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등][공1994.7.1.(971),1793]
가.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먼저 재해보상을 받은 경우 사용자가 국가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는지 여부
나. 국가의 산재보험급여청구기각결정에 대하여 근로자측이 불복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유가 위 "가"항의 구상권을 행사함에 있어 장애가 되는지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보험급여의 사유와 종류, 급여액의 산정기준이 재해보상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손실전보라는 기능의 동일성을 근거로 하여 상호조정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 있어서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지고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며, 사업주와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국가가 궁극적으로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석할 것이고,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1993.12.27. 개정되기 전에 있어서는 산재보험급여가 재해보상 전에 행하여진 경우에 사용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일체의 재해보상책임이 면책되고, 국가는 당연히 사용자에 대하여 구상할 수 없으나,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먼저 재해보상을 받은 경우에는 국가는 그 금액 범위 안에서 근로자에게 보험급여의 지급의무가 없고, 사업주(사용자)는 산재보험급여의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그 금액의 범위 안에서 국가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행정처분이 확정되어 그 처분의 효력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고 당사자들이나 법원이 이에 기속되어 모순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먼저 산재보험급여청구를 하였다가 노동지방사무소에 의하여 기각되자 이에 대하여 불복을 하지 않았다는 사유는 사용자가 국가를 상대로 위 "가"항의 구상을 청구함에 있어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가. 대법원 1989.11.14. 선고 88다카28204 판결(공1990,27) 나. 대법원 1993.4.13. 선고 92누17181 판결(공1993상,1409) 1993.8.27. 선고 93누5437 판결(공1993하,2648)
대진택시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호
대한민국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의 청구원인
(1) 원고 소속 택시의 운전사이던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1988.12.17. ○○자동차정비공업사에 위 택시의 수리를 맡기고 그 동안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화장실에 간다는 것이 잘못하여 어떤 지하창고에 추락하여 사망하였고, 원고는 근로기준법 적용대상 업체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고 한다)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망인의 처인 소외 2가 부산 북부지방노동사무소에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2) 그리하여 망인의 유족들은 원고를 상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족보상과 장사비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이 소송에서 망인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어 금 13,481,12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따라 원고는 위 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합쳐 금 15,000,000원을 지급하였다.
(3) 그러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유족에 대한 산재보험금 지급의무는 피고에게 제1차적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원고가 그 의무를 이행하여 피고의 의무를 소멸케 하였으므로 위 지출금 상당의 구상을 구하고, 선택적으로 원고의 출재로 인하여 피고는 망인의 유족들에 대한 위 산재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어 같은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그 반환을 구하고, 또 선택적으로 원고는 변제할 이익이 있는 자로서 피고를 대위하여 피고의 위 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변제자 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위 지출금의 지급을 구하며, 또 선택적으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재보험금 지급청구를 기각함으로써 원고와의 산재보험계약상의 채무를 불이행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위 지출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나. 원심의 판단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나, 사용자가 그 재해로 인하여 부담하게 될 손해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질까지 갖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망인의 유족에게 재해보상금을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 유족의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청구권을 대위 취득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수 없고, 또 원고가 사용자로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에 터잡아 손해를 배상함으로써 그 금액 범위 내에서 피고가 보험급여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었다고 하여도 원고는 자신의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보험급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없다.
2.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제도는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그 지배하에 두고, 재해위험이 내재된 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그 과실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재해발생으로 근로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케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나(당원 1981.10.13. 선고 81다카351 전원합의체판결 참조),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손해보상과 아울러 생활보장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이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의무를 부담하지만 1963.11.5. 법률 제1438호로 제정된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하여 산재보험제도를 설정하였다 (제1조).
3. 근로기준법 제8장의 규정에 의하면, 재해보상에는 요양보상(제78조), 휴업보상(제79조), 장해보상(제80조), 유족보상(제82조), 장사비(제83조)가 있고, 같은법 제87조는 보상을 받게 될 자가 동일한 사유에 의하여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같은법의 재해보상에 상당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에는 그 가액의 한도에 있어서 사용자는 보상의 책임을 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산재보험법은 산재보험사업은 노동부장관이 관장하고(제2조 제1항), 사업의 사업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당연히 보험가입자가 되며(제6조), 노동부장관은 보험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하고(제19조), 보험급여의 종류는 원래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에 대응하여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로 하였다가 1982.12.31. 법률 제3631호로 개정되면서 상병보상연금을 추가하였는바(제3장), 상병보상연금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 제78조 내지 제80조와 제82조 및 제83조에 규정된 재해보상의 사유가 발생한 때에 보험급여를 받을 자(이하 수급권자라 한다)의 청구에 의하여 지급하도록 규정하고(제9조), 같은 법(산재보험법) 제11조 제1, 2, 3항은 수급권자가 같은 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때에는 보험가입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모든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되고,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되며,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같은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은 때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가, 1993.12.27. 법률 제4641호로 개정되어 수급권자가 같은 법에 의하여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보험가입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는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위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산재보험제도는 형식상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제도로부터 직접 파생된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보상책임의 법리를 공통의 기반으로 하여 병존하는 별개의 제도이기는 하지만,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사용자가 그 재해로 인하여 부담하게 될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는 책임보험의 성질까지 갖는 것은 아니나 (당원 1989.11.14. 선고 88다카28204 판결 참조), 보험급여의 사유와 종류, 급여액의 산정기준이 재해보상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손실전보라는 기능의 동일성을 근거로 하여 상호조정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 있어서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지고 그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4. 그러므로 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위의 산재보험법이 개정된 후에 있어서는 별도로 논의할 문제이나 적어도 이것이 개정되기 전에 있어서는 사용자에 대한 재해보상청구권과 국가에 대한 산재보험급여청구권을 모두 가지고 있고, 산재보험이 책임보험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으로 산재보험이 재해보상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의 청구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근로자가 재해보상을 선택하여 청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어서, 수급권자는 두 청구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사용자는 산재보험급여청구권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주장, 입증하지 않는 한 재해보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70.11.24. 선고 70다2144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사용자와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그렇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하여 사용자와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사업주)와 국가와의 사이에 있어서는 위에서 본 재해보상과 산재보험과의 관계, 산재보험의 성격, 사업주는 산재보험에의 가입과 보험료의 납부가 강제되고 있는 점, 개정 전의 산재보험법이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받으면 동일한 사유에 대한 보험가입자(사용자)의 모든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한 반면,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받은 때에만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재해보상금이 지급되었을 때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주와 국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국가가 궁극적으로 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석할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면 사업주의 보험이익을 박탈하고 산재보험의 재해보상에 관한 책임보험적 성질에 반하고 산재보험제도의 설정목적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위의 산재보험법이 개정되기 전에 있어서는 산재보험급여가 재해보상전에 행하여진 경우에는 사용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는 일체의 재해보상책임이 면책되고, 국가는 당연히 사용자에 대하여 구상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근로자가 사용자로 부터 먼저 재해보상을 받은 경우에는 국가는 그 금액 범위 안에서는 근로자에게 보험급여의 지급의무가 없고, 사업주(사용자)는 산재보험급여의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는 그 금액의 범위 안에서 국가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6.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망인의 처가 먼저 산재보험급여청구를 하였다가 부산 북부노동지방사무소에 의하여 기각되자 이에 대하여 불복을 하지 않고, 원고를 상대로 재해보상청구를 하고 원고가 그 소송에서 패소하여 재해보상금을 지급하였다는 것이나, 행정처분이 확정되어 그 처분의 효력을 더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나 법률적 판단이 확정되고 당사자들이나 법원이 이에 기속되어 모순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당원 1993.8.7. 선고 93누5437 판결), 위와 같은 사유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구상을 청구함에 있어 장애가 된다고 할 수 없다.
7. 산재보험법시행령(1986.8.27. 대통령령 제11960호로 개정된 것) 제35조에 의하면, 사업주가 같은 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민법 기타 법령에 의하여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로서 당해 금품이 보험급여를 체당하여 지급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에 사업주가 그 해당금액을 노동부장관으로 부터 지급받고자 할 때에는 보험급여의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미리 지급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노동부장관에게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규정은 산재보험급여를 체당하여 지급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경우에 허용한 특별규정으로서, 이 때문에 사용자의 구상권 행사방법이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이유의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것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