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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6. 18. 선고 97도2231 전원합의체 판결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외국환관리법위반][집46(1)형,654;공1998.7.15.(62),1936]

판시사항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에 규정된 '도박 기타 범죄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요건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고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의 규정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외국환관리규정(재정경제원고시 제1996-13호) 제6-15조의4 제2호 (나)목 소정의 '도박 기타 범죄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요건은, 이를 한정할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면,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로서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고 할 것인데, 외국환관리에 관한 법령의 입법 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도 그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사유인 '범죄, 도박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한 지급 등'을 허가사유로 규정한 것은 모법인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지급 등의 규제요건 및 위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외국환관리법시행령 제26조 제1항에서 규정한 허가규제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의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 것일 뿐만 아니라 위임입법의 한계도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의 각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의 각 점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북경 소재 한국대사관에 출입하며 비자발급수속대행업무를 담당하던 공소외 1와 공모하여, (1) 행사할 목적으로 1996. 6. 중순경 당시 피고인이 체류하던 중국 북경 소재 곤륜호텔 객실에서 위 공소외 1가 대한민국 시장, 군수 등 공공기관의 초청장을 이용하여 중국교포 20여 명을 한국으로 입국시키고 그 대가로 돈을 벌자고 제의하자 이를 승낙한 후, 1996. 6. 20.경 위 곤륜호텔 객실에서 한국입국을 원하는 중국교포의 현지 모집책인 중국교포 공소외 2에게 대한민국 시장, 군수 등 공공기관의 초청장을 이용하여 20여 명을 한국으로 입국시켜 줄 것이니 한국비자를 받을 경우 1인당 중국화 6만 위안을 달라고 요구하여 그 자리에서 위 공소외 2이 작성해 온 중국교포 공소외 3 등 21명의 명단과 여권 및 비자신청서류 등을 넘겨 받아 같은 날 이를 위 공소외 1에게 전달하고, 위 공소외 1는 그 무렵 백지에 경기도지사가 흑룡강성 토지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흑룡강성 거주 중국교포 23명을 15일간 초청한다는 내용의 초청장을 작성한 다음 그 밑에 경기도지사라고 기재한 후 미리 조각하여 소지하고 있던 경기도지사의 직인을 찍고 위 공소외 2으로부터 받은 21명의 명단을 그 뒷면에 편철한 후 위 경기도지사의 직인을 간인하여 공문서인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청장을 위조하고, (2) 1996. 7. 4.경 중국 북경 소재 한국대사관에서 위와 같이 위조된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청장을 마치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인 것처럼 그 정을 모르는 한국비자발급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이에 대하여, 피고인의 검찰 및 제1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검찰주사보 작성의 공소외 2과의 전화통화 내용보고는 모두 위 공소외 1와 피고인이 공모하고 공소외 2에게도 알린 범행계획은 음성군수 명의의 초청장 중 초청대상자란의 '이명준 외 2인'을 '이명준 외 22인'으로 고치고 그 뒤의 초청대상자명단도 바꿔 붙이는 방법으로 위 음성군수 명의의 초청장을 변조하여 한국비자를 발급받기로 한 것인데 위 공소외 1가 피고인으로부터 중국교포 21명의 명단과 여권 및 비자신청서류 등을 넘겨받은 후 단독으로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청장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어서,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청장 위조 및 동행사의 점에 관하여 위 공소외 1와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공모의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음성군수 명의의 초청장을 변조하기로 한 범의의 연락이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청장을 위조하는 행위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죄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후 불구속상태에 있으면서 제1심법원의 제1회 공판기일에서 변호인이 출석한 가운데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신문을 할 때에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이 없다고 진술하고, 변호인이 신문할 때에도 공소사실을 모두 시인한다고 진술함으로써, 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이에 따라 제1심법원은 이 사건을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기로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인의 위 자백이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또한 자백을 하게 된 동기와 과정 가운데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정황이 없다면, 그것은 보강증거(비자신청서류, 경기도지사 명의의 초청장사본 등:수사기록 79면 내지 136면)와 함께 위 공소사실의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 자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는 이유가 있다.

2. 외국환관리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위 공소외 1와 공모하여,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1996. 7. 4.­5.경 2회에 걸쳐 위와 같이 초청장을 위조하여 비자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위 중국교포 21명 중 19명에 대하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아 준 후 1996. 7. 4.­5.경 위 곤륜호텔에서 위 공소외 2으로부터 비자발급에 대한 대가로 미화 합계 13만 불을 교부받음으로써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한 지급 등을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이에 대하여, 검사가 피고인의 위 행위에 대하여 청구한 적용법조인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은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진술거부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고 또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사항을 형벌규정의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수권규정인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위 규정을 위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지급 등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에 의하면, 재정경제원장관은 국제수지의 균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같은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조약 및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성실한 이행 또는 국제경제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고자 하는 거주자 및 비거주자 또는 비거주자에게 지급하거나 비거주자로부터 영수하고자 하는 거주자로 하여금 당해 지급 또는 영수(이하 '지급 등'이라고 한다)를 함에 있어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구분에 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거나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고, 같은 법 제30조 제1항 제7호에 의하면 위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고 지급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외국환관리법시행령 제26조 제1항에 의하면, 재정경제원장관은 거래가 정형화되어 있어 지급 등의 목적이 분명하고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적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은 신고대상 지급 등으로, 과다한 외화유출 및 자본의 불법유출·유입의 가능성이 큰 지급 등으로서 외국환관리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급 등은 허가대상 지급 등으로 구분하여,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할 지급 등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여 고시하도록 되어 있고, 이에 따라 재정경제원장관이 고시한 외국환관리규정(재정경제원고시 제1996-13호)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에는 거주자가 범죄, 도박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한 지급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외국환관리법시행령 제26조 제2항, 제3항 및 위 외국환관리규정 제6-2조 제1항에 의하면, 위 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지급금액·지급사유와 상대방 등을 기재한 허가신청서에 지급 등의 사유와 금액을 입증하는 서류 등을 첨부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위 허가신청을 받은 재정경제원장관은 당해 지급 등이 허가대상인지의 여부, 당해 지급 등의 사유와 금액 등을 심사하여 그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위 규정 등을 종합하면, 도박 기타 범죄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거주자가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거나 비거주자에게 지급하거나 또는 비거주자로부터 영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지급 등의 사유로서 당해 도박 기타 범죄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기재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하여 그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만일 위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고 위 행위 등과 관련한 지급 등을 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도박 기타 범죄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는 요건은, 이를 한정할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면,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로서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다고 할 것인데, 외국환관리에 관한 법령의 입법 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도 그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사유인 '범죄, 도박 등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관련한 지급 등'을 허가사유로 규정한 것은 모법인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지급 등의 규제요건 및 위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외국환관리법시행령 제26조 제1항에서 규정한 허가규제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

따라서,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의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 것일 뿐만 아니라 위임입법의 한계도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아니할 수 없고, 피고인이 위 규정을 위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비거주자로부터 영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외국환관리법 제30조 제1항 제7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환관리규정 제6-15조의4 제2호 (나)목의 규정을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진술거부권'의 침해 여부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살필 것도 없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죄형법정주의, 외국환관리법 제17조 제1항외국환관리법시행령 제26조 제1항의 위임범위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의 각 점에 관한 부분은 이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나머지 상고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대법관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주심)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 이임수 송진훈 서성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7.6.18.선고 97노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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