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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13. 선고 2016고합91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사건

2016고합911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특

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피고인

A

검사

주영환(기소), 정희도, 엄희준, 배성훈, 김병욱(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7. 1. 13.

주문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4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죄 사 실

피고인은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 지분의 31.27%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2010. 11. 30.부터 현재까지 E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는 2009년 12월경 지식경제부로부터 국책과제인 '총괄과제: F, 세부 1과제: G, 세부 2과제: H'의 총괄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2009년 12월경부터 2012년 11월경까지 3년간 정부출연금 69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다.

E는 위 국책과제의 총괄기관으로 선정될 당시 해조류 1킬로그램을 이용하여 1 235그램 상당을 추출할 수 있는 실험실 단계의 원천기술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 개발'이라는 국책과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험실 다음 단계인 '벤치 스케일 '2) 실험을 거쳐 그 실험결과 및 최적 조건을 반영하여 그 다음 단계인 '파일럿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개발하고, 이를 기초로 구축된 파일럿 플랜트를 수개월간 연속으로 시운전하여 정상 작동 및 원천기술 수준의 I 추출 여부를 확인한 다음, 그 결과와 최적 조건을 '상용화 플랜트'의 기본설계 개발에 반영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피고인은 위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던 2011년 6월경 서울 중구 J에 있는 피해자 K 주식회사(이하 '피해자회사'라 한다) 사무실에서 피해자회사의 투자담당 관계자에게 E의 사업계획서를 제시하면서, "해조류 I 기술과 관련된 국책과제가 잘 진행되어 상용화 플랜트의 기본설계가 가능하다. 이미 2010년 3월경 상용화 플랜트 생산량의 1/100 규모인 파일럿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완성하였고, 2010년 4월경부터 그에 기초한 파일럿 플랜트의 설비 구축을 시작하였다.", "2009년 7월 필리핀 보홀 지역에 10만 헥타르 규모의 바다 양식장을 확보하는 MOU를, 2010년 11월 필리핀 팔라완 지역에 2만 5,000 헥타르 규모의 바다 양식장을 확보하는 MOU를 각 체결하는 등 양식장 인허가 절차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양식장 불하가 가능하다. 이미 해조류의 대량양식기술이 개발되어 있고, 양식장의 자동화까지 이루어진다면 해조류를 톤당 50달러까지 저가에 대량 공급할 수 있어 해조류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였다.

피고인은 2012년 2월경까지 피해자회사와 투자 협의를 진행하면서 E의 기술개발 및 해조류 확보 상황을 사실대로 알리지 아니한 채, 2012. 2. 10. 피해자회사의 투자담당 관계자에게 "피해자회사가 E에 55억 원을 투자하면, 상용화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완성하여 피해자회사에 제출하고, 그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한 상용화 플랜트의 제작·판매 등 독점사업권을 5년 동안 주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회사와 총액 55억 원의 투자계약(이하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 시 11억 원, 파일럿 플랜트 전체 시운전 착수 시 16억 5,000만 원,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 초안 제출 시 16억 5,000만 원,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 완성 및 제출 시 11억 원을 피해자회사로부터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사실 E는 2011년 6월경 투자제안 당시 벤치스케일 규모의 연속식 당화공정실험에 계속 실패하였고, 2012년 2월경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 체결 당시까지 파일럿 플랜트의 기본설계 개발과 연속 당화공정, 연속 발효공정을 운영할 수 있는 공정기술개발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상용화 플랜트의 기본설계 완성이 불가능하였다. 한편 E는 2011년 6월경 투자제안 당시 필리핀 보홀의 새로운 주지사와 주민들이 바다 양식장 사용에 반대하면서 더 이상 양식 인허가를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보홀과 팔라완에서 확보한 바다 양식장은 55헥타르에 불과하였으며, 2012년 2월경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 체결 당시까지 해조류의 대량 양식기술의 개발에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회사로부터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에 따른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2012. 2. 23. 11억 원, 2012. 12. 24. 7억 7,000만 원, 2013. 1. 8. 8억 8,000만 원, 2013. 8. 1. 7억 7,000만 원, 2013. 11. 29. 8억 8,000만 원 합계 44억 원을 E 명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회사로부터 44억 원을 교부받았다.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L 주식회사(이하 'L'라 한다)는 위스키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L는 2008년 11월경 관세청으로부터 2004. 2. 1.부터 2007. 6. 30.까지의 기간 중 위스키 수입가격을 저가로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2,065억 원의 관세 부과처분(이하 '제1차관세 부과처분'이라 한다)을 받고, 2009년 7월경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쳐 2009년 12월경 약 1,939억 원의 관세를 최종 부과받은 후 2010년 1월경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또한 L는 2011년 2월경 관세청으로부터 2008. 2. 9.부터 2010. 10. 31.까지의 기간 중 위스키 수입가격을 저가로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2,081억 원의 관세 부과처분을 받고, 2011년 3월경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쳐 2011년 10월경 2,168억 원의 관세를 최종 부과받은 후 그 무렵 조세심판원에 조세불복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피고인은 2011년 4~5월경 L 법무담당 상무이사인 M으로부터 “조세심판원에서 조만간 제1차 관세 부과처분에 대한 결정이 있는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이다. N 등에게 이야기하여 L에 유리한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조세심판원 관계자를 만나 L의 입장을 전달한 후 M에게 "조세심판원 관계자를 만나고 왔다. 앞으로 잘 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 후 조세심판원은 2011. 5. 18. L에 부과된 관세 약 1,939억 원 중 약 261억 원을 취소하고 서울세관에 나머지 관세 부과 부분에 대한 재조사를 명하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피고인은 E의 운영자금 조달이 시급하였던 2010년 하반기 무렵부터 M에게 E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였으나 M으로부터 구체적인 매수제안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위 조세심판원 결정 다음 날인 2011. 5. 19. 서울 서초구 우면동 소재 상호불상 커피숍에서 M으로부터 피고인의 위와 같은 알선행위의 대가로 E 주식에 대한 검토나 평가 과정 없이 피고인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주당 3,000원에 총 2억 원 상당의 E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그 매수대금 명목으로 1,000만 원권 수표 19장 및 현금 1,000만 원 합계 2억 원을 교부받았다.

또한 피고인은 2011년 4~5월경 M으로부터 피고인의 위와 같은 알선행위의 대가로 L의 옥외광고업체를 선정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피고인은 위 조세심판원 결정 이후인 2011년 7~8월경 주식회사 (이하 '이'라 한다)를 옥외광고업체로 지정하여 L에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L는 2011. 11. 28. 0가 L의 광고대행사인 주식회사 P와 Q 남단 전광판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조세심판원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피고인 소유의 E 주식을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고, L의 옥외광고업체 선정 권한을 부여받아 M으로부터 액수 불상의 이익을 수수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 제1항]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R, S, TCU 진술 부분 포함), V, W, X, Y, Z, AA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주간업무(I , 2011. 1. 1.~ ) 사본(증거목록 순번 66)

1. 수사보고(E 투자경과 관련 내부보고서 등 자료첨부), 수사보고(K E R&D투자 관련 위임전결 및 이사회 규정 확인), 수사보고(A 휴대폰 복구내역 중 실험결과 관련 보고받은 내용 확인 보고), 수사보고(E 연구용역비 44억 원 지급상황), 수사보고(E 파일럿 플랜트 당화공정 실험결과), 수사보고(E 국책과제 최종보고서 첨부), 수사보고(E 사업계획서 첨부) 및 각 첨부 자료(증거목록 순번 7~13, 32~34, 79, 80, 84~103, 110-119, 130-134)

[판시 제2항]

1. 피고인의 주식 매도 관련 알선수재에 일부 부합하고, 옥외광고업체 선정 관련 알선수재에 부합하는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M의 법정진술

1. AB, M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피고인에 대한 제3, 4회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M 발행 A 입금 자기앞수표 1,000만 원 19장 사본(증거목록 순번 71)

1. 수사보고(전광판 광고계약서 사본 첨부), 수사보고(L 조세심판 결정일자 확인) 및 각 첨부 자료(증거목록 순번 104~106, 128, 129)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정한 형에 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해자회사는 내부 검토 결과 해조류 I 플랜트 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성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측의 압력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회사의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타인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및 그러한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성격,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1872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피해자가 법인인 경우 피기 망자가 법인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도 내부적인 권한 위임 등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받아 처분행위를 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기망행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여 처분행위의 결정을 하도록 한 경우 등에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한 기망행위의 상대방이 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108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해자회사의 처분행위 즉, E에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44억 원을 지급한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가) 제반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 체결 및 그에 기한 연구용역비의 청구 과정에서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 및 저가 해조류의 대량공급에 관한 E의 기술개발 상황 및 능력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거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기망하였다고 인정된다. 피고인도 이 법정에서 자신이 피해자회사를 상대로 위와 같이 기망하여 피해자회사의 판단을 그르치게 한 점에 대하여 인정하였다.

나) 피해자회사의 이사회 운영규정(증거목록 순번 33)에 의하면, 10억 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신규사업 투자는 이사회 심의·의결 사항에 해당한다. 당시 피해자회사의 대표이사였던 AC와 그 이하의 이사 실무진들은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의 실질이 신규사업 투자에 해당함에도 이사회 절차를 회피하기 위하여 대표이사의 위임전결 사항으로 규정된 '연구개발투자계약' 형식으로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피해자회사의 위임전결규정에 의하면, 조선소장 이상 전결 투자의 경우 CFO와 경영관리 담당의 협조결재가 필수적이다(증거목록 순번 34). AC는 피해자회사의 기획조정실장(부사장) AD, 전략기획실 경영전략팀장(상무이사) R과 경영전략팀 전략리더 (부장) S 등 실무진들이 사업타당성 검토 및 피고인과의 협상 과정을 거쳐 기안하고 회계팀장, 재무팀장, 경영관리담당, 중앙연구소장 등의 협조결재를 얻은 내용을 기초로 결정하였다. 실제로 피고인은 당초 피해자회사를 상대로 78억 원의 투자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회사는 실무진의 부정적 의견을 반영하여 피고인의 요구에서 18억 원 정도가 줄어든 약 60억 원(지분 투자금액 포함)의 투자를 결정하였다.

라) 피해자회사의 경영전략팀 전략리더로서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 실무를 총괄한 S은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 체결 전 해조류 I 플랜트 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성을 부정적으로 검토하였지만, 피고인의 설명대로 E가 상용화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완성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만약 E가 피고인의 설명과 같은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 및 저가 해조류 대량공급 능력이 없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산업은행 측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상부에 투자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올렸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81 S에 대한 제3회 진술조서).

마)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서 제3조는 연구용역비 합계 55억 원(부가가치세 포함) 중 1차 연구용역비 11억 원은 계약체결 시, 2차 연구용역비 16억 5,000만 원은 전처리, 당화, 농축, 발효, 증류, 무수화 시스템 전체 시운전 착수 시, 3차 연구용역비 16억 5,000만 원은 상용(일 40만 리터급) 플랜트 기본 엔지니어링 외부업체 계약 후 초안 제출 시, 4차 연구용역비 11억 원은 상용 플랜트 기본 엔지니어링 완성 및 제출 시 각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해자회사의 연구용역비 집행담당 부서에서는 2~4차 연구용역비에 관하여 지급조건 성취 여부를 검토하였는데, 2차 연구용역비 16억 5,000만 원의 경우 E의 용역비 지급 요청 공문에 첨부된 허위 일정표대로 E가 파일럿 플랜트 전체의 시운전에 착수하였다고 신뢰하여 지급하였고, 3차 연구용역비 16억 5,000만 원의 경우 E가 제출한 상용 플랜트 기본설계 초안이 예정된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음에도 향후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가 완성될 것임을 전제로 지급하였다. 그러다가 E가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를 완성·제출하지 못하고, 파일럿 플랜트 전체 시운 전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4차 연구용역비 11억 원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바) 해조류 I 플랜트 사업 자체의 경제성 또는 사업성에 대한 인식과 E의 기술개발 상태 또는 능력에 대한 인식은 그 대상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피해자회사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E의 기술개발 상태 또는 능력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켰다. 그리고 피해자회사로서는 E가 상용화 플랜트 기본설계의 완성능력이나 저가 해조류의 대량공급 능력이 없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E에 단계적으로 지급되는 연구용역비 명목의 돈을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그 이전에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거나 적어도 같은 내용으로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 기망행위와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는 기망행위가 재산적 처분행위의 유일한 원인인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의 체결 및 그에 기한 연구용역비 지급에 관하여 산업은행 측의 압력이 경합하여 작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과 M 사이의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 주식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라 한다)은 M이 E 주식이 유망하다는 판단 하에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일 뿐, 제1차 관세 부과처분과 관련된 피고인의 알선행위와 대가관계에 있지 아니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정하고 있는 '이익'의 의미는 뇌물죄에서의 뇌물의 내용인 이익과 마찬가지로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도7050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수수한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해당 알선의 내용, 알선자와 이익 제공자 사이의 친분관계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알선과 수수한 이익 사이에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 알선자가 수수한 이익에 그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과 그 밖의 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0496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2도12394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이 '금품 등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수하였다는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도7359 판결 등 참조), 간접 사실에 비추어 수수하는 금품이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는 사정을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서 묵인한 채 이를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알선수재의 범의는 충분히 인정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807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제1차 관세 부과처분에 관한 알선행위의 대가로 자신 소유의 E 주식을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는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가) L는 2007년경 이후부터 관세청, 서울세관, 감사원, 외교부 등을 상대로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 각 관세 부과처분과 관련된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하여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L의 법무담당 상무이사인 M은 2009년경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고인을 상대로, 당시 AE 위원장이던 AF와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AF에게 관세 부과의 부당성을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2011년경에는 "N 등에게 이야기 하여 L에 유리한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실제로 피고인은 M의 위와 같은 부탁에 따라 AF와 N 등에게 L의 입장을 전달하였다. 이후 2011, 5. 18. 조세심판원에서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L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나) 피고인은 E의 운영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에서 2010년 하반기 무렵부터 M에게 E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였다. 이후 수개월 동안 피고인과 M 사이에 투자 규모 조건·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협의가 없던 중 위 조세심판원 결정 바로 다음 날인 2011. 5. 19.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M은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 체결일에 갑자기 피고인을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E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날 피고인과 만나 당일 계좌에서 인출한 수표 및 현금으로 매수대금 2억 원을 지급하였다.

다) E는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 체결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등 재무상태가 부실하였다. 피고인과 M은 별다른 협상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주식 가격을 결정하였다. M은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 체결 후 명의개서, 이익배당, 증자 등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나 E의 경영 상황에 관하여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아니하였다.

라) 피고인은 자신 소유의 E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데 다른 투자자의 동의가 요구되는 등 E 주식의 처분이 법률상 · 사실상 제한되는 상황에서, M에게 E 주식을 원하는 가격에 매도하여 E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마) M은 검찰 및 법정에서 일관하여 "피고인이 AF와 N 등에게 L의 입장을 전달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피고인 소유 E 주식을 매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바) 피고인도 검찰에서 "M이 피고인 소유 E 주식을 사준 것에는 L의 관세 문제와 관련하여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대가도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21, 138 피고인에 대한 제3, 4회 각 피의자신문조서).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17년 6월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일반사기 < 제3유형(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한 경우(감경요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년 6월~4년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죄: 양형기준 미설정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 이상(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설정되어 있지 않은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양형기준상 하한을 준수함)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 아래 각 정상을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E의 해조류 I 플랜트 사업 관련 기술개발 상황 및 능력에 관하여 기망하여 피해자회사로부터 44억 원의 투자금을 편취하였다. 피해액이 크고, 그 대부분이 회복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알선수재행위는 조세 부과처분의 적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하였다.

○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해조류를 이용한 I 연구개발을 위해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받았다. E는 관련 특허권의 지분 이전 등 피해자회사에 대한 계약상 의무를 상당 부분 이행하였다. 피해자회사 측에서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을 취소.

해제하거나 피고인 또는 E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은 바도 없다. 피고인은 피해 자회사의 투자금을 E의 연구·운영비 등에 전적으로 사용하였고(증거목록 순번 136, 137), E와 무관한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한편 피해자회사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뿐만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의하여 이 사건 연구개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당시 AG이던 AF가 피해 자회사의 대표이사인 AC와 공모하여 피해자회사로 하여금 경제성과 사업성이 부족한 해조류 I 플랜트 사업과 관련하여 E에 44억 원(이 사건 사기 피해와 동일하다)을 투자하게 함으로써 E에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회사에 손해를 가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AF를 기소하였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1266), 이 법정에서 피해자회사에 투자 피해를 야기한 주된 원인은 피고인의 이 사건 사기 범행이 아니라, AF의 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범행이라는 양형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기망행위의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이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이 사건의 기본적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회사를 위하여 1억 원을 공탁하였고, 자신이 소유한 E 주식 전부(2,338,721주)를 피해 변제를 위한 담보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피고인은 1989년경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1회 선고받은 외에 처벌전력이 없다.

판사

재판장판사남성민

판사윤지영

판사나재영

주석

1)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라 일부 수정하였다.

2) 실험실에서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 규모로 발전시키는 중간 단계 설비로는 벤치스케일(Bench scale, 소규모),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중간규모)가 있다. 원재료의 처리량 및 설비의 크기 등을 단계적으로 점차 늘려 운영하면서 규모의 차이에 따른 결과를 확인하고, 상용화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위한 자료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