t의 낙석 및 토사에 매몰되는 산사태가 발생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로서도 사고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렸고, 사고 당일 밭에서 배수작업을 할 당시에도 집중호우로 위 계곡의 물이 불어나고 있었으며, 더구나 원고의 집이 위 임야 아래의 용소골계곡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으므로, 미리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고, 이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그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며,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사고는 자연력인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와 피고들의 위와 같은 잘못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므로, 가해자인 피고들의 배상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할 것(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참조)이나,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므로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원고의 과실과 자연력의 기여도를 모두 합한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6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 및 그의 가족으로 공동생활관계에 있는 망인들에 대한 피고들의 책임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40% 부분으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2) 살피건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자연력과 가해자의 과실행위가 경합되어 발생된 경우 가해자의 배상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 발생에 대하여 자연력이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하여야 함이 상당한 것이지만 (대법원 1991. 7. 23. 선고 89다카1275 판결,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등 참조), 다른 한편,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통상의 손해와는 달리 특수한 자연적 조건 아래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그와 같은 자연적 조건이나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또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자연적 조건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고방지 조치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1334 판결 참조).

(3)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임도 개설공사는 수해,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를 막아주던 자연림을 벌목하고 임야의 비탈면을 깎아서(절토) 흙으로 아랫쪽 비탈면에 밀어내고 이를 다져 인위적으로 총길이 9.81km, 노폭 4.9m의 도로를 만드는 대규모의 공사로서 위 임도 공사 이후 자연재해 발생의 위험성이 당연히 증가하게 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임도를 개설함에 있어서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최소한의 방호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설계를 변경하고 최소한의 방호조치마저도 이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1년의 기간도 버티지 못한 채 이 사건 산사태를 야기하였음을 능히 알 수 있고, 매년 집중호우와 태풍이 동반되는 장마철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와 같은 기후 여건하에서 이 사건과 같은 집중호우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산사태가 일어날 당시의 월평균 강우량이 그 직전 10년간의 월평균 강우량에 비하여 상당히 많고 또 이 사건 사고일과 그 전날부터의 강우량이 많은 편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이 사건 임도의 개설과 관련하여 방호조치를 취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평균 강우량이 아닌 최대 강우량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1995년 7월의 월평균 강우량 330.5㎜는 예년에 비하여 그다지 많은 것이라고 볼 수 없고, 1995년 8월의 월평균 강우량 781㎜은 예년에 비하여 월등히 많은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사고 시점인 1995. 8. 24. 06:10경까지의 누적 강우량만을 따져 보면 461.5㎜에 불과하였던 사실(기록 제551, 552쪽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임야 부근에서 30년 이상 거주하면서 이 사건과 같은 산사태는 일어난 바가 전혀 없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며, 이 사건 사고 전날부터의 강수량만으로 계곡 주변의 사면이 붕괴하여 토석류(토석류)가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아니하고,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최소한의 설계에 따른 방호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들이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 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자연력의 기여분을 인정하여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제한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4) 그리고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잘못이 원고에게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도의 개설공사를 시행한 피고들로서는 공사 완공 후 처음 맞게 되는 장마철에 맞추어 원고 및 그 가족들을 포함한 인근 주민들을 사전에 대피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하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이 그러한 조치를 취한 바도 없음을 능히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그러한 원고의 잘못을 크게 참작할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과실과 자연력의 기여도를 감안하여 피고의 책임을 전체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0%로 제한하고 만 것은, 자연력의 기여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책임제한의 기초가 되는 사실의 인정을 잘못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이용우 강신욱(주심) 이강국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9.10.6.선고 99나1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