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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다18584 판결

[임금][공2008상,39]

판시사항

[1]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그 합의의 효력(원칙적 유효) 및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과 그 적용 범위

[2] 쟁의행위 끝에 체결된 단체협약이 사용자측의 경영상태에 비추어 그 내용이 다소 합리성을 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할 것인바,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동조합의 목적에 비추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적용될 것이지 그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합의에는 적용될 수 없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 , 제4조 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보호받고 있는 점에 비추어, 단체협약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끝에 체결되었고 사용자측의 경영상태에 비추어 그 내용이 다소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궁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원고(선정당사자),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기덕외 1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피고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현대자동차’라고만 한다)에게 차체 부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인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명칭 생략)(이하 ‘노동조합’이라고만 한다)는 2004년 임금 단체협상 과정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정한 기준금액인 월 125,445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한 사실, 피고는 2004. 9. 10. 노동조합과 사이에, 임금에 관하여 ① 기본급을 월 65,000원(시급 : 271원) 인상하고, ② 피고는 차기 아이템 수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되 만약 아이템을 수주하지 못할 시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요구안인 월 125,445원(시급 : 523원)으로 인상하며, 그 판단은 피고가 신규 아이템을 수주 못 하였다고 노동조합 또는 현장에 이야기할 때 또는 피고가 전 직원의 고용을 계속적으로 이어나가지 못하고 고용불안을 느낄 때로 하여, 2004. 4. 1.부터 소급하여 적용하기로 합의한 사실(이하 위 ② 부분을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피고는 그 후 현대자동차의 공개입찰에 참여하였으나 납품단가가 경쟁업체보다 높다는 이유로 입찰에서 탈락하여 신규 아이템 수주에 실패하였고,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피고로부터 납품받던 부품마저 다른 업체에게 개발을 의뢰하여 기존의 계약관계도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2005. 2. 25. 폐업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노사 간의 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 할 것이고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합의는 피고가 신규 아이템을 수주하지 못할 시 폐업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임을 예상한 근로자들이 회사 폐업시 오로지 더 많은 임금을 소급해서 챙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피고로서는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궁박한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어서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이고, 나아가 이 사건 합의가 실현될 경우 피고는 합의의 상대방인 근로자들에게 그 인상분을 월 125,445원씩으로 임금을 소급하여 지급해야 하는 한편, 피고에게는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고 오히려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뿐이어서 이 사건 합의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 민법 제104조 에서 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도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동조합의 목적에 비추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무효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적용될 것이지 그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한 이 사건 합의에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의 주위적 판단에는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 , 제4조 에 의하여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보호받고 있는 점에 비추어 단체협약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끝에 체결되었고 사용자측의 경영상태에 비추어 그 내용이 다소 합리성을 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궁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노동조합이 2004년 임금협상을 위하여 행한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그 파업 끝에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 중 일부인 이 사건 합의가 피고의 당시 경영상태에 비추어 다소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합의가 궁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노동조합은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임금인상안인 월 125,445원보다 낮은 월 65,000원의 임금인상에 합의하는 대신 피고가 현대자동차로부터 새로운 아이템을 수주하지 못하여 그 경영이 어려워지게 될 경우 근로자들의 고용관계가 불안해지므로 당초의 임금인상안인 월 125,445원을 받기로 하여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임금에 관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합의가 민법 제104조 에서 정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또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노동조합과 피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고용보장을 위해 노사 공동으로 물량수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는데, 피고가 입찰에서 탈락하여 신규 아이템 수주에 실패하였음을 노동조합에게 알리지 아니한 상태에서 노동조합은 2004년 11월경부터 현대자동차의 이중개발 소문에 대한 진상규명, 계속되는 고용불안 및 그에 대한 회사의 대책 등을 주제로 피고에 대하여 새로운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근무시간 전에 구호를 외치는 이른바 출근투쟁을 하고, 2005. 1. 20.경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하여 파업을 결의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의 가정적·부가적 판단도 유지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