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41003 판결

[부당이득금][공1996.8.1.(15),2134]

판시사항

임차권 양도에 관한 임대인의 동의 여부 및 임대차 재계약 여부에 대한 설명 없이 임차권을 양도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임차권의 양도에 있어서 그 임차권의 존속기간, 임대기간 종료 후의 재계약 여부, 임대인의 동의 여부는 그 계약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는 것이므로 양도인으로서는 이에 관계되는 모든 사정을 양수인에게 알려주어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는데, 임차권양도계약이 체결될 당시에 임차건물에 대한 임대차기간의 연장이나 임차권 양도에 대한 임대인의 동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몇 차례에 걸쳐 명도요구를 받고 있었던 임차권 양도인이 그 여부를 확인하여 양수인에게 설명하지 아니한 채 임차권을 양도한 행위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기망행위가 아니라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는 1985. 8. 5. 소외 1로부터 청주시 북문로 2가 117의 4 소재 건물 중 2층 부분 약 50평(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임차보증금 4,000,000원, 월차임 400,000원, 기간 2년으로 정하여 임차한 후 1987. 8.경 1차, 1989. 8.경 2차로 위 임대차계약을 구두로 갱신해 오면서(그 때마다 월차임만 100,000원씩 인상되었고, 나머지 조건은 동일하였다) '국도극장'이란 상호로 극장을 경영해 온 사실, 원고들은 1990. 11. 19. 피고로부터 위 임차권, 극장시설 기타 극장 경영에 관한 제반 권리를 60,000,000원에 매수하고, 같은 날 계약금 10,000,000원, 같은 달 30. 잔금 50,000,000원을 지급한 후 이 사건 건물을 명도받아 극장으로 사용한 사실, 소외 1은 1991. 1. 21. 피고가 그의 승낙 없이 위 임차권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통보를 하였고, 같은 해 3.경 원고들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 재계약 제의를 거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에, 피고가 위 임대차계약의 갱신이 불가능한 사정을 알면서도 원고들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도록 해 주겠다고 속이거나 묵비한 채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이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한 후 오히려 피고의 처남인 소외 2가 적극적으로 위 극장의 매도를 요청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피고는 위 소외 2가 매수인이라고 생각한 점, 위 소외 2가 위와 같이 위 극장의 운영을 2년간이나 담당해 보아 이 사건 건물의 임대차계약 내용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점, 위 소외 1의 명도요구에 대하여 1985. 이래 아무런 문제 없이 위 극장을 운영해 온 피고로서는 차임연체로 인한 것으로 판단했을 뿐 진정한 의도가 아니라 생각했고, 실제 위 연체차임을 지급한 후에는 명도요구가 없었던 점을 종합하면, 피고가 위 매매계약 당시 재계약이 될 수 없었던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원고들을 기망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인정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피고가 원고들에게 위 임차권, 극장시설 기타 극장 경영에 관한 제반 권리를 60,000,000원에 매도하였다는 1990. 11. 19. 당시는 임대기간이 끝나는 1991. 8. 4.까지 불과 9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은 역수상 분명하며, 이 사건 임차권매매계약서인 갑 제2호증에는 매수인으로 위 소외 2 이외에 원고 1도 기재되어 있으며, 그 외에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4호증(내용증명서), 갑 제6호증(판결문), 을 제1호증의 4(소외 2 진술조서), 을 제3호증의 6(소외 1 진술조서)의 각 기재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을 피고에게 임대한 소외 1이 1990. 5.경부터 위 극장의 관리인인 소외 3을 통하여 피고에게 같은 해 8. 말까지는 이 사건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하였던 사실, 위 소외 3으로부터 위 소외 1의 명도요구를 연락받은 피고는 위 소외 1에게 상의하거나 임대기간의 연장을 요청한 사실이 없었던 사실, 위 소외 1은 1991. 3.경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대대적인 수도시설을 수리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며, 1991. 8. 4. 임대기간이 끝나면 위 극장을 폐쇄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사실, 원래 위 소외 2가 이 사건 극장을 인수하려다가 원고들에게 소개하였고, 위 소외 2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차권 양도를 소개할 때 피고가 임대인인 위 소외 1과의 임대 문제는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언질을 주었고, 당시 위 소외 2는 위 소외 1의 명도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사실, 위 소외 1은 1991. 1. 21. 피고가 그의 승낙 없이 위 임차권을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통보를 하였고, 같은 해 3.경 원고들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였으며,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 및 임대기간의 경과를 이유로 들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건물의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1992. 11. 25.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임차권의 양도에 있어서 그 임차권의 존속기간, 임대기간 종료 후의 재계약 여부, 임대인의 동의 여부는 위 계약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는 것이므로 양도인으로서는 이에 관계되는 모든 사정을 양수인에게 알려주어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 고 할 것인데, 위에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임차권 양도계약이 체결될 당시에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기간의 연장이나 임차권 양도에 대한 임대인의 동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몇 차례에 걸쳐 명도요구를 받고 있었던 피고로서는 이 사건 건물의 임차권 양도에 대한 임대인의 동의 여부 및 임대차의 재계약 여부를 확인하여 그에 대한 설명을 양수인에게 하여야 할 것임에도 기록상 이러한 흔적이 보이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임차권의 양도에 대하여 임대인인 위 소외 1이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한편 기록상 원고들이 위 소외 1이 위 임차권 양도에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도 피고와 이 사건 임차권 양도계약을 체결하였으리라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임대인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차권을 양도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임차권 양도계약이 피고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용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