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위반][공2014하,1536]
공익근무요원인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하였다고 하여 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우울증 등 정신장애는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서 같은 법 제89조의2 제1호 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공익근무요원인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13일간 복무를 이탈하였다고 하여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병역법’이라고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유년시절부터 부모님이 이혼하는 등의 가정불화를 겪으면서 우울증이 발병한 점, 피고인을 치료하여 온 의사와 치료감호소장은 일치하여 피고인이 심한 우울증세로 정신운동성 저하, 대인관계 저하, 전반적인 무의욕 및 무력감 상태를 보이며 자살 위험이 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계속 복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정신장애는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서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 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김상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병역법(2013. 6. 4. 법률 제118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9조의2 제1호 는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거나 해당 분야에 복무하지 아니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라 함은 병무청장 등의 결정으로 구체화된 병역의무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 즉 질병 등 복무 이탈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를 의미한다(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도2514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우울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였으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무단결근한 것이므로 공익근무요원 복무 이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1991년생으로 초등학생 시절인 2002.경 부모가 이혼한 이후 우울증이 발병하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데다가, 2005.경에는 어머니인 공소외 1의 질병으로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겹쳐 2007.경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하였다.
2) 피고인은 2008.경부터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에 대한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고, 외삼촌, 이모들과 이종사촌 중 일부가 간질을 앓거나, 정신분열증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등 피고인의 외가에 정신병 가족력이 있으며, 피고인의 어머니 또한 2007. 8.경부터 피고인에 대한 걱정 등으로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세를 보여 신경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아 왔다.
3) 피고인은 징병검사 시 시행한 심리검사에서도 우울증으로 경계판정을 받고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정신질환 기록이 남을 경우 추후 학업 및 구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그대로 공익근무요원 소집에 응하여, 2011. 9. 9.부터 인천광역시 교육청 소속 ○○여자고등학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시작하였다.
4) 피고인은 그로부터 약 1년 5개월이 경과한 2013. 2. 15.경부터 같은 달 27.경까지 9일간 복무를 이탈한 행위로 인하여 구속된 후 서울서부지방법원 2013고단834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되어 2013. 7. 5.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달 13.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5) 피고인은 위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은 후 불과 14일 만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3. 7. 19.부터 같은 달 24.까지 4일간(토·일요일 제외) 복무를 이탈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달 29.과 다음날의 2일간, 같은 해 8. 1.과 다음날의 2일간, 같은 달 7.부터 같은 달 12.까지 4일간(토·일요일 제외), 같은 달 14.의 1일간 합계 13일간 공익근무요원의 복무를 이탈하였다.
6) 피고인은 위와 같이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은 후에도 우울하고 사람들을 만나기가 겁이 나고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해 지각을 자주 하다 결국 복무 이탈에 이른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그 무렵 새로 바뀐 복무지도관과 갈등을 겪기도 하였으며, 복무 이탈 기간 동안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집에서만 지냈다.
7) 피고인은 2013. 9. 19.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하다가 경찰관에게 구조된 사실이 있고, 치료감호소장은 원심법원에 제출한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통보서에서 ‘피고인의 현재 상태는 심한 우울감, 불안, 불안정한 정서, 자살사고, 비관적 사고, 흥미나 즐거움의 저하, 정신운동성 저하, 사회적 위축, 대인관계 저하, 전반적인 무의욕 및 무력감 상태를 보이는 우울장애 환자로 사료되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현재의 정신상태와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로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됨. 향후 적절한 정신과적 전문가료를 받지 아니하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추정됨. 이 사건 범행과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되며, 현재 상태로서는 군복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지며 향후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 후 군복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소견을 밝히고 있다.
8) 2008년부터 피고인을 상담·치료하여 온 의사 공소외 2는 2013. 9. 및 같은 해 11.경 작성한 소견서와 진단서에서 피고인이 심한 우울증과 여러 차례의 자살 시도 등의 문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자살 위험성이 매우 높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유년시절부터 부모님이 이혼하는 등의 가정불화를 겪으면서 우울증이 발병한 점, 피고인의 어머니를 비롯한 외가 가족들에게서 발견되는 가족력이 피고인의 우울증 발병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징병검사 시에도 우울증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자신의 장래를 걱정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시작한 점, 복무 이탈로 인한 병역법위반죄로 집행유예판결을 받은 지 불과 14일 만에 다시 이 사건 재범에 이른 점, 피고인을 치료하여 온 의사와 치료감호소장은 일치하여 피고인이 심한 우울증세로 정신운동성 저하, 대인관계 저하, 전반적인 무의욕 및 무력감 상태를 보이며 자살 위험이 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계속 복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정신장애는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서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 에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우울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데에 그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 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