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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다63966 판결

[약정금][공2010상,81]

판시사항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기부행위가 공무원의 직무와 외관상 대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그 허용 여부(소극)

[2] 행정처분과 실제적 관련성이 없어 부관으로 붙일 수 없는 부담을 사법상 계약의 형식으로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사업계획승인과 관련하여 사업자로부터 기부금을 지급받기로 한 증여계약은, 공무수행과 결부된 금전적 대가로서 그 조건이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민법 제103조 에 의해 무효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구 기부금품모집금지법(1995. 12. 30. 법률 제5126호 기부금품모집규제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는 공무원은 여하한 명목의 기부금도 모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1995. 12. 30. 전부 개정된 구 기부금품모집규제법(2006. 3. 24. 법률 제7908호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기관과 공무원은 기부금품의 모집을 할 수 없고, 비록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이라도 원칙적으로 이를 접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들은 기부행위가 공무원의 직무와 사이에 외관상 대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사실상 공권력의 영향력에 의한 것이거나 또는 그러한 의심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음을 경계하여 직무 관련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이를 금지함으로써 공무의 순수성과 염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에 그 취지가 있는바, 하물며 직무와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기부행위라면 이는 결코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2] 공무원이 인·허가 등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처분과 관련하여 이른바 부관으로서 부담을 붙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담은 법치주의와 사유재산 존중, 조세법률주의 등 헌법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비례의 원칙이나 부당결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야만 적법한 것인바, 행정처분과 부관 사이에 실제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공무원이 위와 같은 공법상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행정처분의 상대방과 사이에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면 이는 법치행정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3]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사업계획승인과 관련하여 사업자로부터 기부금을 지급받기로 한 증여계약은 공무수행과 결부된 금전적 대가로서 그 조건이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므로 민법 제103조 에 의해 무효라고 본 사례.

참조판례
원고, 피상고인

충청남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규홍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용득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 2점을 함께 판단한다.

1. 원심은,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증여계약의 법적 성격이 골프장업 사업계획승인이 확정적으로 취소되는 것을 묵시적 해제조건으로 하는 사법상의 증여계약임을 전제로,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른 기부금이 공익적 목적으로 조성·관리되는 점,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도 골프장 개발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고 이 사건 증여계약에 응하였던 점, 피고의 전체 사업 규모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기부금액이 골프장사업 추진에 장애가 될 정도로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의 현 경영진이 피고의 주식을 인수할 당시 위 기부금액을 반영하여 그 양수대금을 산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증여계약이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833 판결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25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 판시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이 사건 증여계약은 이 사건 골프장사업계획승인이 확정적으로 취소되는 것을 묵시적 해제조건으로 한 계약이라는 것이므로 그 증여계약의 효력은 위 골프장사업승인의 효력 유지와 직결된다 할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그 무렵 충청남도지사로부터 골프장사업승인을 받은 7개 업체(피고 포함)가 일률적으로 원고에게 거액의 협력기금을 증여하기로 약정하였으며(원고는 위 업체들 중 나중에 사업승인이 취소된 3개 업체에 대하여는 증여약정의 이행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한편 내무부장관은 1994. 2. 21. 인·허가를 조건으로 한 기부금은 기부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므로 체육시설업 인·허가시 기부금 모집을 금지할 것을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증여와 증여자가 신청한 골프장사업계획승인과 사이에 대가관계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증여는 피고가 충청남도지사로부터 골프장사업승인을 받는 대가로 원고에게 이를 하기로 계약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 공무원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이고 국가 등의 기능은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매개로 하여 비로소 발휘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의 직무수행이 적정하지 못하거나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 등의 기능이 현저히 저해될 것임은 명확하다. 따라서 직무수행에 있어서의 공정과 청렴성, 불가매수성 등 공직윤리의 근간을 침해하는 행위는 기본적 사회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서 여러 법률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고 제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무집행의 불가매수성은 반드시 위법·부당한 직무집행만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도 그에 대해 대가를 받으면 형법상의 뇌물수수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공여죄에 있어서도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청탁은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것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이 된다(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3339 판결 등 참조). 이 처럼 공무의 불가매수성을 해하는 행위에 대한 법의 응징은 매우 엄정하고 단호하다.

또한 구 기부금품모집금지법(1995. 12. 30. 법률 제51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는 공무원은 여하한 명목의 기부금도 모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1995. 12. 30. 전문 개정된 기부금품모집규제법 제5조 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기관과 공무원은 기부금품의 모집을 할 수 없고, 비록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금품이라도 원칙적으로 이를 접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들은 기부행위가 공무원의 직무와 사이에 외관상 대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사실상 공권력의 영향력에 의한 것이거나 또는 그러한 의심을 자아내는 경우가 있음을 경계하여 직무 관련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이를 금지함으로써 공무의 순수성과 염결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에 그 취지가 있는바, 하물며 직무와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기부행위라면 이는 결코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 인·허가 등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처분과 관련하여 이른바 부관으로서 부담을 붙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부담은 법치주의와 사유재산 존중, 조세법률주의 등 헌법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비례의 원칙이나 부당결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야만 적법한 것인바 (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650 판결 참조), 행정처분과 부관 사이에 실제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공무원이 위와 같은 공법상의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행정처분의 상대방과 사이에 사법상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면 이는 법치행정의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라. 위와 같은 모든 점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증여계약은 공무수행과 결부된 금전적 대가로서 그 조건이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 에 의해 무효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었고 또 그 기부금을 원고가 수행하는 공익적 사업에 사용할 목적이었으며 사용 방법과 절차를 미리 원고의 내부 규정으로 정해 놓았다거나,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가 골프장 개발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고 이 사건 증여계약에 응하였다는 등의 원심이 인정한 사정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증여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03조 의 규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도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승태(주심) 김지형 양창수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5.25.선고 2006가합5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