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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1999. 5. 14. 선고 98나3390 판결 : 상고

[청구이의 ][하집1999-1, 26]

판시사항

[1] 허위 사실을 주장하여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상대방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에 기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확정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2]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이 위법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소극)

[3] 확정판결의 집행 자체가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 채권을 양도받았다고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면서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후 소송서류의 송달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기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 확정된 경우, 이와 같이 소송당사자가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체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그 판결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고,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판결이 확정되어 기판력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확정판결의 집행이 위법하고,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그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3] 청구이의의 소는 부당한 강제집행을 방지하기 위한 집행법적인 구제방법으로써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청구가 그 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변경, 소멸된 경우 또는 판결을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에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력을 배제하는 것이지, 확정판결에 기하여 발생한 기판력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 피항소인

망 이범륜의 소송수계인 최옥희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승규외 1인)

피고, 항소인

피고 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준호외 1인)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원고들의 소송수계로 인하여 원심판결 주문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피고는 원고 최옥희에게는 금 113,386,739원,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각 금 75,591,159원 및 각 이에 대한 1997. 4. 18.부터 1998. 4. 16.까지는 연 5푼의, 각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3.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1. 선택적으로, 피고는 원고 최옥희에게 금 113,386,739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금 75,591,159원 및 각 이에 대한 1997. 4. 18.부터 예비적 청구취지 및 원인추가 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푼의, 각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또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목록 기재 채권을 양도하고, 소외 대한민국(소관 대구세무서)에게 위 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

2. 피고의 망 이범륜에 대한 대구지방법원 94가합10553 양수금 청구사건의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금 566,933,699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불허한다.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 사실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 7, 11, 12, 16, 17호증, 갑 제6, 8, 10, 13, 15, 18호증의 각 1, 2, 갑 제9호증의 1, 2, 3, 갑 제19호증의 1 내지 18, 갑 제20호증의 1 내지 3, 갑 제21 내지 28호증, 갑 제29호증의 1, 2, 3, 갑 제30, 31, 32호증, 갑 제33호증의 1 내지 5, 갑 제34, 35, 37호증, 갑 제36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2, 3, 을 제4, 6, 8호증, 을 제9호증의 1 내지 5, 을 제16, 17, 18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박수호의 증언, 증인 윤판수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배치되는 을 제7호증의 1, 2, 을 제19, 20, 22, 30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윤판수의 일부 증언, 증인 주대식, 박균홍, 백석철, 박윤규의 각 증언은 믿을 수 없으며, 을 제7호증의 3, 을 제9호증의 6 내지 8, 을 제10, 11, 12호증, 을 제13, 14호증의 각 1, 2, 을 제21, 23 내지 26, 29, 31호증, 을 제27호증의 1 내지 32, 을 제28호증의 1, 2, 3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망 이범륜은 1993. 3. 29. 소외 한신주택건설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박균홍과의 사이에 망인 소유의 대구 서구 내당동 885의 3 외 5필지(이하 '이 사건 대지'라고 한다) 지상의 지하 3층, 지상 5층의 '평화빌딩'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공사대금을 2,160,000,000원으로 하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소외 회사가 자신의 명의로 건축허가신청을 하고 터파기공사를 진행하다가 위 공사를 포기하게 되자 같은 해 4.경 다시 소외 박윤규와 사이에 위 기성고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공사대금을 1,930,000,000원으로 하여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박윤규는 건설업 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소외 회사에게 명의대여료를 지급하고, 소외 회사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고, 1994. 1.경 박윤규가 이 사건 공사 중 지하 3층 골조공사를 완공할 무렵, 망인이 국세를 체납함으로 인하여 개시된 이 사건 대지에 대한 공매절차에서 이 사건 대지를 낙찰받은 소외 김진섭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여옴에 따라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되었다.

나. 그런데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은 1993. 1. 16.부터 소외 회사의 이사로 있다가 1993. 12. 30.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공사는 박윤규가 소외 회사의 명의를 빌려 직접 시공하였고, 망인의 박윤규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도 거의 정산되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으며, 또 소외 회사가 피고 회사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지도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도급계약서상의 수급인이 소외 회사의 명의로 되어 있음을 기화로, 마치 소외 회사가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공사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금 890,000,000원 상당의 공사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고, 그 채권을 소외 회사가 피고 회사에게 채무변제조로 양도한다는 허위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한 후 위 양수금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이 사건 대지에 관한 위 공매절차에서 망인이 국가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공매대금반환채권 중 금 890,000,000원에 관하여 대구지방법원 94카합244호로 채권가압류 신청을 하여, 같은 해 2. 1. 위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결정을 받았다.

다. 그리고 위 소외 1은 피고 회사의 이름으로 같은 해 5. 26. 망인을 상대로 위 법원 94가합10553호로 위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망인이 피고측의 방해로{위 소송의 각 송달보고서(갑 제9호증의 1, 2)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이 1994. 5. 31. 소장부본 및 응소안내서를, 같은 해 6. 30. 선고기일통지서를 각 송달받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위 각 송달보고서에 날인된 망인의 도장은 인영이 조잡한 목도장이고, 소장부본 및 응소안내서의 송달보고서의 영수인의 서명과 날인이 '이범륜'이 아니라 '이범윤'으로 되어 있는 점, 위 송달 당시 망인은 거의 90세가 다 된 노인이었는데도 위 서류들을 송달한 우편 집배원인 소외 이희곤은 40대 남자인 망인 본인에게 송달하였다고 하고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측이 망인에 대한 소송서류를 대신 수령한 것으로 보인다.} 위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지 못하여 응소를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1994. 7. 1. 위 법원으로부터 망인은 피고 회사에게 금 89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4. 6. 1.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같은 달 30. 확정되었다.

라. 그리고 피고 회사의 채권자인 소외 최진호, 신현홍은 피고 회사의 망인에 대한 양수금 채권 금 890,000,000원 중 금 323,066,301원에 대하여 위 법원 95타기5903, 5904호로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1995. 11. 10. 위 법원으로부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그 무렵 위 결정이 망인에게 송달되자, 그때서야 비로소 위 양수금 청구소송의 판결이 선고, 확정된 사실을 알게 된 망인은 같은 해 12. 2. 위 소외 1을 사기죄로 고소하였는데, 그 수사과정에서 망인은 1996. 1. 25. 그의 아들인 원고 이천종으로 하여금 망인을 대리하여 판결정본 교부신청을 하게 하여 이를 교부받았으나 항소를 제기함이 없이, 같은 해 3.경 위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위 법원 96재가합39호로 재심의 소만을 제기하였고, 1997. 1. 21. 위 법원으로부터 소 각하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마. 그 후 피고 회사는 위 양수금 판결에 기하여 1997. 2. 17. 별지목록 기재 채권인 망인의 국가에 대한 위 공매대금반환채권 금 890,000,000원 중 위 최진호, 신현홍이 이미 압류한 위 금 323,066,301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 566,933,699원에 대하여 위 법원 97타기1195, 1196호로 가압류에서 본압류로 전이하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고, 그 결정은 그 후 1997. 4. 18. 확정되었다.

바. 한편, 망인이 1998. 10. 13. 사망하여 망인의 처인 원고 최옥희가 15분의 3지분, 망인의 자녀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각 15분의 2의 지분 비율로 위 망인의 재산을 공동상속하였다.

2.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명의대여자에 불과하여 망인에 대하여 아무런 공사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회사로부터 망인에 대한 금 890,000,000원의 공사대금 채권을 양수받았다고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면서 망인을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후 망인에 대한 소송서류의 송달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기하여 망인의 국가에 대한 별지목록 기재 채권을 전부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소송당사자가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고,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 관여를 방해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체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여 그 판결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고,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 또 망인은 그로 인하여 피전부채권인 금 566,933,699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할 것이니, 피고는 망인의 재산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위 양수금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위와 같이 이미 그 집행이 종료된 위 금 566,933,699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위법하여 이를 불허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위 강제집행은 피고가 망인을 상대로 위와 같이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확정되었고, 그 후 망인이 위 양수금 청구소송에 대하여 제기한 재심의 소도 각하되어 확정된 이상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각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주장한다.

(1) 그러므로 먼저,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중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이 위 각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판결이 확정되어 기판력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확정판결의 집행이 위법하고,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그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나아가,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중 청구이의의 소 부분이 위 각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는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청구이의의 소는 부당한 강제집행을 방지하기 위한 집행법적인 구제방법으로써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청구가 그 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변경, 소멸된 경우 또는 판결을 집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에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력을 배제하는 것이지, 확정판결에 기하여 발생한 기판력 자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피고는 또, 가사 원고들의 주장대로 박윤규가 소외 회사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명의신탁관계는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는 명의자인 소외 회사가 도급계약의 당사자로서 이 사건 공사대금의 채권자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타인의 이름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의 효과는 계약의 실질적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대내적, 대외적 관계에 따라 그 계약의 귀속주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으로 망인의 처인 원고 최옥희에게는 금 113,386,739원(566,933,699×3/15), 자녀들인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각 금 75,591,159원(566,933,699×2/15) 및 각 이에 대하여 위 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된 날인 1997. 4. 18.부터 예비적 청구취지 및 원인추가 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1998. 4. 16.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각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위 금 566,933,699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위 양수금 판결의 집행력은 이를 배제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되, 다만, 원고들의 소송수계로 인하여 원심판결의 주문 제1항이 위와 같이 변경되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기(재판장) 이상선 허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