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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01. 2. 27. 선고 2000나8863 판결 : 확정

[보증채무금][하집2001-1,86]

판시사항

[1]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의 의의 및 법률적 특성

[2]독립적 은행보증거래 중 간접보증에 있어서 수익자에게 보증서를 발급한 은행(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수익자의 지급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수익자의 청구에 응한 경우 구상보증서의 발급은행(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섭외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흠결 또는 그 존재에 관한 자료의 미제출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법원)

[4]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법령을 준거법으로 정한 독립적 은행보증에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시한 서류의 제시가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인지 여부에 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법령 자료가 없으나,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근거로 서류의 제시가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이 아니라고 한 사례

[5]독립적 은행보증 중 간접보증의 경우에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에게 보증금 지급청구를 한 경우, 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청구가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보증신용장에 적용되는 신용장통일규칙의 법리가 원용되는지 여부(적극)

[6]독립적 은행보증에 있어서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보증인이 보증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보증의뢰인이 보증은행에 대하여 보증금 지급거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주채무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보증의뢰인)와 채권자(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그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인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의 경우,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그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 점에서 이러한 은행보증은 수익자와 보증의뢰인과의 원인관계와는 단절된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가진다.

[2]독립적 은행보증거래에 있어 은행은 그 보증서를 심사함에 있어 수익자가 보증서의 조건과 일치되는 청구를 하였는지를 국제적인 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banking standard)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하고, 간접보증의 경우 수익자에게 보증서를 발급한 은행(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은 수익자의 보증서에 기한 지급 청구를 위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심사한 결과 그 청구가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명백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닌 한 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야 할 것이고, 만약 위 은행이 수익자의 청구가 그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청구로서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를 거절하지 아니한 채 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였다면 제2차 보증서에 기하여 구상보증서의 발급은행에게 구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3]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유추되어야 할 것이다.

[4]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법령을 준거법으로 정한 독립적 은행보증에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시한 서류의 제시가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인지 여부에 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법령 자료가 없으나,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시한 서류의 제시가 없음에도 보증인에게 보증금지급을 명하였다면 위 위원회는 자국의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추정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령에 의하면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시한 서류의 제시가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이 아니라고 한 사례.

[5]국제적인 표준은행관행에 비추어 독립적 은행보증을 둘러싼 거래의 경우 보증신용장(Standby Letter of Credit)과 유사한 기준과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이 상당하고, 위와 같은 은행보증의 유형 중 간접보증의 경우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에게 제1차 보증서상 수익자의 청구에 기하여 제2차 보증서의 보증금 지급청구를 한 경우 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으로서는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정하여 통보한 기간 또는 그 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다면 국제적 은행관행에 비추어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청구가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만약 하자가 있고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면 그 하자를 보완하도록 요구하고, 보완이 불가능한 것이면 하자의 내용을 적시한 후 즉시 지급을 거절하는 통지를 하여야 할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통지를 하지 아니하고 하자도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차후에 그와 같은 하자를 이유로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의 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은행보증에관한통일규칙(Uniform Rules for Demand Guarantees, 줄여서 'URDG'라 한다, ICC Pub. No. 458, 1992. 4.)은 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UCP 500: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1993 Revision, ICC Pub. No. 500, Effective January 1, 1994) 제14조는 "신용장 개설은행이 제시된 서류의 불일치를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체 없이 제시인에게 그 불일치 사항을 통지하고 서류를 반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개설은행은 그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담고 있고, 국제적인 은행거래에서 이와 같은 표준관행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논리를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원용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6]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 내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적용까지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수익자가 실제에 있어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은행보증의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이는 권리남용의 경우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보증의뢰인과 보증인 사이의 은행보증서의 발행을 위한 보증의뢰계약은 그 보증에 따른 사무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다름 아닌 것으로서, 보증인은 그 수임인으로서 상대방인 보증의뢰인의 당해 보증서에 관한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따라서 보증인은 특히 수익자의 보증금 지급청구가 권리남용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보증의뢰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마땅히 그 지급을 거절하여야 할 보증의뢰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그 반면에 보증의뢰인으로서도 보증인에 대하여 위와 같이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임이 명백하다는 것을 입증하여 그 보증금의 지급거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간접보증에 있어서 위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권리남용의 요건이 수익자와 제2은행에 공통적으로 존재하여야 제1은행이 제2은행의 구상권 행사에 대항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즉, 수익자가 권리남용의 보증금청구를 하였고 제2은행이 그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수익자의 권리남용적 청구에 가담하였거나 적어도 그렇게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 보증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제1은행은 제2은행의 구상금지급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원고,피항소인

알라지 뱅킹 앤드 인베스트먼트 코포레이션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정수 외 1인)

피고,항소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세기 담당변호사 이사철 외 5인)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세아중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김태훈)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금 285만 $ 및 이에 대하여 1998. 7. 19.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갑 제6호증, 을나 제1호증, 을나 제3호증의 1 내지 을나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각 인정할 수 있다.

가.피고 보조참가인(변경 전 상호는 해덕기계 주식회사, 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은 1991. 12. 18.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의 소외 아라비안 파이프 컴퍼니(Arabian Pipes Co., 이하 '아랍파이프'라 한다)와 사이에 보조참가인이 위 아랍파이프에게 구경 6″내지 20″의 강관을 생산할 수 있는 조관기 설비 일체를 납품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보조참가인은 위 설비의 설계,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를 부담하고, 대금은 미화 금 2,850만 $, 납기는 계약일로부터 20개월 내에 조관기 설비 일체의 인도를 완료하고, 35개월 되는 때에 시운전을 완료하는 것으로 위 시운전에는 무부하시험, 부하시험, 최종인수시험의 3단계로 구분되고, 이 중 최종인수시험은 위 설비에 코일을 장입하여 강관을 실제 생산함으로써 계약서에 명시된 성능보장 사항을 보증하는 확인절차를 말한다.

나.이 사건 계약에서는 하자보증(Defect Bond Guarantee) 명목으로 보조참가인의 국가 내 은행이 발행한 보증서를 요구하면서 위 은행이 위 보증서를 발행하면 아랍파이프가 보조참가인에게 잔금으로 계약가의 10%인 미화 금 285만 $를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아랍파이프는 1992. 12. 5. 보조참가인에게 위 조관기에서 생산된 강관이 에이피아이(API, 미국석유협회) 및 아람코(ARAMCO, 사우디 석유회사)의 검사에 합격한 인증서를 요구함과 더불어 이 사건 계약에서 요구한 위 보증서를 원고가 아랍파이프를 수익자로 하여 발급하고, 원고가 아랍파이프에게 위 보증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면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면서 위 하자보증서를 선수금지급보증서(Advanced Payment Guarantee)라고 표현하였고, 보조참가인은 위 요청을 수락하였다.

라.보조참가인으로부터 보증서발급요청을 받은 피고는 1995. 12. 15. 원고에게, 원고가 아랍파이프를 위하여 미화 금 285만 $의 1996. 1. 1.부터 1년간 유효한 선수금지급보증서(이하 '1차 보증서'라고 한다)를 발행하여 주도록 요청하면서, 원고가 위 보증서에 따라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피고가 이를 지급하여 준다는 면책보증서(Counter-Indemnity, 이하 '2차 보증서'라고 한다)를 발급하였고, 원고의 1차 보증서는 다음의 양식으로 발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1차 보증서의 양식-

(1)우리는 아랍파이프에게 어떠한 이의제기도 없이 총계약가의 10%인 미화 금 285만 $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보증합니다.

(2)우리는 본 보증서의 유효기간 내에 보조참가인이 공급, 설치, 시운전한 조관기, 후처리설비, 시험설비를 이용하여 아랍파이프가 API X-70 및 ARAMCO 규정에 따라 6″내지 20″짜리 강관을 생산하지 못하거나 ARAMCO/API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귀사의 절대적인 판단에 따른 최초의 서면통지가 있으면, 위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귀사가 청구하는 금원을 지급할 것을 무조건적으로 보증합니다(We hereby unconditionally guarantee to put under your disposal an amount not exceeding the above mentioned figure upon receiving your first written notice during the validity of this guarantee according to your absolute judgment of a failure in meeting that Arabian Pipes Company can and able to produce size 6 inch-20 inch pipes according to API X-70 and ARAMCO specification and able to pass ARAMCO/API inspection using the Tube Mill Finishing Line Equipment and Laboratory Equipment supplied, installed, commissioned by Haiduk Machinery Co. Ltd.).

(3) 이 보증서의 유효기간은 1996. 12. 31.까지이고, 이 보증서의 해석에 관한 어떠한 분쟁도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의 법령에 따라 특히 재정경제부에서 1408. 2. 4.(해지라력) 공고한 규정번호 16/67의 보증서 규정에 의한다.

마.원고는 1995. 12. 24. 아랍파이프를 수익자로 하는 위 요청과 같은 내용의 1차 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바.아랍파이프는 1996. 12.초 원고에게 1차 보증서의 유효기간을 1997. 12. 31.까지로 연장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위 요청을 받은 원고는 1996. 12. 9.과 같은 달 24. 피고에게 위 1차 보증서의 유효기간을 아랍파이프의 요청대로 연장할 테니 2차 보증서의 유효기간을 1998. 1. 15.까지로 연장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사.그러자 아랍파이프는 1996. 12. 24. 원고에게, 원고가 1996. 12. 28.까지 1차 보증서의 유효기간 연장에 대하여 확인하여 주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 서신을 위 보증서에 따른 공식청구로 간주하고 미화 금 285만 $를 지급하여 달라는 내용의 서면(pay or extend)을 원고에게 보냈고, 이에 원고도 1996. 12. 26. 피고에게, 1차 보증서의 유효기간을 1997. 12. 31.까지 연장할 테니 보조참가인과 접촉하여 2차 보증서의 유효기간을 1998. 1. 15.까지 연장하여 달라고 요청하면서 만약 피고가 1996. 12. 28.까지 2차 보증서의 유효기간 연장에 대하여 확인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 전문을 2차 보증서에 기한 공식 청구로 간주하고 미화 금 285만 $를 원고에게 지급하여 달라는 내용의 전문을 보냈다.

아.피고는 위 1996. 12. 28.까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다가 1997. 1. 3.과 같은 달 15. 원고에게, 아랍파이프가 무슨 이유로 연장을 원하는지 알고 싶으며,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으며 다만, API X-70 규격에 의한 제품을 생산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는 아랍파이프가 판매처로부터 이의 주문을 받지 못하였고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소재를 보조참가인에게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므로, 보조참가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신을 보냈다.

자. 아랍파이프는 원고가 위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왕국 리야드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원고를 상대로 제소하였고, 원고는 아랍파이프의 보증금청구가 1차 보증서에서 정한 형식에 위반되고 보조참가인이 채무불이행을 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으나, 위 위원회는 1998. 1. 1. 원고는 아랍파이프에게 위 금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1998. 7. 19. 아랍파이프에게 미화 금 285만 $를 지급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원고는, 원고가 1차 보증서에 따라 아랍파이프에게 위 보증금을 지급하였으니 피고는 2차 보증서에 따라 원고에게 그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이에 대하여 피고 또는 보조참가인(이하 '피고들'이라고 한다)은, ① 위 1차 보증서에 의하면, 아랍파이프가 원고에게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의 내용을 명시한 서면통지를 한 경우에 원고는 위 보증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인데, 아랍파이프는 원고에게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 내용을 명시한 통지를 한 바 없으므로 원고는 아랍파이프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음에도 이를 지급하였으니,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증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② 보조참가인이 아랍파이프에게 이 사건 계약에 의한 채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에도 아랍파이프가 1차 보증서에 기한 보증금청구를 하였으니 이는 사위에 기한 청구 또는 권리남용의 청구로써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아랍파이프에게 위 보증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이를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③ 이 법원이 피고에 대하여 위 보증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한 바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보증서의 법적 성질과 형식

(1)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1, 2차 보증서는 그 문언상 보증의뢰인인 보조참가인이 수익자인 아랍파이프와의 계약조건의 어느 것이라도 불이행하였다고 수익자인 아랍파이프가 그 절대적 판단에 따라 결정한 때에는 보증인인 원고는 아랍파이프의 서면에 의한 청구가 있으면 즉시 그 보증금을 지급하고, 원고가 지급을 하는 경우의 그 구상권 행사를 피고가 보증하겠다는 것으로서, 보증인의 지급의무의 성질이 무조건적이고 보증인이 주장할 수 있는 어떠한 면책사유로도 대항하지 않겠다는 것임이 분명하고, 따라서 이는 주채무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부종성을 지니는 통상의 보증이 아니라, 주채무자(보증의뢰인)와 채권자(수익자) 사이의 원인관계와는 독립되어 그 원인관계에 기한 사유로서는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인의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으로서, 이러한 은행보증의 보증인으로서는 수익자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보증의뢰인이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그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 점에서 이러한 은행보증은 수익자와 보증의뢰인과의 원인관계와는 단절된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가진다(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43873 판결 [공1995상, 437] 참조).

(2)이러한 은행보증에는 보증인이 보증의뢰인의 의뢰를 받아 직접 수익자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보증을 하는 경우(이른바, 직접보증)와 보증의뢰인이 은행(제1은행)에 보증을 의뢰하면 제1은행이 다시 제2은행(대체로 수익자의 국가에 있는 은행이다)에게 수익자에 대한 보증을 의뢰하고, 제1은행은 제2은행이 지급을 하는 경우 그 구상권 행사를 보증하는 경우(이른바, 간접보증 또는 역보증)가 있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위 간접보증의 경우에 해당한다.

나. 독립적 은행보증에 있어 은행의 조사의무와 그 한계

독립적 은행보증거래에 있어 은행은 그 보증서를 심사함에 있어 수익자가 보증서의 조건과 일치되는 청구를 하였는지를 국제적인 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banking standard)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하고, 이 사건과 같은 간접보증의 경우 수익자에게 보증서를 발급한 은행(이 사건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인 원고 은행)의 경우 수익자의 보증서에 기한 지급 청구를 위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심사한 결과 그 청구가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명백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닌 한 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야 할 것이고, 만약 위 은행이 수익자의 청구가 그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청구로서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를 거절하지 아니한 채 채권자의 청구에 응하였다면 제2차 보증서에 기하여 피고와 같은 구상보증서의 발급은행에게 구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채무불이행 사실을 적시한 서류의 제시가 이 사건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인지 여부

(1) 준거법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1차 보증서의 준거법은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의 법령이고, 특히 위 왕국 재정경제부 1408. 2. 4.(해지라력) 공고 규정번호 16/67의 보증서 규정에 의하게 되어 있는데, 위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증서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은 독립적 은행보증(first demand bank guarantee)의 경우에 과연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의 통지가 필요한지 여부와 그것이 지급청구의 요건인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기타 다른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법령에 관하여는 기록상 자료가 없다).

나아가, 위 보증서규정은 이 사건의 경우 보증서의 문언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절대적인 판단에 따른 최초의 서면통지(your first written notice … according to your absolute judgment of a failure…)"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담고 있어야만 채권자의 보증서에 기한 청구가 적법하게 되는 은행보증의 유형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이 점에 관한 다른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와 같이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 유추되어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공2000하, 1593] 참조}, 그러한 의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체적인 법체계에 비추어 조리에 기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다만, 피고의 주장과 같이, 국제적인 은행거래관습에 비추어 위와 같은 표현을 쓰는 경우, 은행보증의 유형 중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의 통지를 요하는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2)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내용

(가)채무불이행 사실을 적시한 서류의 제시가 이 사건 제1차 보증금 지급청구의 요건인지 여부에 관하여, 아랍파이프와 원고 사이의 보증금 청구사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나의 제7호증 영문번역본을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보증서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수익자의 절대적인 재량에 따라 첫 번째 서면통지가 지급을 요청하는 서류로서 제시되었기 때문에,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지급청구가 보증서의 요건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보증서의 양식을 불합리하게 강조하는 것이다. 이 사건 은행보증서에 있어 위와 같은 의무의 표현은 단지 이행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보증서의 유형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고, 그것이 지급 요청을 위한 조건이나 혹은 지급 요청시 반드시 제시되어져야 하는 서류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된다." (을나 제7호증 영문번역본에 대한 피고 제출의 국문번역본은 오역으로 보인다).

(나)즉,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이 사건 제1차 보증서에 기한 지급청구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시한 서류의 제시가 지급청구의 요건사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아랍파이프에 대하여 원고 은행의 무조건적인 지급을 명하였다.

(다)갑 제5 내지 7,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사우디아라비아 금융청 산하에 동 왕국 내에서 금융기관과 고객과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1407(H) 7월 10일자 칙령 제729/8호에 의하여 설립되어 위 왕국 내에서 금융기관 간, 또는 금융기관과 그 고객 사이의 금융관련 분쟁에 관하여 전속적인 관할권을 가지고, 그 결정은 법원의 판결과 마찬가지의 사법적 효력과 집행력을 가지며, 당사자들에 대하여 최종적이고 기속적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가 제4호증의 3, 을가 제6호증의 각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을가 제3호증의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라)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련 법령에 의하여 이 사건 보증서와 같은 경우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명시한 서류의 제시가 지급청구의 요건사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자료가 없는 이상, 위와 같은 금융분쟁에 관하여 최종적인 판단 권한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자국의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위 보증서의 문언을 해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따라서 이 사건 제1차 보증서에 기한 아랍파이프의 청구에는 그 준거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령에 의하면, 피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적시한 서류의 제시가 보증금 지급 청구의 요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가사 사우디아라비아의 법령과 국제적인 표준은행관습에 비추어 아랍파이프의 제1차 보증서에 기한 청구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소외 아랍파이프에게 이 사건 보증서에 대하여 독립적 은행보증거래에 있어 국제적인 표준은행관행(international banking standard)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한 후 위와 같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그 보증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수익자의 보증서에 기한 지급 청구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을 명백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위 아랍파이프의 청구가 지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를 원고도 알고서 지급에 응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나아가 국제적인 표준은행관행에 비추어 이 사건과 같은 독립적 은행보증을 둘러싼 거래의 경우 보증신용장(Standby Letter of Credit)과 유사한 기준과 법리가 적용되어야 함이 상당하고, 위와 같은 은행보증의 유형 중 간접보증의 경우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사건 원고)이 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사건 피고)에게 제1차 보증서상 수익자의 청구에 기하여 제2차 보증서의 보증금 지급청구를 한 경우 제2차 보증서의 보증인으로서는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이 사건 원고)이 정하여 통보한 기간 또는 그 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다면 국제적 은행관행에 비추어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청구가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만약 하자가 있으면 그 하자가 치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면 그 하자를 보완하도록 요구하고, 보완이 불가능한 것이면 하자의 내용을 적시한 후 즉시 지급을 거절하는 통지를 하여야 할 것이고, 만약 그와 같은 통지를 하지 아니하고 하자도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차후에 그와 같은 하자를 이유로 제1차 보증서의 보증인인 원고의 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은행보증에 관한 통일규칙(Uniform Rules for Demand Guarantees, 줄여서 URDG라 한다, ICC Pub. No. 458, 1992.4.)은 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UCP 500: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1993 Revision, ICC Pub. No. 500, Effective January 1, 1994) 제14조는 "신용장 개설은행이 제시된 서류의 불일치를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체 없이 제시인에게 그 불일치 사항을 통지하고 서류를 반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개설은행은 그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담고 있고, 국제적인 은행거래에서 이와 같은 표준관행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논리를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원용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돌아와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1996. 12. 26. 원고로부터 pay or extend의 요청을 받고, 원고가 정한 시한인 1996. 12. 28.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다가 1997. 1. 3.과 같은 달 15. 원고에게 아랍파이프가 무슨 이유로 연장을 원하는지 알고 싶으며,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고, 불이행 부분은 보조참가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신을 보냈을 뿐 지금 이 사건 소송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적시한 문서가 은행보증서의 지급청구 요건으로서 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을 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고, 따라서 위와 같이 지급청구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하자는 차후에 따로 주장하지 못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에 관하여 보아도 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라. 독립적 은행보증과 사기적인 청구 또는 권리남용의 청구

(1)그러나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 내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적용까지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수익자가 실제에 있어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은행보증의 추상성 내지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인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이는 권리남용의 경우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인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보증의뢰인과 보증인 사이의 은행보증서의 발행을 위한 보증의뢰계약은 그 보증에 따른 사무처리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다름 아닌 것으로서, 보증인은 그 수임인으로서 상대방인 보증의뢰인의 당해 보증서에 관한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따라서 보증인은 특히 수익자의 보증금 지급청구가 권리남용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보증의뢰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마땅히 그 지급을 거절하여야 할 보증의뢰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그 반면에 보증의뢰인으로서도 보증인에 대하여 위와 같이 수익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임이 명백하다는 것을 입증하여 그 보증금의 지급거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위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43873 판결 참조).

(2)한편, 이 사건과 같은 간접보증에 있어서 위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권리남용의 요건이 수익자와 제2은행(이 사건에서의 원고)에 공통적으로 존재하여야 제1은행(이 사건에서의 피고)이 제2은행의 구상권 행사에 대항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즉, 수익자가 권리남용의 보증금청구를 하였고 제2은행이 그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수익자의 권리남용적 청구에 가담하였거나 적어도 그렇게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수익자의 청구에 응하여 보증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제1은행은 제2은행의 구상금지급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화환신용장거래에 있어서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3713 판결 등 참조, 독립적 은행보증의 경우 이른바, 보증신용장과 대체로 동일한 법리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위 대법원판결에서 말하는 권리남용의 법리는 화환신용장뿐 아니라 보증신용장과 독립적 은행보증에도 적용된다고 볼 것이다).

(3)이 사건에서 보건대, 위 각 증거와 을나 제2호증의 1 내지 3, 을나 제8호증, 을나 제10호증 내지 을나 제11호증의 2의 각 기재(다만, 을나 제11호증의 1의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와 원심 증인 이종길, 이정섭, 한승재의 각 증언(다만, 위 각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각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면, 보조참가인은 1991. 12. 18.부터 위 조관기 설비를 제작하여 선적하였으며, 1994. 12. 31.까지 위 설비의 설치를 완료하고 1996. 6. 10.경 위 API의 인증을 획득하였고, 1996. 3. 18. 위 ARAMCO의 인증을 획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조관기 설비로 1차 보증서의 유효기간 내에 API X-70 규격에 의한 제품을 생산하지는 못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이고(다만, 그것이 아랍파이프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어서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지 여부는 아랍파이프와 보조참가인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랍파이프의 청구가 위 1차 보증서의 성질을 악용한 청구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나아가 원고가 아랍파이프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거기에 가담하였거나 적어도 그렇게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그 청구에 응하여 위 보증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위 위원회에서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동일한 이유를 들어 아랍파이프의 주장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결국 패소하였다는 점은 앞서 본 바이고, 원심 증인 한승재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원고는 1997. 11.경 피고에게 아랍파이프가 위 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을 통지하였으나 피고들은 아랍파이프의 소제기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원고에게 제공하지 아니한 사실(아랍파이프의 보증금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면 그에 대한 자료는 원고보다 피고들이 쉽게 제출할 수 있을 것인데 피고들이 이를 제공하지 않아서 원고는 그에 대한 입증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사기적인 청구라고 볼 수는 없고,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을나 제11호증의 1의 일부 기재, 원심 증인 이종길, 이정섭, 한승재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4)따라서 피고의 위 원고의 청구가 사기거래 혹은 권리남용의 법리에 의하여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 가처분결정에 대하여

을가 제1호증(을나 제9호증과 같다)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면, 보조참가인은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에 보증금지급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1999. 2. 1. 이 법원으로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2차 보증서에 기한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거나 지급채무의 존재를 승인하거나 그 밖에 지급 또는 지급채무의 승인과 같은 효과를 갖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가처분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은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가처분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3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지급을 구하는 것을 불허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는 1차 보증서에 따라 아랍파이프에게 위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위 보증금을 지급한 이상 피고는 2차 보증서에 따라 원고에게 그 금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바,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금 285만 $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위 금원을 아랍파이프에게 지급한 날인 1998. 7. 19.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원심판결선고일인 2000. 1. 14.까지는 상법 소정 연 6%,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세빈(재판장) 이상주 채동헌

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1.14.선고 99가합1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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