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24183, 22419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보험금청구의소][미간행]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경우 및 신의칙을 들어 소멸시효 적용의 배제 또는 제한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갑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후 갑이 자살하여 수익자인 을이 보험자인 병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계약에 기초한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 등을 구한 사안에서, 을의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고, 병 회사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으며, 병 회사가 을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한화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연택)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정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멸시효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초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참조).

다만 실정법에 정하여진 개별 법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좇아 판단되는 바를 신의칙과 같은 법원칙을 들어 배제 또는 제한하는 것은 법의 해석·적용에서 구현되어야 할 중요한 기본적인 법가치의 하나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소멸시효 제도는 법률관계에 불명확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여 그 법률관계의 주장에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그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다툼을 종식시키려는 것을 취지로 하므로, 애초 그 제도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객관적으로 적용되는 시간의 경과가 1차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임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의 요구는 더욱 뚜렷하게 제기된다. 따라서 신의칙을 들어 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다15865 판결 참조).

(2) 원심은, 피보험자인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의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 대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한 재해사망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고, 관련 쟁점에 대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심결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 점, 관련 쟁점에 관한 대법원판결이 혼재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의 존재를 알면서 미지급사유를 피고에게 알리지 않아 피고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하기 어려우며, 달리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소멸시효와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손해배상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의 존재를 알면서 미지급사유를 피고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보험금 지급절차에서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 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