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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126 판결

[살인·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사체유기][미간행]

판시사항

[1]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관계의 성립 요건

[2] 직접 피해자를 살해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육복희 (국선)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80일씩을 피고인들에 대한 본형에 각 산입한다.

이유

피고인들과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공모관계의 성립 및 피고인들의 공모 및 범의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의 성립요건인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진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이 공소외인과 함께 피해자를 밀감과수원 관리사로 끌고 가 관리사 내부가 피해자의 피로 물들 정도로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피해자가 실신하면 다시 깨워서 재차 폭행하여 결국 피해자로 하여금 완전히 의식을 상실하도록 하였으며,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오인하고 땅속에 매장하려다가 피해자가 깨어나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피고인 1이 위 공소외인에게 삽을 건네주어 위 공소외인이 삽날 부분으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내려쳐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비록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위 공소외인과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하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위 공소외인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할 당시에는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공소외인과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하였다고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직접 삽으로 피해자를 내려쳐 살해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위 공소외인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위에서 본 법리와 관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강요된 행위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법 제12조 소정의 강요된 행위는 그 행위가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행하여진 때에 비로소 강요된 행위로서 벌하지 아니하는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공소외인으로부터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을 당하여 그 판시의 각 범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강요된 행위에 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피고인 2의 심신장애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2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을 마시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상실되었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양형부당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공범인 공소외인이 피해자로부터 모욕을 당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과는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는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밀감과수원 관리사로 끌고 가 위 공소외인과 함께 관리사 내부가 피해자의 피로 물들 정도로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피해자가 실신하면 다시 깨워서 재차 폭행하여 결국 피해자로 하여금 완전히 의식을 상실하도록 하였으며,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오인하고 땅속에 매장하려다가 피해자가 깨어나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음에도 위 공소외인이 삽날 부분으로 피해자를 여러 차례 내려쳐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데 위 공소외인에게 삽을 건네주는 등의 방법으로 가담하였는바, 피고인 1의 성장과정이 불우하였으며, 피고인 2는 2003. 1.경 교통사고로 처와 아들을 함께 잃는 불행을 당한 점, 피고인들은 공소외인의 요구에 의하여 공소외인이 주도한 이 사건 각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서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삽날로 피해자를 내려친 행위를 직접 저지르지는 아니한 점,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들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의 형의 양정에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씩을 본형에 각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유지담 이강국 김용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