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등][공2010하,1368]
[1] 변호사 비용이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이 된 불법행위 자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인지 여부(소극)
[2] 부당제소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
[3] 갑이 을 회사의 이사회의사록을 변조하여 이사회결의 없이 을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병 회사에 매도하여 매수인인 병 회사가 을 회사를 상대로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을 회사가 이에 응소하기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 등을 지급한 사안에서, 갑의 이사회결의 없는 부동산 매도행위와 을 회사의 변호사 비용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갑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무릇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불법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강제주의를 택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는 손해배상청구의 원인된 불법행위 자체와 변호사 비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변호사 비용을 그 불법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2]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법원에 대하여 당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을 구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간에 관계되는 중요한 일이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제소행위나 응소행위가 불법행위가 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재판제도의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지 아니하도록 신중하게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적 분쟁의 해결을 구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행위이고, 단지 제소자가 패소의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소의 제기가 불법행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반면 소를 제기당한 사람 쪽에서 보면, 응소를 강요당하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하여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지게 되는 까닭에 응소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소의 제기는 위법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패소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 그와 같은 소의 제기가 상대방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가 되는 것은 당해 소송에 있어서 제소자가 주장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고, 제소자가 그와 같은 점을 알면서, 혹은 통상인이라면 그 점을 용이하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는 등 소의 제기가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3] 갑이 을 회사의 이사회의사록을 변조하여 이사회결의 없이 을 회사 소유의 부동산을 병 회사에 매도하여 매수인인 병 회사가 을 회사를 상대로 그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을 회사가 이에 응소하기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 등을 지급한 사안에서, 갑이 매매계약의 계약금으로 받은 금원을 곧바로 병 회사에 반환하고 병 회사에 위 매매계약이 이사회결의 없이 체결되어 무효라고 통지까지 하였음에도 병 회사가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을 회사가 위 소송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은 병 회사의 부당한 제소로 인한 것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갑이 이사회결의 없이 위 부동산을 매도한 것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갑의 이사회결의 없는 부동산 매도행위와 을 회사의 변호사 비용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갑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민법 제393조 , 제750조 , 제763조 [2] 민법 제750조 , 헌법 제27조 제1항 , 민사소송법 제248조 [3] 민법 제393조 , 제750조 , 제763조 , 헌법 제27조 제1항 , 민사소송법 제248조
[1]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다27889 판결 (공1996하, 3546) [2]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다64486 판결 (공2002하, 1529)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락)
세종투자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백 담당변호사 최세모외 1인)
원심판결 중 반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반소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가 피고의 이사회의사록을 변조하여 이사회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의 중요자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주식회사 고청건설(이하 ‘고청건설’이라고 한다)에 매도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 이로 인하여 매수인인 고청건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 피고가 위 소송에 응소하기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로 합계 528,000,000원을 지출한 사실, 위 소송에서 제1심 소송비용, 항소비용 및 항소심에서의 예비적 청구로 인한 소송비용은 모두 고청건설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피고가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감정평가비 35,142,800원은 위 감정이 법원의 감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위 소송에서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원고의 위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위 소송에 응소하기 위하여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원고의 위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이므로 원고는 피고가 위 소송에서 지출한 변호사 비용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나, 다만 피고가 지급한 변호사 선임료 528,000,000원 중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것으로서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을 받아서 고청건설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변호사 보수 80,684,020원은 원고로부터 손해배상 받을 수 없고, 위 소송의 난이도나 소송대리인의 선임 필요성 등을 참작하면 나머지 변호사 선임료 중 20,000,000원만을 원고로부터 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무릇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불법행위와 손해와의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강제주의를 택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는 손해배상청구의 원인된 불법행위 자체와 변호사 비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변호사 비용을 그 불법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다27889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법원에 대하여 당해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을 구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간에 관계되는 중요한 일이므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제소행위나 응소행위가 불법행위가 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재판제도의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지 아니하도록 신중하게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법적 분쟁의 해결을 구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행위이고, 단지 제소자가 패소의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소의 제기가 불법행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반면 소를 제기당한 사람 쪽에서 보면, 응소를 강요당하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하여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지게 되는 까닭에 응소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소의 제기는 위법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패소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 그와 같은 소의 제기가 상대방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가 되는 것은 당해 소송에 있어서 제소자가 주장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사실적·법률적 근거가 없고, 제소자가 그와 같은 점을 알면서, 혹은 통상인이라면 그 점을 용이하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를 제기하는 등 소의 제기가 재판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다6448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5. 6. 30. 이 사건 부동산을 고청건설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2005. 7. 1. 고청건설로부터 위 매매계약의 계약금으로 송금 받은 25억 원을 곧바로 고청건설에게 반환하였고, 2005. 7. 15. 및 2005. 7. 16. 고청건설에게 위 매매계약이 이사회결의 없이 체결되어 무효라고 통지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청건설이 그 후 2005. 7. 27.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위 고청건설이 제기한 소송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급한 것은 고청건설의 부당한 제소로 인한 것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원고가 이사회결의 없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것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의 이사회결의 없는 부동산 매도행위와 피고의 변호사 비용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가 지급한 변호사 비용 중 20,000,000원에 대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반면에 피고의 상고이유들은 위 인정 사실에 반하여 원고의 불법행위와 피고가 지급한 변호사 비용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손해배상액 산정의 잘못 여부를 다투는 것이어서 모두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반소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되,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