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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18. 10. 24. 선고 2018나29442 판결

[항공권대금환급] 확정[각공2019상,255]

판시사항

갑 등이 을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병 주식회사의 항공권을 구매하였다가 항공권 결제 후 7일 내에 항공권 구입 취소 및 환불 처리를 요청하였으나, 병 회사가 항공권 대금 중 위약금을 제외한 금액만을 갑 등에게 환급하고 을 회사는 발권대행수수료를 환급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환불위약금에 관한 약관에서 소비자가 7일 이내에 적법하게 청약철회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의 환불위약금을 공제하고 대금을 반환하도록 한 환불위약금 규정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등이 을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병 주식회사의 항공권을 구매하였다가 항공권 결제 후 7일 내에 항공권 구입 취소 및 환불 처리를 요청하였으나, 병 회사가 항공권 대금 중 위약금을 제외한 금액만을 갑 등에게 환급하고 을 회사는 발권대행수수료를 환급하지 아니한 사안이다.

갑 등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라 한다)에 따라 적법하게 청약철회를 한 경우, 을 회사는 계약상대방인 통신판매업자로서 구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병 회사는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11항 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은 대금의 범위 내에서 을 회사와 연대하여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며, 전자상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청약철회권 관련 규정의 문언, 종래 방문판매 등에 관하여 인정되던 청약철회권을 통신판매에 확대하면서 그 기간을 단축하여 규정하기에 이른 경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점과 편면적 강행법규의 의미를 고려하면, 전자상거래법 제17조 , 제18조 에서 정하는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약정은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쉽게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서는 안 되는데, 환불위약금에 관한 약관에서 소비자가 7일 이내에 적법하게 청약철회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의 환불위약금을 공제하고 대금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갑 등이 항공권 구입일로부터 7일 만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하였고, 그때는 출발일까지 40일이나 남아 있어 항공권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인 점 등에 비추어, 위 환불위약금 규정은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한 사례이다.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선경)

피고, 피항소인

웹투어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석준 외 1인)

변론종결

2018. 9. 12.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들에게, 피고 웹투어 주식회사는 각 21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7. 8. 23.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아시아나항공 주식회사는 피고 웹투어 주식회사와 연대하여 위 돈 중 각 2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7. 8. 23.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각 21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7. 8. 22.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원고들은 2017. 8. 9. 피고 웹투어 주식회사[이하 상호 중 주식회사를 ‘(주)’로 약칭한다]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http://www.webtour.com”에서 2017. 9. 25. 인천공항을 출발해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는 아시아나 601편 항공권(이하 ‘이 사건 항공권’이라 한다) 2매를 대기 예약하였다.

피고 웹투어(주)는 다음 날인 2017. 8. 10. 원고들에게, 이 사건 항공권의 좌석이 확보되어 대기 상태가 해소되었고 2017. 8. 11. 16:00까지 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예약이 자동취소됨을 안내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2017. 8. 10. 항공권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였는데, 2,344,400원(= 개인별 1,172,200원×2)은 항공요금 명목으로 피고 아시아나항공(주) 앞으로, 20,000원(= 개인별 10,000원×2)은 발권대행수수료 명목으로 피고 웹투어(주) 앞으로 결제되었다. 결제 후 곧바로 원고들 앞으로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다.

원고들은 2017. 8. 16. 피고 웹투어(주)에게 항공권 구매 취소 의사를 밝히면서 구매 취소 시 수수료 내지 위약금이 있는지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피고 웹투어(주)는 ‘취소 시 1인당 항공사 위약금 20만 원, 발권수수료 1만 원, 항공업무대행 수수료 1만 원으로 1인당 합계 22만 원의 환불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답변하였다.

원고들은 다음 날인 2017. 8. 17. 피고 웹투어(주) 사이트 내 1:1 상담코너를 이용하여, ‘전날 피고 웹투어(주)가 알려준 바와 달리 항공권 결제 후 7일 이내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라 한다)에 따라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있으며, 항공권 구입을 취소하고자 하므로 취소 및 환불 처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위 온라인 사이트의 ‘예약’ 페이지에 있는 ‘취소 및 환불 요청’ 버튼을 클릭하였다.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2017. 8. 31. 항공권 대금 2,344,200원 중 위약금 4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944,200원만을 원고들에게 환급하였고, 피고 웹투어(주)는 발권대행수수료 20,000원을 환급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에 따라 이 사건 항공권 구입에 대한 청약을 철회하였는바, 피고 웹투어(주)는 청약철회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항공권대금을 환급해야 함에도 현재까지 42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42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거래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항공권대금을 받은 자로서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11항 에 따라 위 대금 반환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진다.

나. 피고 웹투어(주)의 주장

피고 웹투어(주)는 항공권을 대행하여 판매하는 업체일 뿐이고 항공권대금은 피고 아시아나항공(주)가 수령하였고 그 환불 위약금도 피고 아시아나항공(주)가 정한 바에 따라 안내한 것이므로 피고 웹투어(주)는 이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원고가 피고 웹투어(주)에게 지급한 발권대행수수료 2만 원은 발권대행 용역에 대한 대가로서 그 용역의 제공이 완료되었으므로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5호 에 따라 그에 대한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

다.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의 주장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항공권구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피고 웹투어(주)의 대금 환급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다.

원고들이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은 예약일인 2017. 8. 9.이고, 그로부터 7일이 지난 2017. 8. 17. 청약철회를 하였으므로 청약철회 기간이 도과하였다.

더불어 원고들은 출발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차등이 있는 환불위약금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매하였고, 출발일까지 남은 기간이 21일 내지 40일에 해당하여 그 기간의 위약금 20만 원이 부과된 것으로 구매대금에 비하여 위약금이 과다하지 않은 점, 항공권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재판매가 어려워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과 피고 웹투어(주) 사이의 환불위약금에 관한 약정은 전자상거래법 제35조 에서 정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하다.

3. 판단

가. 청약철회로 인한 대금 반환 책임의 주체

피고들은 본인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청약철회로 인한 대금 반환 의무자가 아니라고 다투므로, 그 대금 반환의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이 사건에서는 구매의 목적물인 항공권이 표상하는 항공여객운송용역을 제공하는 자[항공사인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와 항공권 판매행위를 하는 자[여행사인 피고 웹투어(주)]가 다르므로, 원고들이 항공권구매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가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이 피고 웹투어(주)의 웹사이트에서 이 사건 항공권을 구매하였고, 위 웹사이트에는 항공권의 가격과 내용(비행 일시 및 노선, 좌석 종류, 탑승 등에 관한 정보), 항공권 구매에 관한 계약 내용(대금 결제방법, 향후 여정 변경, 환불 시 수수료 등)이 모두 나와 있고, 예약 및 대금의 결제가 모두 위 웹사이트상에서 이루어지는 사실, 피고 웹투어(주)는 원고들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에 원고들의 이름이 기재된 항공권의 발권을 의뢰하며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에서 전자항공권을 발행하여 피고 웹투어(주)로 송신하면 피고 웹투어(주)는 이것을 원고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거나 피고 웹투어(주)의 웹사이트를 통해 출력할 수 있도록 하여 원고들에게 제공하는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항공권 구매 과정에서 한 번도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와 접촉할 필요가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경우 그 여정 변경이나 환불 등은 모두 여행사를 통하도록 되어 있고 항공사에 직접 연락하면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원고들 역시 피고 웹투어(주)에게 환불 요청을 하였다], 여행사에서 고객을 모집하여 발권을 의뢰하는 경우 항공사에서 계약 체결을 거부하며 발권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전자상거래의 경우 소비자로서는 통상 발권 후 계약 변경이나 취소를 애초에 전자상거래를 한 웹사이트에서 하려고 하며, 이것이 소비자 보호와 일반적인 거래 관념에도 부합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항공권구매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웹투어(주)이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피고 웹투어(주)와의 계약에 따라 피고 웹투어(주)가 판매하여 발권된 항공권을 소지하는 고객에게 그에 따른 용역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라고 봄이 상당하다.

더불어 이 사건 항공권 구매대금 중 항공권대금 부분은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주) 앞으로, 발권대행수수료는 피고 웹투어(주) 앞으로 결제되었지만, 그 명목을 불문하고 그 합계액이 항공권구매계약의 대금이라고 보아야 하며(상인이 물건을 판매할 경우 판매대금에 물건과 판매활동의 대가가 모두 포함되어 일체를 이루는 것이지 물건가격과 판매활동의 가격이 분리되어 따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피고 웹투어(주)가 편의상 그 대금 중 일부를 직접 피고 아시아나항공(주)가 지급받도록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이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적법하게 청약철회를 한 경우, 피고 웹투어(주)는 계약상대방인 통신판매업자로서 그 구매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11항 에 따라 자신이 지급받은 대금의 범위 내에서 피고 웹투어(주)와 연대하여 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피고 웹투어(주)가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의 발권 업무를 대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거나 피고 웹투어(주)가 판매하는 것은 발권대행 용역으로서 발권이 이루어진 이상 통신판매가 종료되어 그 부분은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들이 청약 철회 기간 내 청약 철회를 하였는지 여부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면,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제13조 제2항 에 따른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 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공급이 시작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하여야 한다. 한편 같은 법 제13조 제2항 은, 통신판매업자는 계약이 체결되면 소비자에게 공급자, 재화에 관한 정보, 교환·반품 등이 기재된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재화 등을 공급할 때까지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이 구매대금을 결제하고 전자항공권을 발행받은 것은 2017. 8. 10.인데, 그때 원고들과 피고 웹투어(주) 사이에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전자항공권이 발행되었을 때 계약 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았거나 제17조 제1항 단서의 재화 등의 공급이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은 그때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7.에 피고 웹투어(주)의 웹사이트에 청약철회의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 기간을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다.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원고들이 대기 예약을 한 2017. 8. 9.부터 7일의 청약철회 기간이 기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공권 예약 단계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예약취소가 가능하여 항공권구매계약이 체결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위 피고의 주장과 같이 2017. 8. 9.부터 청약철회 기간이 기산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그로부터 7일 내인 2017. 8. 16. 피고 웹투어(주)에 환불에 관하여 문의하였는데 피고 웹투어(주)가 1인당 22만 원의 환불위약금이 부과된다고 안내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부당하게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환불위약금 부과 약정이 무효임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다) 청약철회 등에 대한 방해행위로 보아 청약철회 등에 대한 방해행위가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 제3호 가 적용된다고 볼 수도 있으므로,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다. 환불위약금 규정의 무효 여부

1)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7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통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제17조 ), 그 경우 통신판매업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그 대금을 반환해 주어야 하며( 제18조 제2항 ), 공급받은 재화 등의 반환에 필요한 비용 외에 청약철회 등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제18조 제9항 ). 전자상거래법 제35조 는 위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에 관한 약관은 소비자가 7일 이내에 적법하게 청약철회권을 행사한 경우에도 일정 금액의 환불위약금을 공제하고 대금을 반환하도록 한 것인바, 위 전자상거래법에서 정한 청약철회에 관한 규정(특히 제18조 제9항 )을 위반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전자상거래법 제35조 는 “ 제17조 부터 제19조 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는바, 이는 청약철회 등의 규정을 모든 업종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음을 고려하여, 강행법규에 반하는 약정이라 하더라도 개별 사안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지 여부를 살펴본 다음 약정의 효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것이고,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에 동의하였고 이를 조건으로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였으므로 이것이 실질적으로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법 제35조 는, 전자상거래법과 달리 약정한 경우에 이것이 그 자체로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예컨대, 청약철회 기간을 7일보다 더 길게 약정한 경우)에는 유효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만 무효라는 취지의 ‘편면적 강행법규’임을 규정한 것이지, 이것이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의 주장처럼 개개 사안마다 실질적 유·불리를 따져보라는 의미로 볼 수 없다. 종래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 채무자, 보증인 등을 보호하는 규정 역시 위와 동일한 문언으로 규정되어 왔는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5조 ,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 ,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1조 등) 이것은 편면적 강행법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 통신판매에 관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되었는데, 기존에 방문판매 및 다단계판매 등에 인정되던 조건 없는 청약철회권을 새롭게 통신판매에도 인정하였다. 종래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을 인정하였던 취지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정보, 경제력, 계약 내용 결정 등 측면에서 사업자가 소비자에 비해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그로 인하여 소비자가 사업자와의 거래 시 충분히 숙고하여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적극적인 권유에 의하여 충동적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쉬우므로, 이러한 여건하에서 체결된 소비자계약을 일반 계약과 동일하게 기속시키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는 인식하에, 소비자가 계약 체결 후 자신의 구매의사를 재차 판단하여 구매의사가 변경된 경우 간편하게 당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급증하는 통신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러한 권리를 통신판매에도 새로 인정하였으며, 다만 그 거래의 특징을 고려하고 소비자 보호, 거래의 안정성,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조화롭게 도모하기 위하여 그 청약철회의 기간을 7일로 주1) 정하였다.

위와 같은 전자상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청약철회권 관련 규정의 문언, 종래 방문판매 등에 관하여 인정되던 청약철회권을 통신판매에 확대하면서 그 기간을 단축하여 규정하기에 이른 경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점과 편면적 강행법규의 의미를 고려하면, 전자상거래법 제17조 , 제18조 에서 정하는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약정은, 이것이 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쉽게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위 인정 사실과 각 증거에 의하면, 원고들은 항공사 주2) 환불규정 에 명시된 요금규정을 확인하고 그에 동의한 뒤 예약 및 대금결제를 한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항공권을 1장당 1,172,100원(항공요금 1,035,900원과 제세공과금 136,200원)에 구매하였는데 정상운임은 3,372,000원으로 많은 할인을 받았고 환불위약금이 있는 항공권은 그렇지 않은 항공권에 비하여 가격이 낮은 사실, 항공권의 경우 일반적인 재화나 용역에 비하여 시간이 경과할수록 재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는 사실과 국제적으로도 많은 항공사들이 환불위약금 부과를 조건으로 항공권을 할인판매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원고들은 항공권 구입일로부터 7일 만인 2017. 8. 17. 청약철회권을 행사하였고, 그때는 출발일인 2017. 9. 25.까지 40일이나 남아 있어 항공권 재판매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인 점(원고들이 이 사건 항공권을 구입한 시점과 청약철회 시점 사이에 항공권 재판매 가능성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청약철회권은 7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만 한정적으로 인정되는 것인 점, 할인 항공권의 경우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청약철회권 자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률에서 특별히 인정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위약금 규정을 다 고지받고 항공권을 구매하였다는 점은 청약철회권을 제한할 사정이 되지 않는 점, 청약철회 시점과 출발일이 근접한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2항 제3호 (시간이 지나 다시 판매하기 곤란할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하여 청약철회가 제한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원고들의 경우 출발일 40일 이전에 청약철회를 한 경우로서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항공권의 환불위약금 규정이 소비자인 원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사정이 명백하고 할 수 없다.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전자상거래법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에서 환불위약금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주장하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 등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면 무효라고 볼 것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보호지침,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위약금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법률에 반하는 위약금 규정이 유효해진다고 할 수 없다.

피고 아시아나항공(주)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피고 웹투어(주)는 각 아직 반환하지 않은 대금 21만 원, 피고 아시아나항공(주)는 피고 웹투어(주)와 연대하여 위 돈 중 피고 아시아나항공(주)가 수령하였던 20만 원과 각 이에 대하여 청약철회일인 2017. 8. 17.(목)부터 3영업일이 지난 다음 날인 2017. 8. 23.부터 갚는 날까지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2항 ,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의3 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은 2017. 8. 22.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피고들은 청약철회일로부터 3영업일[8. 18.(금), 8. 21.(월), 8. 22.(화)]까지 대금반환 의무가 있고 그 다음 날인 8. 23.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하므로, 1일치에 해당하는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 중 위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피고들에게 그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들의 청구가 소액 기각되는 점을 고려하여 소송 총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다.

판사 송인권(재판장) 유아람 이지영

주1) 통신판매의 경우에는 방문판매 등의 경우와 달리 비대면적 거래 형태로서 판매원의 강압이나 기만행위에 기인하여 소비자가 재화 등을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므로, 조건 없는 청약철회 기간을 너무 길게 인정할 경우 거래의 안전성을 해하고 전자상거래업자의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켜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오히려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전자상거래법 법률안(의안번호 160722) 정무위원회 심사보고서 및 회의록 참조.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016837, 2018. 10. 22. 방문)

주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항공권의 요금규정에는 취소일로부터 출발일까지의 기간에 따라 그 위약금이 차등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출발일 91일 이전에는 무료, 90일 내지 61일 전에는 11만 원, 41일 내지 21일 전에는 20만 원, 20일 내지 11일 전에는 28만 원, 출발일 10일 이후에는 36만 원이다.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4.27.선고 2017가소7387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