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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부산지법 2016. 7. 20. 선고 2015가합659 판결

[손해배상] 항소[각공2016하,513]

판시사항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갑 등이 세계지리 과목 문제에 출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위 과목에 대한 등급 결정 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확정 판결을 받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갑 등이 세계지리 과목 문제에 출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라 한다)을 상대로 위 과목에 대한 등급 결정 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확정 판결을 받자 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불법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에 관여한 시험위원, 출제위원, 평가원의 직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등급 결정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평가원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 행정소송에서 문제 출제 오류가 인정되기는 하였지만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평가원이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에 관하여 나름대로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다하였으며, 사후 구제절차를 위법하게 지연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평가원의 문제 출제 및 정답 결정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별지 1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철 외 2인)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이상근 외 3인)

변론종결

2016. 6. 15.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각자 원고 1에게 51,579,118원, 원고 2에게 54,761,118원, 원고 3에게 59,822,718원, 원고 4에게 49,292,089원, 원고 5에게 48,359,089원, 원고 6에게 49,654,089원, 원고 7에게 52,032,889원, 원고 8에게 43,298,089원, 원고 9에게 50,702,589원, 원고 10에게 49,735,739원, 원고 11에게 47,746,889원, 원고 12에게 48,604,589원, 원고 13에게 46,440,789원, 원고 14에게 60,331,089원, 원고 15에게 48,000,089원, 원고 16에게 47,670,089원, 원고 17에게 47,725,089원, 원고 18에게 43,504,089원, 원고 19에게 43,689,589원, 원고 20에게 46,077,589원, 원고 21에게 44,315,089원, 원고 22에게 40,706,589원, 원고 23, 원고 24, 원고 25, 원고 26, 원고 27, 원고 28, 원고 29, 원고 30, 원고 31, 원고 32, 원고 33, 원고 34, 원고 35, 원고 36, 원고 37, 원고 38, 원고 39, 원고 40, 원고 41, 원고 42에게 각 20,000,000원, 원고 43, 원고 44, 원고 45, 원고 46, 원고 47, 원고 48, 원고 49, 원고 50, 원고 51, 원고 52, 원고 53, 원고 54, 원고 55, 원고 56, 원고 57, 원고 58, 원고 59, 원고 60, 원고 61, 원고 62, 원고 63, 원고 64, 원고 65, 원고 66, 원고 67, 원고 68, 원고 69, 원고 70, 원고 71, 원고 72, 원고 73, 원고 74, 원고 75, 원고 76, 원고 77, 원고 78, 원고 79, 원고 80, 원고 81, 원고 82, 원고 83, 원고 84, 원고 85, 원고 86, 원고 87, 원고 88, 원고 89, 원고 90, 원고 91, 원고 92, 원고 93, 원고 94에게 각 15,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3. 11. 27.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통지 과정

1)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피고 평가원’이라 한다)은 고등교육법 제34조 ,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45조 제3항 제2호 에 의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시험’이라 한다)의 출제, 문제지의 인쇄, 채점 및 성적 통지, 세부시행계획의 수립 및 시행 등의 업무를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매년 수능시험을 시행하여 왔다.

2) 2013. 11. 7. 치러진 2014학년도 수능시험에는 약 60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하였고, 그중 원고들을 포함한 37,684명의 수험생들은 사회탐구영역의 선택 과목 중 세계지리를 선택하여 수능시험에 응시하였다.

3) 피고 평가원은 시험 종료 직후 세계지리 8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라 하고, 문제 내용은 별지 2 ‘이 사건 문제’ 기재와 같다)의 정답을 ‘ㄱ’, ‘ㄷ’ 지문이 포함된 ②번(이하 이 사건 문제 중 ‘ㄷ’ 지문을 ‘이 사건 지문’이라 한다)으로 하여 2014학년도 수능시험의 정답을 발표하였는데, 원고들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②번으로 기재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문제 중 지도 오른쪽 아래 부분에 표시된 ‘(2012)’를 ‘이 사건 연도 표시’라 한다].

4)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에 응시한 수험생 중 일부는 피고 평가원에 이 사건 지문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틀린 지문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다.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3. 이의심사실무위원회 및 2013. 11. 18. 이의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고, 2013. 11. 27.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이 ②번임을 전제로 원고들을 비롯한 2014학년도 수능시험 응시자들의 등급 등을 결정한 뒤 원고들에 대하여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성적을 통지하였다(이하 원고들에 대한 세계지리 과목 등급 결정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관련 행정소송의 경과

1) 이 사건 처분이 있자, 원고 49, 원고 58, 원고 89, 원고 56, 원고 29, 원고 57 등 21명은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29681호 로 피고 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소송(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을 제기하여, 이 사건 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이 사건 문제에는 출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① 이 사건 지문은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지문임에도 비교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고, 총생산액 자체가 국내총생산인지, 국민총생산, 아니면 국민총소득인지 모호하므로, 이 사건 지문은 지문 자체로 중대한 오류가 있다.

② 또한 이 사건 지문은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비교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 문제에 포함된 지도에는 2012년으로 이 사건 연도 표시가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문에서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시점은 이 사건 연도 표시에 따라 2012년이 되어야 하고, 2012년을 기준으로 할 때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총생산액이 유럽연합의 총생산액보다 많으므로, 이 사건 지문은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틀린 지문이다.

③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문은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틀린 지문으로 이 사건 문제는 정답이 없고, 피고 평가원은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할 수 없도록 문제를 출제하여 객관식 문제의 출제에 있어서 허용되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2) 서울행정법원은 2013. 12. 16. ① 교육부장관은 이 사건 처분을 한 바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의 피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관련 사건 원고들의 교육부장관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②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지문이 애매하거나 불분명하더라도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선택하지 못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관련 사건 원고들의 피고 평가원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 이 사건 문제 중 ‘ㄱ’ 지문은 명백하게 옳은 지문이고, ‘ㄴ’ 지문과 ‘ㄹ’ 지문은 명백하게 틀린 지문이지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지문은 명백하게 틀린 지문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명백하게 옳은 지문인 ‘ㄱ’이 포함되고 명백하게 틀린 지문인 ‘ㄴ’, ‘ㄹ’이 제외된 답항은 ②번밖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통해 ‘ㄱ’, ‘ㄴ’, ‘ㄹ’ 지문의 옳고 그름을 배운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이 사건 문제의 답항을 ②번으로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채택된 세계지리 교과서에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은 채 유럽연합이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라는 등의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고, 2010년 이후부터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유럽연합보다 총생산액이 더 많았으나 그 이전에는 유럽연합이 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액이 더 많았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평균 총생산액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유럽연합보다 많았지만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평균 총생산액은 유럽연합이 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많았으므로, 시기에 따라 총생산액 규모가 큰 쪽이 달라질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지문은 시기에 따라 옳은 지문이 될 수도 있고 틀린 지문이 될 수도 있을 뿐이지 어떤 경우에도 틀린 지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이 사건 문제 중 ‘ㄱ’, ‘ㄴ’, ‘ㄹ’ 지문은 이 사건 연도 표시로 되어 있는 2012년을 기준으로 하여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문이 아닌 점, 이 사건 지문 안에 2012년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문제 중 지도 오른쪽 아래 부분에 ‘(2012)’라고 표시되어 있을 뿐인 점을 보태어 보면, 반드시 이 사건 지문을 2012년을 기준으로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 중 어느 지역의 총생산액이 더 많은지를 묻는 지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3) 위 판결에 대하여 원고 49, 원고 89 등 4명이 항소하였고, 관련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2014누40724) 은 2014. 10. 16. 이 사건 지문 중 옳은 지문은 ‘ㄱ’ 지문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평가원이 ‘ㄱ’ 지문과 ‘ㄷ’ 지문이 옳다고 보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이 ②번임을 전제로 2014년도 수능시험에서의 원고들의 등급을 결정한 것은 수능시험 출제 및 채점에 있어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 중 원고들의 피고 평가원에 대한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평가원이 원고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평가원이 불복하지 않아서 2014. 11. 7.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3호증, 갑 제30호증의 1, 2, 을 제2, 3, 4, 1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 평가원은 수능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수험생의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에 오류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출제 오류임을 인식하고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가 1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출제 오류를 인정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의하면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이 사건 수능시험의 출제, 채점, 정답 결정 및 성적 통지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피고 평가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위탁기관은 민간위탁사무의 처리에 대하여 민간수탁기관에 민간위탁사무에 관하여 필요한 지시를 하거나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위 규정 제14조 제1항 ), 민간수탁기관의 사무 처리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바( 위 규정 제14조 제3항 ), 교육부장관으로서는 피고 평가원에 위탁하여 수능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수험생의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피고 평가원을 지휘, 감독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피고 평가원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원고들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일반 불법행위책임도 진다.

3. 판단

가. 시험문제의 출제 오류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기준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 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법령에 의하여 국가가 그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 있어 시험문항의 출제 및 정답 결정에 오류가 있어 이로 인하여 합격자 결정이 위법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공무원 내지 시험출제에 관여한 시험위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해당 시험의 실시목적이 시험에 응시한 개인에게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개인적 이해관계 이외에 일정한 수준의 적정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특정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그 시험의 실시에 일반 국민의 이해관계와도 관련되는 공익적 배려가 있는지 여부, 그와 같은 시험이 시험 시행 당시의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국가기관 내지 소속 공무원이 구체적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 결정, 합격 여부의 결정을 위하여 해당 시험과목별로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문제를 출제함에 있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는지 및 같은 과목의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 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제1차 시험의 오류를 주장하는 응시자 본인에게 사후에 국가가 제1차 시험의 합격을 전제로 제2차 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험 관련 공무원 혹은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시험의 출제와 정답 및 합격자 결정 등의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 등 참고).

나. 피고 평가원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

1) 인정 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 제23호증, 을 제1, 5 내지 16, 18, 19호증, 을 제20호증의 1, 2, 을 제21, 22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고, 이에 반하는 갑 제25호증의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문제의 출제 과정

(1) 피고 평가원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이 사건 수능시험 출제위원을 위촉하였다. 출제위원단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시험문항 초안을 작성하였고, 위 초안에 대하여 사회탐구영역 내 검토, 1차 검토위원과 2차 검토위원의 개별·공통검토, 영역 간 교차검토, 최종 상호검토 단계를 거쳐 시험문항이 완성되었다.

(2) 영역 간 교차검토 당시 출제위원 중 한 명이 이 사건 문제에 관하여 ‘EU와 NAFTA를 지역경제협력체라고 하였는데 그 용어가 적절한가’, ‘NAFTA가 결성되고 난 이후 멕시코로 외국에서 투자가 급증한 것이 확실한가’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검토한 결과 첫 번째 의견에 대하여는 지역경제협력체보다는 조약이나 기구, 협의체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나, 세계지리 과목의 교과서와 기출 수능문항에서 지역경제협력체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므로 지역경제협력체라는 용어를 유지하기로 합의하였고, 두 번째 의견에 대하여는 자료 조사 결과 NAFTA 결성 이후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출제 과정에서 이 사건 문제에 관하여 위 두 가지 의견 외에 다른 문제제기는 없었다.

나) 이 사건 문제의 정답 결정 과정

(1) 2013. 11. 7.부터 2013. 11. 11.까지 이 사건 문제에 관하여 3명이 6건의 이의제기를 하였는데, 그중 1명은 이 사건 문제에 오류가 없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2명은 이 사건 지문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2) 위와 같은 이의제기에 대하여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3. 외부전문가 6명 등 17명의 참석위원이 출석한 가운데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위 위원회에서 16명은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1명은 이 사건 지문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이의심사실무위원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3)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4. 한국경제지리학회 및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이 사건 문제의 정답, 이 사건 연도 표시의 의미, 이 사건 지문의 진위 여부 등에 관하여 자문을 요청하였고, 한국경제지리학회 및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는 2013. 11. 15. 피고 평가원에 별지 3 ‘학회의 의견’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보냈다.

(4)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8. 이의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다) 이 사건 수능시험 세계지리 채점 결과

이 사건 문제의 정답률은 49.89%였고, 이 사건 문제에 대한 등급별 정답률은 1등급 100%, 2등급 91%, 3등급 80%, 4등급 64%, 5등급 47%, 6등급 29%, 7등급 18%, 8등급 12%, 9등급 7%였다.

라) 관련 사건 항소심판결 후의 상황

(1) 교육부와 피고 평가원은 2014. 10. 31. 관련 사건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지 않고 판결 결과를 수용하며,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하여 피해 학생들을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2) 피고 평가원은 2014. 11. 20. 세계지리 성적 재산정 결과를 발표하였고, 재산정된 세계지리 성적은 2014. 11. 20.부터 2014. 11. 26.까지 피고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및 출력할 수 있도록 하였다가, 위 기간을 2014. 12. 19.까지로 연장하였다. 피고 평가원은 2014. 11. 28. 일간신문인 ‘서울신문’에 세계지리 성적 재산정 사실 및 확인방법을 공고하였다.

(3) 교육부는 대학별로 2014학년도 전형에 지원한 학생 중 세계지리 성적이 변경된 학생의 전형 결과를 재산정하여 추가합격이 가능한 학생들에게 2014. 12. 17.부터 합격을 안내하도록 하였다.

(4) 이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별지 4 ‘원고들에 대한 구제조치’와 같이 구제조치가 시행되었다.

2) 판단

앞서 본 법리에 의할 때,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법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에 관여한 시험위원, 출제위원, 피고 평가원의 직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원고들에 대한 2014학년도 세계지리 과목 등급 결정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고, 이로 인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피고 평가원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인데, 앞서 인정한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당시 피고 평가원 외부에서 위촉된 다수의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들이 수회에 걸쳐 검토하였으나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들 사이에 이 사건 지문에 관하여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점, 이의심사실무위원회의 평가위원 17명 중 16명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점, 한국경제지리학회 및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서도 이 사건 문제의 정답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관련 행정소송의 제1심판결에서도 이 사건 문제에 출제 오류가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관련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 이 사건 문제의 출제 오류가 인정되긴 하였지만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그리고 절차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피고 평가원이 외부 출제위원들을 위촉하여 시험문항 초안을 작성하였고, 검토위원들의 수차례에 걸친 검토를 거쳐 시험문항을 완성하였으며, 이 사건 문제의 정답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자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하였고, 17명의 평가위원 중 1명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한국경제지리학회 및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자문을 요청하여 두 단체로부터 모두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제시받은 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평가원은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에 관하여 나름대로 필요하고도 가능한 조치를 다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 또한 위와 같이 피고 평가원으로부터 위촉된 전문가들 및 관련 학회의 압도적 다수가 이 사건 문제의 정답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관련 행정소송의 제1심에서도 출제 오류가 없다고 판결한 점을 고려하면, 관련 행정소송의 항소심판결 전까지는 피고 평가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 할 것이고, 관련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이에 대하여 불복하지 않고 신속하게 오답처리된 모든 수험생의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정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 평가원이 사후 구제절차를 위법하게 지연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4. 결론

따라서 피고 평가원이 이 사건 문제의 출제 및 정답 결정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전부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2] 이 사건 문제: 생략]

[[별 지 3] 학회의 의견: 생략]

[[별 지 4] 원고들에 대한 구제조치: 생략]

판사 조민석(재판장) 오대훈 정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