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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인정된 죄명: 업무상배임)·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증거인멸][공2003.12.15.(192),2384]

판시사항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및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배임의 실행행위자와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한 때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2]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배임의 실행행위자와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그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할 것을 필요로 한다.

[3]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한 때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고, 그 이후에 위 직원과 접촉하여 영업비밀을 취득하려고 한 자는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상고인

피고인 2 및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유창종 외 8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검사의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 1이 유출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취득한 자의 이익은 그 자료를 가지고 스스로 또는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이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 경우 그 영업비밀로 인하여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 상당과 나아가 그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제품생산에까지 발전시킬 경우 제품판매이익 중 그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을 경우와의 차액 상당으로서 그러한 가치들을 감안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이라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게 되는 손해는 그러한 자료를 이용하는 다른 경쟁사의 제품개발 및 양산시기 단축으로 인한 경쟁력 강화와 그로 인하여 생길 공급과잉으로 인한 이익감소분이라고 할 것인데, 원심 증인 이후영의 증언만으로는 벨웨이브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얻은 이익액 또는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액이 133억 4,000만 원에 달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죄에 대하여

검사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 및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다. 피고인 3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 3은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음에 있어, 피고인 1 및 벨웨이브의 이사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벨웨이브의 서버컴퓨터에 보관, 관리하고 있던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관한 자료를 삭제하는 등으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이 사건 범행을 극구 부인하다가, 검사가 "위 공소외 1은 피고인 3과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시인하였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추궁하자, "기억이 흐리지만 공소외 1이 진술하였다면 동의한다."고 간단히 답변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진술만으로는 피고인 3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피고인 3이 위 공소외 1 등과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치 못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 3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가.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 2는 GSM휴대폰, CDMA휴대폰, CDMA무선 모델의 각 제조기술을 개발한 뒤 그 기술을 휴대폰 제조업체에 이전하여 그 대가로 기술개발 용역비, 로열티를 취득하는 기술개발업체인 주식회사 벨웨이브(이하 '벨웨이브'라 한다)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1은 1984. 3. 21.부터 2000. 7. 19.경까지는 주식회사 삼성전자(이하 '삼성전자'라 한다) 산하 기흥통신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서 삼성 휴대폰 GCH800 모델개발 등 GSM 휴대폰 기술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같은 해 7. 1.경부터는 벨웨이브의 GSM휴대폰 사업부 이사로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던 자인바,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모하여, 피고인 1은 삼성전자의 정보보호규정상 회사의 대외비를 외부로 유출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2000. 6. 초순 14:00경 경기도 용인군 기흥읍 소재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인근 상호불상 식당에서, 삼성전자의 대외비 영업비밀인 "SGH 800 신규 및 개선항목"을 비롯하여 당시 위 회사에서 시판중인 SGH 800모델 휴대폰에 관한 일체의 자료를 벨웨이브에게 제공하기로 하고, 피고인 2는 같은 해 6. 중순 20:00경 서울 서초구 소재 벨웨이브 사무실 인근 호프집에서 그 대가로 피고인 1을 2000. 7. 1.경부터 벨웨이브의 GSM휴대폰 사업부 이사로 채용하여 연봉 6,500만 원, 위 회사에 대한 주식 30,000주, 스카우트 비용 1억 5천만 원, 연봉에 대한 성과금 약 20%를 주기로 한 뒤, 피고인 1은 2000. 10. 초순경 벨웨이브 사무실에서 삼성전자의 대외비 영업비밀인 "Voice Dial & Memo 관련 Spec", "멜로디 입력 기능", "To List scenario 전개와 사용법", "CALCULATOR 기능 정리", "음악기능 개발 자료", "Soft & field Test Checklist(실외)", "Soft & field Test Checklist(실내)", "Soft & field Test Checklist(주행)", "Soft & field Test Checklist(국내)", "Soft & field Test Checklist(해외)"에 관한 파일이 들어 있는 씨디롬을 위 회사 내 각 사원들이 공유하면서 GSM휴대폰 기술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위 회사의 서버 컴퓨터에 제공하고, 삼성전자의 대외비 영업비밀인 "SGH800 신규 및 개선항목, SGH800 신규항목 및 일정"에 관한 파일이 들어 있는 플로피 디스켓을 피고인 1의 부하직원인 박형권 차장을 통하여 위 서버 컴퓨터에 제공하게 함으로써 위 자료를 벨웨이브가 취득하게 하여, 벨웨이브로 하여금 액수 미상의 시장교환가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인 삼성전자에 경쟁사의 경쟁력 강화로 생길 GSM휴대폰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액수 미상의 이익 감소분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 피고인 2의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나,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법 제33조를 적용하여 단순배임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 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참조) 할 것이고,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배임의 실행행위자와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그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할 것을 필요로 한다 ( 대법원 1999. 7. 23. 선고 99도1911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 중 피고인 1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경위와 방법 및 피고인 2의 관여 정도에 관한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피고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있을 뿐인데, 그 진술이 일관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요지는, 피고인 1은 2000. 4.경 삼성전자를 퇴직하기로 마음먹고 퇴직 후에 삼성전자의 영업비밀과 관련된 벤처기업에 취업할 경우 업무에 활용할 목적으로, 같은 달 하순 경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씨디롬(CD-R)과 디스켓에 저장한 후 같은 해 5.경 위 씨디롬을 회사 밖으로 반출하여 집으로 가져왔고, 그 후 같은 해 6.경 피고인 2를 만나 벨웨이브에 취업하고 싶다는 뜻을 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관한 자료를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하였는데, 피고인 2는 알았다고 하면서 피고인 1의 요구를 받아들여 연봉 6,500만 원 외에 벨웨이브의 주식 3만 주를 주기로 약정하였고, 그 후 피고인 1은 같은 해 6. 말경 삼성전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위 디스켓마저 집으로 가져와 보관하고 있다가, 같은 해 7. 1.경 벨웨이브에 먼저 취업한 다음 같은 해 7. 19. 삼성전자를 퇴사한 후인 같은 해 10.경 위 씨디롬 및 디스켓에 들어 있는 영업비밀을 벨웨이브의 서버컴퓨터에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 1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다른 벤처기업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씨디롬과 디스켓에 담아두었던 것이므로 피고인 1이 그 중 씨디롬을 2000. 5.경 삼성전자 밖으로 반출하여 집으로 가져와 보관한 때에 이미 위 씨디롬에 담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관한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의 범의가 외부에 표출되고 삼성전자의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이 현실화되어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2는 그 이후에 피고인 1과 접촉하여 위 씨디롬에 담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취득하려 하였던 것이므로 그 행위가 다른 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 2가 위 씨디롬에 담긴 영업비밀에 관한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위 디스켓 역시 이를 피고인 1이 삼성전자에서 반출한 때에 그에 담긴 영업비밀에 관한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그 디스켓은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접촉하여 벨웨이브에 취업하기로 약정한 후에 삼성전자에서 피고인 1의 집으로 반출하였지만, 그 당시까지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관한 자료를 집에 보관중이라고 말하였고 이를 들은 피고인 2는 단순히 알았다고만 하였을 뿐 피고인 1에게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관한 자료를 추가로 더 가지고 나오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 자료를 추가로 더 가지고 나오는 방법이나 수단 등에 관하여 상의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피고인 2의 행위는 피고인 1이 위 디스켓에 담아 가지고 나온 영업비밀에 관한 한 소극적으로 피고인 1의 업무상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그 이익을 취득하려 한 것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거기에서 나아가 피고인 1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다른 죄로 의율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 2를 위 디스켓에 담긴 영업비밀에 관한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2를 피고인 1의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본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와 그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유죄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이 부분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의 무죄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며, 검사의 피고인 1, 피고인 3에 대한 상고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이용우 이규홍(주심) 박재윤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2003.7.3.선고 2003노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