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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09. 9. 29. 선고 2009나5421 판결

[임대차보증금][미간행]

원고, 항소인

영남상호저축은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백진규)

피고, 피항소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병주)

변론종결

2009. 9. 1.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소외 1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5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07. 5. 2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1, 2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소외 2는 2006. 1. 20. 소외 1과 사이에 소외 1 소유인 진해시 ○○동 (이하지번 생략) 소재 ○○종합병원 장례식장 및 매점(이하 ‘이 사건 건물 부분’이라 한다)을 임대차보증금 5억 원, 임대차기간 2006. 1. 25.부터 2008. 1. 24.까지로 정하여 임차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나. 피고는 2006. 1. 25. 소외 1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소외 2, 주계약을 이 사건 임대차계약, 보험가입금액을 5억 원, 보험기간을 2006. 1. 25.부터 2008. 1. 24.까지로 하여 보험기간 중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5억 원의 반환을 보증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고가 보험금 수령권자로 지정된 질권자 주1) 원고 에게 직접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이행보증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2006. 1. 26. 소외 1의 동의하에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받고,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제공받은 후 소외 2에게 4억 2,000만 원을 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하였는데, 소외 2는 2007. 4. 26.부터 위 대출금 이자의 지급을 연체하였고, 소외 1도 2007. 6. 22. 당좌거래정지를 당하자 원고는 2007. 12. 13.경 피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소외 2가 위 대출금 이자의 지급을 연체하였고, 소외 1이 당좌거래정지를 당하는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으로 임차보증금 5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 2와 소외 1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임대차보증금이 수수된바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목적으로 체결된 허위의 임대차계약으로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상법 제644조 본문, 제659조 에 의하여 보험자인 피고가 면책된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통정허위표시가 아니므로 무효가 아닐 뿐 아니라, 설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받고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상의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받은 원고는 선의의 제3자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허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원고로 하여금 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불법행위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보험금청구에 대한 판단

가. 통정허위표시 여부 및 보증보험계약의 효력

(1) 앞서 든 증거 및 제1심 증인 소외 3, 당심 증인 소외 1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건물 부분은 소외 3이 2004. 8. 15.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정하여 임차한 후 2007. 3.경 소외 1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이 부도날 때까지 점유·사용한 사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는 병원장인 소외 1과 행정원장으로 병원의 행정업무를 도맡아 오던 소외 2가 통모하여 실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대차 보증금을 수수함이 없이 원고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하여 허위로 작성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갑5호증의 2, 을3호증의 1의 각 기재만으로 위 인정을 뒤집기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으므로,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계약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2) 그런데, 보증보험이란 피보험자와 어떠한 법률관계를 가진 보험계약자(주계약상의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보험자(주계약상의 채권자)가 입게 될 손해의 전보를 보험자가 인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손해보험으로서, 형식적으로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이나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 등의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보험계약자가 주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약관의 정하는 바에 따라 그리고 그 보험계약금액의 범위 내에서 보상하는 것이고,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민법의 보증에 관한 규정이 보증보험계약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다2026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주계약인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무효인 이상 보증채무의 부종성 법리에 따라 무효로 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선의의 제3자인지 여부

(1)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허위표시에 의하여 외형상 형성된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허위표시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허위표시의 무효를 대항하지 못한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12074 판결 참조). 이처럼 허위표시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한 취지는 이를 기초로 하여 별개의 법률원인에 의하여 고유한 법률상의 이익을 갖는 법률관계에 들어간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제3자의 범위는 권리관계에 기초하여 형식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에 따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7. 6. 선고 99다51258 판결 ). 한편, 이행보증보험계약에서 주채무자에 해당하는 보험계약자가 계약체결 과정에서 보험자를 기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자가 이행보증보험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취소한 경우, 보험자가 이미 보증보험증권을 교부하여 피보험자가 그 보증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이에 터잡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미 체결한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등으로 이행보증보험계약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면 원칙적으로 그 취소로써 피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0다19281 판결 ).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고가 이행보증보험에 의하여 담보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하면서 질권 설정의 방식에 따라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직접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보험증권을 교부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사실에 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채권이 양도되면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보험금청구권도 그에 수반하여 채권양수인에게 함께 이전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대법원 1999. 6. 8. 선고 98다53707 판결 참조)을 보태어 보면, 원고는 허위표시행위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자로서 민법 제108조 제2항 소정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나아가, 원고의 선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민법 제108조 제2항 에 규정된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의로 추정되고, 제3자가 악의라는 사실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은 그 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으므로(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3013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원고의 악의를 입증하여야 하는바, 갑1호증의 1, 을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만으로는 이 사건 대출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임을 원고가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편, 민법 제108조 제2항 소정의 선의의 제3자에게는 허위표시행위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누구도 그 행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비록 피고라 할지라도 허위표시행위의 무효를 이유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주2)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역시 보증의 부종성 법리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만큼, 피고는 위와 같은 이유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의 무효로 대항할 수 없고, 결국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다. 상법 제644조 등에 의한 면책 여부

(1)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에 피고가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의 무효주장이 아닌 상법상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내세워 면책주장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나아가 살핀다.

(2) 보증보험은 통상의 보험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의미의 우연성 또는 선의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에 관한 상법의 규정들 중 위와 같은 우연성과 선의성에 바탕을 두고 있어 보증의 본질과 성격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규정들은 보증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것이 주3) 원칙이다. 그러나 보증보험 역시 보험의 일종으로서 적어도 계약 시점에서만큼은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는 우연성과 선의성은 있어야 하는 만큼 위와 같은 의미의 우연성과 선의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규정들, 즉 보험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없는 것인 경우 무효로 한다는 상법 제644조 는 보증보험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소외 1과 소외 2가 통모하여 허위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상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은 계약 당시 보험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주4) 경우 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644조 본문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점을 이유로 한 피고의 면책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상법 제659조 에 의한 면책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의 보험금지급 청구는 이유 주5) 없다.

4.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보증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으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허위로서 무효임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 역시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영(재판장) 박주영 김홍기

주1) 2007. 10. 29. 주식회사 부민상호저축은행에서 상호가 변경되었다.

주2) 이 사건의 경우 피고 역시 허위표시행위를 원인으로 새로운 법률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설사 피고가 그러한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허위표시행위를 신뢰하여 그 행위의 유효를 주장하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에게는 허위표시행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주3) 보험계약자의 사기행위에 피보험자가 공모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규정들도 그 적용이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3다3417 판결 참조).

주4)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소외 2가 소외 1에게 임대차보증금을 교부하지도 않은 이상, 소외 1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무의 불이행이라는 보험사고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주5) 다만, 원인된 법률관계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인 경우 이행보증보험의 보험적 성격을 근거로 보증보험회사의 면책을 허용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즉, 이행보증보험의 실질이 보증에 가깝고, 대출은행의 입장에서는 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의 보험사고와 완전히 동일한 경우이며, 설사 사기에 의한 보증보험계약이라 할지라도 선의의 제3자인 한 보호받을 수 있음에도 대출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단지 통정허위표시라는 이유만으로 보증보험회사가 면책된다는 것이 보증보험제도의 본지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고, 원인 법률관계의 무효사유에 따라 면책이 좌우됨으로써 이행보증보험제도의 담보적 기능을 훼손시켜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으며, 이행보증보험과 동일한 사회적 기능을 갖지만 민법상 보증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해석되는 신용보증(대법원 1987. 4. 14. 선고 85다카1851 판결, 대법원 1989. 2. 14. 선고 87다카3020 판결 등 참조)과 제3자 보호에 있어 통일되지 못한 이상한 결론에 이른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상 난점에 불구하고, ① 이행보증보험의 법적 성질을 보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순수한 민법상 보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인데, 보험사고의 발생을 전제하지 않는 보험계약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② 사기나 착오 등 후발적 사유에 의한 무효와 달리 통정허위표시로 인한 무효는 처음부터 아무런 법률관계도 존재하지 않았던 점에서 이를 사기 등의 경우와 법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과 같이 통정허위표시의 법률관계를 토대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가 복수이고 그들 사이에 허위표시행위의 유·무효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떠나 언제나 허위표시행위의 유효를 주장하는 제3자만이 보호되어야 하는 결론이 민법의 제3자 보호규정과 부합하는지 의문인 점, ④ 공적인 보증기관의 책임 아래 거래안전 및 거래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 이행보증보험이나 신용보증제도의 본지라 하더라도, 이행보증보험회사나 신용보증기관의 신용평가나 대출자조사 등 업무처리가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소액의 수수료만 지급받는 보증기관에 처음부터 실체조차 없는 거래관계까지 면밀히 조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대출금융기관의 경우 이들 기관보다는 신용평가나 대출자조사 등이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허위표시와 같은 극단적인 기망행위까지 공적 보증으로 모두 부보된다고 볼 경우, 대출기관은 신용평가나 대출자조사 등 대출심사절차를 소홀히 하기 쉽고, 부실대출의 위험을 전적으로 이행보증보험 회사 등의 담보적 기능에만 의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결국 기망적 행위로 인한 부실대출이 급증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행 법제 하에서는 이 사건과 같은 결론에 이른 데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