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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4.2.11. 선고 2013고합107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A

검사

유지열(기소), 이은강(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 B 담당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4. 2. 11.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2. 11. 6.경 서울 종로구 E빌딩 1층에 있는 F 주식회사(이하 'F회사'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피해자 G 주식회사(이하 'G회사'이라 한다)의 영업이사 H에게 "G회사에서 생산하여 판매하는 전선을 공급해주면 이를 삼성 계열사에 현장 납품 · 판매하여 익익월 15일에 그 대금을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G회사으로부터 공급받는 전선을 삼성 계열사에 납품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선을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 G회사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2. 11. 6.경 충남 당진시 I 물류창고에서 106,368,350원 상당의 피복절연선을 공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2. 12. 20.까지 총 8회에 걸쳐 합계 685,804,695원 상당의 피복절연선(이하 '이 사건 전선'이라 한다)을 공급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2. 판단

1) 거래물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일시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1.24. 선고 2002도5265 판결 참조).

2) 피고인의 법정진술, J, H, K의 각 법정진술 및 고소장, 견적서, 각 F회사 법인통장 거래내역, 거래처원장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을 종합하여보면, 피고인이 처음부터 납품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대금을 곧 지급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이 사건 전선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F회사은 전선 등 유통업체로, F회사의 부담으로 전선을 매입한 후 이를 매출처에 납품하여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왔다. 따라서 반드시 매출처가 확실히 정해진 상태에서 전선을 납품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전선을 매도한 경우 그 매출대금으로 반드시 해당 전선을 납품한 업체에 결제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② 주식회사 L(이하 'L회사'라 한다)는 전기공사업체로, 2012. 2.경 주식회사 M(이하 'M'라 한다, 삼성에서 근무하던 팀이 분사하여 만든 회사)로부터 STS 반도체 공장 신축현장의 전기 가설공사를 수급하여, F회사으로부터 100~200만 원 상당의 전선을 납품받았다(수사기록 172쪽). L회사는 2012. 3. 초순경 F회사에 위 현장 본 공사에 투입될 전선 등에 관한 견적을 의뢰하였는데 견적 총액은 10억 원 상당에 이르렀다(수사기록 68쪽), L회사의 K 이사는 2012. 9. 초순경 피고인에게 위 공장 본 공사 수주시 2012년 연말경 대량의 전선이 필요할 것이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가설공사를 수급한 경우 대부분 본 공사까지도 수급하게 되는 것이 거래계의 실정이고, F회사은 L회사의 주 거래업체였다).

피고인은 2012. 10.경 위 견적에 포함된 품목 중 일부 전선에 대하여 한미전선 주식회사 및 G회사에 견적을 의뢰하였고, 그 중 G회사에 전선을 주문하여 2012. 11.경부터 이 사건 전선을 납품 받았다.

한편, L회사는 2012. 6.경 M로부터 이천 소재 물류센터 전기공사를 수급하고 F 회사으로부터 전선을 공급받았는데, 2012. 12.말경 M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위 공사가 중단되자 F회사에 전선을 회수해 가라고 연락했다. 피고인은 당시 K에게 M가 부도 처리되면 반도체 공장 공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K는 피고인에게 이미 9월경 수주에 실패했다고 처음으로 직접 답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적어도 이 사건 전선을 납품받을 당시에는 M의 STS 반도체 공장 본 공사에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③ 피고인은 2000년경부터 F회사을 운영해왔는데 2008년경부터 L회사와, 2009. 9.경부터 G회사과 각 거래해왔고, 이외에도 수개의 거래업체가 있었다. 전선 거래는 통상 물건을 납품받은 후 익익월경 대금을 지급하는 신용거래로 이루어져 왔는데, F회사은 2012년의 경우 4월경 4,992,000원, 7월경 3,289,200원, 10월경 38,113,200원 상당의 전선을 G회사으로부터 납품받아 그 대금을 12월경까지 모두 결제했고, 2013. 1.경까지도 다른 거래업체로부터 거래대금을 입금 받는 등 영업을 계속하여왔다.

④ 10여 년간 F회사을 운영해온 피고인이 무단히 전선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유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액의 전선을 납품받을 만한 이익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이 사건 전선을 납품받자마자 바로 처분한 것도 아니다.

또한 피고인이 납품받아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전선을 G회사에 반환하지 않고 처분해버렸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전선을 납품받을 당시에 이미 편취 범위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피고인과 G회사의 계약관계는 위탁매매가 아니라 단순한 매매이므로 피고인의 처분행위는 자기 소유 물건을 자기 책임 하에 처분한 것으로, 민사상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환수

판사양성욱

판사김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