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미수(예비적죄명:준강제추행)
2015노161 준강간미수(예비적 죄명 : 준강제추행)
A
쌍방
김미수(기소), 최창호(공판)
변호사 C, B
2015. 7. 24.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가)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모텔에 가서 상당한 신체접촉을 할 당시 성관계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할 의사가 없었다고 다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E는 젊은 남녀들이 만나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추기도 하는 클럽형 주점으로,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도 E에서 춤을 추면서 서로의 가슴, 엉덩이 등을 만지고 키스를 하는 등 상당한 정도의 스킨쉽을 하였다는 것이다.
② E를 나올 당시는 새벽 05:00경이었고, 피고인은 수중에 돈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카드로 택시비(3,300원)와 모텔 대실료(50,000원)를 지불하면서까지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피해자를 부축해 모텔로 데리고 갔고, 모텔에 투숙한 이후에도 침대에 누워 피해자의 옷을 들어 올려 피해자의 가슴을 애무하는 등 더욱 진한 신체접촉을 하였다.
③ 피고인은 성관계를 갖지 않고 모텔에 들어간 지 불과 40분 만에 모텔을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던 상태라 여자 친구에 대한 미련도 많이 있었고, 여자 친구 이외에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져본 적도 없다. 그리고 부모님이 깨기 전에 빨리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 애무 행위를 멈추고 귀가한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고인 일행이 다 귀가한 상태에서 혼자 새벽 늦게까지 E에 남아 피해자와 춤을 추며 스킨쉽을 하고, 피해자의 카드를 사용하면서까지 술에 취한 피해자를 부축해 모텔에 갔던 피고인의 행동, 피고인의 나이 및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들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의 위 진술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피해자가 생리중이라거나 피고인이 발기가 되지 않았다는 등의 다른 이유 때문에 성관계를 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식적이다).
④ 피고인은 애초부터 성관계 의사 없이 스킨쉽만을 위해 모텔에 간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다) 원심이 판시한 사정과 함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준강간의 고의 및 그 증명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인은 E에서 피해자와 앞서 본 바와 같은 상당한 정도의 스킨쉽을 하고 나온 후 피해자를 데리고 곧장 모텔로 갔다(피고인 스스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택시를 잡아서 'V 뒤쪽으로 가자고 했다. 그쪽에 숙박업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② 피고인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데리고 모텔에 도착하여 방에 들어간 후의 신체접촉의 정도 및 과정에 대하여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 옆에서 키스를 하고, 피해자가 제 바지 벨트를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코트를 벗었고요. 피해자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제 가슴을 만졌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와 같이 침대에 누웠고, 저는 클럽에서 했던 것처럼 키스하고 피해자의 엉덩이, 가슴 등을 만졌습니다. 그때는 제가 누운 여자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는데 잠시 뒤척이다가 제가 밑에 눕고 여자가 올라와서 저에게 키스를 하고, 저는 피해자의 윗옷을 어깨까지 들어 올리고 가슴을 빨았습니다. 여자도 저의 목에 키스를 하고 상체를 만지고 목 부분을 애무하였고, 허벅지 부분을 만졌습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신체적 접촉이 심한 E에서 피해자를 만나 서 앞서 본 바와 같은 신체적 접촉을 하다가 피해자를 데리고 모텔에 온 경위 및 그로부터 추단되는 피고인의 감정상태와 피고인의 나이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정도의 신체적 접촉이 성관계 의사 없이 행한 단순한 스킨쉽에 그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③ 피고인은 검찰에서 '애무와 스킨십 과정에서는 발기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 및 피고인이 모텔 방에서 피해자와 애무를 하여 발기가 되기도 한 정도의 성적 흥분상태까지 이른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이 성관계 의사 없는 단순한 스킨쉽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
④ 피고인은 자신이 피해자의 팬티 등을 벗긴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모텔에서 깼을 당시 아무런 기억이 없었지만 자신은 평소에 속옷을 벗고 자는 적이 없는데 알몸상태였기 때문에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가 이 부분에 대하여 거짓 진술을 할 만한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보인다. 또한, 피해자가 누워있던 침대에는 상당한 양의 피해자의 생리혈이 묻어 있었고, 피고인이 모텔을 나간 후 피해자가 자신의 팬티를 벗을 만한 상황도 없다고 보인다(피해자가 술에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소변을 보기 위하여 팬티를 아예 벗어 버렸다는 것은 흔한 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를 벗겼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피고인도 검찰에서 '키스를 하고 상체부분의 스킨쉽이 이루어져 하체부분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만지지 않아서 (피해자가 팬티를 입고 있었는지 벗고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성관계 의사 없이 단순한 스킨쉽만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및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가)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고, 당시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피해자는 경찰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당시 I을 만나 J에서 술을 마시고 E에 갔던 것, E에서 술을 마시고 I과 춤을 췄던 것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피고인을 만나 춤을 춘 것, E를 나와 H모텔에 가게 된 것에 대해서는 술에 취하여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 사건 당일 14:18경까지도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진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피해자는 2014. 1. 26. 00:00경 평소 알고 지내던 I을 대전 서구에 있는 'J'라는 주점에서 만나 보드카인 앱솔루트 1,000㎖를 주문하여 나누어 마셨고, 같은 날 03:00경 I과 함께 J를 나와 인근의 'E'로 들어가서 작은 맥주 한 병과 테킬라 한 잔을 더 마셨다).
② 피해자는 E를 나올 당시(05:02경) 피고인이 옆에서 부축하지 않으면 제대로 서 있지 못하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똑바로 걷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의 소지품인 가방을 스스로 챙겨 나오지도 못하였다. H모텔 주차장에서 모텔 안으로 들어갈 당시(05:22경)에도 피해자 혼자 걷지 못하여 피고인의 부축을 받고 걸었고, 피고인의 손에 이끌려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모텔 안으로 들어와 피고인이 모텔 대실료를 결제하고 있는 동안(05:23경) 피해자는 카운터 옆 벽에 몸을 완전히 기댄 채 서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었고, 결제를 끝낸 피고인이 방으로 들어가자며 손을 내밀었음에도 손사래를 치는 정도의 행동만 하였을 뿐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여전히 몸을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모텔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당시(05:23경)에도 피해자는 제대로 걷지 못하여 휘청거렸고, 피고인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였다. 위와 같은 CCTV 영상에 나타난 이 사건 직전까지의 피해자의 모습은 술에 만취하여 거의 인사불성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가 E에서 나와 가방을 찾았던 사정,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며 이를 찾기 위해 피고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던 사정 등에 의하면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부재중전화로 남겨져 있던 피고인의 전화번호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E를 나오면서 스스로 가방을 챙겨 나오지 못할 정도로 술에 만취한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여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피해자가 모텔 객실에 들어가기 전 적극적으로 피고인에게 안기고 키스를 하는 행동을 한 점 등을 보더라도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H모텔 CCTV를 통해 확인한 영상만으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피고인에게 기댄 채 피고인의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반응 내지 호응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나) 원심이 판시한 사정과 함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아울러 고려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당심증인 I의 증언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준강간죄에 있어서 항거불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인은 E를 나올 무렵부터 피해자의 가방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가방에 있던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택시비 및 모텔 대실료를 결제하였다. 만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당시 사리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한 것이 아니라면, 여성인 피해자가 처음 만난 남성에게 자신의 가방을 맡기고 그로 하여금 자신의 신용카드로 택시비나 모텔 대실료를 결제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더욱이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전에 뚜렷하게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②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E를 나온 때부터 피고인이 혼자 모텔을 나올 때까지 피해자가 한 말은 '응', '(돈이) 나는 있다', '알았다', '괜찮다'는 것밖에 없는 등 피고인의 진술 속에 피해자와 사이의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없다. 이는 피해자가 인사불성일 정도로 만취하여 피고인이 이끄는 대로 행위를 하였을 뿐 피고인과 사이에 별다른 대화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③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모텔 방에 들어간 후 서로 앞서 본 바와 같은 진한 신체적 접촉을 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당시 사리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한 것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택시비와 모텔료까지 결제하고 모텔 방에서 위와 같은 진한 신체적 접촉을 하였음에도, 피고인이 '피곤도 하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호흡도 거칠었기 때문에 진정 좀 하려고 피해자와 어깨동무를 5-10분 정도 하고 있다가 간다고 말하자 "응"하고 대답'하면서 40여 분만에 피고인 혼자 돌아가도록 하고 자신은 계속 모텔 방에 남아서 잠을 잤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④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E에서 나오느라 계단을 내려오면서 비틀거려서 벽에 부딪히기에 자신이 부축을 했다'는 것이다.
나.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판시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그 수법이나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 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고 있다.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고등학교 교사로서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및 유리한 사정(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다)을 비롯하여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 너무 무겁다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나 검사가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형의 양정이 부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결론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주호
판사 신동헌
판사 이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