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17가합516266 손해배상(기)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최승수, 한철웅
A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선태, 김진영
2019. 5. 22.
2019. 6. 26.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5. 8. 8.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전력자원의 개발, 원자력, 수력, 양수발전 등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선박건조 및 수리판매, 원자로 관계시설 생산업, 전기공사업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2) 피고의 소송수계인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17. 4. 3. 피고로부터 분할 ·설립되면서 피고가 종전에 영위하던 사업 중 전기전자 사업부분과 관련한 권리의무를 승계하였고, 2017. 5. 2.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이하 피고, 피고의 소송수계인을 구분하지 않고 '피고'라고 한다).
나. 물품구매계약 체결 및 고압차단기반 납품 · 설치
1) 원고는 2012. 11. 21. 피고로부터 C, D 및 E, F 원자력발전소에 설치할 고압차 단기반을 구매하는 내용의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이라고 한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물품구매계약서 > 계약번호 : G 1. 품명 : C, D 및 E, F용 고압차단기반 2. 계약금액 : 38,456,000,000원 (공급가액 : 34,960,000,000원 부가세 : 3,496,000,000원 3. 계약보증금 : 3,845,600,000원 4. 납품기한 : 2014. 1. 16. ~ 2019. 12. 31. 5. 납품장소 및 조건 : C, D/ E, F 현장하차도 6. 하자보수보증금률 : 총 계약금액의 5% 6. 하자보수보증기간 : 인수통보 후 4년 이 구매계약서에는 아래 문서를 포함한다. 제1장 계약일반조건 제2장 계약특수조건 제3장 물품 및 가격명세 제4장 기술규격서 < 계약일반조건 > 제1.11조 책임 1.11.1 공급자는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공급자, 협력업체 또는 그들의 관리감독 하에 있거나 그들을 대리하는 자의 과실, 태만, 부작위 또는 고의적 행위로 인하여 발 생하는 모든 인적.물적 손해 또는 비용에 대하여 원고 및 그 종업원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그로 인한 손해 또는 비용을 배상하여야 한다. 또한, 공급자는 제3자 로부터 제기된 여하한 손해배상청구 또는 소송으로부터 공급자의 비용으로 원고 및 그 종업원을 보호, 방어 또는 배상하여 손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1.11.2 모든 종류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공급자의 계약상 총책임은 협력업체의 책임을 포함하여 총계약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한다. 단,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적 불법행 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청구와 제1.12조에 규정된 소유권 및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 한 책임은 제외한다. 1.11.3 계약서에 달리 규정되지 않는 한, 공급자의 계약상 책임은 1.12조에 규정된 보 증기간의 만료시에 종료된다. 단,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적 불법행위에 기인한 공 급자의 계약상 책임은 제외한다. 1.11.4 계약서에 달리 규정되지 않는 한, 긍급자 또한 협렵업체의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 적 불법행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급자는 원고의 결과적 손해 또는 간접 적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제1.12조 보증 1.12.1 물품 및 용역 1.12.1.1 공급자는 물품과 용역이 계약에서 의도된 목적에 적합하고, 물품의 성능과 용역의 성과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계약서에서 정한 요건에 엄격히 일치하며, 피고의 재 산에 어떠한 손해도 초래하지 않을 것임을 보증한다. 공급자는 또한 물품은 신품 이며 설계, 자재 및 작업기술에 하자가 없고, 용역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전문직무 수행기준 및 엔지니어링 원칙에 따라 수행됨을 보증한다. 1.12.1.2 원고는 하자를 발견한 경우 신속히 공급자에게 서면으로 그 하자에 대하여 통보 한다. 공급자가 원고의 통보를 접수하거나 또는 공급자가 자체적으로 하자를 발견 한 경우에, 공급자는 원고가 어떠한 시정조치를 취할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시정조치에 대한 서면 의견서를 신속히 제출하여야 한다. 공급자는 원고의 지시에 따라 신속히 하자를 시청하여야 하며, 원고의 설비사용. 하자품 제거.검사.반 환비용 등과 같은 부수적 손해를 포함하여 운임, 보험료, 관세, 노무비 등 시정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 및 하자로 기인된 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하자품은 공급 자의 재산이 되며, 공급자 비용으로 반환된다. |
2) 이후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의 내용 중 계약금액을 35,713,414,000원으로, 납품기한을 2022. 10.까지로 변경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
3) 피고는 위 계약에 따라, 하청업체인 H 주식회사(이하 'H'라고 한다)가 제작한 계기용변압기1) (Potential Transformer, 'PT') 24개를 고압차단기 반에 설치한 후, 2014. 19. 3.경 F 원자력발전소(이하 '이 사건 발전소'라고 한다)에 납품하여 설치하였다.
다. F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 사고 발생
1) 2015. 8. 8. 02:59경 피고가 이 사건 발전소에 설치한 계기용변압기 중 하나(이하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라고 한다)에서 불꽃이 일고 연기가 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같은 날 03:00경 원자로의 안전시스템에 의하여 원자로 가동이 자동으로 정지되었으며, 원고는 화재를 곧바로 진압하였다.
2) 이후 원고는 화재로 손상된 설비를 교체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을 받아 2015. 8. 28. 18:00부터 이 사건 발전소의 원자로를 재가동하였고, 2015. 8. 29. 22:00경부터 정상적인 전력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3,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가) 피고가 납품한 고압차단기반에 설치된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 제조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①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 계약일반조건(이하 '계약일반조건'이라고 한다) 제1.12.1.2조에 따라 하자 있는 물품을 공급하여 그 하자로 기인된 손실을 배상할 책임2) 또는 ②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3)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발전소에서 전력생산에 차질이 생긴 동안 판매하지 못한 전력판매 손실금이 약 33,105,000,000원 정도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중 일부로서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가) 피고가 납품한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위 물품의 결함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나) 설령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의 결함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전력판매 손실금은 계약일반조건 제1.11.4조(이하 '이 사건 면책규정'이라고 한다)가 정하는 '결과적 손해'에 해당하고, 그 제조 및 납품 과정에서 피고의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적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는지 여부
갑 제3, 6, 7, 10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I의 감정 결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의 제작과정에서의 하자로 생긴 1차 권선의 단락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판단된다.
1) 감정인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은 "NA-S03 배전반 내에 설치된 계기용변압기고압측 권선의 층간단락에서 유발된 것으로 추론된다"면서, 계기용변압기의 층간단락 원인으로는 "제작과정에서 고압측 권선 장력 불량, 작업 중 코일 손상, 1차 권선의 핀홀 또는 이물질 혼입 등에 의해 운전 중 권선의 층간단락 발생 기여인자가 내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제작 과정에서 장력불량 등 내부적으로 절연성능이 취약했던 부분이 가장 개연성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 사건 사고 원인 관련 원고의 운영상 과실 여부에 관하여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나", 배전반의 전원품질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기록장치가 없고, 배전반 모선 계기용변압기 서지보호기(Surge Suppressor)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모선의 2중화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2)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감정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약 11시간 전에 원자력발전소 반경 20km 이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뇌전현상을 사고 원인에서 배제하였고, 배전반 전압, 전류 등의 품질 관련 연속적인 기록 등 사고가능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료를 모두 확보하여 감정결과를 도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1다10319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사정들이 감정결과를 배제할 정도로 감정방법 등에 현저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는 아니다.
3) 피고는 2015. 8. 27.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의 원인과 후속 대책을 분석한 사고 분석보고서(갑 제6호증의 2)를 제출하였는데, 여기에서 피고는 AB상 계기용변압기 턴간 단락에 따른 일정시간 지속으로 내부 압력 상승에 의해 계기용변압기 소손이 발생하였고, 이후 순차적으로 B상 1차 단지 연결부 에폭시 파손 및 위치 이탈, 절연거리 감소에 따른 지락 발생, 상간 도체부 Edge로의 전이를 통한 3상 단락사고로 전이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결론을 내리면서, 코일의 표면 스크레치, 내부 VOID에 따른 지속적 부분방전, 내부 층간 및 턴간 이물질 끼임을 가능한 1차 권선 턴간 단락 원인으로 나열하였다. 또한 H가 2015. 8.경 작성한 원인분석 및 대책에 관한 보고서(갑 제7호증)에 의하더라도, H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으로 1차 권선 일부에서 단락이 발생된 상태에서 2차 전압이 상승하였고, 이후 단락부가 증가하면서 내부 압력증가로 인해 몰드가 파손되고 지락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1차 권선에 사용된 폴리에스테르 동선의 핀홀, 1차 권선 과정에서 1차 권선의 피복 손상, 몰드 내부에 보이드 및 이물질 혼입을 1차 권산 내부 단락 요인으로 추정하였다.
4) 위 각 보고서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최대한 빨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승인을 받아 이 사건 발전소를 가동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 가능성을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각 진술서(을 제13, 14호증)는 작성자가 피고 직원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믿기 어렵고, 을 제9, 10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원고가 2015. 8.경 작성한 원자로 자동정지 원인 및 대책보고서(갑 제10호증)는 그 작성자가 원고라는 점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015. 8. 26. 작성한 원전 사고 · 고장 조사 보고서(갑 제3호증)는 외부 전기적 충격이 아닌 제작, 납품 단계의 문제임을 확정할 수 있는 자료 없이 위와 같은 원고의 평가결과에 근거하여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의 내재적 절연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였을 뿐 이 사건 사고의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작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위 두 보고서의 내용은 앞서 본 원고 및 H가 작성한 각 보고서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6) 피고가 원고에게 납품한 나머지 23개의 계기용변압기에서는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가 납품된 후 약 11개월이 지나서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나아가 피고는, H는 J협회로부터 설비, 생산라인, 작업환경 등에 대하여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충족에 관한 인증을 받아 원자력발전소 설비 제작업체로 등록된 회사로,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 제조과정에서 설비, 생산라인, 작업환경 등의 불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는 주식회사 K을 품질검사 대리인으로 선임하여 하청업체로부터 부품 및 자재를 납품받을 때부터 이후 설비 제작, 납품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매번 해당 제품의 규격 및 성능에 대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에 결함이 있었다면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재하기는 어렵다. 감정인 역시 "제조 공정에서 부적합 제품이 나오더라도 최종적으로 제조사에서 검수를 하고 회사 밖으로 출하되는 제품의 불량품은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되나 전혀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계약일반조건 제1.12.1.2조에 따른 배상책임 유무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하자가 있는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를 공급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계약일반조건 제1.12.1.2.조에 따라 원고에게 하자로 기인된 손해에 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면책 항변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계약일반조건의 내용 및 을 제8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전력판매 손실금은 이 사건 면책규정이 정하는 '결과적 손해 또는 간접적 손해'에 해당하고, 이 사건 면책규정은 계약일반조건 제1.12.1.2조에 따른 배상책임에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면책규정으로 인하여, 피고에게 전력판매 손실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나아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 또는 H의 중대한 과실 도는 고의적 불법행위에 의한 경우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면책규정 적용이 배제될 여지도 없다).
가) 민법 제751조 제1항은 '재산상 손해'와 '재산 이외의 손해'를 구분하면서,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통상의 손해(제1항)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제2항)로 구분하면서, 전자는 언제나, 후자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비록 민법이 사용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이와 다른 분류기준으로, 손해는 그 객체에 따라서, ① 침해된 법익 자체에 대한 손해, 즉 권리 또는 피보호법익의 침해 그 자체를 의미하는 '직접적 손해', ② 침해사실이 있은 후에 생기게 되는 수익의 감소나 경제적인 상실로 말미암아 지출된 비용과 같이 법익침해의 결과로 피해자의 다른 법익에 발생한 결과적 손해를 의미하는 '간접적 손해'로 분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류에 따르면, 원고가 주장하는 전력판매 손실금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일실이익으로 위 간접적 손해(또는 결과적 손해)에 해당한다.
나) 실제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전에 다른 물품에 관하여 체결된 물품구매계약 일반조건들 역시 제1.11.4조에서 결과적 손해 또는 간접적 손해에 관한 면책규정을 정하면서, 그 예시로 '원고의 수익 또는 수입상의 손실, 발전소 운전정지 또는 정격출력운전불능으로 인한 손실, 대체 전력 비용, 수용가의 손해배상청구'를 나열하고 있다. 여기에 나열된 손해들은 앞서 본 간접적 손해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것들로,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역시 앞서 본 손해의 객체에 따른 분류와 같은 의미로 '결과적 손해 또는 간접적 손해'를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면책규정이 여전히 '결과적 손해 또는 간접적 손해'라는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이상, 발전소 운전정지로 인한 손실 등을 그 예시로 나열하는 부분을 삭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와 피고가 전력판매 손실을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계약일반조건 제1.11.1조는 피고가 이 사건 물품구매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면서, 제1.11.2조는 손해배상 책임의 액수를 총 계약금액의 한도 내로, 제1.11.3조는 손해배상책임의 기간을 보증기간 만료 시까지로, 제1.11.4조(이 사건 면책규정)는 손해배상의 대상을 각 한정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 납품된 일부 부품으로 인해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를 수 있는바, 피고의 과대한 손해배상의무 부담을 덜어주고, 그 결과 원고도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부품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하여 위와 같이 손해배상을 한정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면책조항이 계약일반조건 제1.12.1.2조에 따른 배상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위와 같은 이 사건 면책조항의 취지가 완전히 몰각되어 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 유무
1) 피고가 결함이 있는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를 사용하여 원고에게 고압차단기반을 납품 · 설치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의 결함을 피고가 납품 · 설치한 고압차단기반의 결함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일응 피고는 위 고압차단기반의 제조업자로서 제조물 책임법 제3제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의무가 있다.
2) 그러나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은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배상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고,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는 제조물 자체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영업 손실로 인한 손해도 포함되므로 그로 인한 손해는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24 판결 등 참조).
3)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발전소는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 등의 제반 설비가 기능적으로 일체화되어 가동되는 시설로서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자동적으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발전소의 원자로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발생하는 영업 손실 상당의 손해인 전력판매 손실금은 이 사건 계기용변압기의 결함으로 인하여 논리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손해로서 제조물 그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해당하여 제조물 책임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와 전제가 다른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지철
판사 이승엽
판사 강현준
1) 고전압(14,440V)을 저전압(120V)으로 변환시켜 각종 지시계에 전압신호를 전달하는 기기
2) 원고는 2017. 7. 6.자 준비서면에서 계약일반조건 제1.11.1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3) 제3조(제조물 책임)
①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 ·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