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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17. 선고 2017나6330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피항소인

원고 1 외 1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변호사 양홍석 외 1인)

피고,항소인

대한민국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법여울 외 2인)

2018. 5. 30.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22. 선고 2015가단5307350 판결

주문

1.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2,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 6. 3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들은 2015. 6. 30. 14:00경 서울 종로구 ○○동 주민센터 앞에서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가 주최한 세월호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세월호 주1)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하 ‘이 사건 기자회견’이라고 한다)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피고 3(대법원 판결의 피고 2)은 당시 종로경찰서장이고, 피고 2(대법원 판결의 피고 1)는 당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이다.

나. 경호구역의 경비업무 분담, 이 사건 기자회견 관련 경비방침

1) 이 사건 기자회견의 장소인 ○○동 주민센터는 청와대로부터 200m 이내의 거리에 있고, 대통령경호처장에 의하여 지정된 경호구역의 범위 내에 있었다.

2) 위 경호구역은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202 경비단장과 종로경찰서장이 함께 경비 및 치안유지 업무를 담당하는데, 경찰 202 경비단장은 미신고 기습시위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초동조치를 담당하고, 종로경찰서장은 전반적인 집회대응 절차 등 그 밖의 업무를 담당하며, 경비과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서장의 명을 받아 경력의 배치, 해산절차의 진행 등 상황을 관리한다.

3) 피고 3은 2015. 6. 30. 08:30경(이하 일자는 동일하므로 생략한다) 피고 2 등과 함께 이 사건 기자회견에 관하여 사전 대책회의를 열고, 다음과 같이 경비방침을 마련하였다.

□ 개요
○ 14:00~, 416연대 50명 ○○동 주민센터 앞 ‘10만 서명운동 서명지 전달 기자회견’ 〈신고불요〉
□ 경비방침
○ 특정지역 및 정부서울청사 등 주요시설 경계강화, 경력을 폭넓고 종심깊게 배치 기습시위 등 철저 대비
○ 소음기준 초과시 기준 소음유지·확성기 사용중지 명령 또는 일시보관 등 집회·시위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현장조치
○ 인권·안전교육 확행,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 유의
○ 불법행위 또는 불법행위와 밀접한 행위시 철저한 채증으로 사후 사법처리·왜곡선전 대비
□ 예상상황 및 대책
○ 청와대 집단 진출, 경력에게 차단시 차로 점거
○ 광화문광장 P/L 경력 배치, 시설 방향 진출 차단
⇒ 1차 P/L로 관리 ⇒ 2차 집단진입 제지 및 불법행위 채증 후 현장검거
불법행위시 해산절차 진행 등 엄정 대응
□ 현장 운용
임무 근무자 비고
총괄 서장(경비과장) 거100망 지휘보고 및 경력지휘

다. 이 사건 기자회견의 진행과 통행차단, 해산명령

1) 이 사건 기자회견은 14:00경 ○○동 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가족 60명, 일반 국민 20명 등 약 8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진상규명, 투명한 선체인양, 시행령 개정촉구’가 기재된 플래카드 1개, 서명지가 담긴 박스 24개, 피켓 3개(‘세월호 국민서명 청와대 전달’ 등이 기재됨), 앰프 2개를 준비하고 이 사건 단체 운영위원의 사회로 위 단체 회원, 학자, 시민의 발언, 별지 1. 기자회견문 낭독 등의 순서로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2) 피고 3은 ○○동 주민센터 앞에서 효자로 입구까지의 인도 가장자리에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효자로 입구 인도 부분에 경찰을 배치하여 통행을 차단하였다.

3) 피고 3은 이 사건 기자회견 시작 전에 위 서명지 박스의 내용물을 조사하여 박스 안에 서명지가 들어 있고 위험물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14:12경 종로경찰서 정보관을 통하여 원고 1에게 ‘서명지 전달을 빙자하여 청와대 방향 집단 진출 시도 및 구호제창 등 불법행위로 변질시 사법처리되므로 서명지 전달시 대표자 1~3명만 선정하여 제출하도록’ 경고하였고, 원고 1은 위 정보관에게 ‘이 사건 단체 상임위원 9명이 박스 9개를 가지고 도보로 청와대까지 가지고 가서 제출할 예정이고, 나머지 박스는 차량을 이용하여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4) 이 사건 기자회견 진행 도중인 14:14경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정부시행령 폐기하라, 진실을 밝혀내자, 진실을 인양하라’ 등 구호를 제창하였다. 피고 2는 그 무렵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미신고 집회임을 이유로 자진해산을 요청하였고, 기자회견 종료 직전인 14:31경 같은 이유로 1차 해산명령을 하였다. 기자회견은 14:32경 종료되었다.

라. 서명지 전달을 위한 행진과 통행차단, 해산명령

1) 원고들은 이 사건 기자회견이 종료된 직후인 14:32경 서명지 박스를 1개씩 들고 한 줄로 서서 이를 청와대 ‘민원실’로 가서 제출하기 위하여 박스 앞부분에 기재된 ‘정부시행령 폐기와 개정안 수용을 청와대에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이라는 문구가 보이도록 박스를 든 상태에서 기자회견 장소를 출발하여 ○○동 주민센터 앞 안전펜스를 피해 차도의 1차로 부분으로 내려서서 위 효자로 방면 횡단보도까지 한 줄로 걸어 나왔다.

2) 피고 3은 14:33경 위 횡단보도 부분에 경찰 수십명을 투입하여 원고들을 둘러싸고 서로 팔짱을 끼게 하여 원고들이 효자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3) 원고들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고, 당시 원고들과 함께 있던 소외 1 변호사는 경찰 측 책임자가 나와서 민원인의 통행을 막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4) 피고 2는 14:35경 원고들에게 미신고 불법집회임을 이유로 2차 해산명령을 하면서 정밀채증을 하겠다고 방송하였다. 방송 직후 정보관이 원고들에게 다가오자 원고들은 13명만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하였다.

5) 2차 해산명령이 시작될 무렵 피켓(‘세월호 국민서명 청와대 전달’, ‘조속하고 온전한 선체인양을 촉구한다’ 등 기재)을 들고 있던 기자회견 참가자 두 명이 원고들 뒤로 다가와 약 5분 남짓 원고들에게 붙어 서 있다가 안전펜스 뒤로 돌아갔다. 서너 명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원고들 곁에서 현장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경찰을 향하여 통행차단의 해제를 요청하였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안전펜스 뒤에 머무르면서 상황을 지켜보았고, 그 중 일부는 간헐적으로 경찰에 대하여 통행차단의 해제를 요청하였다.

6) 피고 3은 2차 해산명령으로부터 약 5분 뒤에 효자로의 차도 부분에 안전펜스를 설치하였고, 그로부터 약 5분 뒤에 안전펜스 뒤로 경찰을 배치하여 효자로의 차도 부분 통행까지 전면 차단하였다. 그 무렵 기자회견 참가자 한 명이 효자로 입구 양쪽의 인도를 막고 서 있는 경찰들에게 다가가 통행차단 해제조치에 대하여 항의하였다.

7) 효자로의 통행이 전면 차단된 후 약 3분 뒤에는 주민센터 앞 효자로 입구 인도 부분에 안전펜스가 추가로 설치되었고, 그로부터 약 2분 뒤에는 원고들과 ○○동 주민센터 사이 인도 가장자리에 경찰들이 추가 배치되었다. 그 무렵 정보관이 원고들에게 다가오자 원고들은 정보관에게 13명만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경찰 측 책임자와 대화하게 해줄 것을 재차 요청하였다

8) 원고들은 위와 같이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경찰 측에 통행차단을 해제해줄 것과 책임자와 대화하게 해줄 것을 계속 요청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 원고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원고들을 둘러싼 경찰을 미는 상황이 몇 차례 발생하기도 하고, 일부 원고가 위법한 공무집행임을 이유로 하여 원고들을 둘러싼 경찰관 중 한 명의 발을 밟고 팔꿈치로 상체 부위를 때리기도 하고, 일부 원고가 경찰들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였으나, 대체로는 원고들 중 두세 명이 경찰들에게 통행차단 해제를 요청하고, 나머지 원고들은 서서 기다리는 상태로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일부 원고는 효자로의 건너편 인도를 막고 서 있는 경찰들에게 다가가 통행차단 해제조치에 대하여 항의하기도 하였다.

9) 기자회견 참가자 중 서너 명은 원고들 옆에서 현장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경찰들에게 원고들에 대한 통행차단을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참가자 한 명은 지속적으로 효자로의 양쪽 인도 부분을 다니면서 경찰들에게 통행차단의 이유를 설명해줄 것과 통행차단을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과 안전펜스를 밀거나 경찰에게 욕설을 하는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말로써 항의의 뜻을 표시하였다. 나머지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질서유지선 뒤에 머무르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10) 위와 같은 상태에서 피고 2는 14:59경 원고들에 대하여 미신고 불법집회임을 이유로 3차 해산명령을 하였고, 15:18경 같은 이유로 4차 해산명령을 하였다.

11) 그 후 원고들은 최초 차단장소에서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도로에 앉아서 통행차단을 해제해줄 것과 경찰 측 책임자와 대화하게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기다렸다. 도중에 일부 원고 또는 참가자들은 효자로의 인도와 차도에 설치된 안전펜스로 개별적으로 접근하여 경찰들에게 통행차단 해제를 요청하였다.

12) 피고 3은 16:45경 정보관을 통하여 원고 1에게 대표자를 1~3명 선정하여 서명지를 전달하도록 경고하였고, 원고 1은 18:00까지 그대로 대기하겠다고 답변하였다.

13) 통행차단 조치가 계속되자, 원고들은 17:50경 서명지 전달을 취소하고, 기자회견 참가자들과 함께 약 30분 동안 마무리 집회를 진행하였다. 집회 진행 도중인 18:10경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제창하다가 5차 해산명령을 받았고, 18:20경 집회를 종료하였으며, 18:28경 상경버스를 함께 타고 귀가하는 등으로 해산하였다.

마. 청와대의 민원서류 접수 방식

당시 민원인이 청와대에 민원서류를 직접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청와대 연풍문을 방문하여 그곳에 비치된 우편함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민원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고, 위와 같이 접수된 서류는 민원내용에 관한 처리권한이 있는 부처 등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대통령비서실 포함)에 전달된 후 해당 기관에서 처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21, 24, 2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제1심 법원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이 사건 기자회견과 서명지 전달행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만 한다)에 따른 옥외집회나 시위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신고의 대상이 아니고, 미신고 옥외집회·시위임을 이유로 한 통행차단이나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기자회견과 서명지 전달행위가 집시법상의 옥외집회·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경찰이 원고들의 통행을 차단하고 해산명령을 한 행위는 위법한 경찰력의 행사이다.

원고들은 경찰의 위법한 통행차단과 해산명령으로 청원권, 거주·이전의 자유, 일반행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당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 2, 피고 3은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2,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

1) 피고들

이 사건 기자회견은 집시법 제6조 제1항 에 따라 신고하여야 하는 옥외집회에 해당하고, 서명지 전달을 위한 행진도 위 규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하는 시위에 해당한다. 집시법 제11조 제2호 에 의하면 청와대로부터 100m 이내 지역에서는 옥외집회 및 시위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데, 원고들은 청와대로부터 불과 200m 떨어진 ○○동 주민센터에서 이 사건 기자회견을 하였고,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대표자 1~3명을 통하여 서명지 전달을 하도록 권유하였음에도 원고들이 이를 거부하고 행진을 시작하였으므로, 집시법 제11조 제2호 를 위반할 위험성이 시간적·장소적으로 명백한 상황에 있었다. 피고들이 서명지 전달을 위한 행진을 차단한 것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에 근거한 것으로 적법하고,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관을 향해 끊임없이 폭행, 상해, 모욕 등 불법행위를 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기도 하였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해산명령도 적법하다.

2) 피고 2, 피고 3

○○동 주민센터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경호구역의 범위 내에 있고, 이 사건 무렵에는 ○○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약 30m 떨어진 검문소에서부터 미신고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었으며, 피고 2, 피고 3은 위와 같은 업무상 방침에 따라서 직무를 수행한 것이므로, 피고들에게 고의, 중과실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

3. 판단

가. 관련규정

별지 2. 관련규정과 같다.

나. 이 사건 기자회견과 서명지 전달행위의 성격

1) 취지와 목적

갑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기자회견의 참가자들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가족 및 일반 국민이고, 이 사건 당일 기자회견을 개최한 취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속한 선체인양을 촉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위 특별법의 입법 취지대로 정치적 중립성, 업무의 독립성,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동법 시행령의 내용을 특별조사위원회의 개정안대로 개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이에 관한 서명운동의 진행사실과 서명지의 제출사실을 언론기관과 국민에게 알리자는 것이었던 사실, 원고들이 서명지를 청와대에 제출하려고 한 취지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하여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선체인양,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개정을 청원하는 위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서명지를 전달하자는 것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서명지 박스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하려고 한 것은, 그 행진 자체를 통하여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비판하고 원고들의 주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구체적인 청원 내용이 기재된 서명지를 청와대에 제출함으로써 대통령과 정부에 실제로 전달되도록 하고, 청원 내용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직접적이고 주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26조 와 청원법 규정에 의하면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의견, 희망 등에 관하여 적법한 청원을 한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이(그 주관관서가) 청원을 수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여, 청원자에게 적어도 그 처리결과를 통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3헌마213,214,215 결정 등 참조).

그러므로 모든 국민은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청원법의 규정에 따라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제출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는 연풍문에 우편함을 설치하여 청원서 등 민원서류를 민원인으로부터 직접 제출받는 시설로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청원 사항이 적법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원인이 청와대 연풍문의 우편함에 청원서를 제출할 권리는 청원권의 행사방법에 관한 권리로서 일반적 행동자유권보다 더욱 보장되어야 한다.

2) 옥외집회 및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사실관계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기자회견의 목적, 참가자의 구성과 인원, 참가자들이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연설, 구호제창을 한 점 등 의사표현 방식과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자회견은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인 것’임이 인정되므로, 집시법상의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그리고 원고들이 서명지 박스의 앞부분에 원고들의 주장내용을 기재한 문구가 보이도록 박스를 든 채로 효자로를 따라서 청와대 연풍문까지 한 줄로 걸어가려고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행진의 과정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서명지 전달을 위한 원고들의 행진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서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

3) 미신고 집회·시위의 개최 자체가 금지되는 요건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한 사전신고제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집회법상의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 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을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의 취지, 대법원 2001. 10. 9. 선고 98다20929 판결 의 취지 등 참조).

다. 원고들의 행진에 관한 통행차단의 적법성 여부

1) 이 사건 기자회견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되었는지 여부

을 제3호증의 기재, 을 제19 내지 21, 28호증의 각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기자회견의 진행 도중 폭력의 행사가 없었고, 기자회견이 종료될 때까지 참가자들이 ○○동 주민센터 앞 인도 가장자리에 설치된 안전펜스를 벗어나거나 교통을 방해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연설, 구호제창 등을 하는 과정에서 집시법 시행령상의 소음기준을 위반하였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기자회견이 비록 옥외집회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집회의 진행으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기자회견이 개최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행진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되었는지 여부

을 제3호증의 기재, 을 제19 내지 21, 28호증의 각 영상에 의하면, 원고들이 14:32경 서명지 박스를 들고 기자회견 장소를 출발하여 한 줄로 걸어서 14:33경 교차로 횡단보도에 이르기까지 구호를 외치거나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은 사실, 당시 다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원고들의 행렬에 가담하거나 구호를 제창하지 않았고, 안전펜스 뒤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을 뿐인 사실, 당시 효자로 입구의 인도 부분은 경찰에 의하여 통행이 차단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고들은 차도의 1차로 부분을 행진하게 되었고, 위 1차로의 전방에는 경찰버스가 세워져 있어서 1차로를 따라 진행해오는 차량이 없었기 때문에 원고들의 위와 같은 행진으로 인하여 차량의 교통이 방해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므로 원고들이 14:32경부터 14:33경까지 진행한 위와 같은 행진으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행진이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개최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행진과 관련하여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한 경우인지 여부

다만 원고들이 위와 같이 행진을 계속하여 집시법 제11조 제2호 에 규정된 장소에 진입하는 경우에는 집시법상 형사처벌 및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절대적 금지장소에서의 시위에 해당하게 되고, ○○동 주민센터로부터 위 금지장소까지의 거리는 100m 이내에 불과하여 도보로 2분 이내에 도달하게 되므로, 원고들이 14:32경부터 14:33경까지 위와 같이 행진을 한 것은 집시법 제11조 위반 행위가 눈앞에서 막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임은 인정된다.

4)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의 제지 조치가 필요하였는지 여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제2호 , 제6조 에 따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찰관의 제지 조치가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수 있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앞에서 막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곧 생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 제지하는 방법 외에는 위와 같은 결과를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사태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도2168 판결 ,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 판결 ,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도13876 판결 등 참조). 다만 경찰관의 제지 조치가 적법한지 여부는 제지 조치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993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서명지 전달의 주된 취지와 목적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개정 등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원고들이 구체적으로 청원을 하는 것이고,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세월호 특별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피해자가족인 점, 만일 원고들이 서명지 전달 과정에서 폭력행위나 교통방해행위를 하거나 다른 참가자들과 합세하여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되거나 서명지 박스가 압수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청원 내용이 담긴 서명지를 청와대에 제출하려는 목적 자체를 달성할 수 없게 되며, 청원의 상대방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하여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되고, 서명 참여자 등 다른 국민들의 지지도 잃게 되어 결국 청원 내용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될 것이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제출한 을 제6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에 나타난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당일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서명지를 전달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청와대 부근에서 질서문란 행위를 일으킬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4:32부터 14:33까지 진행된 행진이 위 2)항 등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제로도 평화롭게 이루어진 점, 당시 현장에는 많은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고, 기자회견 직후로서 기자들도 많이 있었던 점 등의 구체적인 상황까지 종합하여 보면, 당시 원고들의 서명지 전달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곧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에 규정된, 행위 자체에 대한 제지 조치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대통령 경호구역에 대한 출입통제 조치가 필요하였는지 여부

원고들의 행진이 대통령 경호구역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나, 위 2), 4)항에서 살펴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의 서명지 전달행위가 대통령의 생명과 재산, 신체에 위해가 되거나 위해가 될 위험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효자로와 청와대 연풍문에 대하여 원고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에 규정된 출입통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6)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의 경고로서 적법한지 여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할 수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위 법 제1조 제2항 ).

피고 3은 이 사건 기자회견 종료 전에 원고 1에게 대표자 1~3명을 통하여 서명지를 전달하도록 경고하였고, 원고들이 위 경고를 따르지 않고 공동으로 서명지를 전달하려고 하자 원고들에 대하여 14:33경부터 17:50경까지 통행차단 조치를 유지하였다. 피고 3의 위와 같은 행위가 범죄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청원법 제6조 제2항 에 의하면, 다수인이 공동으로 청원을 하는 경우 3인 이하의 대표자를 선임하여 청원서에 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청원의 처리결과를 통지받을 수령인이 특정되도록 하려는 취지일 뿐이고, 청원인의 수에 관하여 청원법상 별다른 제한이 없다.

원고들의 서명지 전달행위가 법률에 위배되는 요소는 절대적 시위금지 장소인 집시법 제11조 제2호 의 장소에서 시위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 있으나, 청원서에 해당하는 서명지를 청원대상기관에 직접 제출하는 것은 원고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청원권의 행사방법으로서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므로 피고 3이 원고들에게 서명지 전달행위의 집시법상 위법성을 제거하도록 경고함에 있어서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2항 의 경찰 비례의 원칙에 따라 권리침해가 적은 방안을 모색할 것이 요청된다.

그러므로 원고들이 준비한 서명지의 내용, 청원 경위 등에 비추어 서명지 전달의 주된 취지와 목적이 청원권의 행사에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한, 서명지를 전달하는 인원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그보다 권리침해가 적은 이동방법 등에 대한 제한 등을 선택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원고들로 하여금 서명지 박스를 드는 방향을 바꾸도록 안내하여 박스의 앞부분을 피켓처럼 이용하지 않도록 하고, 일렬로 행진하는 형태를 풀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이동하도록 안내하며,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효자로 주변에 경찰, 안전펜스 등으로 질서유지선을 설정하거나 원고들 부근에서 경찰이 함께 이동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집시법 제11조 제2호 의 규정이 준수되도록 하면서도 원고들의 청원권 행사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고 3이 원고들에게 3명 이내의 대표자를 통하여서만 서명지를 전달하는 방안을 고수하면서 원고들이 그에 응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14:33경부터 17:50경까지 통행차단 조치를 유지한 것은 범죄 예방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는 경찰권의 행사로서 위법하다.

라. 해산명령의 적법성 여부

원고들이 14:32경부터 14:33경까지 진행한 행진으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위 2)항 등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리고 14:33경 횡단보도에서 원고들의 통행이 차단된 직후에도 원고들은 경찰 측 책임자와의 대화를 요청하면서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고, 당시 원고들이나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피고 2가 14:35경 미신고 집회임을 이유로 2차 해산명령을 한 것은 미신고 집회·시위에 대한 해산명령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

또한 2차 해산명령 후 약 15분 이내에 원고들에 대하여 통행차단 조치가 두텁게 이루어지고, 효자로의 인도, 차도 부분 통행이 전면 차단되었으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거나 물건을 손괴하거나 차량의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였고, 집단적으로 합세하여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으며, 개별적으로 경찰에게 요청하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은 경찰에 대한 폭행, 모욕 등이 일부 있었던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그러므로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 2가 14:59경 미신고 집회임을 이유로 3차 해산명령을 하고 15:18경 같은 이유로 4차 해산명령을 한 것은 미신고 집회·시위에 대한 해산명령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

마. 피고 3, 피고 2의 고의, 중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에서 본 증거들, 을 제25호증의 1 내지 4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 2, 피고 3은 단순히 법령의 해석이나 현장의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 직무집행을 하면서 약간의 주의만 하였더라면 위법한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1) 피고들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2) 피고들은 이 사건 기자회견 및 서명지 전달에 관한 사전 대책회의를 하면서 청와대 방향 집단 진출 등 혼란상황에 대비한 경비방침을 마련하였을 뿐 기자회견과 서명지 전달이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방안에 관하여 구체적인 경비방침을 세우지 않았다.

3) 피고들은 서명지 박스 내부에 위험물이 없이 서명지가 들어 있고, 서명지의 내용이 대통령령의 개정 등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청원임을 확인하였으며,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청원 사항과 깊은 관련이 있는 피해자가족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14:12경 이전에 정보관을 통하여 이 사건 기자회견 종료 후 원고들이 서명지 박스 9개를 1개씩 들고 걸어가는 방법으로 청와대에 제출하고, 나머지 박스를 차량으로 운반하겠다는 계획을 전달받았다. 이로써 피고들은 원고들이 행진의 방법으로 통상의 집회·시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 청원서를 직접 제출하려고 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

4) 피고들은 대통령 경호구역의 경비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청와대 연풍문에 청원서 접수용 우편함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3인을 초과하는 다수의 청원인들이 공동으로 청와대 연풍문을 방문하여 청원서를 접수하는 사례가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 그럼에도 피고들은 원고들을 일반적인 집회·시위 참가자로 취급하고, 통상의 집회·시위에 적용하는 경비대책(절대적 금지장소 및 검문소 안쪽 지역 시위 금지)을 형식적으로 적용하였을 뿐이며, 청원인의 지위에 있는 원고들로 하여금 시위의 형태를 띠지 않고 적법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아니하였다(예를 들어 피고들은 2015. 1. 11.자 시위와 관련하여 행진의 종료지점에서 시위의 요소가 해소되도록 하기 위하여 ‘몸자보 제거 후 삼삼오오 이동 유도’의 방법을 경비대책으로 마련하였다. 원고들에 대하여도 청와대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 또는 검문소 안쪽 지역 등 미신고 시위를 허용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위와 같은 방법을 준용함으로써 시위의 요소를 해소한 상태에서 적법하게 서명지 전달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6)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다는 것은 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 의하여 분명하게 확인된 법리이고, 위 판결 선고 이전에도 사전에 금지통고된 옥외집회(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등), 신고사항에 미비점이 있거나 신고의 범위를 일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 대법원 2001. 10. 9. 선고 98다20929 판결 등) 등에 관하여 비슷한 취지의 판결들이 선고되었으며, 피고들은 집회·시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의 경찰서장 및 경비과장으로서 위와 같은 법리를 숙지하고 실제 직무 수행과정에서 그 요건 충족 여부를 제대로 살필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아니하였다.

7) 피고들은 이 사건 기자회견 종료 후 서명지 전달을 위한 출발이 교통방해를 일으키지 않고 평화롭게 진행되는 점을 목격하였음에도 일단 정지하도록 하여 이동방법을 조율하는 등의 조치 없이 경찰로 둘러싸는 방법으로 통행차단을 실시하였다. 위 통행차단이 이루어진 후 원고들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아니하고 경찰 측 책임자와의 대화를 요청하고 있었음에도 피고들은 아무런 대화 없이 미신고 집회임을 이유로 2차 해산명령을 실시하였다.

8) 그 후 원고들은 계속하여 경찰 측 책임자와의 대화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정보관을 보낼 뿐이었다. 그리고 14:50경 이전에 통행차단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9) 그 후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통행차단 등 조치에 대한 항의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 모욕하는 행위가 일부 있었으나, 이는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주장내용을 표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피고들에 의하여 스스로 이루어진 통행차단과 해산명령 등 위법한 경찰권 행사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를 해산명령의 요건인 집회·시위의 위험성의 요소로 판단할 수는 없다.

10) 오히려 원고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거나 물건을 손괴하거나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고, 집단적으로 합세하여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질서를 유지하면서 경찰 측과의 대화를 희망하고 있었고, 피고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3명 이내 대표자에 대한 출입허용 방침 외에 추가적인 조율을 하지 아니하였고, 미신고 집회임을 이유로 3차, 4차 해산명령을 실시하였다.

11) 피고들은 원고들이 15:30경 이후로는 도로에 앉아 기다리는 등 유형력의 행사가 없었고, 기자회견 참가자들도 원고들과 분리된 상태에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고 있음을 목격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3명 이내 대표자에 대한 출입허용 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할 뿐 추가적인 대화를 진행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들의 청원권 행사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아니하면서 통행차단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로 인하여 원고들은 17:50경 서명지 전달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바.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3이 원고들의 서명지 전달을 위한 통행을 차단하고, 피고 2가 원고들에게 해산명령을 한 것은 경찰권 행사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의 청원권이 침해되었음이 인정된다. 그리고 피고들의 지위, 직무와 권한의 내용, 종전의 직무 수행 사례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대통령 경호구역의 경비업무 담당자 겸 집회현장의 경찰책임자로서 직무수행을 하면서 약간의 주의만 하였더라면 원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중과실이 있음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3, 피고 2는 직무수행 중의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별지 2. 관련규정 아.항 참조)의 규정에 따라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인 피고 3, 피고 2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으로 침해된 법익의 내용과 중요성, 피고들의 직무집행의 위법성, 귀책사유의 정도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원고들에 대하여 각 1,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1,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5. 6. 30.부터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7. 8. 22.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근수(재판장) 정지선 한재상

주1) 법률명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다(별지 2. 관련규정 사.항 참조). 이하 ‘세월호 특별법’이라 한다.