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범인은닉][공2004.5.1.(201),772]
[1] 범인도피죄의 의의
[2] 범인도피죄에서 어떤 행위가 도피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방법
[3] 범인이 기소중지자임을 알고도 범인의 부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대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준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
[2] 범인도피죄는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되는 것인바, 어떤 행위가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고려한다면, 피고인이 범인의 처지나 의도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에게 범인을 은닉 내지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단순히 피고인이 한 행위의 밖으로 드러난 태양만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3] 범인이 기소중지자임을 알고도 범인의 부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대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준 경우, 비록 임대차계약서가 공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탐문수사나 신고를 받아 범인을 발견하고 체포하는 것을 곤란하게 하여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1] 형법 제151조 제1항 [2] 형법 제151조 제1항 [3] 형법 제151조 제1항
피고인
검사
원심판결 중 범인도피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스포츠마사지업을 하는 자인바,
가. 마약류 취급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02. 11. 중순 일자불상 19:00경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소재 상호불상의 식당에서 공소외 1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속칭 히로뽕)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 공소외 2를 소개하여 주어 같은 달 중순 일자불상 22:00경 부산 동래구 사직동 소재 부산은행 앞 노상에서 위 공소외 2가 위 공소외 1에게 메스암페타민 약 30g을 금 150만 원에 매도하게 하여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를 알선하고,
나. 위 공소외 2가 마약류관리법위반죄로 기소중지된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3. 1. 10.경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부리 134-5 소재 메르텔 오피스텔에서 공소외 2가 위 오피스텔 303호실을 임차하는데 임차인을 자신의 처인 공소외 3으로 하게 하여 위 공소외 2로 하여금 거주하게 하는 방법으로 범인의 도피생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범인을 도피하게 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 부분에 관하여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범인도피죄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자신의 처를 통하여 기소중지된 공소외 2가 거주할 수 있도록 오피스텔과 가구류 등의 임대차계약의 임차인 명의를 빌려주었다 하더라도, 임대차계약서가 주민등록과 같이 객관적으로 수사기관이 알 수 있도록 공시되는 것이 아닌 이상, 임차인 명의를 공소외 2로 하든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하든 수사기관의 범인 체포 가능성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 할 것이어서, 결국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공소외 2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였다거나, 공소외 2의 도피행위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피고인에게 이와 같은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가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여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나. 범인도피죄에 대하여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11 판결 참조).
한편 범인도피죄는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되는 것인바 (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도5374 판결 참조), 어떤 행위가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적 행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아니한 점을 고려한다면, 피고인이 범인의 처지나 의도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에게 범인을 은닉 내지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고, 단순히 피고인이 한 행위의 밖으로 드러난 태양만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마약류관리법위반죄로 기소중지된 공소외 2는 그와 같이 기소중지를 당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방 값이 싼 데를 알아봐 달라거나 계약서를 대신 작성해 달라는 부탁을 하여 피고인이 그 처의 이름으로 대신 계약을 체결하여 주었다고 제1심 법정에서 증언을 하였고, 피고인 역시 제1심 법정에서, 그가 공소외 2로부터 그러한 사정을 다 듣고도 오랜 친구 사이라서 자신의 처로 하여금 그녀의 명의로 위 오피스텔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해 주었다고 인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은 범인을 발견하고 체포하기 위하여 부동산 중개업소나 오피스텔과 같은 대단위 거주시설의 관리인 등에 대하여 탐문수사를 하거나 때로는 중개업자나 위 관리인 등의 신고를 통하여 범인의 발견이나 체포를 할 수도 있는데, 범인이 다른 사람을 내세워 그 이름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그 계약체결과정에서 어떤 신원의, 어떤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이 임차목적물에서 거주할 것인지가 그 계약체결 상대방이나 중개인에게 드러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체결 이후에라도 중개인의 중개장부 혹은 오피스텔의 관리자가 소지하고 있는 입주자 명단 등을 통하여 특정한 인적 사항을 지닌 사람이 그 곳에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되어, 결국 피고인이 위 처를 내세워 그녀의 이름으로 대신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준 행위는 비록 임대차계약서가 공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위와 같은 탐문수사나 신고를 받아 범인을 발견하고 체포하는 것을 곤란하게 하여 범인을 도피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만연히 피고인의 위 행위가 수사기관의 공소외 2에 대한 수사 등을 곤란하게 한 행위가 아니라거나 공소외 2의 도피행위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거나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하여 범인도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범인도피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범인도피죄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